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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Ⅰ 천년의 고도, 봄의 절정에 오르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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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경주로 들어가는 나들목은 단순히 경주 밖에서 경주 안으로의 공간 이동이 아니라, 현재에서 과거로의 시간 이동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서울을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려 경주 나들목을 들어서는 순간, 시간은 거슬러 현재에서 과거로, 또 시간은 앞질러 봄의 시작에서 봄의 중간으로 뒤바뀐다. 개나리, 매화,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 유채꽃 등 갖가지 봄꽃으로 뒤덮인 천년고도 경주는 다른 어느 곳보다 온전히 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주에서는 발길 닿는 그 어느 한 곳 봄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 없으나, 좀 더 경주다운 봄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찾아보자.

꽃으로 물드는 경주의 봄  꽃단지


ⓒ 트래비

금세라도 꽃망울을 ‘톡’하고 터트릴 듯한 벚꽃들이 줄지어 서있는 거리를 지나면 이 계절에 아직 이르다 싶을 정도로 싱그럽고 푸르른 평야가 펼쳐진다. 그리고 ‘대릉원’ 방향을 알리는 팻말이 보이고 저편으로 고분 여러 기가 보인다. 아직 겨울 빛이 남아 있는 고분들 앞으로 넓게 펼쳐진 푸르른 평야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 푸르름의 정체를 추측해 본다. 푸른 평야 한 쪽에서 일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어보니 ‘유채꽃밭’이란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앙증맞게 노란 꽃망울이 맺혀 있는 어린 유채꽃들이 보인다.  

첨성대와 대릉원 주변으로 펼쳐진 대규모 꽃단지는 현재와 과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주의 멋을 잘 보여준다. 역사를 말해주는 고분들과 첨성대가 보이고, 그 앞으로 너른 꽃단지가 펼쳐지고…. 그 자리에는 봄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행복이 가득하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책을 즐기는 가족들, 함께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즐거워하는 연인들, 멀리서 고도 경주를 찾아 온 외국인 여행자들로 경주의 봄은 더욱 화려해진다.

사람들을 태운 관광마차가 첨성대와 고분과 꽃단지 사이를 달리면, 정적인 풍경은 어느새 역동적인 풍경으로 뒤바뀐다. 신라왕궁 유적지를 마차를 타고 돌아보는 맛이란 일품이지 않겠는가? 씩씩한 흑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유채꽃이 흐드러진 평야를 지나 수많은 왕릉과 첨성대를 돌아보면 천년고도 경주의 봄이 내뿜는 매력에 흠뻑 젖어들 것이다.

찾아가는 길     대릉원, 첨성대 방향
관련 정보     꽃단지 무료 개방, 경주 꽃단지 유채꽃 만개 시기 4월20일경, 관광마차 이용료 일반 3,000원, 어린이 2,000원(관광마차 운행구간은 첨성대, 계림, 반월성 일대 왕복)

신라의 봄을 사뿐히 즈려밟다  교동 일대


ⓒ 트래비

첨성대를 지나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 탄생설화가 깃들어 있는 계림(鷄林)을 거니는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잔잔한 가락이 숲을 가득 메운다. 대금 소리인지 단소 소리인지 모를 그 가락에 이끌려 맨 먼저 도착한 곳은 계림 뒤쪽에 위치한 경주향교. 얌전히 닫혀 있는 향교 문을 조심스레 열고 한 발 들여 놓는다. ‘끼이익’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향교 문이 열리자 시계는 재빠르게 뒷걸음질 친다. 시간을 그 옛날로 되돌린 듯한 경주향교 안에서 낯선 방문자를 맞는 이는 담장 너머 ‘하얗게’ 분칠하고 있는 목련과 담장 아래 ‘발그스레’ 얼굴을 붉히고 있는 진달래 뿐, 사람 흔적이라고는 없다. 고요한 향교의 봄 풍경을 깨고 싶지 않아 발소리도 죽여 가며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딛어 본다. 한쪽 문을 열고 살포시 거닐다가 또 한쪽 문을 열고 거닐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발걸음은 향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시간을 멈춰 놓은 듯한 한옥집 돌담길 좁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돌다 고풍스런 한옥집 대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여기까지 발길을 이끌었던 가락의 근원지다. ‘요석궁’이라는 작은 글자가 보인다. 요석궁은 경주 최부잣집 집안 후손들이 운영하는 유명한 한정식집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최부잣집은 조선 말엽 옛 요석궁 자리에 저택을 지었으며, 지금의 한정식집 요석궁도 그 터의 일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요석궁은 신라 무열왕의 딸 요석공주와 고승 원효 대사가 인연을 맺고 그 사이에서 신라의 대문장가인 설총이 태어난 곳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알고 요석궁 정원을 거닐어 보면 그 감회가 더할 것이다. 담장 너머 봄꽃들이 화사한 빛을 발하는 이 계절,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젖어 옛 요석궁 터이자, 최부잣집 터인 교동 일대를 거닐어 보라. 시간을 되돌려 수십 년 전, 혹은 수백 년 전 봄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것이다.

찾아가는 길     계림 뒤쪽으로 걸어가면 경주향교와 요석궁 등이 나타난다
관련 정보        요석궁 한정식은 2만원~10만원까지. 사전 예약 필수(T.054-772-3347~8)/ 
경주 최부잣집 고택은 현재 복원 공사 진행 중/ 경주향교에서는 전통혼례식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기도 한다

‘4월의 노래’를 부르다   동리·목월 문학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박목월 <4월의 노래> 중
 


ⓒ 트래비

불국사로 들어가는 길 건너편으로 목련꽃들이 살포시 자리하고 있다. 목련꽃 가득한 길을 걸어 들어가노라면, 나도 모르게 ‘목련꽃 그늘 아래서…’라는 싯귀 한 구절이 떠오른다. 무의식중에 박목월의 <4월의 노래>를 떠올리며 걸어 들어간 그 길 끝에는 ‘동리·목월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올 3월24일에야 문을 열었으니 ‘동리·목월 문학관’의 존재를 아는 이 별로 없으리라.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박목월을 기리는 문학관이 왜 이곳에 있을까 궁금해지는데 두 문학가 모두 경주 출신이란다. 소설가 김동리는 1913년 ‘경북 경주시 성건동 186번지’에서 태어났으며 시인 박목월은 1916년 ‘경북 경주군 건천읍 모량리 571번지’에서 태어났다. 김동리는 경주 부근 잡성촌을 배경으로 한 <무녀도>를 집필했으며, 박목월은 경주를 배경으로 <토함산>, <왕릉>, <불국사> 등의 시를 남겼다.

‘동리 전시실’과 ‘목월 전시실’에는 두 문학가의 삶과 작품들이 전시돼 있고, 그들의 서재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이곳 전시실들을 둘러보다 보면, 학창 시절 읽었던 김동리의 소설과 박목월의 시들이 새로운 감흥으로 다가오며 그들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갈망이 커진다. 봄 햇살 따스하게 내리쬐는 문학관 한 쪽 목련꽃 그늘 아래서 박목월의 시집이나 김동리의 소설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경주의 4월이 더없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으리라.

찾아가는 길     불국사 주차장 건너편       
관련 정보     개관 시간 오전 9시~오후 6시(1월1일, 매주 월요일, 설날 및 추석날 당일은 휴관)/ 입장료 성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 경주 교동법주를 아시나요? 

경주를 대표하는 명주로 꼽히는 경주 교동법주를 만드는 고택에 들어선다. 인적이 느껴지지 않아, 따스한 봄햇살이 내비치는 마당을 서성이다 “누구 없으세요?”하고 인기척을 내본다. 잠시 고요가 흐르더니 방문이 빼꼼히 열리고 수수한 차림의 한 어르신이 나온다. “교동법주 사러 왔는데요”하자 조심스럽게 술이 보관된 장소로 발을 옮기시는 이 어른이 바로 최근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은 최경(62)씨. 수십 년 동안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교동법주를 만들어 온 경주 교동법주 명예보유자 배영신(89) 할머니의 아들인 최경씨가 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인정받음에 따라 교동법주가 가업으로 맥을 잇게 됐다. 그는 “지금 술이 발효되는 때인데 사람들 출입이 잦다보면 술을 망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예전에도 방송사에서 촬영을 한다며 술 담그는 곳을 출입하다가 술을 망쳐버린 적이 있다. 술을 1년 내내 담글 수 있는 게 아니라 9월에서 4월까지만 담글 수 있기 때문에 이 기간에 아주 조심해야 한다.” 

교동법주는 12대에 걸쳐 만석꾼의 부를 누리면서도 사회적 의무를 다했던 경주 최부잣집의 가양주(家釀酒)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신라의 비주’라 일컬어지는 교동법주는 조선 숙종 당시 사옹원(궁중 음식을 주관하던 관청)에서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고향인 경주 교동으로 낙향한 뒤 처음 빚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교동법주 제조기법은 철저히 최부잣집 맏며느리에게만 전수되어 왔다. 최경씨는 “사람들이 흔히 경주법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경주법주가 아니라 경주 교동법주가 진짜”라고 말한다. 제조 장소인 교동의 지명을 따서 경주 교동법주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는 것. 350여 년 동안 대대로 이어져 온 교동법주는 최부잣집 뜰에 있는 우물물을 사용하는데, 100년 넘은 구기자나무 뿌리가 샘에 연결돼 있어 우물 물맛을 좋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동법주는 최부잣집에서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던 가양주로, 일반인들이 교동법주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단다.

경주 교동법주는 제조방법과 저장방법이 까다로운 만큼 오로지 경주 최부잣집에서만 양조 및 판매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방식으로 제조되는 경주 교동법주는 대량생산되는 경주법주와는 그 맛과 품질이 확연히 다르다. 경주에 가면, 꼭 한 번 이곳에 들러 최경씨로부터 경주 교동법주에 관련된 얘기도 듣고, 시인 박목월과 김소월도 즐겼다던 교동법주의 깊은 맛을 음미해보자. 가격은 3만원과 3만3,000원. 술은 똑같은 종류이며, 포장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난다. 택배로 주문이 가능하며, 이 경우에는 병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포장이 튼튼한 3만3,000원짜리만 주문이 가능하다. 054-772-5994

서기 2006년의 봄을 느끼다  보문단지


ⓒ 트래비

경주는 흔히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첨성대, 대릉원, 안압지, 불국사 등 수천 년 전 신라의 봄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과거’라면, 지금 서기 2006년의 봄을 느낄 수 있는 보문단지는 ‘현재’에 속하는 공간이다. 잔잔히 흐르는 보문호를 중심으로 호텔과 콘도를 비롯해 골프장, 테마파크, 자동차 야외극장 등이 자리하고 있는 보문단지는 분명 현대적인 공간이다. 테마파크인 경주월드의 회전 전망차와 현대적인 호텔들이 풍경으로 자리하는 보문단지는 경주의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보문호 풍경은 이른 아침도 좋고, 따사로운 대낮도 좋고, 어둠이 내리는 저녁도 좋다. 이른 아침이면 물안개 피어오르는 호수 주변으로 산책이나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대낮에는 호수에서 백조유람선이나 페달보트를 타는 사람들, 호수 주변에서 자전거나 소형 스쿠터 등을 타는 사람들이 있고, 저녁이면 서로 손을 잡고 아름다운 호반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벚꽃 흩날리는 계절이 되면 보문호의 아름다움은 극치를 이룬다. 

찾아가는 길     ‘보문단지’ 안내 표지판만 따라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버스 이용도 가능
관련 정보     백조유람선 이용료 성인 및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4인용 페달백조 이용료 30분 9,000원/ 자전거 이용료 1시간 3,000원 정도, 반나절 5,000원 정도(최성수기는 가격 변동)/ 스쿠터 이용료 30분 8,000원부터, 1시간 1만5,000원부터
                                                                                                

★ 4월의 경주는 즐겁다!

봄꽃들이 만발하는 4월이 되면 경주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 경주 시민들도 즐겁게 만드는 경주의 4월 축제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경주의 봄을 한껏 만끽할 수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을 꼼꼼히 챙겨 보자.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2006

‘경주 한국의 술과 떡 잔치 2006’ 행사가 4월15일부터 20일까지 경주황성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4월15일 개막행사에는 국악공연과 연예인 축하공연, 불꽃놀이 등이 진행되며, 다양한 떡과 술들이 실물로 전시된다. 또, 폐막식에는 ‘타임캡슐 술 담그기’ 행사가 진행되는데, 이때 담근 술을 1년간 보관하였다가 다음 행사 개막식에 술을 개봉하여 모든 축제 참가자들이 함께 축배를 든다는 계획이다. 전국 8대 명주 전시 등 다양한 전시행사와 함께 공연행사, 참여행사, 상설행사는 물론, 전국 창작 떡만들기 대회 등을 통해 일반인들이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술과 떡 잔치인 만큼 다양한 지방별 술과 떡 60종류 이상이 전시되어 시음, 시식, 판매한다. 물론, 경주 교동법주도 이 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행사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054-779-6396/ http://sulddeok.gyeongju.go.kr

문화예술 공연체험

4월이 되면 경주에서는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되는데,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보문단지 야외 상설 국악공연과 안압지 문화예술공연이다. 4월부터 11월까지 보문단지 야외 상설공연장에서 전통국악, 춤, 창무극, 판소리 등의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다. 봄나들이객들이 많이 찾는 4월과 5월에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상설 공연이 열린다. 공연 시간은 4월은 오후 2시~3시20분, 5월은 저녁 8시30분~9시20분까지. 관람객과 함께하는 국악 체험마당을 통해, 우리 전통악기와 가락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우천시에는 휴연한다. 054-740-7331~2

또,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안압지 경내에서는 안압지 문화예술공연이 열린다. 춤, 관현악, 대금합주와 같은 전통국악 외에도 퓨전음악과 대중가수 공연 등 공연 내용도 다양하다. 공연은 일반적으로 저녁 8시에 시작되나, 야간 날씨가 아직 쌀쌀한 4~5월과 10월에는 7시30분 정도부터 시작된다. 올해 안압지 문화예술공연은 4월22일부터 시작되며, 공연 시간은 1시간30분 정도. 054-779-6062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

올해로 벌써 15회째 수많은 사람들이 벚꽃이 흩날리는 천년고도 경주를 달린다. 해마다 이맘때쯤 경주에서 열리는 경주 벚꽃 마라톤 대회는 풀코스(42.195km), 하프코스(21.0975km), 10km 단축 코스, 5km 건강달리기 부문으로 구성된다.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는 경주시와 일본 스포츠 호치 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한국과 일본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회는 단순히 달리는 마라톤대회에서 벗어나 보문관광단지를 가득 메운 벚꽃나무들을 함께 감상하는 일명 ‘마라톤 관광’이다. 달리면서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의 특징이다. 경주 벚꽃 마라톤대회는 매년 봄 개최되며, 올해는 4월8일 개최됐다. www.cherrymarathon.com

경주야간 관광 - 아아~경주의 달밤이여!


ⓒ 트래비

경주의 봄은 아름답다. 경주의 밤도 아름답다. 봄꽃으로 뒤덮인 경주의 풍경이 다른 계절과는 다른 느낌을 주듯이 경주의 밤 풍경 역시 다른 느낌을 준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경주는 또 다른 변신을 꾀한다. 안압지(임해전지), 첨성대, 계림, 반월성, 대릉원 등지에 하나둘 조명이 켜지면 대낮의 웅장하고 고풍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신비로운 ‘경주의 달밤’ 분위기가 연출된다. 

특히 신라 문무왕 때 궁 안에 못을 파고 산을 만들어 화초와 나무를 심고 귀한 새와 기이한 짐승들을 길렀다고 전해지는 안압지의 야경이 일품인데, 달빛과 조명으로 빛나는 안압지의 풍경은 꿈속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안압지 야경의 백미는 바로 물 위에 재탄생하는 또 다른 안압지의 풍경. 조명빛과 달빛이 어우러져 물 위에 만들어내는 안압지 야경은 오묘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연인과 함께, 가족과 함께 달빛 흐르는 안압지를 걸어보라. 안압지를 내 정원인양 거닐면서 그 옛날 왕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첨성대와 반월성, 대릉원 등 경주의 유적지들을 낮에 둘러봤더라도 밤에 다시 한 번 가보자. 낮과 밤 풍경이 색다른 멋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매화나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유적지 야경은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데, 조명을 받아 묘한 빛을 만들어 내는 봄꽃에 취하지 않을 자 그 누가 있으랴.

>>즐겁게 배운다! 야간관광체험 소개

단순한 야경 감상만이 아니라 유적지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까지 곁들이고 싶다면 다양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자.

달빛 신라역사기행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음력보름을 전후한 토요일에 진행되는 ‘달빛 신라역사기행’은 대금 연주 소리가 청아하게 울리는 달밤에 환하게 백등을 들고 천년고도 경주를 돌아보는 낭만적인 역사기행이다. 문화유산해설사로부터 신라 역사 해설을 듣고 달빛 아래서 차 한 잔을  즐기며 국악공연을 감상하고 탑돌이와 강강술래를 통해 신라의 낭만을 한껏 즐길 수 있다.

올해 첫 달빛 신라역사기행은 4월15일 출발하며, 답사코스는 월성-월정교-최씨고택-계림-첨성대(탑돌이, 공연)이다. 기행시간은 대략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참가회비는 일반 1만5,000원, 회원 및 어린이 1만2,000원. 참가비에는 도시락, 교통비, 답사, 국악공연, 백등, 입장료 등이 포함된다. 다음 기행 일정은 5월13일이며, 코스는 월성-분황사-황룡사터(탑돌이, 공연). 이후 기행 일정은 6월10일, 7월8일, 8월5일, 8월12일, 9월9일, 10월7일이며, 매달 답사 코스는 조금씩 달라진다. 사전 예약 필수. 054-774-1950/ www.silla.or.kr

별빛 신라역사기행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그믐날을 전후한 토요일에 진행되는 ‘별빛 신라역사기행’은  유적지 야간조명 점등과 함께 아름다운 멋을 더하고 있는 경주 유적지들을 별빛 속에 거닐어 보는 역사기행이다. 아름다운 경주 유적지 야경과 함께 문화유산해설사로부터 유적지에 대한 전문적이고도 흥미로운 해설을 들을 수 있어 좋다. 뿐만 아니라, 안압지에서 차문화예절반이 준비한 차 한 잔과 함께 야간 공연까지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올해 첫 별빛 신라역사기행은 4월29일 시작되며, 코스는 노서리 고분군-대릉원-첨성대, 계림, 월성-안압지. 기행시간은 대략 오후 4시부터 밤 9시30분까지이며, 참가회비는 일반 1만5,000원, 회원 및 어린이 1만2,000원이다. 참가비에는 도시락, 교통비, 답사, 입장료, 공연관람 등이 포함돼 있다. 추후 행사 일정은 5월27일, 6월24일, 7월22일, 8월19일, 9월23일, 10월21일이다. 사전 예약 필수. 054-774-1950/ www.silla.or.kr

남산 달빛기행   ‘노천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유적을 보유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둘러보기에는 다소 어려웠던 경주 남산을 야간에 탐방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달 보름달이 뜨는 날을 전후로 하여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 남산 달빛기행은 달빛 아래서 경주 남산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는 특별한 코스다. 5월13일 저녁 7시30분에 모이며, 가는 장소는 약수골마애대불이다. 이날 월출 예상 시간은 저녁 7시33분50초. 참가비는 무료이며, 등산에 필요한 신발과 복장, 따뜻한 옷, 간단한 간식, 차나 음료 등을 준비하면 된다. 밤길 등산이라 노약자와 유아의 참가는 제한된다. 답사 코스는 매달 달라진다. 사전 예약 필수. 054-771-7142/ www.kjnamsan.org

글 = 김수진 기자 dreamer@traveltimes.co.kr
사진 = Travie writer 김원섭 gida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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