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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봄 Ⅱ 경주로 떠나는 '앙코르 수학여행'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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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수학여행 장소로 기억되는 경주. 불국사도 봤고 석굴암도 봤고 첨성대도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장난치며 슬쩍 둘러봤던 경주를 다시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그 시절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했던 수학여행 대신,
전국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경주로 ‘앙코르 수학여행’을 떠나 보자.



ⓒ 트래비

경주 시티투어를 택하다

‘경주를 빠른 시간 내에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올 3월3일부터 시작됐다는 ‘경주 시티투어’를 알게 됐다. 다양하고 알찬 내용으로 짜여진 경주 시티투어 일정을 보면서 “바로 이거야!”를 외쳤다. 경주 유적지 주요 코스들을 전문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제대로 돌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 트래비

보고 또 보고 싶은 불국사

꽃향기 날리는 길을 올라 불국사에 다다랐다. 자하문 계단 앞에 시티투어 참가자들을 세운 가이드가 “불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라고 묻는다. 불국사가 초행은 아니건만, 사실 석가탑, 다보탑 외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여러분이 서 계신 자하문 앞이 예전에는 연못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이 연못이었다는 게 믿기지가 않죠?” 청운교와 백운교 위로 자하문이 있고 그 너머로 대웅전이 있다. 연화교, 칠보교 위로는 안양문이 있고 그 너머로는 극락전이 있다. 대웅전으로 향하는 청운교와 백운교는 일반 신도들이 이용하는 계단이고, 연화교와 칠보교는 극락세계를 의미하는 극락전으로 향하는 곳이기 때문에 오로지 득도한 사람들만이 밟을 수 있는 계단이란다. 그 계단들을 밟고 불국사 경내로 오르고 싶었으나 청운·백운교, 연화·칠보교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일반인들의 통행이 금지된 지 이미 오래다.  

계단은 고이 모셔두고 계단 옆으로 돌아 경내에 들어서니 그 유명한 다보탑과 석가탑이 보인다. 처음도 아니건만 다보탑과 석가탑 앞에 서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꿋꿋이 그 자리를 지켜 온 탑과 그 탑을 탄생시킨 선인들의 손길에 감동을 느끼는 이가 나 혼자만은 아닌 듯했다. 다보탑과 석가탑의 위대함이야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앞에 서니 그 감동은 몇 배로 커졌다. 

어디 그뿐이랴. 대웅전, 무설전, 극락전, 비로전, 관음전 등 그 어느 곳 하나 위대하지 않은 곳이 없다. 불국사에서는 하물며 바닥에 놓여 있는 돌 하나도 쉬이 스쳐가서는 안 된다. 불국사에서 발견된 유물의 잔해들이 곳곳에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봐야 한다. 

관람시간  오전 7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2,000원
문의  054-746-9913/
www.bulguksa.or.kr

석굴암의 신비를 푼다  신라역사과학관

ⓒ 트래비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물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으나 석굴암과 첨성대 등의 신비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겉모습만 훑어볼 수밖에 없던 석굴암과 첨성대를 다양한 모형으로 재현해 놓고, 그 원리와 역사, 문제점 등을 전문 해설가가 설명해 준다. 특히 지하 전시실에는 석굴암의 내부 구조를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모형과 함께 각종 문헌, 사진자료, 설계도 등이 갖춰져 있어 석굴암의 신비에 한발 다가설 수 있다. 이곳에서 석굴암과 첨성대에 대해 공부를 하고 직접 실제를 본다면 그 감동과 관심이 훨씬 커질 것이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11월~2월), 오전 9시~오후 6시30분(3월~10월), 매주 목요일 휴관
입장료  일반 2,5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200원, 문의  054-745-4998/
www.sasm.or.kr

신라 대표 장군  김유신 장군 묘

묘 둘레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이 인상적이다. 십이지신상은 보통 갑옷을 입고 있는데 김유신 묘의 십이지신상은 특이하게 평복을 입고 있다. 묘 둘레를 돌며 십이지신상을 눈여겨보길. 주변에 소나무 숲이 울창했는데, 지난해 대형 산불로 모두 불타 버렸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3월~10월), 오전 9시~오후 5시(11월~2월), 입장료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

원효대사를 느낀다  분황사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건립됐으며, 고승 원효와 자장스님이 있었던 절이다. 원효는 이곳에서 ‘화엄경소’를 썼다. 지금은 분황사 석탑과 화쟁국사비, 우물과 당간지주 등이 남아있다. 큰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관람시간  오전 8시~오후 6시, 입장료  일반 1,3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
문의  054-746-9922

천년고도 경주를 한눈에 국립경주박물관

ⓒ 트래비

국립경주박물관은 천년고도 경주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성덕대왕 신종을 비롯해 경주와 주변 지역에서 수집한 10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3,000여 점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고고관, 안압지관, 미술관, 특별전시관, 어린이박물관, 야외전시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고관에는 선사시대부터 원삼국시대까지의 유물과 각종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등이 전시돼 있으며, 안압지관에는 안압지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3만여 점 유물 가운데 70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경주 유적지 곳곳을 탐방한 후 박물관을 돌아보면 그 유물 하나하나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매시 정각이 되면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성덕대왕 신종 소리다. 아쉬운 것은 직접 타종하는 소리가 아니라 녹음된 종소리라는 점. 그래도 매 시간 울리는 아름다운 종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관람시간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은 1시간 연장). 매표는 문 닫기 1시간 전까지만 가능. 5월에서 10월에는 매주 토요일마다 밤 9시까지 야간 개장. 매년 1월1일 및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은 무료. 18세 이하 청소년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무료 관람 가능    문의 054-740-7518/
http://gyeongju.museum.go.kr


하늘에는 별, 땅에는 첨성대

첨성대를 처음 보면 대부분 그 크기 때문에 한 번 놀란다. 대단히 커서 놀란다기보다는 아담한 크기 때문에. 첨성대는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해서 ‘귀엽다’는 느낌까지 든다. 국보를 놓고 귀엽다는 표현을 쓰는 게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첨성대는 정말 귀엽다. 30cm 높이의 돌 362개로 27단을 만들었다는 첨성대. 남쪽으로 작은 창이 나 있는데, 사람들이 올라갈 때 사다리를 걸었던 자리로 알려져 있다. 한쪽으로 조금 기운 듯한 모습에 걱정을 했는데 12단까지 내부에 흙이 가득 차 있어 아주 단단하단다. 특히, 신라역사과학관에서 첨성대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들은 후 첨성대를 찾는다면 그 감흥이 남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관람시간: 오전 9시~ 오후 9시
입장료: 일반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


신라 대표 고분 대릉원(천마총)

대릉원 고분 중 유일하게 일반인의 입장이 허용된다. 누구의 묘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1973년 발굴 과정에서 하늘을 나는 말이 그려진 말다래가 출토돼 ‘천마총’이라 불리고 있다. 천마총에서 발굴된 금관은 지금까지 출토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 트래비

관람시간: 오전 9시~ 오후 9시
입장료: 어른 1,500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600원
경주 시티투어에서 만난 사람들


>>옛 사람들은 이렇게 놀았다네~<<

특히 안압지관에는 나무배와 금동초심가위, 빗은 물론 ‘주령구(酒令具)’라는 재미난 나무놀이구가 발견됐다. 참나무를 깎아서 만든 주령구는 잔치에서 사용된 일종의 놀이도구로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14면의 주사위 모양으로 각 면에는 주령구를 굴린 사람에게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는 글이 새겨져 있다.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옛 사람들이 어떻게 놀았는지를 알 수 있어 재미있다. 

‘삼잔일거(三盞一去; 술 석 잔 한번에 마시기)’, ‘자장괴래만(自唱怪來晩; 괴래만이라는 노래 부르기)’, ‘중인타비(衆人打鼻;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추물막방(醜物莫放; 못 생긴 것을 버리지 않기)’, ‘금성작무(禁聲作舞; 소리 없이 춤추기)’, ‘공영시과(空詠詩過; 시 한 수 읊기)’, ‘곡비즉진(曲臂則盡; 팔을 구부린 채 다 마시기)’, ‘유범공과(有犯空過;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히 있기)’, ‘농명공과(弄面孔過; 얼굴 간질어도 꼼짝 않기)’, ‘월경일곡(月鏡一曲; 월경이란 노래 부르기)’, ‘자창자음(自唱自飮; 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 ‘양잔즉방(兩盞則放; 자기 술잔이 2잔이 되면 쏟아 버리기)’, ‘음진대소(飮盡大笑; 술 다 마시고 크게 웃기)’, ‘임의청가(任意請歌; 누구에게나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주령구의 내용들을 보니, 옛 사람들이 놀던 모습들이 상상이 가는 않는가?


>>경주 시티투어에서 만난 사람들<<
 
경주 시티투어가 좋은 또 하나 이유는 전국 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


ⓒ 트래비

1. 부산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는 친구들을 볼 겸 한국에 왔다는 젊은 미국인 부부. 서울이나 부산 같은 큰 도시보다는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경주가 좋다고. “특히 각 유적지마다 외국인들을 위한 무료 가이드 서비스가 있어 참 좋았어요.”

2. 혼자 한국을 여행 중이라는 중국계 영국인. 영국에서 혼자 한국까지 여행을 오게 된 동기가 궁금했는데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한국까지 오게 됐다”고. 서울을 여행하던 중 만난 한 한국인에게 경주에서 5일간 지낼 것이라고 얘기하자, 지루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단다. “하지만 경주가 너무 좋아서 5일도 부족할 것 같은데요. 여유롭게 경주를 돌아보고 싶어요”라는 그녀. 한국 배우 중에는 이병헌을 제일 좋아한다고.

3. 역시 혼자 여행 중인 일본인. 한국어를 공부 중이라며 더듬더듬 한국어를 구사한다. 직접 경주 시티투어 사무실까지 찾아가서 시티투어 신청을 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한단다. 지도 한 장 들고 열심히 찾아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배용준을 좋아한다며 중국계 영국인 아줌마와 함께 한국 드라마 이야기로 꽃을 피우기도. 한국 드라마가 인기는 인기인가 보다.

4.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시티투어에 동참하신 70대 할아버지. 충청도가 집인데, 진해에 사는 아들 집에 가는 길에 경주에 들르셨다. 하루 동안 경주를 가장 잘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경주 시티투어를 택하셨다. “아직까지 경주에 한 번도 못 와 봐서 죽기 전에 한 번 꼭 와 보고 싶더라구.”

5. 역시 혼자 2박3일 일정으로 경주를 찾았다는 30대 여성. 가끔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이번에는 오랜만의 나들이란다. 어디선가 꽃이 만발한 경주 사진을 보고 경주를 목적지로 택했다고. “경주는 초행인데, 참 좋네요.”

6. 친정인 포항에 왔다가 아이를 맡겨 놓고 경주에 들렀다는 30대 부부. 부인은 집이 포항이라 경주에 여러 차례 왔었는데, 남편은 서울 출신이라 경주에 와 본 적이 없단다. “남편이 꼭 한 번 경주에 와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7. 오붓하게 나들이 나온 부부. 경주 시티투어가 있어 하루 일정으로 온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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