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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여름 배낭여행 특집 ② Travie Writer 채지형, 임한나의 생생 세계일주 인터뷰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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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세계여행 중”

하루하루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이 아닌 잠깐의 달콤한 일탈을 꿈꾸는 소시민들에게 세계여행은 막연한 남의 얘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는가. 여기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두 여행자는 큰 용기를 내어 더 넓은 세계로 떠났다. 30대 여성이자 Travie writer라는 공통점을 가진 그녀들. 길 위에서 인생을 배운다는 21세기 노매드(nomad)의 흥미진진 세계일주 이야기를 들어 봤다.

“왜 진작에 떠나지 않았을까?” ㅣ Travie writer 채지형씨 인터뷰

Travie writer 채지형씨. 그녀는 잘 나가는 베테랑 기자로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습니다. 현재도 트래비의 블로그면을 통해 아프리카, 남미 등 그녀의 생생한 여행 스토리가 공개되고 있어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그녀의 세계일주! 그 여행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고요? 


ⓒ트래비

세계일주 기간은 어느 정도였는지? 

채(채지형): 1년, 참 짧다. 2005년 4월3월에 출발해서 지난 3월말에 돌아왔다. 360일 정도 길에서 헤맸다.

여행 계획과 예산 경비는? 또 여행경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 

채 : 여행 계획은 1년. 아프리카와 지중해, 중동, 중남미를 돌면서 그곳의 공기를 흠뻑 맡아 보는 것이 목표였다. 전체 예산 경비는 2,500만원~3,000만원 정도. 비행기표 500만원에 하루 생활비 약 5만원, 예비비 약 500만원으로 잡았다. 돌아와서 보니 3,000만원 정도 들었다. 여행경비는 세계일주를 위해 부어놓은 적금으로 충당했다. 
 
세계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채 : 세계일주는 오랫동안 꿈이었다. 올해 떠나지 않으면 그저 꿈으로 끝날 것만 같은 절박감이 들었고 세계일주를 하지 않고서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올해 4월 가방을 꾸리게 됐다.

여행에 특별한 테마나 주제가 있다면? 

채 : 다소 무책임해 보이지만 테마나 주제는 없었다. 굳이 들라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엽서 보내기’ 같은 거? 엽서가 얼마나 일상을 사는 데 엔도르핀을 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엽서 쓰는 날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엽서를 띄웠다. 물론 마음만큼 많이 보내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인형 모으기. 워낙 좋아하는 작업이라 마지막까지 잘 실천했다.

세계여행 중 기억에 남는 친구, 에피소드가 있다면?

채 :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좋았던 기억은 조건 없이 따뜻함을 선사하던 이들과 열정적인 사람을 만났을 때였다. 시리아 시골 마을에서 만난 할어버지. 당신은 낡은 옷에 부족한 음식으로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먼 길 떠난다고 구석에 고이 숨겨 둔 싸구려 초콜렛 하나를 내 두 손에 꼬옥 쥐어 주었다. 또 이집트 카이로에서 선무를 볼 때 주인공보다도 더 빛나던 연주자가 있었다. 바로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던 할아버지. 자신의 연주에 스스로 푹 빠져서 행복해하며 열정적으로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던 그분을 보며, 어떤 유명 연주자보다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나만의 세계여행 노하우라면? 

채 : 뻔뻔스러움! 여행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나름대로 스스로 뻔뻔스럽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더 뻔뻔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든다.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새로운 역사를 마주침에 있어서, 생경한 문화를 체험하는 데 있어서 뻔뻔스러움은 꼭 필요하다. 두 번째는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 현지인들이든 여행자들이든 친구가 되고 난 후에, 내가 찍은 사진을 인화해서 그 뒷면에 짤막한 메시지를 써서 그들에게 줬다. 친구들이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에 별거 아니지만 작은 것이라도 마음을 전하며 여행하면 더 행복해진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채 : 나미비아의 듄45. 왼쪽에서는 달이 지고 오른쪽에서는 해가 뜨는 장엄한 광경이 새삼스럽게 인생을 생각하고 존재를 생각할 만큼 아름다웠다. 또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아일랜드는 진정한 파라다이스였다. 마지막으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마음속까지 다 비춰 버릴 것 같은 우유니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

최악의 여행지?

채 : 케냐 나이로비와 에콰도르의 쿠엔카. 두 곳 모두 시내 한복판에서 강도를 당했기 때문.

 여행중 가장 어려운 시기는 언제였으며 어떻게 그 시기를 극복했는지. 

채 :위기는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슬럼프, 한 번은 강도를 당한 후 두려움 때문에. 여행을 시작한 지 네 달이 넘어가면서 하루하루가 평범한 일상처럼 느껴졌다. 하루하루 맞는 새로움이 부담스러울 때, 그리고 그 새로움이 평범함으로 변했을 때 참기 힘들었다. 어떻게 극복했냐고? 그냥 쉬었다. 좋은 숙소에서 자고 맛있는 거 먹고 아무것도 안하고 일주일 정도 게으르게 있었더니 다시 돌아왔다. 여행도 역시 리듬을 타는 거였다.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말 것! 이것이 중요하다. 또 혼자 여행하면서 강도를 당했을 때는, 집이 너무나 그리웠다. 며칠간 두통에 괴로워했는데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며 시간이 지나니 마음도 풀렸다.  
 
세계여행을 희망하지만 용기가 없거나 여건이 안 돼 결심을 못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채 : 나 같은 경우에는 서울에서의 일도 생활도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오히려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일주를 떠나게 된 것은, 나에게 세계일주는 오랫동안의 꿈이자 통과의례였기 때문이다. 세계일주를 하지 않으면 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막상 떠나고 보니, 왜 진작에 안 떠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이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 

채 : 여행은 나를 끊임없이 흐르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그었던 선들을 지우고 갇혀 있던 생각을 풀어 준다. 무엇보다도 여행할 때 절절하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길은 나에게 가장 큰 스승이다. 여행이 없는 삶이란 멈춰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세계일주,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 ㅣ Travie writer 임한나 

임한나씨는 제 1회 트래비스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트래비 라이터로 활약하기 바로 전 세계일주를 떠났습니다. 세계일주를 마음먹게 된 여행마니아의 여행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 인터뷰는 임한나씨가 8개월간의 동남아 일주를 마치고 미국 여행을 하고 있던 2005년 11월 10일을 전후해 이뤄졌음을 밝힙니다. 


ⓒ트래비

어떤 루트의 세계일주를 진행하고 있는가? 

한나(임한나): 원월드가 아니라 특별히 루트라는 것이 없다. 큰 그림을 그려 놓고 그냥 맘 가는대로 간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귀가 얇아 루트가 너무 자주 바뀐다.

세계일주  여행에 특별한 테마나 주제가 있는가? 

한나(임한나): 기본적으로 큰 테마는 사람 구경, 애완동물 및 각종(?) 동물 구경, 스쿠버 다이빙, 먹거리다.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나만의 세계여행 노하우라면? 

한나(임한나):  ‘여유’. 여행이 길어지다 보면 쉽게 몸이 지치는데 여유를 잃게 되면 여행이 힘들어진다. ‘오픈마인드’. 세상의 신기한 모든 새로운 것들 속에서 좀더 깊숙이, 좀더 가까이 다가가 느끼려면 오픈마인드는 필수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전체 인생을 두고 봤을 때 언제 이렇게 2년여간의 긴 휴가를 가질 수가 있을까. 주어진 이 시간을 최대한 즐기려 노력하는 자세는 어떤 책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나만의 특별한 노하우라고 할 수가…있나 없나… 없는 거 같다. ^^;;

지금까지 여행했던 곳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한나(임한나):  필리핀 아포 섬은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베스트 중 베스트다. 물론 내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다이버이기 때문에 이곳에 더 큰 점수를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고의 일몰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의 시파단 섬. 단지 스노클링만으로도 수많은 바다거북이들을 볼 수 있다. 그림 같은 하늘과 바다로는 미국 세콰이어 국립공원만한 곳이 없다. 2,700년에서 3,000년이나 된 하늘과 닿는 나무들이 울창한 곳이다. 애초에 너무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감동이 두 배였다.

동화속에 나올 법한 눈덮인산과 호수들이 있는 세계 최고의 절경이 있는 남미의 파타고니아 지방. 10시간 넘는 힘든 산행으로 몸은 피곤했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또 갈라파고스 섬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각기 다른 특색이 있는 13개의 큰 섬을 돌며 인간을 전혀 두려워 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동물들과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정말 독특한 자연환경을 봤다. 갈라파고스 펭귄과 갈라파고스 물개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고 독특한 얼굴의 이구아나들, 각종 새들이 있는 곳.

최악의 여행지는 어디이며 또 그 이유는? 

한나(임한나): LA. 9.11의 여파로 공항 출입국 심사가 너~무 번거롭다. 못된 택시기사 때문에 얼떨결에 한 바퀴나 돌았던 할렘가의 기억도 구리구리하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다양한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곳. 첫 번째 방문에서는 동행자가 카메라를 잃어버렸다. 두 번째 방문 때는 공항에서 지갑을 도난당했다. 그리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도네시아 산불의 영향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는 스모그과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모습이란….

 여행 중 가장 어려운 시기는 언제 어디서였으며 어떻게 그 시기를 극복했는가. 

한나(임한나):  파타고니아에서 산행을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푹 쉬는 기간을 가졌지만 여행의 일정 중 거의 마지막에 조금 무리한 스케줄을 가졌다. 18시간 버스를 타고 이과수 폭포를 본 뒤에 쉬는 시간 없이 바로 24시간 버스를 타고 바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했다. 물론 카니발을 좀 더 많이 즐기려는 이유로 무리를 하긴 했었는데 리우에 도착하자 마자 몸살이 심하게 나서 정작 리우에서는 아무것도 못할 정도였다.  여행 중 몸이 아플 때가 가장 힘들어 진다.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그렇게 원하던 장소에 와도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고 만다. 더 무리하면 밤새 진행되는 스페셜 그룹의 퍼레이드 마저 못 볼 거 같아 아예 욕심을 버리고 계획한 것들을 하지 않고 푹 쉬어버렸다. 덕분에 리우에서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였던 삼바드롬에서의 퍼레이드 보기 하나는 건진 셈이다.

세계여행을 희망하는 트래비 독자에게 한마디. 

한나(임한나):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직 ‘떠날 수 있는 용기’뿐이다. 다들 세계일주 하면 부러워하지만 필요한 건 간단히 딱 세 가지다. 시간, 돈, 용기.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용기’가 아닐까. 시간은 ‘긴 인생’ 중 1년 정도의 기간만 비우면 되고 경비는 벌려고 노력하면 된다. 정작 필요한 건 그 긴 시간과 돈을 여행에 쓰겠다는 용기, 미지의 세계에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다. 용기가 없다면 돈이 많건 시간이 많건 아니면 둘 다 다 갖추고 있어도 떠날 수 없으니까. 막상 닥치고 보면 별거 아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세계여행 다녀와서 뭘 하고 싶은가? 
(독자들은 보다 현실적으로 다녀와서 뭘 해 먹고 살려고 하나를 궁금해할 것 같다)

한나(임한나): 꿈 많은 십대도 아닌데 나이에 3자가 들어가고 보니 이상하게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졌다. 여행이 끝나면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세계 최고의 스쿠버 다이빙 포인트를 최적의 시기에 방문하는 실속형 다이빙 투어 회사도 운영하고 싶다(사실 나의 세계일주 중간 지점인 2006년 4월 첫 스타트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최고의 신혼 여행지를 1년 이상 세계일주를 다녀온 사람들을 스탭으로 구성해 최고의 허니문 여행사도 해보고 싶다(나이가 나이다 보니 허니문 지역에 관심이 있다). 

세계일주를 모티브로 내 아이가 6, 7살에 볼 동화책도 써 보고 싶고 여행중 만난 강아지와 고양이 및 기타 동물들에 관한 짧은 사진 에세이집도 내고 싶다. 또 2년여간의 장기여행 경험 노하우를 총 집대성(?)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리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여행의 기술’에 관한 책도 써 보고 싶고 나이가 좀더 들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서울과 서울 근방에 실속 있고 저렴한 도보여행 및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좀 나이가 들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세계일주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 카페 안에 들어오면 세계 곳곳의 사진집을 볼 수 있고 가이드북이나 관련 서적들을 복사할 수 있고 인터넷으로 정보도 얻고 매주 여행전문가들의 세미나도 들을 수 있고 각 대륙별로 여행 전 스터디도 할 수 있고. 반복된 일상 속에 있는 사람들이 카페에 방문한 것 자체만으로도 세계일주 기분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당신이 여행에 집착(?)하는 이유와 자신에게 있어 여행의 의미는? 

한나(임한나):올해로 딱 나이 서른이다. 세계일주는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 온 나에게 주는 좀 비싸고 좀 큰 서른 살 생일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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