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 scene ① 역사의 도시, 로마를 가다 "
"이탈리아 로마 - scene ① 역사의 도시, 로마를 가다 "
  • 트래비
  • 승인 2006.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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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 언제나 여행객들이 가고 싶어하는 여행지로 손꼽히는 로마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이상향과 같은 곳이다. 로마라는 도시 자체가 주는 이미지만으로도 강한데,
전설적인 영화 <로마의 휴일>이 더해지면 그 느낌은 한결 강렬해진다. 낯선 도시에서 미지의 연인과의 사랑!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이런 사랑이 로마에서는 가능할 것만 같다.


ⓒ트래비

오랜 세월 동안 세계의 중심지였던 로마는 그 이름만큼이나 도시 곳곳에 값을 매길 수 없는 역사적 유적지가 널려 있다. 아니 도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유적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로마 시민들은 한 나라의 국민이라기보다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역사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도시가 커서 한걸음에 유적지를 둘러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도심을 천천히 걸으며 시간의 벽을 넘어서 보는 것도 괜찮은 여행 방법이다. 

로마 여행은 주로 로마의 중앙역인 테르미니 역에서 출발한다. 역을 나와 왼편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로마의 상징과도 같은 ‘콜로세움’이 둘레 527m에 이르는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며 광장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배경이 됐던 콜로세움은 그 옛날 오락으로 자행된 피의 살육이 있던 곳이다. 생명을 담보로 한 검투사들의 싸움, 인간과 맹수의 죽음을 건 사투, 장내에 물을 채워 놓고 펼쳐졌던 모의해전 등 오락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생명이 이곳에 묻혔다. 지금도 한켠에서 흥분에 겨운 관중의 함성이 떠도는 가운데, 콜로세움은 신기하리만치 고요하다. 콜로세움은 5만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등급에 따라 다르게 설치된 좌석은 4층에 걸쳐 펼쳐져 있고, 맹수를 가두어 두거나 여러 가지 기구를 두었던 지하창고가 훤히 드러나 보인다. 경기가 펼쳐지던 운동장은 볼 수가 없다. 


ⓒ트래비

1. 빅토르 엠마뉴엘 기념관의 다양한 조각과 전경
2. 콜로세움 내부. 경기장 밑면과 관중석이 보인다.
3. 산파에트로 광장에서 바라본 성베드로 성당


콜로세움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유력하다. 한 가지는 거대한 건물(콜로사레)이라는 의미이고, 다른 한 가지는 경기장 옆에 있었던 높이 30m의 금도금 상(콜로소)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현재는 후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콘스탄틴 대제 개선문을 지나 테베르 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캄피돌리오 언덕으로 올라가는 대로가 보인다. 로마제국 붕괴 이후 폐허화되었던 이곳은, 16세기에 들어서 미켈란젤로에 의해 광장과 시 의사당 등이 들어서면서 재건되었다. 캄피돌리오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닥에 수놓아진 기하학적인 무늬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향연이다. 비록 그 거대함으로 인해 한눈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발밑으로 펼쳐진 무늬를 따라 시선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 거대한 미술작품의 맛을 음미하기에는 충분하다. 

해발 59m의 언덕답게 시청사를 돌아서면 광활한 넓은 대지 위로 ‘포로 로마노(Foro Romano)’가 파노라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사실 포로 로마노는 콜로세움에서 바로 진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캄피돌리오 광장에 설치된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포로 로마노의 장관은 세월에 묻혀졌던 포로 로마노의 거대함을 느끼기에 가장 완벽하다. 로마제국의 발전부터 번영, 그리고 멸망에 이르기까지 총 2,500년간 로마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했던 포로 로마노. ‘포로(Foro)’라는 뜻은 공공광장이라는 의미로, 이곳에서는 정치, 경제, 종교 등 시민생활에 필요한 기관들이 밀집해 있었다. 바실리카 에밀리아, 시저 신전, 원로원, 베스타 신전, 로물루스 신전 등 그 이름만으로도 찬란했던 로마의 옛 모습을 떠오르게 만드는 이 유적지들은 그 터와 몇 개의 앙상한 기둥만으로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한다. 강하게 내리쬐는 한여름 햇살을 가려 줄 그늘이 없을 만큼 황량한 포로 로마노의 길을 걷고 있자니 세월이 무상하다. 아름다운 로마에서 잠시나마 애절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도시 안의 작지만 거대한 국가 ‘바티칸 시국’


ⓒ트래비

1. 빅토르 엠마뉴엘 기념관을 지키는 병사와 조각상. 이탈리아 초대왕인 빅토르 엠마뉴엘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으로 1885년에 착공해 1911년에 완공했다.
2. 빅토르 엠마뉴엘의 야경
3. 로마의 기원인 로물루스 형제가 늑대의 젖을 먹는 장면을 묘사한 조각. 형인 로물루스는 훗날 동생 레무스를 죽이고 자신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을 '로마'로 정했다.

로마에는 도시 안에 숨어 있는 유적지 외에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 있다. 도시 안의 작은 국가, 하지만 전세계 가톨릭 교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이 다스리는 나라. 바로 바티칸 시국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작은 독립자치국가인 바티칸은 가톨릭의 총본산이라는 성스러운 의미 외에도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라파엘로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바티칸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교황의 따스한 품처럼 느껴지는 성 베드로 광장 앞에 서게 된다. 광장 앞에 흰색 선이 그어져 있는데 이 선이 이탈리아와 바티칸의 경계를 나타내는 국경선이다. 로마에는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크고 작은 공간들이 있지만, 성 베드로 광장이야말로 광장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가장 충실한 장소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광장 한가운데는 여행객들의 지친 심신을 달래듯 분수가 물줄기를 뿜어 내고 그 너머에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그 웅장함과 성당 내를 가득 메운 화려한 장식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미켈란젤로의 3대 조각 가운데 하나인 ‘피에타’상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피에타지만 시공간을 초월하여 대작에서 전해지는 아우라는 이곳을 방문한 여행객들을 감동시키기에 모자람이 없다. 피에타와 함께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성 베드로 성당 옆에 위치한 바티칸 박물관 내 시스티나 성당에 있다. 

ⓒ트래비/▼미켈란젤로가 디자인한 근위병 복장 

이곳에 들어서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바로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를 보기 위해서다. 이 천장화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주제들로 그려진 작품들로 우리가 미술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아담의 창조’도 이 작품의 한 대목이다. 천장화라는 특성상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작업을 해야만 했기에 4년여에 걸친 작업 기간이 끝나고 미켈란젤로는 목과 눈에 이상이 생겼다고 한다. 시스티나 성당 외 다른 곳에도 이 천재 작가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있는데, 바로 이곳 근위병인 스위스 용병들의 화려한 복장이다. 이 복장 역시 바로 그의 손에 의해 디자인되었다. 원색의 배합으로 약간은 화려하다 싶은 용병들의 제복이 수세기 전에 디자인되어졌다는 사실이 믿기 힘들지만, 그가 남긴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천재성을 감안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란 생각이 든다.

로마의 또 다른 매력, 야경투어


ⓒ트래비

1. 바티칸시티의 산피에트로 광장을 둘러싼 원주들
3.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주는 여행객


한낮의 더위가 지나가면 로마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며 낮과는 다른 시간이 연출된다. 문화유적지가 많은 로마에선 각 유적지마다 야간조명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 어느 도시보다 조명이 화려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조명에 비추인 유적지들은 낮과는 다른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사실 로마를 낮에 둘러보는 것은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성수기인 여름철, 그것도 도시의 지열이 이글이글한 한낮의 더위는 이 도시의 낭만을 느끼기 전에 여행객들을 지치게 한다. 현지인들조차 ‘씨에스타(낮잠)’로 피하는 로마의 더위는 여행객들에겐 분명 부담스럽다. 그래서일까? 해질녘이 되면 도시는 다시 한번 활기를 띤다. 거리마다 여행객들과 현지인들이 같이 호흡을 하고, 유적지에는 밤이 늦은 시간까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각 유적지마다 설치되어 있는 조명들은 낮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선사하고, 밤이 주는 특유의 낭만적인 기운이 도시 전체에 퍼진다. 

관광 상품에도 로마 야경투어가 있을 정도로 로마의 밤은 아름답다. 특히나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바티칸이 보여 주는 야경과 밤의 낭만은 시간의 흐름이 그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다. 트레비 분수 한켠이나 스페인 광장 계단에 앉아 밤이 주는 포근함에 빠져보자. 여행에 다소 지쳤던 심신을 조금은 위로할 수 있는 바로 이 맛에 어쩌면 로마를 떠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유럽 순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는 어디입니까?”(그레고리 펙, 기자)
“로마, 바로 로마입니다.”(오드리 헵번)
-영화 <로마의 휴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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