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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사랑 여행법, 사라왁에서 출발

거침없는 생명력을 품은 사라왁

  • Editor. 손고은 기자
  • 입력 2021.12.24 08:20
  • 수정 2022.05.25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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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왁 강 ⓒSutterstock
사라왁 강 ⓒSutterstock

아마존에 이어 지구의 두 번째 허파라고도 불리는 사라왁(Sarawak). 거대한 원시 열대림 속에서 살고 있는 독특한 동식물과 다양한 부족들이 만든 풍경이 모험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넓은 주로 보르네오(Borneo) 섬의 남서부에 자리한 사라왁은 자연과 현대 문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말레이시아 사람들도 살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말레이시아를 여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장기체류비자를 소지한 외국인만 출입국이 가능하며 비필수목적인 관광 목적으로는 입국이 불가한 상태다. 또 11월30일부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평가될 때까지 코로나19 엔데믹 단계로의 전환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고 출입국 방역 수칙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한 일보 후퇴라고 생각하자. 오늘도 거침없는 생명력을 품고 있는 사라왁의 국립공원을 일단 저장해두시길.
 

구눙 물루 국립공원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구눙 물루 국립공원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상상 그 이상의 동굴
구눙 물루 국립공원(Gunug Mulu National Park)


장엄하고도 위대하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구눙 물루 국립공원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탐미할 수 있는 곳이다. 물루산(Gunung Mulu, 2,377m)과 아피산(Gunung Api, 1,750m)을 포함하고 있으며, 태고의 역사를 간직한 대자연이 펼쳐진다. 구눙 물루 국립공원의 동굴들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거대하다. 그중에서도 사슴 동굴(Deer Cave)에는 수많은 박쥐들이 서식하는데, 오후 5~7시쯤이 되면 동굴 안에서 잠들어 있던 박쥐 떼들이 먹이를 찾아 밖으로 날아오르는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박쥐 떼의 힘찬 비행은 사라왁 야생동물 관찰 중 최고의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피나클 ⓒSutterstock
피나클 ⓒSutterstock

사슴 동굴, 전체 길이가 100km 이상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바람 동굴(Wind Cave)과 클리어워터 동굴(Clearwater Cave), 램 동굴(Lang’s Cave)까지 포함해 4개 동굴을 쇼 케이브(Show Caves)라고 부르는데, 모두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고 산책로가 잘 정비된 동굴로 꼽힌다. 아피산 정상을 오르는 피나클 트레일(Pinnacle Trail)은 왕복 약 3일이 소요되는데, 칼 모양의 석회암이 수십 개나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초보자라면 라강스 동굴(Lagangs Cave)을 추천한다.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습한 열대 기후에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푹 젖고, 마침내 마주한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걸어도 걸어도 끝이 나오지 않는 깊은 세계가 펼쳐진다.
 

바코 국립공원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바코 국립공원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긴코원숭이를 품은 숲
바코 국립공원(Bako National Park)


국립공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바다와 육지의 미묘한 경계에 숲을 이루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들. 해변에 뿌리를 내린 맹그로브 나무는 물을 정화해 주고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긴코원숭이(proboscis monkey)에게 집과 먹이를 제공하는 중요한 나무다. 바코 국립공원은 오랜 세월의 침식에 의해 빚어진 곶과 바다가 역동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곳으로, 1957년 사라왁 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관광 명소다. 지금은 현지인들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는 곳이 됐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뱀처럼 머리를 쳐든 기암괴석도 찾아볼 수 있다. 광대한 열대 원생림 속, 도감에서나 접했던 각양각색의 동식물의 등장이 신기하고 반갑기만 하다.

니아 국립공원 ⓒSutterstock
니아 국립공원 ⓒSutterstock

●정글을 거닐다
니아 국립공원(Niah National Park)


자연 속에서 오랜 인류의 흔적을 만날 때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피어오른다. 아득한 시간이 감히 실감이 나지 않아서 일까. 사라왁 주의 미리(Miri)에서 남쪽으로 약 110km 내려가면 울창한 니아 국립공원을 만나게 된다. 공원 사무소에서 출발해 늪지와 숲을 지나 3km 걸어가면 석회암이 고스란히 드러난 산기슭 아래 그레이트 동굴(Great Cave)이 나온다. 그려진 지 무려 1,000년도 더 지난 벽화가 남아있는 페인티드 동굴(Painted Cave)과 400m의 석회암을 오르는 등산로,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바투 니아(Batu Niah) 거리까지, 정글 트레킹의 정석이 여기 있다.

람비르 힐스 ⓒSutterstock
람비르 힐스 ⓒSutterstock

●희귀한 생명을 만나는 시간
람비르 힐스 국립 공원(Lambir Hills National Park)


생명의 보고로 탐험을 떠나볼까? 미리(Miri) 남서쪽에 위치한 람비르 힐스는 1975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미리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도심과 가깝지만 다양한 동식물이 자생하는 신비로운 터전이다. 저지대에서는 양치식물, 육생 난초 등을 만날 수 있으며, 조금씩 위로 올라가다 보면 다양한 관목과 식충식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에는 157종의 조류와 멧돼지, 보르네오 긴팔원숭이와 같은 희귀한 야생 동물도 서식해 조류나 야생동물 관찰에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쿠칭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쿠칭 ⓒ말레이시아 사라왁 관광청

▶에코 투어리즘의 중심, 사라왁
말레이시아관광청 샤하루딘 야햐(Shaharuddin Yahya) 서울사무소 소장

최근 많은 여행자들이 여행지나 여행 방법을 결정할 때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는 한다. 사라왁은 말레이시아에서 최초로 전 세계 도시 지속가능성 협의체인 글로벌 목적지 지속가능성 지수(Global Destination Sustainability Index, GDS-Index)에 가입하고, 2030년까지 최고의 에코 투어리즘 및 에코 이벤트 여행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왁은 친환경 여행자들에게 이상적인 목적지임이 분명하다.

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샤하루딘 야햐 소장 ⓒ말레이시아관광청

사라왁을 여행하기로 했다면 본격적인 자연 탐험에 앞서 사라왁의 주도, 쿠칭(Kuching)을 가장 먼저 방문해보길 권한다. 특히 쿠칭을 가로질러 흐르는 사라왁 강변의 쿠칭 워터 프론트(Kuching Waterfront)는 쿠칭의 대표 명소이자 중심지로, 쿠칭 시민들의 정겨운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해질녘부터 저녁까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산책하기 좋다.

쿠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안나 라이스 롱하우스(Annah Rais Longhouse)도 찾아가 볼만 하다. 이곳은 말레이시아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비다유(Bidayuh) 족이 거주하고 있는 마을로, 대나무로 만든 건축물을 수백 년째 유지하고 있다. 비다유 족은 사라왁 주 인구의 8%를 차지하는 내륙의 다약(Land Dayaks)족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백 년 된 롱하우스에 거주하며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삶의 양식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글 손고은 기자, 사진 트래비(Travie), 자료제공 한-아세안센터 (ASEAN-Korea Centre) 말레이시아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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