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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바다, 에히메현

  • Editor. 한진아 
  • 입력 2021.12.27 11:02
  • 수정 2022.05.2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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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히메라는 이름은 일본 역사서 <고사기(古事記)>에 나오는 아름다운 에히메 여신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예쁜 이름처럼 풍요로운 자연과 온화한 풍광이 특징이다. 특히, 일본의 에게해로 불리는 세토내해(瀬戸内海)를 끼고 있어 바다 풍경이 흔한 일본에서도 바다 경치로 유명하다. 도쿄, 오사카 같은 대도시에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소도시의 매력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다를 건너는
시마나미 사이클링


에히메현을 방문하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1순위는 시마나미 해도(しまなみ海道). 해도라는 표현 그대로 에히메현의 이마바리(今治)와 히로시마현의 오노미치(尾道) 사이에 떠 있는 6개의 섬을 징검다리처럼 이어놓은 해상도로다.

시마나미 해도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 라이더도 문제없다
시마나미 해도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초보 라이더도 문제없다

점점이 섬을 이어 바다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가 약 60㎞(사이클링코스는 70㎞)에 달한다. 그 풍광을 마주하면 자연스레 걷고 달리고 싶어진다. 자전거도 마찬가지. 시마나미 사이클링은 2014년에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자전거여행 코스’에 꼽힐 정도로 유명세가 자자하다.

시마나미 사이클링은 코스도 다양하게 짤 수 있다. 70km를 완주하지 않고 중간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고, 중간에 섬으로 내려가서 섬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빼어난 풍광으로 유명한 세토내해의 섬들은 뉴욕타임스가 2019년에 ‘꼭 가봐야 하는 세계명소 52곳’을 선정하면서 일본 중에서 유일하게 꼽은 곳이기도 하다.

사이클링 전문가가 아니어도 코스 곳곳에 자전거 대여 터미널이 있어 누구나 체험할 수 있고 빌린 곳과 다른 곳에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다. 찾는 이가 많지만 보행자 도로와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돼 있어 쾌적하게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다.
 
선라이즈 이토야마 자전거 대여
대여 비용: 성인 기본 2,000엔, 전동 자전거 4,000엔부터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해산물 바비큐


일본에서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 미치노에키(道の駅)를 흔히 만나게 된다. 미치노에키는 그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휴식 시설이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나 일반도로에 있기 때문에 국도 휴게소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미치노에키 요미우시 이키이키관

일본에는 미치노에키가 정말 많은데 지역마다 그 특색을 살린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그 차이를 경험하는 것도 재미있다. 요시우미 이키이키관은 바다 옆이라는 이점을 살려 싱싱한 해산물을 주로 판매한다. 해산물을 직접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바비큐 텐트가 마련되어 있고 이키이키관에서 조개, 오징어, 새우 등 직접 해산물을 골라다가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신선한 해산물이 바다 풍경과 어울리니 맛도 멋도 모두 만족일 수밖에 없다.

 

●구마 겐고(隈研吾)가 설계한
파노라마 전망대


더 멋진 풍광이 욕심난다면 기로산 전망공원(亀老山展望公園)으로 가면 된다. 기로산 정상에 있는 파노라마 전망대로 일본의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가 설계한 작품이다. 자연을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계한다는 구마 겐고 건축물의 특징에 걸맞게 화려하거나 과하지 않으면서도 자연과 어우러지는 풍경을 선사한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세토내해 풍경이 360도로 펼쳐지고, 멀리 시마나미 해도까지 한눈에 들어와 마치 거대한 풍경화를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시마나미 해도는 해외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인기인 사이클링 코스
시마나미 해도는 해외에서도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인기인 사이클링 코스

●알프스를 떠올리게 하는
시코쿠 카르스트


에히메현과 고치현의 경계에 시코쿠 카르스트가 있다. 시코쿠 카르스트의 동쪽에는 하얀 석회암과 푸른 풀밭의 풍경이 마치 알프스와 같은 ‘메즈루다이라(姫鶴平)’라는 곳이 있는데 봄에서 가을 사이에는 한가로이 풀을 먹는 소 떼를 볼 수 있다. 해발 1,000m 이상의 높이에 자리한 시코쿠 카르스트에서는 날이 맑으면 저 멀리 태평양까지도 내다볼 수 있고 캠프장도 있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캠핑카나 텐트를 가지고 찾아온다.

시코쿠 카르스트에서는 사이클링, 캠핑 등 온몸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시코쿠 카르스트에서는 사이클링, 캠핑 등 온몸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시코쿠 카르스트는 자전거로 돌아볼 수도 있다. 크로스 자전거나 전동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데, 적은 체력으로 멀리 돌아보려면 전동 자전거를 추천한다. 오래 타지 않고 분위기만 즐기고 싶다면 500엔으로 15분만 빌려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시코쿠 카르스트 전동 자전거 대여
비용: 15분 500엔, 2시간 2,500엔, 하루 요금 6,000엔


●에히메현보다 유명한
도고온천


마쓰야마의 도고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다. 무려 3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긴 역사만큼 그 일대는 마치 옛 마을을 여행하는 듯하다. 눈앞에서 전철이 지나는 풍경을 볼 수 있는 작고 아담한 도고온천역,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는 오래된 감성의 스타벅스, 낮은 건물들까지 레트로한 감성이 풍부하다.

도고온천은 역사도 역사지만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봇짱(도련님)’의 배경지로도 유명하다.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도고온천 곳곳에는 지금도 소설 인물과 관련된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다.

오래된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는 도고온천역 앞의 시계탑
오래된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는 도고온천역 앞의 시계탑

먼저 역 앞에 있는 ‘봇짱 가라쿠리 시계탑(坊っちゃんからくり時計)’은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정각이 되면 음악과 함께 탑 안에서 소설 ‘봇짱’의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주말 및 공휴일은 30분마다 등장) 시계탑 옆에는 무료 족욕탕도 마련되어 있다. 그리고 ‘봇짱당고(坊ちゃん団子)’. 이 3색 경단은 실제로 소설 속에도 등장하기 때문에 도고온천에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증기기관차 ‘봇짱열차’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오래된 증기기관차 ‘봇짱열차’

도고온천역 앞에는 ‘봇짱열차(坊っちゃん列車)’도 정차해 있다. 이 열차의 모델이 된 초기 차량은 1888년에 이요철도가 운행했던 증기기관차인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봇짱(도련님)이 열차를 탄 것이 이름의 유래가 되어 그때부터 봇짱열차로 불리게 되었다. 그 후 약 60년 이상 운행 후 증기기관차의 쇠퇴와 함께 은퇴했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 2001년 10월에 다시 재개하게 되었다. 지금은 환경문제를 고려해 디젤엔진으로 움직인다.

도고온천을 대표하는 풍경으로는 온천가 중심에 있는 도고온천 본관을 빼놓을 수 없다. 목조 3층 건물로 이루어진 이 건물은 인기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아부라야(油屋)의 모델이 된 곳 중 하나다. 1894년에 문을 연 본관은 그 건축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현존하는 공중탕 중에서는 일본 최초로 1994년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공사 중이라 1층만 이용할 수 있지만, 2024년에 공사가 끝난다고 한다.

도고 온천은 본관 말고도 별관 아스카노유(飛鳥乃湯泉), 쓰바키노유(椿の湯)가 있다. 특히 아스카노유는 2017년에 문을 연 비교적 새로운 온천시설인데, 일본의 아스카 시대를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해서 디자인했다고 하는데, 많은 공예 장인이 참가한 만큼 내부 인테리어가 고풍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이다. 
도고 온천 본관 근처에 있는 엔만지(圓満寺)는 인연을 맺어주는 절로 유명하니 같이 둘러보는 것도 좋다.
 
●멋진 사진을 남기겠다면 강추 '가류산장/臥龍山荘'


가류산장은 역대로 이 지역의 영주가 사용했던 별장으로 산장을 이루는 3개의 암자(가류인, 분코, 후로안)가 국가 지정 중요문화재로 선정될 정도로 건축적인 기술과 아름다움이 뛰어난 곳이다.

산장 아래를 흐르는 히지카와 강 주변에서 가장 수려한 곳으로 꼽히는 가류산장은 손잡이에 창호지 하나까지 유례가 없는 장인의 기술이 곳곳에 깃들어 있어 만약 지금 이 산장이 손상을 입게 되면 똑같이 복구할 수 있을지 장담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건물 방향, 돌 하나, 나무 하나까지 그냥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어느 곳에서 보아도 창문 밖 풍경이 하나의 그림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보이는 색감도 다르고 빛이 어떻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그 모습도 변한다고 하니 365일 매일 다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류산장에서는 어느 곳을 보아도 그림 같은 풍경이다
가류산장에서는 어느 곳을 보아도 그림 같은 풍경이다

특히, 가류부치 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절벽에 지은 돌출형 다실 암자인 후로안(不老庵)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천장을 대쪽으로 엮어 달이 밝은 밤에는 달빛이 수면에 반사되어 천장으로 비치도록 지었다고 하는데 해외여행에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가류산장이 그만이다.


가류산장
입장료: 어른 550엔, 아이 220엔(중학생 이하)

 

맛있는 에히메현

이마바리식 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는 마루야(まる屋)
 
일본에서 한 번은 먹어야 할 메뉴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게 닭꼬치, 야키토리가 아닐까 싶다. 에히메현 이마바리 지역은 숯불에 굽지 않고 철판에 굽는 야카토리로 유명한데 한때 철판구이 형식의 야키토리 전문점이 이마바리에만 100곳 넘게 있었다고 한다.  철판에 구우면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철판을 더욱 뜨겁게 달구어 고기 표면을 빠르고 바삭하게 구워주는데, 이마바리에는 예전부터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이 방식이 유행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도베야키 도자기와 카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카페&갤러리 모에기노


에히메현 도베초(砥部町)는 도자기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도베는 예전부터 숫돌(砥石)이 많이 나는 지역이었는데, 이를 캘 때 나오는 돌가루가 도자기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돌가루를 이용한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게 기원이라고 한다.

도베야키로 만든 도자기는 흙이 아니라 돌이 원재료이기 때문에 튼튼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편리하다. 일명 생활 도자기라고도 할 수 있다. 너무 얇지 않기 때문에 쉽게 깨지지 않아 컵이나 접시로 많이 이용되고,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도 도베야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이 많아져 젊은 층에도 인기다. 산속에 자리 잡은 오두막 같은 분위기의 카페&갤러리 모에기노는 도베야키로 만든 식기들을 보고 살 수 있는데 도자기를 찾는 손님만큼 런치를 즐기러 오는 손님도 많다.

에히메의 명물 ‘도미밥’

에히메의 명물로는 도미밥을 빼놓을 수 없다. 도미밥을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밥을 지을 때 도미를 같이 넣어 쪄 먹는 방법, 또 하나는 날달걀을 풀어 도미회, 소스, 고명을 넣어 섞은 다음에 밥 위에 얹어 먹는 방법이다.

먹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우와지마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은 후자의 방식으로 먹는다. 신선한 도미회를 소스에 살짝 담가서 바로 먹는 방식이기 때문에 도미 본연의 고소함과 쫄깃한 식감도 남아 있고, 과하지 않은 소박한 맛이었다.

고시키(향토요리)/五志喜

도고온천이 있는 마쓰야마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소면을 즐겨 먹었는데, 보리, 말차, 매화 등 소면에 천연 소재로 물을 들여 5가지 색으로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게 오색 소면의 탄생 비화라고 한다. 색도 예쁘고 맛도 좋아 지금은 마쓰야마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은 음식이다. 마쓰야마의 향토 요리 전문점인 고시키는 이 지역 명물인 도미와 소면 요리로 오랜 기간동안 사랑받아 온 식당이다.
 
일본은 지역마다 고장 술이 있는데 도고에는 ‘도고 맥주’가 있다. 도고맥주는 디자인 없이 갈색 병에 노란 글씨로 ‘도고(道後)’라고 써 있는 디자인이 독특하다. 맛은 약간 쌉쌀하면서도 끝 맛이 개운해서 한국인들도 좋아할 맛이다.

글 · 사진 한진아   편집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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