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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허락된 푸른빛 휴식, 몰디브

  • Editor. 나보영
  • 입력 2022.02.01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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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떠날 수 있을까, 몰디브?’ 출국 전날까지도 실감 나지 않았다. ‘여행’이 현실로 와 닿지 않는 세상. 인천의 밤을 뚫고 비행기가 떠올랐을 때, 생애 첫 해외여행보다 더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수없이 상상했던, 다시 허락된 푸른빛을 찾아 떠났다, 몰디브로. 

 

여전히 아름다운지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약 10시간, 두바이에서 다시 몰디브의 수도 말레(Male)까지 약 4시간. 드디어 몰디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코발트빛 바다 곳곳에 초록빛의 둥근 환초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누군가의 추상화처럼 신비롭게 보였고, 빨리 그 푸른빛 추상화에 발을 담그고 싶어서 몸이 들썩거렸다. 


몰디브는 1,190여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약 200개의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 고급 리조트는 섬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호젓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말레 국제공항에서 시원하게 달리는 보트를 타거나,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수상 비행기를 타고 물 위에 착륙하여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상 비행기를 타고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The Sun Siyam Iru Fushi Resort)’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마주한 몰디브의 바다는 상공에서 본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수년간 여행을 다니면서 코발트, 에메랄드, 터키석 등 여러 색깔의 바다를 봤지만, 옅은 레몬 빛이 섞인 블루레몬색 바다는 처음이었다. 특히 리조트와 근처 라군(lagoon)들은 흰 산호들과 낮은 수심 덕분에 더욱 청량하게 빛이 났다. 두 손 가득 바닷물을 한껏 담아 호로록 떠 마시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치 청량한 소다 맛 음료 같은 색깔이어서. 몰디브에 있는 동안 비가 오거나 잔뜩 흐린 날도 종종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바다만큼은 흐려지지 않고 언제나 그 색을 그대로 유지했다. 

선시암 이루푸시 리조트는 두 가지 룸 타입을 갖추고 있었다. ‘비치 빌라’와 ‘워터 빌라’. 내가 머문 워터 빌라는 수상 빌라 형태여서 바로 바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린아이처럼 풍덩 뛰어들어 튜브를 끼운 채 파도를 타고 있었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형 가오리인 만타(Manta)가 폴짝 물 위로 뛰어올랐다. “몰디브에는 천여 종의 어류가 살고 있는데, 화려한 열대어와 커다란 만타와 귀여운 크기의 상어들을 만날 수 있어요”라고 체크인할 때 직원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몰디브가 허니무너뿐 아니라 다이버들에게도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많은 이들이 스쿠버 다이빙으로 바닷속 탐험에 나서고, 스노클링으로 물속을 굽어보기도 했다. 곳곳에 카약을 타는 이들도 보였고, 서핑을 하거나 스피드 보트를 타는 이들도 보였다. 그 외에도 바다낚시, 플라이보드 등 제각기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었다. 다시 허락된 푸른빛 휴식은 이상하리만큼 변한 것이 하나 없었다. 여전히 아름다웠고 평화로웠다.

 

노을빛 간절한 마음으로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매일 수영을 했다. 다양한 종류의 수영장이 있어 취향과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수평선과 맞닿은 듯한 인피니티 풀이 인상 깊었다. 물에 몸을 맡기고 수영하는 사람들, 풀 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선베드에 누워 독서에 탐닉하는 사람들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수영장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 수영을 하다가 풀 바(Pool bar)에서 모히또를 한 잔 마시고는, 일행에게 ‘모히또에서 몰디브 한 잔’이라며 식상한 농담을 던졌다. 농담으로만 하던 이야기를 직접 누리니 ‘이런 호사가 또 어디 있겠나’ 싶어 미소가 지어졌다.


리조트 내 자리한 레스토랑은 유럽식, 아시아식, 해산물 전문 등 다양한 테마로 준비되어 있었다. 해산물 구이와 생선 커리, 그리고 코코넛이나 망고 같은 신선한 과일로 만든 음료에 푹 빠져 버렸다. “전통적으로 생선과 코코넛을 사용하던 몰디브 요리는 주변국인 인도와 스리랑카의 영향을 받아 다양하게 발전했답니다”라며 메인 레스토랑 직원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해변 레스토랑의 해산물 구이는 너무나도 싱싱하고 고소해서 여러 번 찾아가 먹곤 했다.

휴양객들은 대체로 시원한 옷차림으로 다녔다. 특별한 복장 제한이 있는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수영복 위에 가벼운 옷을 걸친 채로 다니기도 하고, 슬리퍼 차림이나 혹은 아예 맨발로 다니기도 했다. 처음엔 좀 차려입던 사람들도 곧 격식을 내려놓고 맨발에 반바지 차림이 되곤 했다. 그들처럼 나도 편한 차림을 했고, 희고 고운 모래가 깔린 길을 맨발로 걸었다. 해안에서 흰 산호 조각들을 수집하기도 했고, 먼 바다를 지나는 거대한 스콜을 감상하기도 했다. 바다 위에 세워진 그네를 타고 바닷바람을 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사소한 것이 즐겁고, 매 순간이 느긋한 곳이 몰디브였다. 


몰디브를 떠나기 전날, 하늘은 파스텔로 그려 낸 그림처럼 물들었다. 몰디브가 건넨 마지막 선물이 아니었을까. 타는 듯한 빨간색과 짙은 보라색을 부드럽게 만드는 크림색이 노을에 뒤섞여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너무 오랜만에 본 먼 나라의 일몰에 순간 울컥했다. 카메라를 꺼내는 것도 잊고 한참을 바라보다 급히 셔터를 눌렀다. 그 시간을 영원히 사진으로나마 간직해 두고 싶다는, 노을빛 간절한 마음으로. 

▶Travel info


ABOUT MALDIVES  
몰디브는 아시아 남부 인도양 중북부에 자리하며, 정식 명칭은 몰디브공화국(Republic of Maldives)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2020년 12월 중순 기준으로 백신 접종 완료 후 14일 이상 경과한 경우 또는 출발 72시간 내 PCR 검사 결과 음성일 경우 몰디브 내 자가 격리가 면제된다. 입국시 필요한 절차는 몰디브 출입국 관리 사무소에 여행정보를 등록해야 하며, 출발 96시간 내 발급된 영문 코로나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실시간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출발 전 재확인해야 한다). 

 

AIRLINE  
2022년 1월 기준으로 한국의 인천국제공항과 몰디브의 말레 국제공항을 잇는 직항 항공편은 없다.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공항, 카타르의 도하공항 등을 경유해야 한다.

 

CLIMATE  
열대 계절풍 기후를 지닌 몰디브의 연평균 기온은 28도이며, 건기는 12~4월이다. 

 

RESORT RESERVATION 
몰디브 리조트 예약이 처음이라면, 예약할 때 ‘하프 보드(Half board), 풀 보드(Full board), 올 인클루시브(all inclusive)’ 등의 용어가 낯설 수도 있다. 하프 보드는 아침과 저녁 식사 포함, 풀 보드는 점심까지 포함, 올 인클루시브는 모든 식사는 물론 리조트 내 거의 모든 레스토랑과 바를 이용할 수 있는 형태를 뜻한다(일부 특정 레스토랑과 특정 메뉴만 제외). 

 

글 나보영  에디터 강화송 기자  사진제공 몰디브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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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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