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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보낸 편지 

  • Editor. 이종상
  • 입력 2022.03.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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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생 브누와 뒤 락 수도원 © Eastern Township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위치한 생 브누와 뒤 락 수도원 © Eastern Township

먼저 소개부터. 나는 캐나다에 살고 직업은 PD다.
이 편지에 요즘의 캐나다를 담아 전한다. 

 

●꿩 대신 닭


캐나다의 분위기는 이전과 다른 듯 다르지 않다. 2021년 11월29일, 2명의 오미크론 확진자가 오타와(Ottawa)에서 격리됐다는 뉴스가 떴다. 이후 한 달 정도가 흘렀고 여행을 계획할 당시, 오미크론은 여전히 사방으로 번져 가고 있었다. 문득 ‘온타리오주’를 넘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걱정됐다. 다행스럽게도(?) 퀘벡 정부의 규제 방침에 따르면 갤러리, 박물관, 동물원, 스키장 등 관광지와 야외 액티비티는 계속해서 운영한다. 식당처럼 전파 가능성이 높은 곳은 수용인원의 절반만 허용한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수시로 상황이 변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예전처럼 그렇게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꿈의 링크. 아침에 스케이트를 가져와 타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꿈의 링크. 아침에 스케이트를 가져와 타면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마침 캐나다에서 대학을 다니는 두 아들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싶다는 막내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여행을 계획했다. 우리 가족은 퀘벡 이스턴 타운쉽(Eastern Township)으로 향하기로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온타리오주 남부에 위치한 ‘해밀턴(Hamilton)’이라는 도시다. 오타와로 넘어가 하루를 보내고 이스턴 타운쉽으로 넘어갈 계획이다. 

리도 운하의 전경, 겨울 축제 기간에는 스케이트장이 된다

오타와에 도착해서는 로드 엘긴 호텔(Lord Elgin Hotel)에서 하루를 보냈다. 이 호텔 맞은편에는 컨퍼더레이션 공원(Confederation Park)이 위치하는데, 이곳은 매해 2월에 열리는 윈터루드(Winterlude) 축제의 메인 무대다. 축제 시즌에는 국제 얼음조각 대회의 수상작들을 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공원 전체가 북적인다. 공원을 가로지르면 ‘리도 운하(Rideau Canal)’가 나온다.

리도 운하는 1812년 영미전쟁 이후, 미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만들어진 운하다. 겨울 축제 기간에는 스케이트장으로 탈바꿈된다. 길이가 무려 7.8km, 세계에서 가장 긴 운하 스케이트장이다. 아직 축제 시즌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했다. 그런데 얼음은 모두 녹아 있었고, 사람들이 다닌 발자국도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다. 썰매에 오른 아이의 웃음, 손잡고 마주 보는 연인의 간지러운 사랑, 엉덩방아 소리, 스케이트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해 보였다.

텅 빈 오타와 컨퍼더레이션 공원
텅 빈 오타와 컨퍼더레이션 공원

꿩 대신 닭. 현재 오타와 시청 앞에는 ‘꿈의 링크(Rink of Dreams)’라는 이름의 아이스링크장이 만들어져 있다.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30명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저녁에는 대기자가 워낙 많아 원하는 시간에 스케이트를 타긴 힘들지만 이른 아침이나 오전에는 붐비지 않는다. 개장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까지까지. 링크장 옆 작은 키오스크 ‘파이널 패스 프로숍(Final Pass Pro Shop)’에서 스케이트를 대여할 수 있다. 90분 이용에 15달러.

오타와의 겨울, 감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오타와의 겨울, 감성적인 분위기가 가득하다

●달콤한 풍미의 그것


오타와의 핫플,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을 찾았다. 이곳은 오타와에서 가장 핫한 곳이다. 바이워드 마켓 남쪽 입구에는 ‘비버테일 1호점(Beaver tails, 캐나다에서 사랑받는 디저트로 통밀가루 반죽을 길쭉하고 납작한 모양으로 늘어뜨려 기름에 튀겨낸 페이스트리)’이 있고, 반대편에는 ‘르 물랭 드 프로방스(Le Moulin de Provence) 베이커리’가 있다. 이외에도 모로코 음식, 타이완 누들, 스시, 버거 등 먹거리 천지다. 주변 상가 건물에도 맛집들이 넘쳐난다.

우리는 바이워드 마켓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퍼스트 바이트 트리트(First Bite Treats)’로 향했다. 8월에 문을 연 이 가게는 크로플(Croffle)을 오타와에 처음 소개한 가게다. 크로플은 크루아상(Croissant)과 와플(Waffle)의 합성어로 크루아상 생지를 와플 팬에 넣고 구운 디저트다. 시나몬 가루를 뿌린 후, 달달한 화이트 초콜릿, 밀크 초콜릿, 메이플 시럽, 캐러멜, 누텔라 등을 선택한다. 마지막으로 과일(딸기, 블루베리, 라즈베리) 혹은 쿠키를 취향에 따라 얹으면 끝. 달달한 토핑이 크루아상의 버터 풍미와 뒤섞여 맛이 일품이다. 

오타와에서 크로플을 처음 소개한 곳, 퍼스트 바이트 트리트

이제 스키를 타기 위해 이스턴 타운쉽으로 떠난다. 고리타분하겠지만 이스턴 타운쉽의 역사를 한 번 훑어보자면 이곳은 1792년 정부 법령으로 만들어진 지역이다. 19세기 들어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에서 이민자들이 이스턴 타운쉽으로 이주를 해왔고 20세기 들어 영어권 주민이 서부 개척을 위해 떠나고 그 땅에 퀘벡인들이 들어왔다. 그래서 19세기만 해도 이스턴 타운쉽 인구의 94%가 영어를 사용했지만, 20세기 말에는 95%가 불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래저래 재밌는 지역이다.

브로몽은 가을이면 산악자전거를 즐기러 온 인파로 붐빈다
브로몽은 가을이면 산악자전거를 즐기러 온 인파로 붐빈다

●온순한 브로몽


캐나다 몬트리올(Montreal)에서 10번 고속도로를 타고 차로 45분쯤을 달렸다. 브로몽 대로(Bd de Bromont)로 빠져 GPS가 일러 주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정면에 아담한 산 하나를 만나게 된다. 해발 565m의 브롬산(Mont Brome)이다. 브롬산 180m 지점에는 알파인 스키 리조트 ‘브로몽, 체험산(Bromont, montagne d’experiences)’이 둥지를 틀고 있다. 참고로 ‘브로몽’은 브롬산의 또 다른 이름인 동시에 이 일대를 일컫는 도시 이름이다.

브로몽은 브롬산의 또 다른 이름인 동시에 이 일대를 일컫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브로몽은 브롬산의 또 다른 이름인 동시에 이 일대를 일컫는 도시 이름이기도 하다

이 리조트는 여름엔 워터파크, 가을엔 산악자전거, 겨울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덕분에 사시사철 인파로 붐빈다. ‘스키 브로몽(Ski Bromont)’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브로몽, 몽타뉴 덱스페리앙스’라는 이름으로 바꾼 것도 계절마다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이 리조트를 ‘스키 브로몽’이라고 부른다. 스키장은 7개의 슬로프를 보유하고 있다. 스키 코스는 무려 144개, 야간 스키를 탈 수 있게 조명을 갖춘 트랙은 99개에 달한다. 스노우 캐논 1,500개로 스키장의 인공눈을 쏘아 올린다. 

스키를 즐기러 온 가족 여행객들
스키를 즐기러 온 가족 여행객들

초보자를 위한 슬로프가 있는 ‘태양산(Mont Soleil)’의 정상은 해발 305m에 있다. 베이스까지 수직으로 125m라 스키 코스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낮은 언덕에서 연습을 마치면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브롬산은 산세가 워낙 온순해 가족끼리 맘 놓고 스키를 탈 수 있다. 아이들은 ‘브로몽 스키 코스’를 선택했다.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막상 올라가서 보니 경사가 급해 엉덩이로 보드를 타고 내려왔단다. 스노보더라면 20분이면 타고 내려올 코스를 한 시간이 걸렸다는 아이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여행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만약 이스턴 타운쉽을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2월을 가장 추천한다. ‘발꾸르(Valcourt)’에서 열리는 ‘스키두 그랑프리 대회(Grand Prix Ski-Doo de Valcourt)’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발꾸르’는 ‘조제프 아르망 봉바르디에(J. Armand Bombardier)’가 발명한 ‘스키두(Ski-Doo)’의 탄생지다. 스키두는 스노모빌(Snow Mobile, 설상 오토바이)의 한 종류다. 최고속도는 무려 시속 190km까지 나온다.

엄청난 속도로 눈 위를 달리는 스키두 그랑프리 경기는 타원형 트랙에서 펼쳐진다. 얼음 위를 달리는 모터사이클 경기도 함께 열린다. 2023년 경기는 2월11~13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실제로 이스턴 타운쉽에서는 식당 밖에 주차되어 있는 스키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지인들이 교통수단으로 자주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여도 가능하다. 4시간에 230달러 정도.

스키두 그랑프리 대회 장면 ©Eastern Township
스키두 그랑프리 대회 장면 ©Eastern Township
스키두 그랑프리 경기장의 모습
스키두 그랑프리 경기장의 모습

짧았던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특별한 기록을 하나 세웠다. 킹스턴에서 해밀턴까지, 단 한 번도 온루트(OnRoute, 온타리오주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운전했다. 이번 여행에서 어디가 좋았고, 어디가 어땠고, 가족들과 무려 3시간 동안 수다를 떨며 운전했다. 이런 행복이, 여행은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질 테지만, 반드시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아닐까. 

 

From 캐나다에서. 
 

글·사진 이종상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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