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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기록, 속초 일기

속초 1박 2일 데이트 코스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3.21 0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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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우린 함께 속초로 떠났다.
산과 바다로부터 가까워졌던 어느 주말 동안의 기록.

 

Day 1


▶08:00AM  
풀 묶음을 향하여, 속초


토요일 아침, 우리는 속초로 향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30분. 다정한 봄을 닮은 햇살이 쏟아지는, 그런 아침이었다. 나른한 하늘을 올려봤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며 개운하게 불어오는 바람 따라 속초에 닿았다. 속초의 동쪽에는 동해가 넘실거리고 서쪽에는 설악산이 도심을 두르고 있다. 바다와 산, 갈림길 앞에 멈춰 섰다. 


속초 사람들은 속초를 ‘풀 묶음’이라고도 부른단다.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동명항 택시기사 아저씨는 ‘풀 묶음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울산 바위’에서 유래되었다고 했고, 설악산 매표소 할아버지는 ‘베어 놓은 갈대의 묶음’에서 유래되었다고 했다. 속초에는 ‘푸른 풀’에서 이름을 딴 ‘청초(靑草)호’도 있고 풀과 소나무가 무성한 ‘초도(草島)’라는 무인도도 있다. 유래야 어찌 됐건 속초의 심지는 ‘풀’인 것이다. 이왕이면 높이 올라 풀 묶음을 내려보기로 했다. 설악산 권금성으로 향했다.

▶10:30AM  
설뫼를 오르는 법, 권금성


산은 가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오르기는 부담스럽다. 설악산이라면 더욱이. 설악산은 한라산, 지리산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높은 산이다. 설악산이 가장 아름다울 때로는 보통 ‘가을’을 주로 꼽는다. 유려한 능선과 기암절벽, 계곡 사이를 타오르는 듯 붉게 물든 단풍잎. 그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려면 차라리 빨간 물감을 도화지에 가득 쏟는 편이 빠를 정도다. 설악산의 겨울은 가을과는 달리 진중한 기운을 지닌다. 설악산은 ‘악산 중 흰 눈이 덮인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설뫼’, 그 고요한 모습을 표현할 방법이 ‘장중하다’라는 단어뿐인 게 아쉽다. 장엄하고 무게 있다.

설뫼예찬은 이쯤하고, 중요한 건 ‘설악산을 어떻게 오를 것이냐’다. 가장 쉬운 루트는 ‘권금성’을 오르는 것이다. 권금성은 고려시대 당시 설악산 해발 약 700m 부근에 세운 산성이다. 일명 설악산성. 현재 성벽의 형태는 거의 다 허물어졌고 터만 남았는데, 너무나도 높은 위치이기 때문에 오르내리기 힘들어 퇴락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지상에서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수시로 운영한다. 케이블카 10분, 등산 5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케이블카 상행선에 올랐다면 오른 편에 서 있는 게 좋다. 신흥사와 울산바위가 보이기 때문이다. 정상에 오르면 토왕성 폭포, 노적봉, 무엇보다 도시 뒤로 동해가 한껏 철썩인다. 이제 바다로 간다.
 
주소: 강원 속초시 설악동 산41  
운영시간: 매일 09:00~17:00 
요금: 설악산 입장료 3,500원, 케이블카 대인 1만1,000원

 

▶12:00PM  
담백한 포근함, 최옥란 순두부


‘맛있는 도시’란 맛은 둘째고, 풍부한 식재료가 문화적 특성에 잘 녹아 있는 도시를 뜻한다. 맛은 식당마다, 입마다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속초는 동해에서 가장 맛있는 도시가 아닐까. 산과 바다, 호수에서 각종 재료가 쏟아지고 이북 실향민이 정착하며 만들어낸 속초만의 음식 문화도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도시에서는 식사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가장 처음 먹고 싶은 게 정답이다. 권금성에 올라 찬바람을 좀 맞았더니, 하얀 순두부가 먹고 싶어졌다. ‘최옥란 순두부’로 향했다.

속초 순두부가 유명한 이유는 콩이 잘 자라는 토양 환경 덕분이다. 1960년대, 가정집에서 순두부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며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최옥란 순두부, 상호에 본명이 걸려 있으면 거의 맛있다. 국산 콩으로 직접 두부를 만드는 집이다. 이것저것 고민하기 싫으면 ‘옥란정식’을 시키면 된다. 부드러운 하얀 순두부, 맵싹한 빨간 순두부, 황태, 가자미전, 손두부, 도토리묵, 메밀전병, 밑반찬 등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순두부는 칭찬이 유난스럽게 느껴지는 음식이다. 담백하고 고소하며 포근했다. 햇살 좋은 토요일을 닮은 점심이었다.
 
주소: 강원 속초시 관광로 415  
영업시간: 월~목요일 07:00~16:00, 금~일요일 07:00~20:00 
가격: 초당순두부 1만원, 얼큰해물순두부 1만1,000원, 옥란정식(2인 이상) 5만원

▶01:30PM  
발리 감성 카페, 코코넛 그루브


커피가 필요한 나른한 오후. ‘코코넛 그루브’는 발리를 닮은 카페다. 공간이 전부 통창이라 채광이 좋고, 내부에는 미니풀장과 푸릇한 열대 식물, 라탄 소재의 조명으로 꾸며져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스위트 더치라떼, 코코넛 크림라떼’. 달콤해서 오후를 깨우기 좋은 맛이다. 열대 식물이 많다 보니 가습기가 항상 돌아간다. 그래서 습도가 높은 편인데, 이마저 이국적으로 느껴진다. 이토록 평화로운 카페에 앉아 그저 시간이 흐르길 기대하고 있자면, 바쁘게 사는 이유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가끔 우리에게 짧은 여행이 필요한 이유다.
 
주소: 강원 속초시 동해대로3930번길 58-2  
영업시간: 매일 10:00~18:00, 매주 화요일 휴무  
가격:스위트 더치라떼 6,500원, 코코넛 크림라떼 6,500원

 

▶03:00PM  
포말이 붉어질 때, 외옹치 바다향기로


오후 3시, ‘롯데리조트 속초’에 체크인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한 가지. 객실을 제외하고 눈 두는 모든 곳에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리조트 속초의 모든 객실은 온전히 바다를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숨을 고른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는 바다는 망연하다. 하염없이 아득해지다가 파도에 정신을 차린다. 롯데리조트 속초는 해가 뜨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 뜻은 해가 질 무렵에는 어렴풋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갈 하늘이 있다는 뜻이다.

리조트 앞에는 바다를 두르는 산책로가 하나 있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다. 속초 해수욕장에서 외옹치항까지 1.74km에 걸쳐 이어지는 해안 산책 코스다. 속초 롯데리조트에서 출발해 외옹치항까지의 구간은 대략 890m 정도. 이 구간은 60여 년 동안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이었다. 1968년 울진 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안보철책선을 설치해 지켜 왔기 때문이다. 최근 민간인에게 개방되어 속초에서 가장 손때 묻지 않은 비경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곧게 뻗은 나무 데크길을 따라 천천히 거닌다. 기이한 바위에 몰아치는 파도가 조각난다. 하얗던 포말에 하늘이 담겨 하염없이 붉어진다.
 

롯데리조트 속초
주소: 강원 속초시 대포항길 186 

 

▶07:00PM  
손맛 좋은 곳, 순희네 포장마차


속초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별미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도루묵찌개, 양미리구이, 도치알탕’ 정도가 대표적이다. 양미리는 재료 맛이고 도치알탕, 도루묵찌개는 양념 맛이다. 그래서 식당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동명항 근처에 자리한 ‘순희네 포장마차’라면 믿을 만하다.

도치알탕과 양미리구이를 주문했다. 양미리는 11월부터 12월이 제철이다. 기름이 잔뜩 올라 고소함이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2월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담백해진다. 기름진 맛은 없지만 담백한 고소함이 맥주와 어울린다. 도치알탕은 신김치와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다. 목 넘김이 시원 칼칼한 맛. 도치의 살은 워낙 살캉거려서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도치 알만큼은 누구나 가리지 않을 식감이다. 생선의 감칠맛이 녹은 김칫국인데, 맛이 없을 수가.
 
주소: 강원도 속초시 영랑해안길 103  
영업시간: 매일 17:00~03:00 
가격: 도치알탕(中) 3만원, 양미리 1만5,000원

 


Day 2

▶12:30PM  
속초 1등 해장국, 순자집 곰치국


주말여행의 단점은 첫날 밤이 마지막 밤이라는 것이다. 시작이 끝이라 애틋한 여행. 아침 일찍 일어나 방에서 일출을 보고는 속초에서의 마지막 한 끼를 계획한다. 역시 ‘곰치국’만 한 게 없다. 곰치는 ‘꼼치’가 표준어인데 지역에 따라 물텀벙, 물미거지 등 다양하게 불린다. 살이 무르다 못해 흐물거리고 비린 맛이 없다. 국물에 들어가면 개운하고 담백한 맛을 낸다. 그래서 무를 넣고 맑게 끓이기도 하는데, 신김치를 송송 썰어 얼큰하게 먹으면 이만한 해장국이 없다.

속초 곰치국 맛집이라면 ‘사돈집, 춘선네, 순자집’이 대표적이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이 물컹거리는 생선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순자집을 추천한다. 가자미구이 백반이라는 선택지가 있다. 살짝 말려낸 가자미를 바싹 구워 내어 준다. 곰치국은 역시나 시원 칼칼하고, 밑반찬으로 나오는 나물이 그렇게 맛있는 집이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노학동 978-12   
영업시간: 매일 06:00~20:00(14:30~17:00 브레이크타임)  
가격: 얼큰곰치국 2만원, 맑은곰치국 2만원, 가자미구이 백반 1만3,000원

▶02:00PM  
달콤한 바다, 라또래요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속초 바다를 달콤하게 즐기고 싶다면 ‘라또래요’로 향하면 된다. 라또래요는 강원도에서 나오는 건강한 재료로 ‘젤라또’를 만드는 아이스크림 가게다. 감자, 토종다래, 쑥, 블루베리, 초코, 속초커피, 피스타치오 맛이 있다. 쑥, 감자 젤라또는 흔치 않은 만큼 꼭 먹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라또래요 오른편 골목으로 그대로 직진하면 속초 해수욕장과 외옹치 해수욕장의 중간 바다에 도착한다. 2개의 해수욕장을 좌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차를 타고 이동한다면 ‘해수욕장3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 된다. 동해는 바다색이 진하다. 항상 이 자리에서 아름다울 풍경이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 안심되기도 한다. 
 

주소: 강원 속초시 동해대로 3938-1
영업시간:  매일 11:00~19:00 
가격: 2가지 맛 5,000원, 1가지 맛 4,500원

 

글·사진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롯데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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