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야경 러버들을 위한 봄밤 산책길 4

  • Editor. 홍은혜 기자
  • 입력 2022.04.04 06:30
  • 수정 2023.04.04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크림도 필요 없다.
밤마실 전문 에디터가 추천하는 산책길 4. 

©문화재청 유튜브
©문화재청 유튜브

선정릉 패러독스
선정릉 돌담길   


무덤가를 걸으면서 힐링을 한다. 죽음과 평안이라는 두 단어가 공존하는 곳. 필자는 이 역설적인 길을 ‘선정릉 패러독스(paradox)’라고 부르고 싶다. 선정릉에는 성종과 정현왕후의 능인 ‘선릉’과 아들 중종의 능인 ‘정릉’이 있다. 가볍게 그리고 고즈넉하게 산책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길. 선정릉역에서 약 3분, 선릉역에서는 6분 정도 큰 도로를 따라 걸으면 돌담길에 이른다.

주로 운동하거나 강아지와 산책 나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한적하다. 맞은편 상점과 사무실의 불이 거의 꺼져 있어 차분한 분위기가 한층 더해진다. 주변 마천루의 야경도 감상할 수 있다. 돌담길 산책 소요 시간은 5분. 싱거운 느낌이 든다면, 선정릉 테두리를 따라 한 바퀴 돌아보거나 선정릉을 야간관람 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시 유튜브
©서울시 유튜브

사람 없는 야경 명소 찾으세요?
성수구름다리와 한강공원


아직은 약간 쌀쌀한 봄밤, 헤드폰을 끼고 한강 불빛을 바라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라. 밤마실을 다닌 9년 동안 불꽃 축제 빼고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적이 거의 없다. 추천 코스는 수도박물관을 통과해 성수구름다리를 건너 한강공원을 산책하는 길. 구름다리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빨간빛을 내며 촘촘히 퇴근하는 차들을 내려다보는 것도 재밌겠고, 노을 지는 하늘과 저 멀리 남산타워를 바라보며 ‘노을멍(노을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을 해보는 것도 좋겠다.

성수구름다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오른쪽에 성수대교를 마주한다. 노란색 조명이 달린 빨간 성수대교의 모습이 남색 한강 물결에 넘실거린다. 고개를 돌려 반대편으로 걸으면 약 30분 만에 영동대교를 지나 뚝섬유원지역에 도착한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녀도 좋고, 걸어서도 지루하지가 않다.

탁 트인 한강공원을 걷고 또 걸어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성수대교를 건너 보자. 마음 속 응어리를 내뱉는 데는 다리 위가 최고다. 드라마에서 허구한 날 주인공이 울부짖는 장소로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말씀.

©서울관광재단
©서울관광재단

자연과 화려한 경기장의 조화
상암동 하늘공원 하늘계단   


20분만 허벅지 운동을 견뎌내면 달달한 풍경을 누릴 수 있다. 계단 높이나 운동 강도는 제주도 오름 수준이다. 널찍한 계단을 오르는 중간에 야경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모서리들이 있다. 별로 안 올라간 줄 알았는데 눈앞에는 산 중턱에서 보일 법한 탁 트인 야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한강을, 왼쪽으로는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월드컵 경기장을 볼 수 있다. 계단을 다 오르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의자들이 군데군데 있는데 자리 경쟁이 은근히 치열하다.

한없이 야경을 감상하다가 문득 걷고 싶어진다면 월드컵 경기장 방향으로 난 산책길을 거닐자. 경기장을 더 자세히 구경하면서 호젓하게 걷기 좋다. 공원과 가까운 월드컵경기장 안에 푸드코트와 영화관이 입점해 있으니, 야경을 감상한 후에 야식을 먹거나 심야 영화 한 편 보는 건 어떨까.

해 질 무렵, 영화의 한 장면처럼
올림픽공원  


나들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인 올림픽공원은 밤이 되어서도 그 매력을 잃지 않는다. 아니, 야경 러버에게는 해 질 무렵부터 매력이 배가 된다고 해야 하나. 오렌지빛 황혼에 군청색이 서서히 번지며 어두워질 때쯤에 나홀로나무 주변을 걸어 보자. 몽촌토성 언덕을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과 나홀로 나무의 검은 실루엣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눈에 들어온다. 토성길을 따라 평화의 광장 방향으로 걷다 보면 성내천과 한강, 그리고 잠실 롯데타워와 빌딩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뮤직페스티벌이 열리는 4월 말부터 주말이면 일부러 몽촌토성길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의외로 선명하게 공연 소리가 들리고, 높은 지대에 있기 때문에 잘하면 공연장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저녁부터 토성길을 걸으며 음악까지 감상해 보자. 

 

글·사진 홍은혜 인턴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