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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천을 찾는다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2.04.05 06:00
  • 수정 2023.04.13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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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향기 따라,
서울의 천을 찾는다.

 

청계천


●벚꽃, 매화, 대나무
청계천 하동매실거리 

 

서울에서도 매화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 하동매실거리다. 청계천을 두르는 길 사방으로 벚꽃, 매화, 개나리가 만발한다. 지하철 2호선 용답역과 신답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2006년 하동군이 서울시에 기증한 매실나무를 심어 매화 군락지를 만들었다. 길 건너편으로는 담양에서 기증한 대나무숲도 있다. 하동매실거리가 봄 중 가장 아름다울 때는 벚꽃이 만개하기 전이다. 매화는 벚꽃보다 꽃잎을 떨구는 시기가 빠르기 때문이다.

추천 코스는 용두역에 내려 신답역, 용답역을 거쳐 한양대역까지 이어지는 산책 코스. 용답역 고가다리는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한양여자대학교 앞쪽부터는 청계천과 중랑천이 만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한양대역 쪽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오래된 석조 다리가 하나 나온다. 살곶이다리다. 성동구 행당동과 성수동을 이어주고 있으며, 조선시대의 가장 긴 다리였다고 한다. 봄철이면 항상 북적이는 어느 벚꽃 명소와는 달리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여유로이 산책할 수 있는 서울의 숨은 벚꽃 명소다. 

Tip▶ 매화는 신답역부터 용답역까지 가는 길목이 가장 아름답다. 오로지 벚꽃만 보고 싶다면 용답역에 내려 한양대역까지 걷는 코스도 좋다.

 

●여유로운 피크닉
용두공원


피크닉은 좋지만, 북적이는 건 싫다. 그럴 땐 돗자리 하나 가지고 용두공원으로 향한다. 용두공원은 동대문구청 앞에 위치한 근린공원이다. 주민들의 소소한 쉼터 느낌이 감돈다.

곳곳에 위치한 예술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김중원 작가의 ‘운중승룡’, 송소울 작가의 ‘바다로부터’, 강덕봉 작가의 ‘Love in Motion’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용두공원 중앙광장에는 야외 상설공연장이 크게 마련되어 있다. 낮에는 삼삼오오 모여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고, 저녁에는 에어로빅 수업이 열린다.


그저 앉아 이대로 나른한 봄 햇살을 만끽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몸이 근질거린다면 ‘배봉두메 십리길’을 따라 산책에 나서도 좋다. 동대문구 관내의 거점 녹지와 도심가로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산책길로 약 9.1km으로 구성되어 있다. 

Tip▶ ‘배봉두메 십리길’ 산책 코스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한다면 용두역부터 신답역까지만 천천히 거닐어 봐도 좋다. 벚꽃이 가득 피어난다.


●아무래도 좋을 오후
우더스커피바 


인근 주민도 잘 모르는, 용두동 주택가에 고이 숨어 있는 커피바. 대략 30년은 족히 지났을 것 같은 ‘용문마트’ 옆쪽에 자리한다. 내부는 우드톤이 감돌고, 감각적인 포스터와 밝은 원색의 의자에서 사장님의 취향이 가득 묻어난다.

추천메뉴는 용두프레소와 크로플 조합. 용두프레소는 에스프레소에 초콜릿을 가미한 맛이다. 달콤 씁쓸하다. 크로플 위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덩이를 올려 준다. 아무래도 좋을 주말 오후 같은 분위기, 홀짝홀짝 커피 마시는 소리와 기분 좋은 재즈만 흐를 뿐이다. 

Tip▶ 선곡이 기가 막힌다. 재즈풍의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힙합풍의 비트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동네 힙스터들의 사랑방 같은 느낌.
 

양재천

●수양벚꽃 천국
양재천 


양재천에게도 ‘외모 성수기’가 있다면, 필연 봄이다. 서초구와 강남구를 가로지르는 18.5km의 양재천은 매년 봄이 되면 몰라보게 예뻐진다.

강남구청
ⓒ강남구청

도곡역과 매봉역 사이 ‘양재천 벚꽃길’에 핀 수양벚꽃 덕이 크다. 버드나무처럼 길게 늘어진 수양벚꽃은 사람 키만큼 내려와 눈앞에서 간들거린다. 서울엔 워낙 잘 가꿔진 하천이 많지만 양재천은 그중에서도 특히 관리가 잘 된 티가 난다. 전망대, 경관조명, 안개분수, 미디어 사파이어 등이 깔끔하게 조성돼 있어 산책, 라이딩, 생태 체험, 휴식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다.

양재시민의숲 인근에는 양재천을 따라 거리에 일렬로 맛집과 카페가 줄지어 있다. 마치 끝도 없이 나오는 회전초밥 위의 초밥들처럼. 천천히 걸으며 한 곳씩 음미하면, 그걸로 양재천 나들이는 충분한 포만감을 준다.

Tip▶ 자전거길이 무척 넓고 쾌적하다. 걷는 게 권태로워질 즈음, 두 발을 페달 위에 올려 보자. 양재천 인근 곳곳에서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손쉽게 대여할 수 있다.


●도서관은 답답하다고요?
서초구립양재도서관 


숨 막히는 답답한 도서관은 이제 구식이 됐다, 적어도 양재도서관 앞에선! 2019년 말에 개관한 양재도서관은 획기적인(이라고 할 만큼의) 개방감을 자랑한다. 일단 모든 층에 통창이 있다. 이게 뭐 대단한가 싶겠지만, 창문이 양재천 숲 산책로를 향해 뚫려 있다는 사실은 확실히 매력 포인트다.

특히 3층 테라스 좌석은 웬만한 루프톱 카페 부럽지 않다. 서가 사이의 간격이 넓고, 서가의 높이도 낮아 실내에 있어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아이와 함께 방문할 계획이라면 더더욱 추천. 가족친화적 열린 공간을 표방하는 도서관답게 청소년 전용 공간인 ‘틴즈플레이스’, 엄마들만 입장할 수 있는 ‘엄마의 방’, 아동 자료실 등, 온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다. 서초구민이 아니더라도 서울시민이나 서울시에 재직 또는 재학 중인 사람이면 누구나 회원증 발급 후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Tip▶ 도서관 맞은편에 야외 숲속 도서관인 ‘오솔숲도서관’이 있다. 산책로를 따라 책과 함께 각양각색의 의자들이 놓여 있다. 봄바람 부는 어느 오후에, 맘껏 여유 부리고 싶은 공간. 


●양재천 뷰와 샐러드의 조합
카페 보아즈 


‘찐 맛집’을 찾는 방법 하나. 로컬들의 픽을 따를 것. 인근 주민들의 단골 가게는 대체로 실패 확률이 적다. 그러니까, 카페 보아즈를 선택해도 손실은 적을 거란 얘기.

첫 번째 근거는 풍경에 있다. 1층은 카페로, 2층은 식사 공간으로 운영되는데 2층에서 넓은 창 너머로 보이는 양재천 뷰가 탁월하다. 봄이 오면 창밖 풍경도 만개한다. 다락방처럼 아늑한 공간을 찾는다면 (계단이 좀 가파르지만) 3층 공간이 딱이다.

뷰만큼 감동인 건 브런치의 퀄리티다. 추천메뉴는 ‘수비드 치킨 샐러드’. 닭가슴살이 촉촉하다 못해 포크만 살짝 대도 죽죽 찢어질 만큼 부드럽다. 샐러드 맛집이긴 하지만, 다이어트에 임할 요량으로 방문한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1층부터 퍼지는 버터와 빵 냄새가 아찔하게 코끝을 건든다. 캐나다산 로저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빵들은 분명 제값을 한다. 

Tip▶ 단맛과 매운 맛의 비율이 기분 좋게 적절한 떡볶이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도 같은데, 그 바늘, 보아즈에 있다. 의외로 떡볶이 맛집이다. 샐러드와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단점은 가격뿐.
 

안양천

●‘1타 3피’크닉
안양천

안양천은 생명력이 넘친다. 거꾸로 강을 거스르는 물고기는 연어만이 아니다. 4월이면 안양천에는 잉어 떼들이 산란기를 맞아 물표면 위로 팔딱팔딱 튀어 오른다. 중력에 저항하며 힘차게 유영하는 잉어를 카메라로 포착하는 것도 재밌다. 마치 잉어와 두더지 잡기 게임 한 판을 하는 듯 은근히 약이 오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양평교 주변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군데군데 배치돼 있다. 돗자리에 앉아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수많은 새싹이 기지개 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겠다. 일명 ‘잔디멍(잔디를 바라보며 멍때리기)’. 참고로 서울에서 웬 안양천(?)이라며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해. 안양천은 백운산 쪽에서 발원해 안양시, 서울 양천구 등을 지나 한강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안양 시가지 앞을 지난다는 의미로 안양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선유도역 인근 안양천에서 살짝 피크닉을 즐기다가 도보로 20~30분이면 도달하는 선유도나 한강공원으로 가 보자. 1일 3피크닉을 즐길 수 있다. 다들 한강, 한강 말하지만 진정한 피크닉 장소의 강자는 여기다.  

Tip▶ 양평교에는 계단만 있어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캠핑웨건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다. 선유도역 7번 출구에서 도보로 8분 정도 직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양평12보행육교를 통해 출입하는 게 더 편하다.


●알짜배기 피크닉세트
피크닉109 선유점

 

피크닉세트를 대여하는 우리의 주목적은 사실 예쁜 사진 촬영용 아니겠는가. 다과와 음료가 빠진 만큼 가격도 주변 대여 카페에 비해 저렴하다. 서정적인 피크닉 분위기로 만들어 줄 ‘피크닉바구니 세트’에는 일회용 와인잔 2개, 조화, 테이블, 우드 도마, 블루투스 스피커, 매트 등이 있다. 4월의 날씨가 살짝 추울 때 덮을 수 있는 담요도 포함됐으며 캠핑웨건도 빌릴 수 있다. 이외에도 단돈 1만원으로 돗자리, 테이블, 담요 등이 대여 가능하다. 강아지펜스, 캠핑 의자 등이 포함된 ‘개느님세트’, 캠핑 느낌을 제대로 낼 수 있는 피크닉 세트들도 있다.

먹을 것은 걱정하지 마시라. 지역 상생으로 치킨이나 치즈볼 등을 예약할 수 있으며 방문시 기다릴 필요 없이 음식을 포장해 갈 수 있다. 이외에도 선유도역 주변에는 프랜차이즈 카페, 샌드위치·토스트 전문점, 분식집 등이 있어 취향에 따라 피크닉 바구니를 채워 갈 수 있다.

Tip▶ 선유도역 2번 출구로 나와 2분 정도 걸으면 피크닉109가 나온다.

 

●해진 후 피크닉 여흥을 이어갈
커피라이커스 선유 본점


숱한 카페를 경험했지만, 커피라이커스처럼 트렌디하면서 조용한 카페를 찾아보지 못했다. 1층은 카운터, 2~4층이 카페로 이뤄져 있다. 층마다 인테리어와 음악 주제가 다르지만 모든 공간에서 ‘휴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맨 꼭대기인 4층에서는 국악이 흘러나오곤 하는데 설치미술처럼 꾸며 놓은 공간과 분위기가 잘 어울린다. 천장은 조금 높은 서까래 지붕 형태인데 해가 지면 아지트 느낌이 난다. 2층에는 캘리포니아 석양을 그대로 옮긴 듯 한쪽 벽면에 청량한 오렌지빛이 가득하다. 시그니처 음료는 아몬드 튀일이 곁들여진 라이커스 콘크레마.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위로 달콤한 생크림이 덮여 있다. 차 종류로는 복숭아향이 맛깔나게 나는 피치블라썸을 추천한다. 

Tip▶ 선유도역과 당산역 사이에 있다. 선유도역 5번 출구에서 쭉 걸으면 5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곽서희 기자, 홍은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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