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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의 트레커스 아일랜드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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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푹 찌는 무더위, 이열치열의 방법을 택했다. 여수에 위치한 금오도로 향했다. 이웃섬 안도까지, 여름을 걷는다.  뜨거운 행복, ‘트레커스 아일랜드’를 소개한다.

1, 2, 3코스의 끝점이자 4코스의 시작점. 학동포구
1, 2, 3코스의 끝점이자 4코스의 시작점. 학동포구

트레커스 아일랜드
 

금오도 비렁길 코스 
▶1코스(5km, 2시간) 함구미 → 미역널방 → 송광사 절터 → 신선대 → 두포
▶2코스(3.5km, 1시간 30분)  두포 → 굴등전망대 → 촛대바위 → 직포
▶3코스(3.5km, 2시간)  직포 → 길바람통전망대 → 매봉전망대 → 학동
▶4코스(3.2km, 1시간 30분)  학동 → 사다리통전망대 → 온금동 → 심포
▶5코스(3.3km, 1시간 30분)  심포 → 막개 → 장지


안도 트레킹 코스 
▶상산둘레길 코스(3.6km, 1시간 30분) 
안도마을 → 동고지삼거리 → 대나무숲길 → 대숲 쉼터 → 후박나무 쉼터 → 상산동전망대 → 기러기 쉼터 → 안도 오름 쉼터(전망대) → 낭고지 쉼터 → 이야포해변

▶종주트레킹(11.5km, 4시간)  
안도선착장 → 서고지복지회관 → 서고지길 → 이야포해변 → 상산동전망대 → 동고지마을(왕복) → 선착장

협곡과 벼랑의 아찔함이 느껴지는 갠자굴통
협곡과 벼랑의 아찔함이 느껴지는 갠자굴통

 

●비렁길의 섬, 금오도


금오도는 육로와 연결된 돌산도를 제외하고 여수시에서 가장 큰 섬이다. 유인도 11개, 무인도 46개로 이뤄진 금오열도의 중심 섬으로 면적은 27km², 해안선 길이만 64.5km에 달한다. 금오도라는 이름의 뜻은 ‘황금 자라’다. 바다에서 바라보면 섬의 형태가 자라를 닮았고 해안이 황금빛을 띠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비렁길 곳곳에는 위치와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놓여 있다
비렁길 곳곳에는 위치와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가 놓여 있다

 

금오도는 비렁길 걷기로 대변되는 섬이다. 연간 40만명이 넘는 탐방객이 비렁길을 걷기 위해 찾아온다. ‘비렁’은 벼랑을 일컫는 남해지역의 사투리다. 맑고 푸른 바다 위로 솟아난 그 벼랑을 따라 총 5코스, 18.5km의 걷기 길이 이어진다. 찾아오는 이가 많으니 당연히 섬을 오가는 교통도 편리하다. 여수항, 백야도, 돌산에서 여객선이 수차례 탐방객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도 금오도에는 인위적인 관광시설이 많지 않다.

흔한 호텔이나 리조트도 하나 없다. 산지가 대부분인 지형적인 여건으로 사빈(모래가 많이 퇴적한 해안)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곳 일대가 다도해상국립공원에 속해 있어 개발을 최소화했던 결과다. 금오도에는 순환도로가 없다. 섬의 한편을 비렁길이 차지했다면 그 반대쪽에는 해안도로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함구미 선착장에서 시작된 도로는 섬의 남쪽 끝 장지마을을 지나고 다리를 건너 안도까지 이어진다. 

최근 여수 함구미간 항로가 준공영제 지원항로로 선정됐다
최근 여수 함구미간 항로가 준공영제 지원항로로 선정됐다

대부분 탐방객은 비렁길을 걸은 후 당일 육지로 빠져나간다. 금오도에는 캠핑장을 비롯해 꽤 많은 민박, 펜션이 들어서 있다. 섬은 점차 체류형 관광지로 변모하고 있다. 하루를 머무는 것만으로도 한결 여유롭고 풍요로운 여정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또한, 비렁길 전 코스는 끝점과 시작점이 서로 연결돼 당일로 종주할 수 있다. 그러나 섬에서 빠르게, 많이 걷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살펴보며 2~5회로 나눠 걸을 것을 추천한다.

비렁길을 금오도 해안과 이어주는 옛길
비렁길을 금오도 해안과 이어주는 옛길

●절경의 아홉 골짜기

 
‘함구미’는 절경의 아홉 골짜기를 품은 마을이라는 뜻이다. 해안지형이 돌출돼 있어 마을 사람들은 ‘용두’라 부르기도 한다. 백야도와 여수항을 떠난 배가 들어오는 관문이며 비렁길의 시작점이다. 비렁길 1코스는 바다로 흘러내린 매봉산 자락이 거센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용두바위, 미역널방 등 아찔한 절벽 구간을 지난다.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이 창건했다는 송광사 절터와 신선대 중간지점에서는 섬 지역에서 주로 행해졌던 토속장례 형식인 ‘초분’도 만날 수 있다. 금오도의 초분은 돌을 쌓고 시신을 올려두는 ‘고임초분’의 형태를 띤다. 2000년대 말까지도 초분이 행해졌으며 현재의 초분은 2011년, 실제 있었던 터에 복원된 것이다.

굴등전망대에서 바라본 직포마을과 매봉산
굴등전망대에서 바라본 직포마을과 매봉산

●몽환적 풍광의 굴등전망대


두포에서 굴등마을로 들어오는 1.7km의 시멘트 도로는 농사를 위해 오래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직접 닦았다. 마을은 걸음과 시야가 지루해질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난다. 팽나무와 느릅나무의 울창한 숲 품 안에 오붓하게 안겨 있지만, 절벽 위에 형성된 특별한 마을이다. 마을 끝 숲 사이에는 데크길이 놓여 있다. 숲을 헤치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비렁길 구간 중 가장 몽환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굴등전망대가 나타난다. 마치 하늘과 바다 사이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 트레커들이 2코스를 사랑하는 까닭이다.

연인이 비렁다리를 건너면 결혼에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다
연인이 비렁다리를 건너면 결혼에 성공한다는 속설이 있다
위에서 내려 봐도 아래서 올려 봐도 절경인 매봉전망대
위에서 내려 봐도 아래서 올려 봐도 절경인 매봉전망대

●비렁길의 백미, 매봉전망대와 비렁다리


매봉전망대는 비렁길 3코스 절벽 위에 설치돼 있으며 비렁길의 여느 전망대보다 더욱 아찔하고 격정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그만큼 높고 가파른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압도적 풍광은 오히려 전망대를 내려와 비렁다리 부근에서 바라보면 실감이 난다. 비렁다리는 비렁길 3코스 갠자굴통 협곡에 놓인 출렁다리로 길이는 42m다. 바닥에 2개의 창을 내고 안전한 강화유리로 시공하여 아슬아슬한 절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리 위쪽의 데크전망대에 오르면 양쪽의 아치와 어우러진 남해군 남면의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직포마을의 보호수는 수령이 200년 된 해송이다 4
직포마을의 보호수는 수령이 200년 된 해송이다

●명품섬, 명품마을, 안도


안도(安島)는 금오도 남쪽에 딸린 면적 4km2의 섬이다. 2010년 안도대교가 놓이면서 두 섬은 차량으로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오래전 안도는 서도와 동도로 이루어진 두 개의 섬이었으나 사주(沙洲)의 발달로 인해 하나의 섬으로 연결되었다. 지도를 보면 이야포 몽돌해수욕장 부근, 폭 100m 정도의 연결축이 두 개의 섬을 잇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도는 높이 207m의 상산을 중심으로 해안까지 완만한 경사지를 이루고 있다. 안도의 지형을 보면 북동쪽과 남서쪽으로 길게 돌출된 형태를 보인다. 이를 곶의 의미인 ‘고지’란 어미를 붙여 ‘동고지’, ‘서고지’로 부르며 현재는 그곳에 있는 마을이나 항구의 지명을 뜻하는 명칭으로도 쓴다.

몽돌로 이뤄진 안도의 이야포해변
몽돌로 이뤄진 안도의 이야포해변

안도의 주민 대부분은 선착장 주변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방파제 낚시터로 유명한 데다 사주로 이어진 천연 피항장 덕분에 안도마을은 늘 활기가 넘친다. 동고지마을은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을이었다. 그러던 2014년, 11번째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된 후 관심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안도의 내로라하는 명소가 되었다. 예로부터 황금어장으로 불리던 서고지에는 낚시 관광형 다기능어항이 조성되고 있다. 

옛날에는 보대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직포
옛날에는 보대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직포

금오도 여행이나 비렁길을 걷기 위한 베이스캠프 정도로 여겨졌던 안도는 몇 년 사이 자체적으로 여행자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관광 인프라가 크게 발전했다. 이는 없던 스폿을 새롭게 개발한 것이 아닌 섬이 가진 고유의 자연환경을 발굴하고 정비하여 내어놓은 것이다.   

 

| SPOTS |

수항도(금오도)

캠핑장이 있는 대유항 앞바다에는 작은 섬 하나가 떠 있다. 탐방객들이 궁금해하는 이 섬의 이름은 수항도다. 항아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 할머니 한 분이 거주하고 있어서 ‘할머니섬’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다. 대유항에서 800m 거리에 있으며 낚시배를 빌려야 입도할 수 있다. 

용배교(안도)

백금만 초입에 있는 인도교로 동도에서 서도로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치되었다. 포구 안쪽에서 바라보면 빨간 다리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호수가 나뉘는 듯한 느낌이 들며 선착장으로 배가 들어올 때면 더욱 근사한 장면이 연출된다. 

동고지마을(안도)

12가구 18명의 주민이 사는 동고지마을은 2013년 TV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 소개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4년 생태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환경부 명품마을로 선정되었다. 현재 펜션과 주민 민박, 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고 다양한 체험 및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서고지 고깃배 출항(안도)

조용하던 서고지항은 오후 6시가 되면 엔진 굉음으로 요란해진다. 고깃배들이 출항 준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곧이어 고깃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도를 부수며 꼬리를 물고 바다로 나가는 모습은 씩씩하고 또 장엄하기까지 하다. 촬영 지점으로는 인도교 위가 좋다.


| 여객선 |
    
금오도로 향하는 방법

▶ 백야도항 → 금오도 직포항  
2회 운항(소요시간 40분~1시간 5분)
▶ 백야도항 → 금오도 함구미항  
4회 운항(소요시간 40분~1시간 5분) 
▶ 여수연안여객터미널 → 금오도 송고항, 함구미항  
3회 운항(소요시간 1시간 20분~1시간 45분)
▶ 여수연안여객터미널 → 금오도 여천항  
2회 운항(소요시간 1시간)
▶ 돌산 신기항 → 금오도 여천항  7회 운항(소요시간 25분)

 

안도로 향하는 방법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 안도항 
2회 운항(소요시간 1시간 40분)
※ 금오도 여천항에서 남면마을버스 2호차 이용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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