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은 모 아니면 도의 시간이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해가 지구의 7월 기온이 가장 높았던 3개 해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반면 8월, 대한민국은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했습니다. 전국이 침수되었습니다. 물은 높은 곳으로부터 낮은 곳으로 흘렀습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침수 피해로 인해 참변을 당했습니다. 애통한 여름이 지나갑니다.
이제 ‘여전한’ 가을입니다.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이 희소한 시대지만, 감염 증가율은 여전히 가파릅니다. 안타깝지만 이번 명절 역시 차마 모이시라 권장하지 못하겠습니다. 여전한 것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하고, 여행업계의 보릿고개도 여전합니다. 국적 LCC를 중심으로 6~7월 일본, 동남아 정기편 복원이 활발히 이루어졌지만 8월 중순부터 다시금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감편하는 추세에 들어섰습니다.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될 여행이 여전히 이리저리 치이는 것은, 결코 여행의 죄가 아닐 겁니다.
내후년도 올해와 작년처럼 여전하다면, 결국 지구에서 ‘여전하다’라는 의미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름다움이란 감각을 어렴풋한 지식으로 배워야 하는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래비> 9월호에는 높은 확률로 가장 아름다울 ‘지금’을 담았습니다. 태국 방콕과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했고, 강화도의 숲과 속초 바다를 거닐었습니다. 여전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요즘과 단 하루의 샌프란시스코도 소개합니다. 여전한 가을, 여전한 <트래비>를 한가위의 달만큼 배불리 만끽해 주시길 바랍니다.
<트래비> 강화송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