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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름다운지, 세부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2.10.06 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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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건 없었다. 바다가 넘실거렸고, 능선은 유려했다.
세부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시아로가든 경내는 물론 세부 산지의 광활한 풍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손바닥전망대
시아로가든 경내는 물론 세부 산지의 광활한 풍광을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손바닥전망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 필리핀에서는 희고 투명한 해변 풍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 필리핀에서는 희고 투명한 해변 풍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영원한 사랑이 있다면, 레아신전 


밤늦은 시작, 세부공항에 도착했다. 자정이 넘어 호텔에 여장을 풀었지만, 피로 따위는 없었다. 여행의 설렘. 세부의 첫 아침을 씩씩하게 맞고 찾아간 곳은 바다가 아닌 산이다. 일명 ‘하이랜드’로 불리는 ‘부사이 바랑가이’, 이곳은 산이 많은 세부의 고원지대 중 하나다. 

 ‘레아 알비노 아다르나’ 동상 아래에는 사랑받던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레아신전은 세부의 사업가 ‘테오도리코’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기 위해 건축했다
레아신전은 세부의 사업가 ‘테오도리코’가 세상을 떠난 아내를 기리기 위해 건축했다

세부의 ‘타지마할’로 불리는 레아신전은 부사이 바랑가이 칠부능선에 자리하고 있다. 세부의 모텔 체인 퀸즐랜드의 소유주 ‘테오도리코’가 53년을 함께 살다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내 레아를 위해 건축하기 시작해 2012년 완공한 사원이다. 세부 시내가 거침없이 내려다보이는 널찍한 광장을 앞마당처럼 펼쳐 둔 중앙의 커다란 건축물은 그리스 신전을 빼닮기도 했다.

메인홀 중앙에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경으로 ‘Beloved Wife And Mother’라는 문구가 적힌 레아의 좌상이 놓여 있었다. 박물관, 갤러리, 도서관 등이 포함된 24개의 방은 아직 미공개지만 나머지 시설만으로도 절정의 화려함이 느껴졌다. 두 손을 모으고 사랑을 기원하는 연인들의 모습 뒤로 낯익은 음악이 들려왔다. 어느 남성 바이올리니스트가 즉석에서 연주하는 크러쉬의 ‘Beautiful(도깨비 OST)’, 괜한 뭉클함이 가슴으로 밀려든다.

탑스힐의 광장을 둘러싼 원형의 터널은 밤이면 술과 음식을 파는 바로 변신한다
탑스힐의 광장을 둘러싼 원형의 터널은 밤이면 술과 음식을 파는 바로 변신한다
탑스힐의 광장 둘레에는 세부 시내와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벤치가 설치돼 있다
탑스힐의 광장 둘레에는 세부 시내와 야경을 즐길 수 있는 벤치가 설치돼 있다

●세부의 전망과 저녁 감성을 책임지는 곳, 탑스힐


세부 탑스힐은 높이 900m 부사이산 정상을 일컫는다. 레아신전과 더불어 세부 시내 전경을 가장 넓고 선명하게 조망할 수 있는 일종의 전망대다. 인천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세부에 도착하면 밤이 늦어 대개는 숙소에서 잠을 청하지만, 경험 많은 관광객은 체크인 후 차량을 불러 이곳을 찾아온다. 또한, 센스 있는 현지 가이드가 선물처럼 데려가는 숨은 명소이기도 하다. 세부 최고의 노을과 야경이 있고 광장을 둥글게 둘러싼 바에서 안주와 술을 먹고 마시며 이국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세부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스폿으로 평가받는 탑스힐
세부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스폿으로 평가받는 탑스힐

안타깝게도 세부 탑스힐을 점심때가 채 되지 않아서 방문했다. 바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전망 광장 또한, 비교적 한산했다. 대신 사방을 돌아다니며 커다란 구름 아래 놓인 탑스힐과 세부의 거리낌 없는 풍광을 만끽할 수 있었다.

시아로가든은 미니 암스테르담으로도 불린다
시아로가든은 미니 암스테르담으로도 불린다

●열대과일을 닮은 꽃 정원, 시아로가든 

필리핀의 문화는 노상에 진열된 울긋불긋한 열대과일을 닮았다. 시아로가든은 그러한 다채로움과 화려함을 상징하는 스폿이다. 작은 꽃 농장이 어느새 정원을 이루고 SNS 성지로 떠올랐다. 꽃 축제로 유명한 네덜란드 리세에 위치한 ‘큐켄호프(Keukenhof)’ 화원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미니 암스테르담’으로도 불린다. 1만여 평방미터의 가든 곳곳에서 꽃과 조형물이 펼쳐진다. 언덕 끝에 설치된 거대한 손바닥 전망대는 대기 줄을 서야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뒤편으로는 울창한 산림, 앞에는 시아로가든의 아름다운 풍광을 시야에 넣을 수 있는 핫 스폿이지만, 누구든 이곳에 오르면 동행자가 들고 있는 휴대폰을 응시하게 될 수밖에 없다.

산토니뇨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교회다
산토니뇨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교회다

●십자가의 비밀, 마젤란 크로스 

포르투갈 태생의 항해가, 마젤란은 1521년 필리핀 세부에 상륙했다. 당시 세부의 추장이었던 ‘라지후미본’과 친구가 된 그는 원주민들에게 가톨릭을 전파한 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세부에 십자가를 세웠다. 이를 마젤란의 십자가라 부른단다. 십자가 일부를 떼어먹으면 병이 낫거나 영험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미신 때문에 원형 보존이 어려워지자 봉인해 보관하기 시작했다. 현재 산토니뇨 성당 앞 붉은 지붕의 안치실에 높이 매달려 있는 십자가가 원래의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돈을 내면 춤을 추고 사진도 찍어 주는 마젤란 크로스의 명물 노란 옷 무당
돈을 내면 춤을 추고 사진도 찍어 주는 마젤란 크로스의 명물 노란 옷 무당
산토니뇨성당의 아기 예수상
산토니뇨성당의 아기 예수상
성당 광장의 야외 기도실에서 소원을 비는 관광객들
성당 광장의 야외 기도실에서 소원을 비는 관광객들

이곳에서는 종종 노란 옷을 입은 여자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일종의 무당들이다. 소원을 빌기 위해 일정한 돈을 내면 춤을 추고 사진도 찍어 준다. 

마젤란의 십자가 뒤편에는 산토니뇨(Santo Niño) 성당이 있다. ‘성스러운 아기’라는 뜻을 가진 성당은 1565년 세워졌다. 이곳에 소장된 아기 예수상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유물로 마젤란이 라지후미본 추장 가족에게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CEBU Spots
세부를 여행하며 머물기 좋은 곳 3

세부의 마운틴뷰 
세레니트 팜 리조트

산지가 많은 세부에는 전망 좋은 리조트와 식당이 많다. 말루복산(Mt. Malubog)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세레미트 팜 리조트 역시 시원한 산악 경관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레스토랑에서는 튀긴 족발 크리스피 파타(Crispy Pata), 닭찜 격인 치킨 아도보(Chicken Adobo), 생선스프 시남팔로캉 탕기기(Sinampalokang Tangigi) 등 정통 필리핀 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식전 음료 코코넛과 디저트로 제공되는 ‘우베 케이크’도 대만족이다. 우베(Ube)는 세부 지역의 특산물로 보라색을 띠고 있어 ‘퍼플얌(Purple Yam)’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가성비 좋은 곳 
세부 바이호텔

객실 수 670개의 4성급 호텔로 막탄국제공항에서 25~30분 거리에 있다. 8개의 레스토랑과 피트니스센터, 클럽 라운지, 사우나, 스파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루프톱은 물론 21층에 위치한 수영장과 풀 사이드바에서 세부의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관광객에게는 가성비 좋은 호텔로 유명하다. 

거대한 관광복합단지 
누스타 리조트

‘누스타’는 카지노와 리조트를 포함한 관광복합단지다. 250개의 게임 테이블과 1,500개의 슬롯머신을 갖춘 카지노에 이어 최근 379개의 객실을 갖춘 5성급 호텔, ‘필리 어반 리조트(Fili Urban Resort)’를 추가로 오픈했다. 올해 초 막탄섬과 세부 시내를 잇는 해상교량(8.9km) ‘CCLEX Bridge’가 개통됨에 따라 공항에서의 접근이 한결 수월해졌다. 향후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적극적 마케팅이 전개될 예정이다.

▶필리핀 여행은 세부퍼시픽

오랜만에 찾은 인천공항, 예전만큼의 북적임은 없었지만 설렘을 공감할 만큼의 열기가 터미널을 채우고 있었다. 출국장 창 너머 일행을 태울 세부퍼시픽 항공기가 노란 꼬리 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세부(Cebu)와, 보홀(Bohol)이다. 

세부퍼시픽이 7월3일부터 인천-세부 노선의 운항을 재개하더니 9월9일부터는 기존의 주 2회 운항에서 매주 월·목·일요일 주 3회 운항으로 증편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필리핀을 찾은 한국 관광객은 무려 200만명,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로 기록될 정도였다. 코로나를 일상으로 받아들이면서 우리나라 해외여행객 또한, 자연스레 회복되는 추세다. 이에 필리핀의 한국 관광객에 대한 기대가 다시금 급상승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 세부퍼시픽의 인천-세부간 매일 운항도 머지않은 듯하다.

세부퍼시픽은 보홀까지 직항노선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하지만 세부에서 보홀로 그리고 마닐라를 거쳐 귀국하는 최적의 일정을 즐기기엔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세부에서 보홀로 이동할 때는 배편이 기다리고 있어 여정이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세부퍼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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