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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여행, 이번엔 반딧골 전통공예 문화촌이다!

  • Editor. 정은주
  • 입력 2022.10.31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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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의 유명한 명소들을 두루 다녀봤다면 이번엔 반딧골 전통공예 문화촌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무주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에 있어 찾아가기도 쉽다. 문화와 예술, 전통 공예가 어우러진 색다른 무주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무주가 낳은 시대의 인물
김환태 문학관 & 최북 미술관

무주 반딧골 전통공예 문화촌은 무주를 대표하는 인물의 이름을 본뜬 김환태로와 최북로 사이에 부채꼴 형태로 자리한다. 매년 반딧불 축제가 개최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문화촌 가운데 김환태 문학관과 최북 미술관이 한 건물 안에 있다. 

김환태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순수 문학 이론을 정립하고 문학평론가로 활약한 걸출한 문화예술인이다. 순수 문학 옹호자로 정치나 계급에 치우친 당시 경향 문학을 경계하고 문학의 순수성을 지키는 버팀목이 되고자 했다. 

김환태 문학관은 이러한 문학적 소신과 활동상을 소개하고 그가 남긴 유물을 전시한다. 총 16개 테마로 나뉘는데 가장 먼저 이어령이 쓴 추모의 글에서 김환태의 문학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 출생과 성장기를 비롯해 그가 남긴 여러 어록과 일화들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일본에 저항해 펜을 꺾은 일이다. 김환태는 일본 유학시절 안창호와 인연을 맺기도 했는데 전쟁 말기에 일본이 국어 말살정책과 친일문학을 선도하자 1940년에 절필을 선언했다. 

이 같은 올곧은 마음은 그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 안타깝게도 김환태는 폐병으로 광복을 한 해 앞둔 1944년 35세 나이로 요절했다. 문학관 가운데 푸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데 마치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를 추모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환태 문학관 맞은편에는 최북 미술관이 있다. 조선 후기 화단의 거장으로 꼽히는 최북은 영정조 시대에 활동한 직업 화가였다. 화초와 새, 짐승, 바위, 메추라기와 호랑나비를 잘 그렸던 최북은 특히 산수화에 일견이 있어 최산수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미술관에는 최북의 영인본 작품 6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산과 계곡을 유람하며 직접 눈으로 본 산천을 화폭에 담았는데 대표작으로 풍설야귀인도와 공산무인도, 매화쌍치도, 추경산수도 등을 들 수 있다. 당시 조선 화단이 중국 산수화를 흉내 내는데 급급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최북은 자기 소신이 뚜렷하고 독창적인 화가였다고 할 수 있다. 

기행도 서슴지 않았던 최북은 세간에서는 기이하고 괴팍한 화가로 여겨지기도 했다. 한 일화로 최북이 어느 관리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협박을 받자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내 눈이 나를 저버린다’며 스스로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드러우면서도 완고해 보이는 굵은 붓질 속에 최북의 혼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눈이 번쩍 뜨이는 아름다움 
진묵도예와 보석화 공방 


문학관과 미술관 건너편에는 장인들의 공방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그중에서 진묵도예는 2020년 우수 숙련기술자에 선정된 김상곤 도예가의 작품을 만나는 공간이다. 검은빛과 투박한 질감이 매력인 도자 작품과 그릇들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원형 또는 사각 형태의 편편한 그릇과 도마는 평범한 식탁을 세련되게 만드는 마법의 도구다.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릇들이 있다면 구입도 가능하다.

가지런히 진열된 정호다완들은 진묵도예의 진가를 엿보게 한다. 다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릇 모양도 유약이 흘러내린 형태도 조금씩 다른데 같은 찻사발이라도 도예가의 손끝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차이가 이처럼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진묵도예는 여전히 손수 불을 때는 전통가마에서 구워내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석채화를 그리는 김기철 화백의 보석화 공방도 입주해 있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진흥회에서 한국화 명인으로 선정한 김기철 화백은 수 십 년간 홀로 석채화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2011년 무주군의 초청으로 공예촌에 터를 잡은 뒤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결과 지금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화가가 되었다.  

돌가루를 물감 대신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석채화는 시간이 지나도 색이 바래거나 변하지 않는 불변함을 품고 있다. 붓에 아교를 묻혀 밑그림을 그린 뒤에 색깔별로 돌가루를 뿌리고 털어내며 작품을 만들어내는 김 화백의 열정이 화폭에 가득 담겨 있다. 작품 하나하나 마다 오묘한 자연의 색이 은은히 풍겨 나온다. 

반딧골 전통 공예 문화촌은 야외 공간도 잘 꾸며져 있어 자연 속에서 힐링하며 산책하기 좋다. 곳곳에 전시된 폐자원을 활용해 만든 정크 아트 작품들이 또 다른 볼거리를 안겨준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정교하고 섬세하게 만든 작품들이 신기하고 놀랍다. 문화촌을 둘러본 뒤 잠시 휴식하며 쉬어가 보자.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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