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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도, 마음이 채워지는 시간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2.10.24 11:08
  • 수정 2022.10.2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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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바다와 아득히 넓은 들녘. 포근한 마을 풍경, 지저귀는 철새들. 주문도를 채우는 평화로운 모습들이다. 이 섬마을을 한 발 한 발 거닐면서 따뜻한 마음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주문도 전경
주문도 전경

●3시간 또는 1박으로 
주문도 여행법

당일 트레킹 여행을 위해 드넓은 농경지와 강화갯벌, 해당화 그리고 가을 철새가 찾는 천혜의 섬 ‘주문도(注文島)’로 향한다. 바다와 맞닿은 출발점, 선수선착장부터 이미 설렌다. 이곳에서 주문도로 들어갈 수 있는 항로는 2개다. 선수선착장에서 출발해 볼음도와 아차도를 거쳐 마지막으로 주문도(느리)에 도착하는 항로는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조금 길다 느껴진다면 다음 항로를 이용하는 건 어떨까. 작년 3월에 생긴,선수선착장과 주문도(살곶이)를 잇는 직항 노선으로 35~45분이면 섬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고, 주변 풍경을 즐기다 보면 금세 섬에 닿는다. 두 항로 모두 첫 배 시간은 오전 7시대(2022년 11월 기준)이며, 2번째 출항은 점심시간 이후다. 주문도에서 하루를 넉넉하게 보내고 싶다면 발길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 1박 2일 일정으로 강화도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 첫날은 강화도에서 보내고, 다음날 서둘러 오전 7시 배를 타고 주문도를 들어가는 일정이다.

강화나들길 걸으며 바라본 아차도
강화나들길 걸으며 바라본 아차도

다음은 3시간 속성 코스다. 오후 1시에 출발하는 선수선착장-주문도(느리) 항로로 주문도에 들어와 오후 5시25분 주문도(살곶이)에서 선수선착장으로 나가는 배를 조합한 일정이다. 취향에 따라 방문 일정은 달리할 수 있지만, 오후 2시20분경 주문도선착장(느리)에 도착해 대빈창해변-주문저수지-서도중앙교회-뒷장술해변-앞장술해변-주문도선착장(살곶이) 순으로 걸으면 3시간 만에 주문도를 골고루 살필 수 있다.

1~2곳을 포기하고 한곳에만 지긋이 머물며 주문도의 자연을 만끽하는 것도 좋은 여행법이다.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신발은 필수, 무리 지어 다니는 철새들을 더 가깝게 볼 수 있는 망원경을 챙기는 것도 추천한다. 배편은 시간대와 운항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참, 강화군청 피셜, 주문도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0월과 5월이다. 가을에는 들녘에 가득한 철새를 구경하고, 5월에는 내륙에서 보기 힘든 해당화를 만날 수 있다고. 물론 이 시기가 아니더라도 주문도의 풍경은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여객선 운항 시간                    

* 출발시간은 동·하절기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홈페이지 사전 확인 필수             
 

●트레킹 초보 주목!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에서 빠트리지 말아야 할 건 해변과 더불어 섬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평범한 길이다. 이 길과 명소들을 엮어 강화나들길 12코스가 됐기 때문이다. 20코스까지 마련된 강화나들길은 강화도 선비 화남 고재형 선생이 걸었던 강화의 길을 엮어 만든 도보여행 코스다. 고재형 선생은 강화도의 거의 모든 마을을 직접 방문하고, 기행시문집 <심도기행(1906년)>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각 마을을 주제로 한 256수의 한시와 함께, 각 마을의 유래와 풍광, 생활상 등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강화나들길을 걸으면 주문도의 모습이 왠지 더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서도중고등학교
서도중고등학교

총 11.3km의 12코스는 전체적으로 평지로 구성돼 누구나 걸을 수 있고, 3시간에서 3시간 30분 정도면 주문저수지, 서도초·중·고등학교 입구를 거쳐 해당화군락지, 살꾸지, 뒷장술해변 등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차로 몇몇 포인트만 빠르게 들르는 것보다 여유로운 마음과 적당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걸으면서 주문도에 흠뻑 빠져 보는 걸 추천한다. 


시작점인 주문도(느리) 선착장에서 몇 발 걷지 않아도 섬마을의 포근함과 주변 바다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청명한 바다와 건너편 아차도의 이름 없는 둔덕, 알록달록한 마을 지붕들, 농사를 짓는 주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푸근한 느낌이 든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다. 도망가지 않고 반겨 주는 상냥한 고양이, 하늘을 뒤덮는 수많은 철새가 길동무가 돼 주니 말이다. 

서도파출소를 지나 평범한 거리를 걷다 보면 동화처럼 반짝이는 호수도 만나게 된다. 실제로 호수는 아니고 주문저수지인데, 철새와 오리가 물놀이하고,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또 바다를 옆에 둔 서도초·중·고등학교는 영화에 나올 법한 분위기의 섬마을 학교이고 대빈창해변부터 3km 정도 걸으면, 한옥 예배당인 서도중앙교회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숨을 돌리거나 좀 더 위쪽으로 올라가 주문도의 유일무이한 카페 ‘바다카페’에서 음료와 샌드위치를 맛보면서 다음 여행을 준비해도 괜찮다.

대빈창해변
대빈창해변

●고요한 바다의 소리 
대빈창해변

볼음도와 아차도를 지나면서 실컷 바다를 보고 주문도(느리) 선착장을 통해 주문도에 첫발을 디딘다. 선착장 바로 앞 향토수호전적비(1950년 9월24일 북괴 체포를 기념)의 이야기를 읽고, 15~20분을 걸어 주문도에서 가장 큰 해변인 대빈창해변으로 자리를 옮긴다.

대빈창해변
대빈창해변

한적하다 못해 고요한 대빈창해변에서 한껏 사색을 즐기다 보면 이따금 들리는 작은 파도 소리에 마음이 더 차분해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스트레스 또한 넓디넓은 바다 앞에서 그저 잡념에 불과하다. 인적은 드물지만, 약 1.5km의 해변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 숲을 이루고 있는 소나무들과 차박, 캠핑하는 이들이 친구가 돼 준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괜스레 글자를 끄적이고, 바다와 숲을 눈에 간직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참고로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또 다른 풍경은 해변 너머로 보이는 지평선. 간조시 뒷장술해변 방면으로 걸으면 데크 계단이 나오고, 그곳에 서면 대빈창해변과 서해가 한눈에 보인다. 

대빈창해변 캠핑
대빈창해변 캠핑

●노란빛 머금은 오후 
서도중앙교회

섬 최고봉이자 중심인 봉구산(146.9m) 아래 자리한 한옥 예배당, 서도중앙교회는 여러모로 존재감이 확실한 곳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 1902년 감리교 윤정일 전도사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문도에 기독교가 전파됐으며, 1905년 서도중앙교회가 문을 열었다. 이후 1923년 주민들의 헌금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개축됐다. 주문도의 따뜻한 마음으로 채워진 셈이다.

교회는 정면 4칸, 측면 7칸으로 구성된 팔작지붕(옆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의 건물로, 우리 전통 목조건물의 형식 위에 서양교회가 지어졌다. 외관부터 제법 독특해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내부에 들어서서 둘러보니 여전히 예배당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면 중앙에 강단이 있고, 그 앞으로 의자들이 놓여 있다. 내부는 단순하게 꾸며져 있으나 중세 전기의 서양교회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서도중앙교회
서도중앙교회

교회에 왔다면 위쪽 전망지도 빠트리지 말고 방문해 보자. 하늘을 향해 솟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주문도 최고의 조망 포인트다. 앞장술과 뒷장술 해변을 동시에 볼 수 있고, 화창한 날에는 마니산도 선명하게 보인다. 특히 햇볕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오후 4시, 주문도가 살짝 노란 빛을 머금은 때를 놓치지 마시길.  

 

●다시 올 날을 기대하며 
뒷장술해변 & 앞장술해변

짧은 트레킹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섬 풍경을 다채롭게 만드는 광활한 농지의 노란빛을 받으며 서도중앙교회에서 1.5km, 적당한 속도로 걸어도 20분 남짓이면 뒷장술해변에 도착한다. 주문도 남서쪽에 자리하고, 천혜의 백사장이 펼쳐지는 뒷장술해변은 대빈창해변처럼 소나무 숲이 바다의 배경을 자처하고 있다.

또 앞에는 무인도인 분지도가 보인다.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섬 덕분에 왠지 모르게 바다가 덜 허전해 보인다. 바닷물이 빠지면 주문도와 뭍으로 연결된다. 간조시 드러나는 넓은 갯벌에는 상합(백합) 등 해산물이 서식하고 있어 아이들과 갯벌 탐험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주문도에 있는 세 해변 중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갯벌 체험이 가능하다. 야영을 위해 텐트를 펼 수 있는 공간과 샤워 시설 등이 마련돼 있으니 하루 머무는 것도 근사한 여행법 중 하나다. 게다가 물이 나가면 대빈창해변과 연결돼 4km 정도를 걸어 다닐 수 있다고 한다. 

뒷장술해변
뒷장술해변

10월이면 해변 옆 들녘에 기러기와 야생오리 무리가 내려앉는다. 새들의 군무를 보면 일단 탄성이 나온다. 사진과 영상으로 온전히 담기 어려우니 꼭 두 눈으로 확인하시길. 매년 5월이 되면 앞장술해변길을 따라 해당화도 가득 핀단다. 내년 달력에 미리미리 동그라미를 쳐 놔야 할 것만 같다.

●미리 계획한 다음 여행 
캠핑 & 갯벌 체험

3시간 트레킹을 즐기면서 주문도 1박 2일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졌다. 민박 또는 캠핑을 즐기면 주문도를 더 깊게, 더 가까이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대빈창해변의 환상적인 일몰과 뒷장술해변의 특별한 갯벌 체험은 섬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주문도의 선물과도 같다. 갯벌에서는 상합(백합)을 직접 채취해 회와 조개탕 등을 맛볼 수 있단다. 단맛 나는 상합회, 갓 잡은 상합을 넣고 끓인 조개탕의 시원한 국물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한다.

갯벌 체험의 경우 30~40분 동안 먼 갯벌로 나가야 해 개인적으로 체험하기는 힘들고, 숙박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사전 문의 필수)을 이용해야 한다.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한 주문도의 밤하늘도 그렇게 예쁘다고들 하니, 주문도를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글·사진 이성균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공동기획 강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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