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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서울이 그리울 때 

연극 '백 년의 밤' 과 서울 여행 사진전

  • Editor. 장세희
  • 입력 2022.10.3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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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은 서울 사대문 가운데 유일하게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애틋한 문이다. 형체가 없기에 더더욱 그 역사와 가치를 기억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도시 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돈의문이 철거되자 돈의문 안쪽에 있는 새문안 동네가 그 터를 오랫동안 지켜 왔다. 1960년대부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덕분에 근현대 서울의 삶과 기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동네가 살아 있는 박물관 ‘돈의문박물관마을’로 재탄생했다. 새문안 동네의 식당, 과외방, 이용원 등 건물 40동을 허물지 않고 깔끔하게 보수해 서울 100년의 시간이 중첩된 역사·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연극 <백 년의 밤>은 돈의문박물관마을 곳곳에서 세 남녀의 우정, 사랑, 성장을 담은 이야기를 펼치며 서울의 지난 5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상상해 보게 한다. 불빛이 반짝이는 낭만적인 저녁, 관객들은 배우들의 발걸음을 따라 구락부에서 함께 댄스 파티와 재즈 연주를 즐기거나 새문안극장에 영화를 보러 가거나 통금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에 도망치는 등 극중 인물과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연극과 하나가 된다. 연극을 가만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여 배우와 함께 연극을 만들어 가니 몰입감이 높아진다. <백 년의 밤>은 누군가에게는 줄곧 그리웠던 시절이 되살아나는 밤,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지난 역사를 생생하게 경험하는 밤을 선물한다. 

극중 어린 시절 신문팔이를 하던 주인공이 사진작가의 꿈을 이루고 돈의문박물관마을 작가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여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이 갤러리를 가득 채운 사진들은 바로 <트래비> 기자들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서울 여행 사진이다. 사진 설명을 보면 한 번쯤은 다 가 본 익숙한 장소들인데, <트래비> 기자들의 섬세한 시선과 감성이 발걸음을 붙잡고 사진 속에 지긋이 머물게 한다. 사진 하나하나 천천히 들여다보며 경복궁, 덕수궁, 창경궁 등 궁궐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사색에 젖는다. 한강공원, 서울광장, 청계천 앞에서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했던 피크닉의 추억이 선명해진다. 을지로와 성북동에서 낯선 골목을 탐험하거나 가파른 해방촌 언덕을 느릿느릿 오르며 아직 가 보지 않은 서울의 길을 상상 속에서 미리 걸어 보기도 한다. 내가 사는 서울이 지루하거나 뻔하다고 느껴질 때, <서울 여행 사진전>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건 어떨까. 익숙함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환기가 필요하다. 


연극 <백 년의 밤>
돈의문박물관마을 | 12월2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20:00~21:10 


<서울 여행 사진전>
돈의문박물관마을 작가갤러리 | 12월3일까지, 화~일요일 10:00~19:00(월요일 휴관) 
 

글·사진 장세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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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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