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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정취 가득한 교토 ‘사쿄구’ 둘러보기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2.12.13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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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어디를 걷더라도 옛것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사쿄구를 추천하는 건, 지금의 교토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교토를 다시 일어서게 한 비와호수로, 헤이안 신궁 등이 대표적이다. 그저 아쉬운 건 교토에서 두 번째로 넓은 행정구라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볼 수 없다는 점. 시간이 한정된 여행자를 위해 사쿄구 핵심 코스를 정리했다.

사쿄구 여행의 시작점인 카모가와강

●필요한 건 두 다리뿐

여행은 카모가와강에서 시작한다. 약 31km 길이의 강은 교토 중심부를 가로지르며, 특히 나카교구에서 기온과 야사카 신사, 헤이안신궁 등으로 이동할 때 강을 건넌다. 얕고 잔잔한 강은 평화롭게 다가오며, 강변을 따라 산책만 해도 좋다. 저녁에는 강변에 줄지어 늘어선 식당을 찾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도 괜찮다. 카모가와 강을 지나 쿄세라미술관과 오카자키 공원, 헤이안신궁을 차례로 만난다. 

 헤이안신궁 입국 격인 24m 높이의 빨간 도리

먼저 오카자키공원의 상징이자 헤이안신궁의 입구 격인 크고 빨간 도리(24m 높이)가 보인다. 이 근처를 오고 가거나 조금 높은 곳에서 보면 항상 시선을 채가는 문이다. 그 오른쪽으로 쿄세라미술관이 보인다. 90년 역사의 쿄세라미술관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미술관으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내부만큼 여행자를 사로잡는 건 임페리얼 건축 양식의 외관이다. 지금의 모습은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가한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아오키 준과 니시자와 테조의 독창성이 반영됐다고.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진다.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지는 쿄세라미술관

뒤이어 나오는 오카자키공원은 미술관과 반대로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주 무대인 헤이안신궁을 맛보기 전 쉬어가는 코스다. 강렬한 빨간색이 돋보이는 헤이안신궁은 교토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해 1895년 교토 부흥을 위해 세워졌다. 당시 수도가 도쿄로 넘어가면서 교토는 쇠락의 길로 향하고 있었는데, 시민들은 교토를 재건하기 위해 힘을 모았고, 교육·문화·산업·생활 등 여러 방면에서 부흥 사업을 전개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헤이안신궁이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관광지가 됐는데, 붉은 건축물과 함께 정원, 태평각 등이 빠트릴 수 없는 곳이다. 그저 걷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행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헤이안신에서 결혼식도 진행할 수 있다고. TMI지만 6~8월에는 3,000만원 가까운 웨딩 플랜도 있다. 

교토 천도 1,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헤이안신궁. 빨간 건물과 옥색 지붕이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헤이안신궁까지 관람하고, 다시 작은 하천을 따라 난젠지 방면으로 걷는다. 맞은편으로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보인다. 경쾌한 웃음소리가 교토를 가득 채우는데, 자세히 보니 교토시 동물원이다. 우렁찬 코끼리 소리가 담 너머로 들리니 동물원 근처임을 실감한다. 아주 앙증맞은 관람차와 작은 분수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소소한 풍경까지 더해지니 이동 시간마저 근사한 여행이 된다. 

교토시 동물원과 비와호 수로 기념관 근처 풍경
 난젠지는 일본 왕실에서 세운 최초의 선종 사찰이다. 사진은 난젠지 혼보

●400년을 이어온 풍경

사쿄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난젠지와 수로각이다. 물론 케아게 인클라인(벚꽃길로도 유명), 케아게 터널 등 지금의 교토를 있게 한 비와호 수로 관련 명소들도 여럿 있다. 난젠지 만나기 전 잠시 샛길로 빠진다.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때문이다. 보통의 블루보틀 매장이라면 그냥 지나치겠으나 100년이 넘는 교토의 전통가옥 교마치야를 활용해 눈길을 잡아챈다. 채광 좋은 통창, 정취가 느껴지는 건축물, 맛있는 커피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100년 넘은 교마치야를 활용한 블루보틀

드디어 난젠지와 수로각을 만나러 간다. 난젠지는 1291년, 지금으로부터 731년 전에 90대 일본 천황인 가메야마 천황에 의해 세워졌다. 일본 왕실에서 세운 최초의 선종 사찰이자 난젠지파의 본산이기도 하다. 특히, 경내에 있는 많은 시설이 일본의 중요문화재이자 국보로 지정돼 있다. 중문을 지나면 난젠지를 대표하는 경치이자 정문 격인 ‘산몬’이 드러난다. 엄청난 크기의 목조 건축물인데, 그 위압감이 대단하다. 실제로 일본 3대 문 중 하나로 꼽힌다고. 산몬은 불도 수행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투과해야 하는 세 개의 관문인 공, 무상, 무작의 세 해탈문을 뜻한다. 1295년에 처음 세워졌으나 화재로 소실됐고, 현재의 산몬은 1628년에 재건한 것이다. 그럼에도 400년 가까운 시간을 버텨낸 대단한 문이다. 

난젠지를 대표하는 ‘산몬’

산몬을 지나면 법당 앞에 서고, 그 오른편으로 수로각이 있다. 교토와 오쓰를 잇는 비와호 수로 프로젝트를 위해 1890년에 준공된 수로각이다. 난제지 경관을 고려해 설계됐으며, 벽돌과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형 교각이다. 1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 희끗희끗 낡은 모습이나 난젠지와 주변 풍경에 잘 스며들었다. 

난젠지를 찾는 또 다른 이유인 수로각
난젠지를 찾는 또 다른 이유인 수로각

벽돌 아치를 가까이서 보고 만질 수 있으며, 상부의 수로에 물이 흐르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사진 찍기도 참 좋은 공간이다. 아치형 구조라 그 가운데에 들어가서 인증샷을 남기면 제법 멋스러운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참, 난젠지 경내와 수로각을 둘러보는 건 무료이나 산몬, 혼보 등에 입장할 땐 비용이 발생한다. 

 

▶기억하고 싶은 맛
그릴 코다카라

일본 여행에서 한 번쯤 먹으면 좋을 음식 장르가 요쇼쿠(Yoshoku)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양식으로 알려진 카테고리다. 서양 요리를 일본화한 음식들로 메이지유신 때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 포크커틀릿, 함박스테이크 등이 요쇼쿠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교토에서도 한 번 맛보면 좋은데, 사쿄구에서는 헤이안신궁 옆에 있는 그릴코다카라(グリル小宝)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웬만한 요쇼쿠 메뉴는 다 준비돼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만 하면 된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설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설지도 모른다
교토에 왔다면 요쇼쿠를 한 번 맛보는 것도 좋다. 사진은 그릴 코다카라의 함박스테이크

1961년 개업해 60년 넘게 영업을 하고 있다 보니 현지인과 일본인 여행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점심시간과 주말에는 제법 붐비니 발길을 서두르길. 오므라이스, 야끼메시, 카레라이스, 하야시라이스 같은 밥 메뉴와 돈카츠, 치킨커틀릿, 새우튀김, 카니크림 고로케, 다양한 재료로 만든 샌드위치 등 선택지가 정말 다양하다. 첫 방문이라면 오므라이스, 함박스테이크, 피쉬후라이(생선튀김)는 꼭 맛보길 추천한다. 오므라이스와 함박스테이크의 데미그라스 소스가 매력적이고, 피쉬후라이의 타르타르 소스도 좋다. 물론 세 메뉴 외에도 어떤 음식을 선택해도 괜찮은 식사가 될 것이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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