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즐거움 중 반은 맛이 채운다. 뭘 먹을지에 대한 고민도 여행 계획의 반을 채운다. 바다를 낀 여행지 강원도 고성에서 어떤 맛의 즐거움을 느껴볼까, 고민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정리해본 고성 해산물 맛집 리스트.
●감칠맛 나는 양념을 머금은 쫄깃한 해산물
고식당
해산물을 좋아한다. 볶음류를 좋아한다.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을 좋아한다. 이 3가지에 모두 “Yes!”라고 답한다면 무조건 좋아할 음식점이다. 고식당은 해물 철판 요리 전문점으로, 기본 메뉴는 낙지 철판 요리이고, 여기에 관자나 새우, 치즈로 짝을 맞춘 메뉴를 선보인다. 해물을 다양하게 맛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모둠 해물 철판 요리도 있다.
무쇠 주물 철판에 해산물과 양파, 미나리, 버섯 등 각종 채소를 특제 양념에 버무려 낸다. 테이블에서 지글지글 끓이면 맛있는 냄새가 코를 간질인다. 적당히 익었을 때 통통한 낙지와 아삭한 미나리를 함께 집어 입에 넣는다. 입안 가득 향긋하고 알싸한 맛이 번진다. 마늘 듬뿍 들어간 양념은 감칠맛이 제대로다. 신나게 해산물과 채소를 먹고 난 후 남은 양념에 우동이나 밥을 볶아먹을 수 있다. 볶음밥이 별미니, 꼭 맛볼 것.
●홍게라면과 대게장김밥의 ‘고급진’ 합
천진식탁
가게 이름에서 유추 가능하듯 천진해변 인근에 위치한다. 동해에서 당일 조업한 홍게로 요리하는 ‘고급진’ 라면이 대표 메뉴다. 홍게라면에는 홍게와 함께 싱싱한 백합과 조개가 들어가 풍미가 짙다. 여기에 라면 친구인 김밥을 곁들여야 한다. 근데, 김밥 역시 평범하지 않다. 대게장김밥이다. 고성산 오대미와 완도산 고급 김에 대게장을 듬뿍 넣어 만든다. 홍게라면과 대게장김밥의 조합. 분식 한 끼라고 치기엔 아주 풍성한 해산물 상차림이다.
제철 새우와 명란을 버터에 구워낸 대하명란버터구이, 홍게와 명란, 백합, 새우, 조개 등을 넣고 끓이는 홍게해물전골도 대표 메뉴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세트 메뉴를 이용하자. 1인부터 3~4인을 위한 세트 메뉴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문을 닫는다는 점, 참고하자.
●요란하지 않게 맛있는 국밥 한 그릇
베짱이문어국밥
눈에는 시원한 바다를 담고, 입에는 뜨끈한 국밥을 담는다. 이때의 기분이란, 추운 겨울날 노천 온천탕에 몸을 담갔을 때의 그것과 딱 같다. 머리와 눈은 더욱 상쾌해지고 몸은 노곤해지는 그런 느낌. 교암항과 바로 인접해 눈부신 오션 뷰를 제공하는 베짱이문어국밥에 가면 노천탕에 맞먹는 힐링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고기로 만든 국밥이 주를 이루는 세상에 문어로 맛을 낸 국밥이라니. 해산물 애호가를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직접 만든 특제 육수에 숙주나물을 푸짐하게 넣고 그 위에 고성에서 잡은 문어를 올린다. 깔끔한 국물도, 아삭한 숙주도, 쫄깃한 문어도,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다. 국물 한 입, 숙주 한 입, 문어 한 입 먹다 보면 어느새 국밥 그릇이 바닥을 드러낸다. 요란한 맛의 포인트 하나 없이도 은근하게 맛있다. 곁들일 음식으로는 문어전과 문어 초회, 문어 숙회가 있다.
●문어를 만난 곱창전골
남경식당
곱창전골에 문어를 더해 해산물파도 좋아할 만한 문어곱창전골이 탄생했다. 바다의 쫄깃함, 문어와 육지의 쫄깃함, 곱창이 만나 씹는 재미가 일품이다. 육수, 양념장, 들깻가루, 곱창, 채소를 넣은 푸짐한 전골에 문어가 한 줄로 조르륵 앉아 있다. 문어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이 해산물파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숙회 상태로 나오는 문어는 바로 먹어도 된다. 취향에 따라 전골을 좀 더 끓인 후에 먹어도 되지만 문어가 질겨질 수 있으니 주의하자. 전골을 다 먹은 후에는 볶음밥으로 마무리하자. 문어곱창전골 외에도 청어알비빔밥, 섭국, 성게미역국 같은 해산물 요리를 판매한다.
●고성 별미, 가리비 구이
가리비 직판장
고성에서 꼭 맛봐야 할 해산물 중 하나가 바로 가리비다. 동명 도시인 경남 고성이 우리나라 전국 가리비 생산량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가리비로 유명한데, 공교롭게도 강원도 고성에도 곳곳에 가리비 직판장이 있다.
고성 가리비 직판장 중에는 현장에서 바로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자리를 제공하는 곳들이 있다. 가리비를 사고 별도로 석쇠와 숯, 초장 등을 구입하면 된다. 싱싱한 가리비를 그 자리에서 바로 구워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백도항 근처의 백도수산, 청간해변 인근의 형제수산 등이 유명하다.
글·사진 김수진 트래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