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어떤 내용이든 이 지면을 채워야 마감이 끝나는데 말이죠…. 그 어느 때보다 뭘 적어야 할지 막막합니다. 메모장만 뒤적입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지난해 저는 참 뭘 많이 하고 살았네요. 기특합니다.
한 해가 끝났는데 아쉽지가 않습니다. 또 한 해가 시작됐는데 설레지도 않습니다.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어쨌든 시간이 가면 해가 바뀌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익숙함이 나쁜 징조는 아닐 겁니다. 삶에 규칙이 생겼고, 죽을 때까지 하루를 반복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입니다. 이 마감도 그 목표의 일부일 겁니다. 저의 삶이 안정궤도에 올랐고, 이제 필요한 건 꾸준함이라고 믿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트래비> 독자님들은 어떤 기분으로 새해를 보내고 있으신가요. 작년에 실패한 다이어트에 후회하고 있으신가요. 원대한 계획을 꿈꾸고 있으신가요. 궁금하긴 하지만 굳이 물을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아무렴 어떤가요. 후회하고, 슬퍼하고, 꿈꾸고, 행복해도 결국 12번의 달이 지나면 이번 해도 끝이 납니다. 이루면 좋을 테고, 못 이뤄도 또 다른 해가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주춤할 필요가 없습니다. 삶의 모든 순간은 기회이며, 기회는 곧 여러분의 일상일 겁니다. 우리가 숨 쉬는 한, 영원히 말입니다.
너무 탈무드 같은 이야기만 늘어놨습니다. 지면이 얼마 안 남았으니 <트래비>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트래비>는 이번 호부터 구독료를 인상합니다. 종이값과 인쇄비 등 제작원가 상승 누적이 이유입니다. 지난 3년 8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을 고집했지만, 정신 차려 보니 뒤로 걷고 있었습니다. 당분간 제자리걸음을 위한 달리기 시작입니다. 조금 우당탕거리더라도 너른 이해 부탁드립니다. 1월호에는 발리, 타이완, 일본, 캐나다, 태국, 다낭…, 여전한 풍경과 감상을 종이에 옮겼습니다. 2023년 계묘년, <트래비>는 꾸준히 여행을 약속하며 새해를 맞이합니다.
<트래비> 강화송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