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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신상 호텔에서 보낸 느긋한 호캉스

  • Editor. 채지형
  • 입력 2023.0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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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의 실험실이다.’  책 속에 적힌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던 요즘이었다. 때마침 세부행 티켓을 받았다.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로 떠나는 여행. 오랜만에 호텔을 어슬렁거리며 구석구석 더듬었다. 가슴 속으로 상큼한 바람 한 조각이 밀려들었다.

●HOTEL

막탄 섬에 둥지를 튼 신상 리조트 

7,600여 개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을 생각하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눈부시게 하얀 모래사장이 떠오른다. 신입기자 시절 첫 휴가지가 필리핀이었다. 바탕화면으로 깔아 놓은 푸르른 바다 사진은 정신없는 하루를 다독여 준 유일한 희망이었다. 


세부는 우리나라 여행자에게 친숙한 섬이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1월 기준 대한항공을 비롯해 세부퍼시픽, 진에어, 제주항공, 필리핀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매일 세부로 수차례 비행기를 띄우고, 휴가철만 되면 ‘세부 다녀올까?’라는 질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세부를 자그마한 섬으로 착각하는 이도 있지만, 제주도보다 2배 이상 크다. ‘작은 마닐라’라고 불릴 정도로 사람도 많이 산다. 섬 곳곳에 스쿠버다이빙을 비롯해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도 즐비하다. 뿐만 아니라 세부는 보홀을 비롯해 인근 섬으로 가는 허브 역할도 한다. 


‘세부 다녀왔어’라고 말하는 국내 여행자 상당수는 막탄섬에 머문다. 샹그릴라, 두짓타니, 제이파크 등 유명 리조트들이 막탄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인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 역시 막탄섬에 둥지를 틀었다.

쉐라톤 세부 막탄 호텔 입구
쉐라톤 세부 막탄 호텔 입구

활기를 지나 고요 속으로 

공항에서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Sheraton Cebu Mactan Resort)까지 가는 길은 활기로 넘쳤다. 퇴근시간 무렵인지, 거리도 지프니 속에도 사람들이 가득했다. 동네 공터에서 신나게 농구하는 아이들, 마당에서 모이를 쪼는 닭, 친구 손을 잡고 학교에서 나오는 아이들, 차창 너머로 에너지 가득 찬 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호텔 로비 앞이었다. 

신나게 공놀이하는 아이들
신나게 공놀이하는 아이들

북적이던 이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지극히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가부좌를 틀고 싶을 만큼 잔잔한 연못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더위를 식혀 줄 시원한 타월과 상큼한 웰컴 드링크가 환한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문득 호텔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 순간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혀 모르는 땅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 나를 반겨 준다는 것만큼 마음 놓이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는 호텔의 연못
마음을 고요하게 해 주는 호텔의 연못

구름 위로 푹신한 점프

로비는 시원하게 뚫려 있었고, 호텔리어 어깨 뒤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저 너머가  세부의 보호구역 중 하나인 힐루뚱안 해협(Hilutungan Channel)일 것이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올랑고섬을 오가는 철새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로비는 브라운 톤의 장식품과 수작업으로 세심하게 제작한 가구로 꾸며져 있었다. 앙증맞은 불가사리를 담아 놓은 테이블 장식은 깔끔한 인테리어에 따스함을 한 스푼 더했다.

탁 트인 로비. 프론트 데스크 뒤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탁 트인 로비. 프론트 데스크 뒤로는 바다가 펼쳐진다

로비에서 카드키를 받고 9층으로 올라갔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923’ 숫자가 반짝였다. ‘딸깍’ 소리와 함께 기대감은 급상승했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니, 바로 몸을 던지고 싶은 침대와 넉넉한 발코니, 푸른 바다가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바다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광활한 바다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바다를 한 품에 안을 수 있는 객실
바다를 한 품에 안을 수 있는 객실
베란다에서 즐기는 룸서비스
베란다에서 즐기는 룸서비스

베란다에 잠시 서 있다가 문을 닫았다. 다행히 바닥부터 천장까지 창문이 시원하게 연결되어 있어, 문을 닫아도 바다를 품을 수 있었다. 며칠간 이 방을 베이스캠프로 삼을 생각을 하니, 푹신한 구름 위로 점프하는 기분이었다. 넓은 객실과 큰 욕조도 마음에 들었다. 넉넉한 공간이 얼마나 마음에 여유를 주는지, 새삼 깨달았다.

앙증맞은 불가사리로 만든 장식품
앙증맞은 불가사리로 만든 장식품

동굴 바와 계단식 논 수영장 

객실도 마음에 들었지만, 더 흥미로운 공간은 외부에 있었다. 공간을 볼 때마다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가장 특별한 곳은 ‘부히 바(Buhi Bar)’였다. 수영장 부근에 있는 바인데, 동굴 속에 있었다. 동굴 밖에서 볼 때도 매력적이지만, 희미한 동굴 안에서 푸른 하늘과 바다를 보는 풍경도 일품이었다. “왜 동굴 모양으로 만들었을까요?” 물음표를 던지니 “바다 건너 있는 올랑고섬의 동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 지역 해변에 자연 암석이 가득해, 지역의 특징을 담았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름도 의미가 있었다.

동굴처럼 생긴 부히 바
동굴처럼 생긴 부히 바

부히(Buhi)는 세부 사람들 언어로 ‘장수’를 뜻하는 ‘마부히(Mabuhi)’를 줄인 말이라고. 해 지는 모습을 보며 숙련된 믹솔로지스트가 만든 칵테일 한 잔을 넘기니, 세상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겠구나 싶었다. 

필리핀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얻은 수영장
필리핀 계단식 논에서 영감을 얻은 수영장

필리핀의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은 곳은 부히 바뿐만이 아니었다. 수영장은 필리핀의 세계자연유산인 코르딜레라스 계단식 논(Cordilleras Rice Terraces)을 본떠 만들었다. 그래서 층층이 계단모양이다. 2층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여기저기 돌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수영장 안에는 공놀이를 할 수 있도록 바스켓과 공도 준비되어 있었다.

연인들이 해 질 녘 칵테일을 즐기고 있다
연인들이 해 질 녘 칵테일을 즐기고 있다

‘따호’ 한 컵 주세요 

레스토랑은 선택의 폭이 다양하진 않았지만, 하나같이 개성을 뽐냈다. 메인 레스토랑인 5Cien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cien’은 100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5cien은 ‘500’이라는 뜻이다. 가톨릭이 필리핀에 들어온 500년 역사를 기리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메인 레스토랑인 5cien
메인 레스토랑인 5cien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는데, 식사 때마다 다른 즐거움이 있다. 아침 식사는 필리핀 음식부터 아시안 음식, 서양 음식 등 다양한 음식을 내는데, 식사를 하다 보면 어디선가 ‘따~호!’ 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옛날 골목길에서 들려온 ‘찹쌀떠~억’ 하는 소리 같다. 알고 보니 따호 아저씨였다. 필리핀에서는 순두부를 따호라고 부르는데, 옛날에 아침 식사로 많이 먹었단다. 따호를 요청하면, 어깨에 따호통을 든 아저씨가 와서 순두부 한 국자에 사고(Sago, 야자수에서 나오는 전분으로 만든 펄)와 시럽을 얹어 건넸다. 식사 이상의 재미였다. 

따호를 외치는 따호 아저씨
따호를 외치는 따호 아저씨

누들, 팬케이크, 달걀 등 즉석에서 요리해 주는 라이브 쿠킹도 여럿 있었는데, 가장 눈길을 끈 건 흙에 뿌리를 묻고 있는 새싹이었다. 흙을 직접 털어서 가져다 먹는 새싹이라니, 뷔페에서 상상하지 못한 야채였다. 참, 김치와 밥 종류의 우리 음식도 있었는데 특이하게 매일 호박전, 김치전 등 다른 종류의 전이 올라왔다.


닛케이 음식, 들어 보셨나요?

또 다른 레스토랑은 2022년 12월 문을 연 DIP이다. 특이하게 닛케이 요리 전문점이었다. 페루를 여행할 때 일본 음식과 페루 음식이 섞인 음식을 먹어 본 경험은 있지만, 이것을 닛케이 요리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다. 닛케이 요리는 페루에 거주하는 일본 이민자들이 만든 요리로, 페루 요리 특유의 매콤함이 특징이다. 

DIP의 셰프 다니엘 드라 푸엔테. 페루 사람이다
DIP의 셰프 다니엘 드라 푸엔테. 페루 사람이다

셰프는 페루 국적의 다니엘 드라 푸엔테. 페루 리마와 해외 곳곳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닛케이 요리를 만들었다. 게살 카우사(Crab Meat Causa)와 포레스티에 슬라이더(Forestier Slider), 타쿠타쿠 등은 생소한 이름만큼이나 흥미로운 맛을 냈다. 포레스티에 슬라이더의 경우 육즙이 풍부한 패티에 버섯을 넣고, 된장과 칠리 맛을 더했다. 게살 카우사는 맛과 함께 플레이팅이 예술이었다. 화가 잭슨 폴락의 액션 페인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소스로 접시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페루 느낌의 메뉴판
페루 느낌의 메뉴판
포레스티에 슬라이더 & 게살 카우사의 플레이팅
포레스티에 슬라이더 & 게살 카우사의 플레이팅

왜 세부에 닛케이 식당을 냈을까? 답은 신선했다. 다른 곳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새로움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에게, DIP은 즐거움을 안겨 주기 충분했다.

 

물속에서 흔들흔들, 아쿠아 줌바 타임 

먹는 즐거움만큼이나 움직이는 즐거움도 컸다. 리조트에 가방을 풀 때만 해도, 세부까지 왔지만 해양 액티비티는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세부가 큰 섬이라, 제대로 즐기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몸을 움직이기보다는 마음을 다지기 위한 여행이라, 책이나 설렁설렁 넘길 참이었다. 

‘점프, 점프!’ 에너지 넘치는 파올로 선생님
‘점프, 점프!’ 에너지 넘치는 파올로 선생님

그런데 수영장에서 아쿠아 줌바를 해 보지 않겠냐는 소식을 접하곤 마음이 흔들렸다. 얇은 귀가 팔랑댔다. ‘그래, 적당한 운동은 필요하지’라며, 아쿠아 줌바 시간에 맞춰 수영장에 들어갔다. 친절한 선생님 파올로는 힘이 넘치는 동작을 취하며, “팔로우 미(Follow Me!)”를 외쳤다. 물속에서 움직이기가 이렇게 힘들었던가. 허우적허우적 하염없이 물장구를 쳤다.  

투명 카누 한 번 타 볼까?
투명 카누 한 번 타 볼까?

내친 김에 가벼운 수상스포츠에도 도전했다. 한 달 전 북한강에서 탄 카약이 생각나 무작정 노를 집어 들고 투명 카약에 올랐다. 의외로 바다에서 타는 카약은 강에서 탄 것과 느낌이 달랐다. 암초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노를 저어야 했다. ‘헛둘 헛둘’ 땀을 훔치다 뒤를 돌아보니, 야자수 너머로 리조트가 보였다. 바다에서 본 리조트는 더 웅장해 보였다. 가끔은 보는 위치를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바다 카약에 익숙해지니 투명한 바다 속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물결을 헤치며 앞으로! 흥미진진한 카약
물결을 헤치며 앞으로! 흥미진진한 카약

몸을 한 번 움직이고 나니 멈출 수 없었다. 이번엔 패들보트. 와이키키에서 패들보트 타려다 물만 잔뜩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잠시 주저했지만 ‘아니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보드에 올랐다. 최대한 마음을 고요하게 유지하고 균형을 잡으려고 애썼다. 물결이 잔잔한 덕분에, 물 위에 설 수 있었다. 드디어 성공! 천천히 패들을 움직이며, 물 위에 선 순간을 즐겼다.


시간아 멈추어다오 

리조트에서 시간은 잘도 흘렀다. 수상스포츠 외에는 야자수하고 인사하거나 수영장을 어슬렁거리거나, 바다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집에 갈 날이 자꾸 다가왔다. 

파도 소리 들으며 받는 마사지
파도 소리 들으며 받는 마사지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순간이 여러 번이었다. 그중 한 번은 해변에서 마사지를 받을 때였다. 리조트 안에 있는 스파에서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지만, 해변에서 받고 싶을 경우 요청하면 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살랑대는 바닷바람을 느끼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받는 발 마사지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코코넛오일 향이 부드럽게 퍼지며 마음을 편하게 만들었다. 숙련된 손길이 종아리를 누를 때면, 은근한 압력이 온몸에 시원함을 안겨 줬다. 

5Cien 앞 계단은 인기 포토존이다
5Cien 앞 계단은 인기 포토존이다

직원들의 미소는 또 다른 힐링 포인트였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시설보다 환한 미소가 더 마음에 남는다고 믿는 사람이라, 그들의 환대가 가슴에 더 진하게 남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리조트에는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한 곳인 5Cien 앞에서 직원에게 사진을 한 장 찍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흔쾌히 ‘물론’이라고 답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다른 사진을 여러 장 찍어 줬다. ‘손님이 사진을 요청하면 적어도 3컷은 찍어 준다’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 카메라 버튼을 눌러 줬다.

객실 베란다에서 본 자연의 작품
객실 베란다에서 본 자연의 작품
수영장 곳곳에 거대한 바위가 앉아 있다
수영장 곳곳에 거대한 바위가 앉아 있다
활짝 핀 칼라츄치(kalachuchi)
활짝 핀 칼라츄치(kalachuchi)

호텔을 선택한다는 것의 의미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누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일을 경험했다. 돌아가기 위해 트렁크를 정리하고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돌아보니, ‘이것이 호텔이 주는 선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서 물 흐르듯이 경험하게 하는 것, 그럼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만족감을 얻는 것,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얻는 것. 문득 책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호텔을 선택하는 일은 곧 여행지의 추억을 선택하는 일’.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에서 만든 이야기로 추억 앨범 한 페이지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CITY

라푸라푸와 마젤란 따라 세부 투어 

1521년 세부에 도착한 마젤란과 마젤란에 맞서 싸운 족장 라푸라푸. 라푸라푸와 마젤란은 세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창과 방패 역할의 두 사람이지만, 현재는 라푸라푸는 민족영웅으로, 마젤란은 가톨릭을 전파해 준 은인으로 필리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어린 예수’라는 뜻을 가진 산토니뇨 성당
‘어린 예수’라는 뜻을 가진 산토니뇨 성당

세부 시티투어는 두 사람의 흔적을 더듬는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마젤란의 십자가로 향한다. 마젤란의 십자가는 세부 시청 앞 전각 안에 있는 높이 약 2m의 나무 십자가로, 세부의 왕 라자 후마본이 필리핀 최초로 세례받은 것을 기념하고 있다. 십자가 주변에는 빨간 치마에 노란 옷을 입은 ‘가톨릭 무녀’들이 있다. 신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는 이들로 일정 금액을 받고 기도를 올려 준다. 필리핀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가톨릭 문화다. 

마젤란의 십자가
마젤란의 십자가

마젤란 십자가 근처에는 ‘어린 예수’라는 뜻을 가진 산토니뇨 성당이 있다. 마젤란이 세부에 가톨릭을 전파할 때, 왕비에게 어린 예수상을 선물로 줬는데 그 예수상을 모신 성당이다. 성당 주변에는 항상 기도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촛불에 불을 붙이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데, 마치 그 풍경만 보면 도교 사원에 온 듯한 기분도 든다. 산토니뇨 성당에 들어가면 필리핀 사람들의 신심을 엿볼 수 있다. 곳곳에 세워진 성모상과 어린 예수상에 고개를 숙이고 두 손을 모은다. 

산토니뇨 성당에 가면, 필리핀 사람들의 신심을 볼 수 있다
산토니뇨 성당에 가면, 필리핀 사람들의 신심을 볼 수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
산토니뇨 성당 앞에는 초를 밝히고 기도하는 이들이 즐비하다
산토니뇨 성당 앞에는 초를 밝히고 기도하는 이들이 즐비하다

멀지 않은 곳에 스페인군이 1565년에 만든 산 페드로 요새가 있다. 한때 군사적으로 중요한 거점이었지만,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활동지로, 미군 막사로,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사용되었다. 지금은 아이들 놀이터가 되어 평화로움만 가득하다. 

스페인군이 만든 산 페드로 요새. 한때 미군 막사,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스페인군이 만든 산 페드로 요새. 한때 미군 막사, 일본군 포로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해설사가 요새 입구에서 세부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해설사가 요새 입구에서 세부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격전의 현장, 라푸라푸 동상 앞에서 

세부에서 코르도바 대교를 건너면 막탄섬이다. 막탄섬에서는 라푸라푸 추장 기념비에 꼭 들러야 한다. 라푸라푸 추장의 동상이 있는 자리는 그가 외세를 물리치던 때 격전을 벌이던 현장이기도 하다. 필리핀은 당시 무기에 있어 스페인군과 비교할 수 없이 열세였다. 그러나 라푸라푸 추장은 지혜를 발휘해 수심이 얕은 해안으로 유인해 마젤란의 군대를 무찔렀다. 역사의 현장에는 지금도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하게 심어져 있다.

라푸라푸 추장의 기념비. 늠름하게 바다를 향하고 있다
라푸라푸 추장의 기념비. 늠름하게 바다를 향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라푸라푸상 옆에 마젤란 기념비가 있다는 점이다. 마젤란 기념비는 가톨릭을 전파해 준 데 대한 감사의 의미다. 적이었던 두 사람의 기념비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필리핀 사람들의 포용력은 어디가 끝일지 궁금해졌다.

 

막탄에서 저렴하고 싱싱한 망고를 찾는다면 

막탄의 재래시장이 궁금하다면 색마켓(Sacc Wet Market)을 추천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산물과 채소, 과일 등 싱싱한 물건이 풍성하다. 1980~90년대 우리나라 재래시장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망고를 마음껏 먹고 싶다면, 꼭 가볼 만한 시장이다. 마트에 비해 저렴하고 맛있는 망고를 구할 수 있다. 

싱싱한 망고를 먹을 수 있는 색마켓
싱싱한 망고를 먹을 수 있는 색마켓

▶Travel info

IMMIGRATION PROCESS 
필리핀 입국을 위해서 이트래블(eTravel)과 영문 백신접종 증명서가 필요하다. 이트래블은 2022년 12월2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필리핀 입국 검역신고서로, 작성하면 QR코드를 발급해 준다. 항공권 탑승 시각 기준 72시간 이내에 등록해야 한다.

AIRLINE 
2023년 1월 기준 대한항공과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필리핀항공, 세부퍼시픽항공, 팬퍼시픽항공, 한에어 등이 인천-세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약 4시간 30분. 

TIME GAP 
필리핀이 한국보다 1시간 느리다. 필리핀 오전 9시는 한국 오전 10시. 

WEATHER 
필리핀은 열대계절풍기후 지대로 우기와 건기의 차이가 크다. 건기는 12월부터 5월이며, 나머지는 우기라고 할 수 있다. 연평균기온은 26.6도. 언제나 여행하기 좋지만, 그중에서도 12~2월 날씨가 여행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LANGUAGE 
따갈로그어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지만,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 100여 개의 언어가 있다. 세부에서는 따갈로그어 대신 세부아노를 사용한다. 세부아노로 ‘감사합니다’는 ‘살라맛’이다. 간단한 인삿말도 알아 두자. 아침 인사는 ‘마아용 분딱’, 점심 인사는 ‘마아용 하폰’, 저녁 인사는 ‘마아용 가비’다. 

TRANSPORTATION 
그랩(Grab)을 이용하면 편하다. 지프를 개조한 지프니를 타 보는 것도 좋다. 기본 11페소(약 250원)부터 시작한다. 어떤 지프니를 타야 할지 모를 때는 현지인에게 물어 보자. 

CURRENCY  
화폐단위는 페소(PHP)로, 100페소는 약 2,275원이다.

RELIGION 
가톨릭 83%, 개신교 9%, 이슬람교 5%로, 가톨릭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RESTAURANT 

안자니 ANZANI 
세부 시내에 있는 분위기 좋기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제대로 된 이탈리안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점심과 저녁 메뉴가 다르며, 코스 요리와 단품 요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메뉴가 너무 많아, 가기 전에 메뉴판을 보고 가는 것도 좋다. 

핑크 플로이드 레스토 바에서 본 바다
핑크 플로이드 레스토 바에서 본 바다

핑크 플로이드 레스토바 Pink Floyd Restobar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와 두짓타니 막탄 세부 사이에 있는 선술집. 현지인 고객이 대부분이며, 가라오케가 있어 노래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야외에도 자리가 있어, 일몰을 보며 산미구엘 한 잔 즐기기 좋다.

 

▶SHOPPING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 로비에서 비정기적으로 아트마켓이 열린다. 현지 예술가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 조개 장식품을 판매하는 작은 스톨도 마련되는데, 선물용으로 좋다. 대표적인 쇼핑몰로는 세부 도심에 있는 아얄라 센터 세부(Ayala Center Cebu)와 SM 시티 세부, SM 시사이드 시티 세부가 있다. 식료품부터 의류 잡화, 패스트푸드까지 다양한 매장을 한자리에서 둘러볼 수 있다. 

 

글·사진 채지형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쉐라톤 세부 막탄 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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