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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y Island 홍콩의 섬을 찾아서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3.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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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아름다움은 비단 도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름다운 섬들이 있으니까.

펭차우
펭차우

●Lamma Island 라마섬

페리를 타고 잠깐의 일탈

홍콩 인구는 750만명이 조금 안 되는데 혼잡도는 서울 이상으로 느껴진다. 중심가 어디든 인파로 북적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혼돈에 때로 지치기도 하는데. 잠깐의 평화로운 일탈이 필요하면 페리를 타고 섬으로 훌쩍 떠나면 된다. 센트럴 페리 터미널에서 30~4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섬 중에 라마섬(Lamma Island), 펭차우(Peng Chau), 청차우(Cheung Chau)가 여행하기 좋다.

라마섬은 세 섬 중 가장 큰 곳이다. 전형적인 어촌마을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자에게는 주윤발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섬마을 탐방, 바다 구경, 트레킹 등을 즐길 수 있으며, 3~4시간이면 핵심 스폿을 두루두루 돌아볼 수 있다. 당일 여행지로 적합한 셈이다. 물론 항구 근처에 숙소가 있어 하루 정도 머물며 섬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도 있다. 여행은 홍콩섬 센트럴 페리터미널 4번 부두에서 출발한다.

페리(옥토퍼스 카드 결제 가능)를 타고 25~35분이면 라마섬의 용수완(Yung Shue Wan, 용수는 중국어로 반얀나무) 또는 속쿠완(Sok Kwu Wan) 부두에 도착한다. 구글 지도를 활용하면 페리 승선부터 라마섬 내 이동까지 어렵지 않다.

라마섬 당일치기 코스 일정은 크게 용수완 마을에서 시작해 훙싱예 해변(Hung Shing Yeh Beach), 라마섬 속쿠완 전망대(Lamma Island Sok Kwu Wan Lookout)를 거쳐 속쿠완 부두에서 마치면 된다. 훙싱예 해변부터 속쿠완 전망대까지는 청명한 바다를 보며 걷는 트레킹 코스다. 경사가 완만하고, 길지 않은 거리라 누구나 걸을 수 있다. 

여행의 시작점인 용수완 마을은 라마섬의 중심지로 여러 식당과 카페, 바, 상점 등이 몰려 있고, 곳곳에 주거지도 있다. 예전부터 외지인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라 이국적인 색채가 짙은 공간도 많다. 부두에서 내려 그저 걷다 보면 메인 스트리트에 닿게 된다. 길이 넓지 않아 밀도 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중간중간 골목이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시 샛길로 빠져 보시길. 조금 다른 시선에서 용수완을 바라볼 수 있다. 또 훙싱예 해변으로 가는 길에 왕롱(Wang Long) 마을, 타이완산(Tai Wan San) 마을 등 라마섬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곳도 만나게 된다. 

 

같은 섬, 다른 풍경

여러 마을을 거쳐 아담한 훙싱예 해변에 도착한다. 해변으로 가는 도중에 두부 푸딩 전문점(Tofu Garden)에서 간식 시간을 보내도 좋고, 잠깐 샛길로 빠져 홍콩의 첫 번째 풍력발전기를 보고 와도 된다.

홍싱예 해변은 고운 모래와 맑은 물로 유명하다. 더해서 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바비큐 공간도 있어 주말이면 현지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얕은 파도가 돌에 부딪히는 걸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용수완 근처와 대비되는 자연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고고학적 의미도 큰 곳이다. 훙싱예만(Hung Shing Yeh Bay)은 라마섬에 있는 3개의 고고학적 유적지 중 하나로, 2,500년 전부터 사람이 정착해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물멍을 마쳤다면 해변 끝자락에서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트레킹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하게 생각 말자. 동네 뒷산보다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사실 용수완 부두부터 속쿠완 부두까지 멈추지 않고 쭉 간다면 1시간 10분~1시간 20분이면 충분하다. 트레킹이라고 해봤자 얼마 안 되는 거리다.

그렇지만 섬이 선사하는 풍경은 남다르다. 훙싱예 해변에서 시작해 라마섬 전망대, 속쿠완 전망대를 지나게 되는데, 섬의 얼굴을 모두 볼 수 있어 꼭 걷기를 추천하는 코스다. 바다는 에메랄드 색과 파란색이 적절히 뒤섞여 황홀하고, 울창하게 우거진 밀림도 옆에서 거든다. 곳곳에 쉬거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도 있으니 쉬엄쉬엄 여행해도 좋다.

하이라이트는 속쿠완 전망대. 속쿠완 부두 일대에 정박해 있는 배와 봉긋 솟은 여러 섬이 어우러져 광활한 풍경을 선물하는데,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질 않는다. 그저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담을 뿐이다. 

여기까지 왔다면 라마섬 여행의 막바지다. 틴하우 사원(Tin Hau Temple)을 거치면 속쿠완 부두에 닿기 때문. 이 사원은 바다의 여신 틴하우를 모시고 있는 곳이라 어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라마섬에도 용수완, 속쿠완 등에 3개나 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어부들의 안전을 비는 곳이다. 여행자들에겐 의외로 포토 스폿이다. 강렬한 빨간색으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어촌에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속쿠완 부두는 전형적인 어촌으로, 현지인에겐 지극히 평범한 하루의 장소지만 여행자에겐 이마저도 특별하다.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으니 말이다. 여러 곳을 살피느라 허기가 진다면 부두 근처 레인보우 시푸드 레스토랑(Rainbow Seafood Restaurant)을 기억해 두자. 라마섬을 떠나기 전 만찬을 위한 장소로 적당하다.

 

●Cheung Chau 청차우

바다와 어우러진 알록달록 섬, 청차우

모양 때문에 ‘아령섬’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청차우(長洲)는 본래 ‘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홍콩섬에서 남서 쪽으로 10km가량 떨어져 있으며, 홍콩 여객선 터미널(Central Ferry Pier) 5번 부두에서 고속 페리로 40분 만에 갈 수 있다. 빽빽하게 정박한 어선과 해산물 식당들이 가득한 해안가, 활력 넘치는 현지인의 모습이 청차우섬 관광의 매력이다.

아령 모양의 섬 중앙 부분에 상점과 주택이 몰려 있다. 명 왕조 시대(1368~1644년)의 어업 전통이 여전히 남아 있는 까닭에 청차우에서는 고층 빌딩과 자동차를 보기 힘들다. 대신에 특별히 조그맣게 개조한 소형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들이 돌아다니고 현지인들은 주로 자전거로 섬 안을 이동한다. 전통적으로 어업을 하던 현지인의 주거 지역은 북쪽과 남쪽에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홍콩섬에서 유입된 젊은이들이 트렌디한 카페를 차린 덕분에 청차우의 개성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지의 변화된 일상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면 산힝 스트리트(San Hing Street)와 팍셰 스트리트(Pak She Street)로 향하자. 선착장에서 도보 5분이면 청차우의 두 핫플레이스에 도착한다.

앤티크한 좁은 골목길에 잡화점, 정육점, 이발소, 과일가게, 건어물가게, 로컬식당 등 현지인의 생활에 필요한 점포들이 늘어서 있다. 특히 현지 예술가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액세서리를 구경하는 건 잊으면 안 된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SNS 유명 카페도 산힝 스트리트와 팍셰 스트리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알록달록 파스텔톤의 오래된 건물 사이를 걸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퉁완비치(Tung Wan Beach)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철창 가득 연인들의 사랑의 속삭임이 자물쇠에 묶여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손에 꼽는 아름다운 해변

산힝 스트리트를 걷다 보면 이내 퉁완비치 안내판이 보인다. 청차우섬은 곳곳에 안내판을 배치해 관광객이 쉽게 길을 찾도록 돕는다. 홍콩에는 50여 개의 크고 작은 해변이 존재하지만 아름다움으로 말한다면 퉁완비치를 빼놓을 수 없다. 퉁완비치는 긴 초승달 모양의 백사장이다. 높지 않은 산이 백사장을 감싸 안은 형태다.

백사장 뒤편으로는 홍콩 영화에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맑은 날에는 퉁완비치에서 홍콩섬 남부까지 조망할 수 있다. 바닷물이 맑아서 홍콩 사람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패들보드, 카약, 카이트 서핑을 즐긴다. 해변에 있는 윈드서핑 센터에서 서핑이나 카누 장비를 빌릴 수 있으니, 초보자도 한껏 물놀이를 즐겨 보자. 남쪽으로 백사장을 조금만 걸어가면 보이는 워윅 호텔(Warwick Hotel)은 퉁완비치를 내려다보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어촌 마을의 일상 공간도 만났다. 팍셰 스트리트의 좁은 골목길 끄트머리, 주거 밀집 지역을 지나면 농구장이 나온다. 아침 일찍 현지인들이 체조하는 장소다. 팍타이 사원은 농구장 바로 옆에 있다. 선착장에서 도보 10분이면 충분하다.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도교 사원인 팍타이 사원은 섬의 어민들의 수호신이자 북방의 왕인 팍타이를 기리기 위해 1783년에 지어졌다. 팍타이 사원의 빨간 지붕에는 녹색 몸통에 금색 빛깔의 용 두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올라가 있다. 팍타이 사원에 들어서면 향냄새가 그윽하게 올라온다. 고풍적인 건축 양식도 인상적이다. 

팍타이 사원 내부에는 천리안과 순풍귀라고 불리는 도교 장군들의 대형 그림이 있는데, 현지인들은 이 둘이 멀리서도 무엇이든 보고 들을 수 있다고 믿으며 언제나 말을 조심한다. 

사원 밖 광장에서는 ‘청차우 지아오 축제(Cheung Chau Jiao Festival)’라 불리는 빵 축제가 매년 음력 4월 일주일간 열린다. 

18세기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자, 빵을 쪄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던 것에서 유래된 축제다. 어린이들은 축제 기간 동안 신의 복장을 입고, 목마나 장대 위에 올라 행진을 하며 악귀를 쫓는 의식을 한다. 이 밖의 참가자들은 '빵 탑'에 오르고 가능한 많은 빵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도전을 즐기기도 한다. 매번 이 빵 축제를 즐기기 위해 전세계 많은 관광객이 팍타이 사원 앞으로 모여들고 있다.

 

●Peng Chau 펭차우

꼭꼭 숨겨 놓은 동화 같은 섬  

평평한 섬이라는 뜻의 펭차우는 홍콩 란타우섬 북동쪽 해안에 위치한다. 홍콩 여객선 터미널 6번 부두에서 고속 페리로 35분이면 닿는다. 홍콩에서 ‘가장 덜 상업적인 외딴섬’이란 수식어가 어울리는 만큼, 현지인에게만 알려진 섬이지만, 최근에는 SNS가 발달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바쁜 현대인들이 주말을 이용해 섬을 느긋하게 산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섬 둘레가 5km 남짓에 가장 높은 곳이 95m로, 채 100m가 되지 않아 섬을 둘러보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산책로와 밀접하게 주거지역이 붙어 있어서 현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기에도 좋다. 펭차우섬에는 자동차가 없어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어업과 해산물로 유명한 펭차우섬은 청나라(1644~1911년) 시기에 상업이 번성하기 시작해서 현재는 현지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관광객은 싱싱한 해산물과 건어물을 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곳에는 오래된 공장, 해변과 사원부터 그래피티 예술로 가득한 골목길까지. 크기는 작지만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 펭차우섬이 품은 매력을 알려면 최소 반나절은 필요하다.

우선 선착장에서 바로 이어지는 길은 펭차우의 심장인 윙온 스트리트(Wing On Street)다. 윙온 스트리트 남쪽으로 이어진 길은 윙힝 스트리트(Wing Hing Street)다. 이 두 길은 펭차우섬 중심부를 세로로 나눈다. 윙온 스트리트는 양 갈래로 과일가게, 식료품점, 옷 가게, 잡화점, 정육점 등, 현지인의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갖춘 길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길을 거닐면 현지인과 쉽게 눈인사를 나누게 된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들고 나오는 노점상도 만난다. 정육점 앞에는 고깃값을 흥정하는 주민들도 보인다. 젊음의 거리라는 칭호에 걸맞게 골목길은 분주하고 활력이 넘친다. 

남쪽에 위치한 윙힝 스트리트를 걸을 땐, 펭차우섬의 명물인 새우 멘보샤, 아이스크림, 찐 새우, 찰밥 등 음식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다.

바다 곁에서 사색을 

윙온 스트리트 중심 부근에서 동쪽으로 조금만 걸으면 금방 해변이 나온다. 바로 퉁완비치다. 선착장에서 도보 5분이면 닿는다. 선착장은 펭차우섬 서쪽이고 퉁완비치는 동쪽에 있으니, 섬을 가로지르는 데 채 10분도 안 걸린 셈이다. 퉁완비치 앞바다에는 현지인들이 어업 할 때 타는 작은 배들이 둥둥 떠 있다. U자 모양을 오른쪽으로 눕힌 형태의 퉁완비치는 비교적 넓지 않은 백사장에 북과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뻗은 언덕이 두드러진다. 북쪽 백사장 끄트머리에는 운치 좋은 중국풍 정자가 있으니, 해변 산책의 종착지 역할을 한다. 백사장 근처엔 편의점이 없으니 생수 한 통 정도 들고 가길 추천한다.

퉁완비치 중앙에는 펭차우에서 가장 큰 사원인 룽모 사원(Lung Mo Temple)이 웅장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1970년대 지어진 룽모 사원은 어촌 마을 펭차우의 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숭배했던 물의 여신을 기리는 곳이다. 빨간 건물 외관에 황금색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내부의 용상을 만지는 부부는 좋은 결혼 생활과 아이를 갖게 된다는 전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원에서 그윽하게 올라오는 향냄새를 맡으며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떨까. 

펭차우에서 골동품을 보는 것도 여행이 된다. 버려진 물품이 예술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윙온 스트리트 중심부에 있는 ‘Leather Factory(가죽 공장)’가 그 무대다. 밝은 색상의 간판 겸 문을 따라 들어서면 화사하고 현란한 골동품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1930년에 설립된 이 가죽 공장은 원래 두 곳을 운영했으나 1970년대 값싼 해외 가죽 탓에 한 곳은 문을 닫았다. 남은 한 곳은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해 3등급 역사 건물로 지정되는 쾌거를 맛봤다. 가죽 공장에서는 주로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조형물과 창의력 넘치는 그래피티 벽화, 버려진 의자, 병, 타이어, 자전거로 만든 설치 예술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그래피티와 예술 작품 이외에도 공장 한편에는 작은 마당이 있는데, 꽃이 핀 화단과 화사하게 페인트칠한 폐물품의 조화가 잘 어울린다.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비밀 정원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덕분에 관광객에게 사진 포인트로 인기가 좋다. 마당 옆에는 작은 카페와 뷰티 매장이 있는데 가죽 공장의 예술품을 감상하고 커피를 마시기에 딱 좋은 장소다. 매장 내부에선 판매용 골동품과 현지 공예품을 구분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김민형 작가  취재협조 홍콩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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