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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이제는 와인 마시러 떠나볼까?

  • Editor. 손고은 기자
  • 입력 2023.04.13 06:00
  • 수정 2023.04.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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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커피 투어에 이어 수제맥주 투어까지 끝냈다면? 이제는 와인을 마시러 떠날 차례다. 

강릉에 개성 넘치는 와인숍이 늘어나고 있다. 
강릉에 개성 넘치는 와인숍이 늘어나고 있다. 

강릉은 커피로 흥한 도시다. 바다와 접한 도시치고는 조금 독특한 성공이다. 어째서일까?  

강릉 카페거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안목해변은 1980년대 강릉항 주변 수산물 판매장에서 일하고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자판기 커피 한 잔을 자주 즐기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그곳 자판기 커피는 정말 특별했을까? 아마 안목해변과 커피의 조합이 훌륭해서일 가능성이 높다는 ‘썰’이 가장 신빙성을 얻고 있다. 똑같은 자판기 커피일지라도 답답한 사무실에서 마시는 커피와 탁 트인 해변, 넘실대는 파도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맛은 분명 차이가 있었을 테니 말이다. 

 강릉 커피커퍼에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박물관이다.
 강릉 커피커퍼에는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스토리를 가진 박물관이다.

이후 안목해변에는 1990년대 국내 1세대 바리스타로 불리는 박이추 선생을 비롯한 커피 명장들이 하나둘 모이며 커피 전문점이 늘어났다. 자신만의 노하우로 원두를 볶아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들이 많아졌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커피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강릉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커피 거리가 형성되며 많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강릉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커피 거리가 형성되며 많은 여행객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강릉은 커피 물결 이후 맥주 도시라는 명성도 얻었다. 2015년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강릉의 오래된 양조장을 개조해 한국식 수제맥주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자연스럽게 강릉은 수제맥주 물결을 타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강릉표’ 수제맥주를 마시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늘어났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강릉 도깨비시장 지하에서 와인과 맥주, 소주 등을 판매했던 엉클주. 지금은 연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강릉 도깨비시장 지하에서 와인과 맥주, 소주 등을 판매했던 엉클주. 지금은 연곡면으로 자리를 옮겼다 
엉클주에서는 와인과 맥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을 판매한다.
엉클주에서는 와인과 맥주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을 판매한다.

2023년, 이제 강릉은 와인으로 새로운 물결을 맞이할 준비 중이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시는 처음으로 ‘강릉 와인축제’를 선보였는데 와인 유통업체들과 와이너리, 여러 와인 숍들이 참여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강릉 중앙시장이 위치한 월화거리를 중심으로 소규모 와인 보틀숍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와인 도시로의 강릉에 힘을 싣고 있기도 하다. 강릉과 커피의 상관관계가 자판기 커피로 시작했던 것처럼 서서히 와인에 스며들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게다가 커피 한 잔 마시기 좋은 곳은 와인을 마시기에도 분명 좋은 곳일 테니 말이다. 

 

●투어리스트 센터와 와인   
ATC(Aaron's Tourist Center) 

여긴 분명 여행자 센터다. 짐도 보관해주고 각종 기념품과 식료품도 판다. 숨은 강릉 맛집과 매력적인 스폿들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맛있는 와인과 음식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여행자 센터와는 다른 분위기다. 강릉을 사랑하고, 강릉을 좀 더 멋지게 여행하고 싶다면 애런의 투어리스트 센터를 찾길. 강릉역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을 강릉 여행의 시작점이나 마침표로 찍는 여행자들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ATC는 여행자들을 위한 복합 커뮤니티 공간이다. 모던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와인을 비롯해 각종 식료품과 치즈, 올리브 등도 판매한다. 주로 내추럴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와인을 비롯해 각종 식료품과 치즈, 올리브 등도 판매한다. 주로 내추럴 와인을 만나볼 수 있다. 

ATC에서는 활어회와 소주 대신 강원도 고랭지 알배추 구이와 광어 트러플 카르파치오를 두고 화이트 와인을 마신다. 강릉 방앗간에서 짜낸 참기름에 버무린 루꼴라 샐러드와 감자떡, 강릉에서 따온 감으로 만든 곶감버터말이와 홍시 슬러시 등 강릉의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이 내추럴 와인과 페어링을 만들어 낸다. 맛있는 음식과 와인이 있는 곳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흐른다.

다양한 소품과 굿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소품과 굿즈들도 만나볼 수 있다. 

ATC는 종종 크리에이터들과 협업해 굿즈를 만들거나 여행 토크 이벤트를 열고 있다. 센터 벽면에는 강릉을 애정하는 여행자가 남기고 간 다양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기도 하다. 촌스럽지만 여전히 필요한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여행자 센터의 반전 매력이 여기 있다. 

 

●프랑스 와인은 안 팔아요 
봉봉보틀스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와인이 궁금하지 않아서 궁금한 곳이 봉봉보틀스다. 봉봉보틀스에서는 미국이나 칠레, 프랑스 등 와인 강국에서 온 와인을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헝가리에서 생산한 와인들로 채워져 있다. 어디에서나 구할 수 없으니 일단 들어가면 한 병 정도는 손에 들고 나오기 쉽다. 

봉봉보틀스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독특한 곳에서 수급한 와인과 보드카를 만나볼 수 있다.
봉봉보틀스에서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독특한 곳에서 수급한 와인과 보드카를 만나볼 수 있다.

봉봉보틀스에는 와인 말고도 재밌는 일이 많다. 한쪽에는 보드카와 위스키, 꼬냑과 같은 독주가 가득하고, 한쪽에는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인지 대번에 알아채기 어려운 각종 식료품과 음료들이 가득하다. 독특한 모양의 와인잔과 선물용 오프너 세트 등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아, 봉봉보틀스는 빨갛고 파랗고 노랗기도 한 외관부터 재밌다. 
 

●애주가의 방앗간 
월화상점

월화상점은 슈퍼마켓이다. 과자와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 슈퍼마켓에서 기대할 수 있는 물건들을 파는 곳이다. 하지만 특히 주류 라인에 강한 슈퍼마켓이다. 사장님이 애주가인 게 분명하다. 미노리, 즈므, 백일홍, 하슬라 등 강릉을 대표하는 수제맥주 버드나무의 맥주를 비롯해 강릉 소주와 막걸리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강릉 중앙시장 앞에 위치한 월화상점. 다양한 지역 술에 특화된 슈퍼마켓이다.  
강릉 중앙시장 앞에 위치한 월화상점. 다양한 지역 술에 특화된 슈퍼마켓이다.  

강릉뿐만 아니라 울산, 평창, 홍천, 속초, 남해, 제주 등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술을 모두 모은 듯하다. 그래서 한쪽 구석 벽면에 채운 와인은 다소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컵에 담긴 한잔 와인부터 무알콜 와인과 샴페인, 레드‧화이트 와인을 골고루 채워뒀다. 강릉역과 중앙시장과 가까우니 가볍게 오가는 길에 들러보면 좋겠다. 그게 와인이든, 맥주든, 소주든, 막걸리든. 여긴 강릉이니까. 

 

글‧사진 손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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