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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행성 속 영원한 여행자

'론리 플래닛' 창업자 토니 휠러의 14문 14답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3.04.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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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도(lonely) 사랑스러운(lovely) 지구상 모든 여행지들의 기록, <론리 플래닛>.  여행객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이 책의 시작엔 토니 휠러가 있었다. 지난 봄, 서울 연희동의 한 횟집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여행 중이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영원한 방랑객일 그에게, 여행을 물었다. 

ⓒ신발끈
ⓒ신발끈

Q 1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감회가 어떤가?

A 다시 오니 좋다. 오늘 서울을 좀 돌아봤는데 10여 년 새에 도시가 더 커진 느낌이다. 여행객도 많아졌고 차도 무지 막히더라. 강남 한류스타거리(한국 아이돌은 BTS 외엔 잘 모르지만)와 경복궁을 다녀왔다. 또 어딜 가 볼지 기대된다. 


Q <론리 플래닛> 이름의 유래는?

A 영화 <미친 개들(Mad Dogs And Englishmen)>을 보고 있었는데,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에 ‘This lonely planet caught my eye’란 가사가 있었다. 세상에, 론리 플래닛이라니. 듣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사실은 ‘lovely planet’을 ‘lonely planet’으로 잘못 들은 거였는데(웃음). 나중에 아내 모린 휠러 덕분에 원래 가사를 알게 됐다. 


Q 가장 많이 팔린 <론리 플래닛> 책은?
A 호주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대박이 났다. 당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었는데, 시드니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정말 환상적이었던 기억. 


Q 집필한 가이드북 중 제일 아끼는 책은?
A 인도. 큰 프로젝트였어서 집필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아프리카 편도 쓰기 어려웠던 만큼 애정이 깊다. 


Q 여행 기사의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하나?
A 여행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아니면 제일 특이했던(unusual) 순간으로. 거기서부터 글이 시작될 때가 많다. 


Q 챗GPT가 여행 잡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A 만약 컴퓨터를 100% 맹신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난 안 믿는다. 여전히 우린 두 발로 직접 여행해야 한다. 모니터 앞에 그냥 앉아 있는 대신에. 이 세상의 모든 정보는 사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당신은 누굴 믿을 것인가. 


Q 오늘날 여행 잡지의 역할은 뭘까?
A 정보 큐레이터. 수많은 정보들 속 믿을 만한 정보를 엄선하는 것. 그리고 정보(Information) 전달보단 영감(Inspiration) 전달. 이제 여행책은 단순 정보만을 나열한 가이드북 그 이상이다. 여행책은 궁극적으로 ‘왜 우리는 여행을 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여행지에서의 루틴이 있나?
A 젊었을 땐 조깅을 했었다. 근데 난 올해 77살이다. 운동을 좀 해야 하긴 하지만, 조깅은 무리다. 이외에 여행지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신 같은 건 따로 없다. 


Q 여행지에서 현지 음식을 즐겨 먹는 편인가?
A 로컬 식당을 자주 가는데, 사실 한 번 떠날 때 워낙 여행 기간이 길어서 맥도날드도 종종 간다. 언제나 실패가 없는 선택이다. 아, 호주인들은 어딜 가나 베지마이트(빵이나 크래커에 발라 먹는 호주 잼)를 찾는다. 각국 호주 대사관에서 베지마이트를 어디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항상 준비해 놔야 할 정도. 한국인들이 해외여행 갈 때 김치와 튜브형 고추장을 챙겨 가는 거랑 똑같다. 


Q 여행지 중 가장 이상했던 나라는?
A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투르크메니스탄. 그중 북한은 특히 나라 전체가 무슨 영화 세트장 같더라(이상하단 의미로). 건물 뒤로 가면 건물이 앞면만 지어진 가짜 건물일 것만 같았다. 거리의 사람들도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연기자들처럼 보였다. 여러모로 영 현실 같지가 않았는데, 그때의 경험으로 <나쁜 나라들(Bad Lands)>을 집필했다. 


Q 아내와 주로 여행을 다니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A 와이프가 오페라광이다. 여행할 때도 종종 오페라를 보러 가자고 하는데 사실 난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른다(웃음). 물론 단점만큼 장점도 많다. 


Q 우주여행 계획이 있나?
A No. 그런데 10여 년 전쯤인가, 카자흐스탄에서 우주선 발사 현장을 구경한 적은 있다. 당시 2명의 우주인과 1명의 일반 여행객이 타고 있었는데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나저나 우주여행 하려면 400억 정도는 필요하다고 하던데, 흠…. 


Q 그럼 앞으로의 여행 계획은?
A 올해 세계여행의 시작점을 서울로 잡았다. 곧 부산으로 내려가 배를 타고 일본 후쿠오카로 건너간 뒤, 요코하마에서 크루즈를 타고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를 여행할 예정이다. 9월엔 지난 2월에 대지진의 아픔을 겪은 튀르키예 가지안테프를 방문하고 전 세계에 튀르키예 관광을 홍보 및 지원하려고 한다. 


Q 근데도 캐리어가 굉장히 작다. 원래 미니멀리스트 여행가인가? 
A 글쎄, 여권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않나. 그리고 칫솔 정도? 그거면 여행하는 데 충분하다. 진짜로. 

 

글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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