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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거짓말을 해 줘 '푸꾸옥'

  • Editor. 천소현
  • 입력 2023.05.2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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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꾸옥의 모든 것은 거짓말 같았다. 공간을 넘어서는 풍경 앞에서,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 속에서. 속고 속으며 자유로워진다.

푸꾸옥 남부, JW 메리어트 푸꾸옥이 위치한 에메랄드 베이의 아침이 시작된다
푸꾸옥 남부, JW 메리어트 푸꾸옥이 위치한 에메랄드 베이의 아침이 시작된다

●아주 큰 거짓말의 시작

푸꾸옥(Phu Quoc)이 사연 많은 섬이라는 사실은 구글맵만 열어도 알 수 있다. 베트남의 서남쪽 해안에 위치한 푸꾸옥은 지리적으로 캄보디아에 훨씬 가깝지만, 베트남 최대 크기의 섬이다(589k㎡로, 서울 면적보다 좀 작다). 길었던 영토 갈등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베트남-캄보디아 전쟁(1977~1991년)의 시발점이 된 것도 1975년 캄보디아의 푸꾸옥 침공이었다. 그런 만큼 베트남이 이 섬에 쏟아붓는 애정과 관심의 크기는 더 클 수밖에. 한국에서 제주도의 위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그 결과로 푸꾸옥은 자체 발광 중이다. 길고 하얀 백사장과 수심이 얕은 바다, 울창한 열대림은 온통 우리가 ‘바라던 바다’ 그대로다. 여기에 더해진 럭셔리 리조트, 놀이공원, 쇼핑가 등의 관광명소들은 국적을 초월한 테마를 품고 있다. 조금은 기이해 보일 수 있는 초 베트남, 혹은 탈 베트남적인 감각이 처음엔 낯설 수도 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이 작은 섬에 흩뿌려진 ‘국제적’인 욕망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응축된 에너지다. 그러므로 직항편을 타고 푸꾸옥 공항에 내리는 순간 여행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될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제부터 아주 큰 거짓말을 만나게 될 테니까.

조가비 형태의 수영장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조가비 형태의 수영장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내 전공은 낭만이라오
푸꾸옥 남부와 JW 메리어트

가상의 대학을 테마로 한 리조트. 세계적인 건축가 빌 벤슬리(Bill Bensley)의 야심 찬 프로젝트.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닌 인증숏 성지 등의 요약된 키워드로 JW 메리어트 푸꾸옥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 & 스파(JW Marriott Phu Quoc Emerald Bay Resort & Spa)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유럽과 베트남의 중간계쯤에 불시착한 듯 몽환적인 시공간을 온전히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직접 가 보는 것이다. 포토 스폿이 너무 많아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고, 깨알 같은 디테일로 무장한 스토리도 원고에 담기지 않는다. 

건축가 빌 벤슬리는 리조트를 가상의 대학으로 설계했다
건축가 빌 벤슬리는 리조트를 가상의 대학으로 설계했다

유럽 어느 대학의 라이브러리를 통째로 옮겨 온 듯한 고서와 장식품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각종 트로피와 유니폼 등은 진위를 떠나 그저 감탄스러울 뿐. 손잡이의 디자인 하나에도 디테일한 의도가 있어서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구별하는 것이 곧 무의미해진다. 버섯균 보관실이었다는 샹트렐 스파 바이 JW(Chanterelle Spa by JW)의 직원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등장인물처럼 차려입고,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점점 몸이 작아지는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한 복도를 지나 안락한 스파룸에 도착하면 깨고 싶지 않은 꿈이 시작된다.

화학 실험실 콘셉트에 충실한 화장실
화학 실험실 콘셉트에 충실한 화장실
화학 실험실 콘셉트에 충실한 케미스트리 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화학 실험실 콘셉트에 충실한 케미스트리 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화학 실험실이었다는 ‘케미스트리 바(Department of Chemistry Bar)’는 실험 정신을 부추겼다. 하얀 가운을 입은 서버가 내오는 칵테일은 과학자의 실험 정신으로 충만한 믹솔로지스트가 만든 것이 분명했다. 비주얼로나 맛으로나 뿜뿜한 독창성을 꿀꺽 마셔 버리는 것으로 실험 결과는 언제나 대성공이다. 

학구적이고 감각적인 객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학구적이고 감각적인 객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우아한 분홍빛 저택 같은 핑크 펄 레스토랑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우아한 분홍빛 저택 같은 핑크 펄 레스토랑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무엇보다 전달하기 어려운 것은 총지배인을 포함한 직원들의 열정이다. 라마르크 대학(Lamarck University)의 총장 역을 맡아 (체크아웃하는) 졸업생들에게 증서를 건네는 총지배인의 유쾌한 연기가 일품이다. 여담이지만 일행 중에 대학 후배가 있다는 것을 리조트에서 알았다. 순식간에 마음이 애틋해진 그녀와 나는 서로의 강의실(객실)을 실없이 오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것이 빌 벤슬리가 말한 ‘대학이라는 공간이 주는 공통의 기억과 감각’임을 깨달았다. 낭만을 전공하려는 자, 이 대학을 추천한다.

이탈리아 테마로 조성한 선월드
이탈리아 테마로 조성한 선월드

●푸꾸옥의 속살  진주와 후추 

장장 8km의 길이를 자랑하는 혼톰 케이블카와 이탈리아 소도시를 옮겨 놓은 듯한 선월드(Sun World)가 푸꾸옥 남부의 매혹적인 현재라면, 푸꾸옥 감옥(일명 코코넛 감옥)에는 아팠던 역사가 가두어져 있었다. 모형으로 재현된 고문 모습이 처참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수용동을 도는 일은 쉽지 않았다. 프랑스가 식민 지배에 저항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가두었던 이 감옥은 1967년 베트남 내전 중에 4만명의 포로를 수용하는 데에 사용되었는데, 그들 대부분이 고문으로 사망했다. 그 당시만 해도 푸꾸옥은 변변한 마을도 없는 방치된 섬이었다는데,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변화다.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를 배우는 후추농장 견학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를 배우는 후추농장 견학
후추농장 견학
후추농장 견학

지금 푸꾸옥의 시간은 이 섬이 자랑하는 특산품인 진주를 닮았지만, 어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살았던 맵고 짠 시절은 세계적인 퀼리티를 자랑하는 후추와 멸치의 감칠맛을 극대화한 느억맘 소스에 스며 있다. 후추 농장과 느억맘 소스 공장을 직접 견학하고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푸꾸옥 감옥 옆 느억맘 소스 공장의 숙성 저장고
푸꾸옥 감옥 옆 느억맘 소스 공장의 숙성 저장고

●길고 하얀 꿈이었나 봐
푸꾸옥 북부와 쉐라톤

롱비치에 도착했다. 하얗고 긴 모래사장. 과장이 하나도 없는 이름인데, 어쩐지 비현실적이다. 푸꾸옥 북서쪽의 롱비치는 해변을 따라 리조트와 숙소들이 줄지어 있는 곳이다. 그 길이를 가늠하기 위해 이른 아침 달리기에 나섰다. 앞서간 맨발 러너의 발자국을 따라 2km쯤 달렸을 때, 나를 되돌려 세운 것은 허기였다. 쉐라톤 푸꾸옥 롱비치 리조트(Sheraton Phu Quoc Long Beach Resort)의 풍성한 조식 메뉴에는 두어 주 전에 왔다는 한국인 셰프가 애썼을 미역국도 있었다. 뷔페에 스시, 스파게티, 스프링롤이 자연스럽듯 한식도 다국적 게스트를 위한 메뉴가 됐다. 물론 한국 여행자들을 맞이할 태세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객실에서 내려다본 롱비치와 수영장의 일부
객실에서 내려다본 롱비치와 수영장의 일부
넓고 차분한 빌라동의 객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넓고 차분한 빌라동의 객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코로나 이후 베트남 관광산업에서는 빅 딜이 있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베트남 최대의 리조트 체인인 빈펄 그룹과 8개의 호텔에 대한 리브랜딩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지난 4월에는 추가로 7개의 호텔을 오픈하기로 계약했다). 그중 하나였던 푸꾸옥 빈펄 리조트는 지난해 메리어트 계열의 쉐라톤으로 전환되어 열심히 체질을 바꾸는 중이었다. 자연 채광이 쏟아지는 네오클래식한 디자인의 로비와 자이언트급으로 큰(2400m2) 수영장의 이점을 그대로 살린 채 한결 더 세심해진 서비스가 쉐라톤의 이름값을 너끈히 해내는 중이다. 

정원 경치와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가든 코트 레스토랑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정원 경치와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가든 코트 레스토랑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덕분에, 세련된 서비스가 있는 리조트에서 충분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 이 간단한 소원을 푸꾸옥에서 성취했다. 1일 1스파를 받으며 이 순간을 위해 고된 밤 비행을 견딘 것이라고 생각했고, 별이 쏟아지는 수영장에 몸을 담근 채 스윔업 바(Swim up Bar)에서 건네 주는 모히토를 홀짝이며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햇볕이 따가울수록 망고 스무디는 더 시원했고, 신선한 해산물이 숯불을 스쳐 접시 위로 올라오는 동안 석양은 거룩한 의식처럼 하루의 문을 닫아 주었다. 좋은 리조트가 주는 안락함은 집 떠난 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한 커플만을 위한 선셋 디너도 가능하다
한 커플만을 위한 선셋 디너도 가능하다

●상상만 하지 마세요  
푸꾸옥의 거물급 명소들

어느 모로 보나 푸꾸옥은 가족 여행객을 위한 종합선물 세트다. 테마파크, 워터파크, 사파리, 아쿠아리움, 쇼핑 스트리트, 카지노, 골프까지, 작정하고 만든 위락시설들의 규모는 베트남 최고에서 아시아 최대까지,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푸꾸옥 여행 한 번이면 1년치 위락과 유흥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세이고, 충분한 인프라다. 

동물의 왕국이 현실로 펼쳐지는 빈펄 사파리 푸꾸옥
동물의 왕국이 현실로 펼쳐지는 빈펄 사파리 푸꾸옥

아시아 최대 규모인 빈펄 사파리 푸꾸옥(Vinpearl Safari Phu Quoc)은 3,000여 마리의 동물을 섬으로 이주시켜 넉넉하게 살 공간을 제공한 보금자리다. 똑똑한 새들이 비행술을 선보이는 버드쇼의 인기가 최고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를 꼽으라면 18홀의 빈펄 골프 푸꾸옥(Vinpearl Golf Phu Quoc)이 호젓하니 좋고, 24시간 연중무휴인 카지노 푸꾸옥(Casino Phu Quoc)이 밤까지 책임진다.

베니스 테마의 그랜드월드 푸꾸옥
베니스 테마의 그랜드월드 푸꾸옥
그랜드월드 푸꾸옥
그랜드월드 푸꾸옥

그랜드월드 푸꾸옥(Grandworld Phu Quoc)은 이탈리아 베니스 테마의 쇼핑 및 외식 거리다. 수로를 따라 곤돌라를 타고, 테디베어 뮤지엄에서 인형들의 세계관을 확인한 후 얼음을 가득 채운 베트남 커피를 마시는 일이 자연스러운 곳이다.

베트남 최대 테마파크인 빈 원더스 푸꾸옥
베트남 최대 테마파크인 빈 원더스 푸꾸옥

빈 원더스 푸꾸옥(VinWonders Phu Quoc)에서는 규모에 놀라서 허둥대다가 겨우 아쿠아리움을 둘러보았을 뿐인데, 클로징 쇼타임이 가까워져 있었다. 수상 스크린과 미디어 아트 폭죽, 화염 등이 동원된 쇼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는 수백 개의 핸드폰으로 더욱 환했다.  

수만 마리의 바다생물이 살고 있는 아쿠아리움
수만 마리의 바다생물이 살고 있는 아쿠아리움

 

글·사진 천소현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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