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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고원으로 ‘Go on!’

  • Editor. 이우석
  • 입력 2023.07.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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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피해 도망친다는 것이 피서(避暑)인데. 실로 이상한 일은 대부분 자신이 사는 곳보다 더 더운 곳으로 떠나고들 있다. 바다와 해변은 정말 더 뜨겁고 습한 곳이다. 가장 시원한 최고 피서지는 바로 ‘고원(高原)’이다. 고원에선 그저 가만있을 뿐인데도 서늘하고 보송보송하게 지낼 수 있다.

새하얀 샤스타데이지가 한가득 피어오른 고원의 여름. 하이원리조트 곳곳에 천상의 정원이 펼쳐진다
새하얀 샤스타데이지가 한가득 피어오른 고원의 여름. 하이원리조트 곳곳에 천상의 정원이 펼쳐진다

●여름을 잊은 고원

여름을 잊고 사는 강원도 정선·태백 고원에서의 하루는 몇만 명이 미지근한 바닷물 속에서 우글대는 해수욕장과는 완전히 다른 쾌적함을 보장한다. 여기다 강원도 향토 음식의 별미까지 더해진다면 오죽 좋을까. 청정고원에서 자라난 농림산물로 만든 음식도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강원도가 딱 제철을 맞았다.

빗발치는 폭염과 습하고 진득한 도시의 숨결을 피해 도망쳐 온 강원도 정선과 태백 고원. 길을 가다 이 지역 아파트를 살펴보면 응당 있어야 할 에어컨 실외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시원한 지역이란 얘기. 창문을 열면 바로 그만큼 크기의 에어컨이 된다. 

해발 700~1,000m 정도에 형성된 이곳 도시는 서울과 비교할 때 보통 5~7도 정도 온도 차가 난다. 100m를 오를 때마다 지구 복사열의 감소로 기온이 섭씨 0.5~0.6도씩 낮아진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다. 게다가 습하지 않아 실 체감 온도 차는 더하다. 여름날의 불청객 모기마저도 생존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어서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흔한 ‘열대야’도 없다. 새벽엔 차라리 춥다.

가장 높은 해발고도의 국도 정상 만항재에 오르면 요즘 그리 좋다. 야생화가 한가득 피어난 천상의 화원이 그 높은 곳에 차려져 있다. 숨은 비경인 몰운대, 정상에 떨어진 빗방울 하나가 한강, 낙동강, 오십천이 되어 흐른다는 삼수령. 정선 태백 고원의 어딜 가도 어디서나 시원한 기운이 기다리고 있다. 

●구수하고 졸깃한 향토 음식

이럴 땐 산골 고원이 자랑하는 향토 음식을 챙겨 먹으면 좋다. 투박하지만 구수한 맛이 좋은 메밀이 있다. 이칠장(날짜에 2와 7이 들어가는 날 열리는 시장)인 정선 오일장에서 다양한 강원도 메밀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즉석에서 지져 내는 메밀 부꾸미나 전병(총떡), 메밀배추전 등을 요것조것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면발이 콧등을 치는 줄도 모르고 기차 시간에 맞춰 급하게 후루룩 먹었대서 생겨난 콧등치기 국수도 별미다. 쌀이 모자라 나물을 넣어 지었던 곤드레밥 역시 정선의 대표 입맛으로 자릴 잡았다.

태백에서 맛보는 막국수 한 사발에 무더위는 싹 달아난다
태백에서 맛보는 막국수 한 사발에 무더위는 싹 달아난다

태백 강선막국수에선 부드러운 수육과 시원하고 구수한 막국수 한 그릇을 챙겨 먹으면 된다. 냉면도 따로 있다. 태백 장성동에 위치한 평양냉면은 상호처럼 평양식으로 냉면을 말아 내는 집이다. 중식을 선호한다면 정선 고한읍에서 번개반점을 찾으면 된다. 마치 번개를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드는 매운맛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는 곳이다.

태백닭갈비는 전골식이라 이것저것 사리를 넣어 먹는 재미가 있다
태백닭갈비는 전골식이라 이것저것 사리를 넣어 먹는 재미가 있다

광업 중흥시절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고 할 정도로 돈이 도는 동네로 소문났던 태백에는 예전부터 고기 문화가 발달했다. 거친 일을 마치고 기름진 고기로 허기와 피로를 풀었다. 닭갈비며, 물갈비, 실비집 등이 그 성대했던 육식 문화의 흔적이다. 모두 챙겨 먹어야 하는데 공통분모는 바로 ‘갈비’다. 그 좋은 한우를 고작 연탄불에 구워 먹는 이상한(?) 방식의 실비집은 태백 고기 문화의 정수다. 서울에서 먹는 갈빗살은 보통 생갈비를 떼어 낸 자투리 고기인데 강원도 태백이나 경북 쪽에선 아예 갈빗살을 먹기 위해 정형하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고품질의 갈빗살을 맛볼 수 있다. 뼈에 붙은 고기라 그런지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태백 시내에 실비집이란 이름을 붙인 곳이 많은데 다들 곧잘 한다. 태성실비식당은 고기도 좋고 곁들인 찬, 후식으로 먹는 된장소면이 맛 좋아 많이들 찾는 곳이다.

한우를 연탄불에 구워 먹는 태백의 실비식당들
한우를 연탄불에 구워 먹는 태백의 실비식당들

여름철 잃어버린 입맛을 채울 끼니를 챙길 곳도 많다. 춘천닭갈비와는 달리 국물 자작히 이것저것 넣어 먹기 좋은 태백 닭갈비는 황지연못 인근 대명닭갈비와 김서방닭갈비가 잘한다고 입소문 났다. 만항재를 오르는 길에는 토종닭으로 만든 닭백숙집이 많다. 이중 밥상머리는 한약재를 넣어 푹 고은 닭백숙과 닭볶음탕을 잘하는 집이다. 졸깃한 토종닭을 다 먹고 구수한 국물에 찹쌀밥을 넣어 죽을 쑤어 먹으면 온종일 든든하다. 

시원한 고원에서 맛난 음식으로 보양까지 하니 이것이야말로 쉴 ‘휴’자 휴가다
시원한 고원에서 맛난 음식으로 보양까지 하니 이것이야말로 쉴 ‘휴’자 휴가다

태백 황지동 삼수령 오르는 길에 위치한 초막고갈두는 두부, 고등어, 갈치 조림이 맛있기로 소문난 집이다. 칼칼하고 매우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양념이 싱싱한 생선에 배어들어 밥을 부른다. 하이원리조트가 자랑하는 운암정은 애초 강원도 최고급 한식당이었지만 한옥 카페로 탈바꿈했다. 시원한 차와 모나카, 떡 등을 성대히 차려 내는 한국식 애프터눈 티 세트는 국내 다른 곳엔 없는 별미 중 별미다. 

*저세상’ 유머 코드와 황당한 상황극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우석 소장은 오랜 신문사 기자 생활을 마치고 ‘이우석놀고먹기연구소’를 열었다. 신나게 연구 중이다.  


글·사진 이우석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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