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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에 대하여. 4개 지역에 담긴 이야기

  • Editor. 강화송 기자
  • 입력 2023.08.04 07:00
  • 수정 2023.08.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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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가 마카오인 이유

마카오는 언제부터 ‘마카오’라 불렸을까. 마카오의 한자 표기는 ‘오문(澳門)’이다. 직역하면 항구의 문. 마카오는 중국 남부의 주요 도시를 모두 거쳐 흐르는 ‘주강(珠江)’의 하구에 위치한다. 이러한 지리적 강점으로 과거부터 무역의 관문의 역할을 도맡으며 붙게 된 이름이다. 

16세기 중반, 마카오는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1557년부터 포르투갈인들이 마카오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당시 그들은 도교 사원이었던 ‘마쭈거(媽祖閣, 마조각)’ 근처에서 주로 정착을 시작했는데 한 포르투갈인이 마카오 원주민에게 이곳의 지명을 물으니, 원주민은 사원의 이름을 묻는 것으로 착각해 ‘마쭈거’라고 답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를 잘못 알아들은 포르투갈인들이 이 지역을 두고 ‘마카오’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 이름의 유래다. 현지에서는 ‘마쭈거’를 ‘마꼭’이라 발음하니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마쭈거’는 마카오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건축물, ‘아마사원(Ama Temple)’이다. 이 사원에서는 항해의 여신인 ‘아마’를 모신다. ‘아마’는 뱃사람의 항해를 지켜 주는 바다의 수호신, ‘틴 하우(Tin Hau)’를 뜻한다.  

마카오는 자그마치 442년간 포르투갈의 통치를 받았다. 이 기간 동안 마카오는 금, 은, 도자기, 아편 등의 중개 무역과 기독교 포교의 기지로서 빠른 번영을 이룩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과 포르투갈이 가치를 교환하는 전략적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화, 예술, 건축, 미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카오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의 마카오는 유일하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적절히 혼재된 마카오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마카오 같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카오는 마카오다. 어느 단어로도 비유할 수 없다. 

●Cotai Strip
태생이 꿈인 땅, 코타이 

마카오는 크게 4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마카오 반도, 타이파, 콜로안 그리고 코타이. 코타이는 4개의 지역 중 가장 화려하고 럭셔리하다. 코타이 여행의 콘셉트는 확실하다. ‘일상과 완전한 이별’. 코타이에 머물다 보면 소비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옅어지게 된다.

코타이 스트립(The Cotai Strip)을 중심으로 런더너 마카오(The Londoner Macao), 세인트 레지스 마카오(The St. Regis Macao), 포시즌스 호텔 마카오(Four Seasons Hotel Macao), 리츠칼튼(Ritz Carlton), 래플스(Raffles) 등 여행자들이 꿈꾸는 세계 유수의 호텔 브랜드가 가득 몰려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는 워터파크와 쇼핑몰, 관람차, 레스토랑과 바 등 사람이라면 당연히 갈망할 만한 모든 여행의 요소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실제로 마카오를 여행하는 이들 중, 아무 곳도 들르지 않고 오로지 코타이에서 머물다 돌아가는 이들도 상당수다. 파리와 이탈리아, 런던, 라스베이거스 등 각국의 랜드마크와 분위기를 담은 건축물과 쇼핑몰만 돌아다녀도 일주일이 부족하다. 제일 중요한 걸 빼먹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코타이에 있는 대부분의 쇼핑몰들은 거의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만약 밖을 걸어야 한다면 기껏해야 10분 정도다.

이토록 화려함이 부각되는 코타이지만, 시작부터 창대했던 것은 아니다. 코타이가 생긴 지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1950년대까지는 ‘타이파’와 ‘콜로안’ 사이의 바다였다. 마카오는 지역의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으며, 그 결과 바다를 매립하기로 결심한다. 타이파와 콜로안 사이의 바다를 간척해 만든 지역이 바로 ‘코타이’인 것이다. 코타이(Cotai)란 이름은 콜로안(Coloane)의 코(Co), 타이파(Taipa)의 머리글자를 딴 합성어다. 몇십 년 전에는 지도상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곳. 코타이는 태생이 꿈 같은 곳이다.

이후 ‘샌즈그룹’이 2007년 8월 베네시안 마카오(The Venetian Macao)를 오픈하면서 코타이 스트립 부흥의 신호탄을 쐈다. 현재 샌즈그룹은 코타이에서 런더너 마카오, 파리지앵 마카오, 베네시안 마카오, 콘래드 마카오 등 굵직한 호텔과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코타이에는 8개의 호텔과 쇼핑몰, 워터파크가 모여 있는 갤럭시 마카오, 엔터테인먼트가 강점인 스튜디오 시티, 카지노로 유명한 MGM, 분수쇼와 케이블카가 매력인 윈 팰리스 등 다양한 호텔들이 속속히 들어섰다.

●Peninsula de Macau

마카오의 심장, 마카오 반도 

과거의 ‘마카오’는 사실 ‘마카오 반도’만을 칭한다. 2005년, 유네스코는 마카오 반도 내에 있는 역사지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마카오 반도를 여행하기 전 꼭 알아야 할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칼사다 포르투게사(Calcada Portuguesa)’다. 마카오 반도를 산책하다 보면 어디서든 바닥에 깔린 물결무늬 타일 보도를 만날 수 있다.

‘칼사다 포르투게사’는 포르투갈식 도로포장 기법이다. 물결무늬는 먼바다로 나서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부를 이루자는 과거 포르투갈 왕실의 의지를 나타낸다. 마카오의 칼사다 포르투게사를 잘 살펴보면 바다와 항해를 상징하는 표식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두 번째는 ‘아줄레주(Azulejo)’다. 아줄레주는 건물의 외벽 혹은 바닥을 장식하는 ‘도자기 타일’을 뜻한다. 포르투갈 아줄레주는 하얀 바탕에 청색 물감만을 사용해 제작한다. 이러한 포르투갈 문화의 잔재가 중국풍 골목과 어우러진 모습이 마카오 반도의 매력이다.

세나도 광장부터 세인트 폴 성당 유적까지는 매일마다 관광객이 붐빈다. 비교적 한산한 산책을 원한다면 성 라자루 성당 지구를 거닐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은 관광지화가 덜 됐을 뿐, 의미 없는 건물이 없다. 300여 년도 더 된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를 거쳐 온 건물들이 좁은 길을 따라 열을 맞추고 있다. 군데군데 보이는 중국 문자와 중국식 장식들은 이질적이지만 생경치 않다. 흥미를 돋울 뿐이다. 마카오 반도는 거닐어야 이 오래된 식민지 시대가 남긴 유산을 이해할 수 있다. 이야기로만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그곳에서 머문다.


●Coloane

마카오의 끄트머리, 콜로안 

여행자는 크게 2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콜로안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전자라면 분명 분 단위로 쪼개진 빡빡한 일정표 따윌 혐오하는 사람일 것이다. 주말이면 게으름뱅이라는 낙인이 찍힌대도 개의치 않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는 타입일 것이고. 늘어지게 하품이나 하며 하릴없이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걸 즐길지도 모르겠다. 콜로안은 자고로 그런 사람들을 위한 마을이다.

콜로안은 마카오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평화롭고 작디작은 어촌 마을. 1864년 포르투갈이 콜로안섬을 점거하기 전까지 이곳은 중국의 소금 농장이었다. 마카오 반도에서 버스를 타면 20분 남짓으로 도착할 수 있다. 어디든 엎어지면 코가 닿을 거리라 반나절 정도 계획하면 충분하다. 참고로 콜로안은 영화 <도둑들>과 드라마 <궁>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유난히 동네에 여린 파스텔톤 색채가 감돈다. 하염없이 불어오는 마카오의 바닷바람이 색을 바라게 만드는 것인데, 이 여린 풍경이 또 사람 마음을 자극한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치 않은 곳이다. 바다가 있고, 작은 동네가 있고, 골목이 있다. 콜로안은 그게 전부라 좋은 곳이다. 콜로안의 시계는 코타이의 시계와 같은 시간을 담지 않는다. 골목 어귀에 앉아 있는 어르신의 부채질이 느긋해지는 걸 보고 저녁을 예감하는 곳이다.

Ⓟ곽서희 기자
Ⓟ곽서희 기자

●Taipa
세월이 고운 동네, 타이파 

코타이에서 정확히 길을 하나 건넜을 뿐이다. 화려한 불빛 너머 호젓한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타이파다. 타이파는 본래 청나라의 땅이었다. 1851년 포르투갈에 의해 점령당했다. 당시 포르투갈의 고위 공직자들은 비교적 사람이 북적이는 마카오 반도에서 벗어나 안식을 찾기 위한 별장지로 타이파를 선택했다.

포르투갈풍 주택이 차곡차곡 쌓여 골목을 채웠다. 파스텔톤 색을 입은 주거지가 형성된 것이다. 1999년, 포르투갈은 마카오에서 물러났지만 타이파 주민들의 일상은 변치 않았다. 벗겨진 페인트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낡은 것에서 느껴지는 다정함이 그곳에 있었다. 집집마다 빨래를 널고 저녁 찬거리를 사 들고 집으로 향하는 어머니와 하교 후 골목길에서 친구들과 뛰노는 아이들이 있는 일상의 모습이다. 두어 시간만 거닐면 동네를 전부 돌아볼 수 있다. 

타이파의 중심에는 ‘쿤하 거리’가 있다. 포르투갈의 탐험가 ‘트리스타오 다 쿤하(Trista’o da Cunha)’의 이름은 딴 100m 남짓의 먹자골목이다. 1983년 마카오 최초로 보행 전용도로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이 주변으로는 관광객이 매일 붐빈다. 마카오 기념품으로 유명한 디저트, 육포, 에그롤, 아몬드 쿠키 등을 판매하는 점포가 사방으로 들어서 있어서다. 지나온 세월이 동네 곳곳에 가득 묻어 있지만, 그게 너무 곱고 단아해 밉지 않은 동네, 타이파.

글·사진 강화송 기자, 이성균 기자, 김민형  취재협조 마카오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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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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