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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중의 골드,  스위스 골든패스 익스프레스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3.08.22 13:16
  • 수정 2023.08.22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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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 틈을 주지 않는 기차 밖 풍경
잠들 틈을 주지 않는 기차 밖 풍경

오전 9시, 스위스 베른주의 크슈타트(Gstaad). 소 울음소리에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스위스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다. 촉촉한 아침 공기와 함께 기차에 오른다. 몽트뢰(Montreux)에서 인터라켄(Interlaken)까지 잇는 골든 패스 익스프레스(GoldenPass Express)다. 그중 오늘은 크슈타트에서 슈피츠(Spiez)까지의 구간을 달린다. 1시간 20분, 한가로이 밀린 아침잠이나 자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 

기차에서 훌쩍 내려 마주한 슈피츠. 역 밖을 나서는 순간 동화가 펼쳐진다
기차에서 훌쩍 내려 마주한 슈피츠. 역 밖을 나서는 순간 동화가 펼쳐진다

세상 모든 귀한 것들 앞에는 ‘골드’란 수식어가 붙는다.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100만장 이상 팔린 레코드 ‘골든 디스크’. 최우수 영화와 배우에게 수여되는 ‘골든 글로브상’…. 심지어 키위도 ‘골드키위’가 더 달고 맛있다.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는 과연 ‘골드’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기차다. 

한가로운 슈피츠의 오후
한가로운 슈피츠의 오후

지난해 12월11일, 골든패스 익스프레스가 개통됐다. 몽트뢰와 인터라켄을 잇는 직행 파노라마 기차란 점만으로도 일단 존재 가치가 상당하다. 기존엔 몽트뢰에서 인터라켄까지 가려면 츠바이짐멘(Zweisimmen)에서 환승해야 했는데, 이제 그런 불편함은 완전히 사라졌다. 기차는 매일 총 4회 왕복, 3시간 15분 동안 레만호 지역에서 베르네제 알프스로 이어지는 여정을 이끈다. 

여름에도 스위스의 들판은 금빛으로 빛난다
여름에도 스위스의 들판은 금빛으로 빛난다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기차 안
따스한 햇빛이 들어오는 기차 안

그러나 단순 기능적인 면 외에도 골든패스 익스프레스를 진짜 ‘골드’로 만드는 건, 역시 풍경이다. 스위스를 찾은 첫 영국인 관광객들은 스위스의 가을을 보고 ‘황금 같은 시간(Golden Time)’이었다고 소문을 냈다. 기차의 이름도 거기서 비롯됐다. 실제로 기차 운행 구간은 가을의 정취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여정이다. 그러나 소중한 것의 가치가 시간에 따라 쉽게 변할 리가. 창문 밖 풍경은 꼭 가을이 아니더라도, 사계절 내내 찬란하게 빛난다. 

부지런히 스위스를 눈으로, 핸드폰으로 담는 승객들
부지런히 스위스를 눈으로, 핸드폰으로 담는 승객들

숲과 언덕이 굽이친다. 오렌지빛 지붕, 박하 맛이 날 것 같은 만년설. 호숫물은 ‘캔디바’ 아이스크림을 녹인 것처럼 파랗다. 달콤한 풍경이 시시각각 움직이는 액자 속에 담긴다. 지나가는 산맥 하나, 떠가는 구름 하나, 펼쳐진 초원 하나하나는 누군가가 평생을 꿈꿔 온 풍경이었을 것이다. 기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 여기는 건, 호텔을 단순히 숙박시설로 여기는 것만큼이나 편협한 생각이다. 적어도 스위스에선 그렇다. 이런 기차여행이란…, 과장 없이 말하건대, 정말 ‘골드 중의 골드’다. 

한층 고풍스러운 벨 에포크 시대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골든패스 벨 에포크(GoldenPass Belle Époque)를 탑승하는 것도 방법이다. 골든패스 익스프레스와 같은 노선(몽트뢰-츠바이짐멘)을 운행하는데, 차량의 종류가 다르다. 프리미엄 목재를 사용해 아름답게 장식됐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스위스 곳곳의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금광을 발견한 광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글·사진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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