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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큐슈에서 놓치면 안 될 볼거리 모음.zip

  • Editor. 김진
  • 입력 2023.08.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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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기타큐슈. 여행 가이드 팸플릿은 ‘노스탤지어 간몬 해협, 시간의 정거장, 근대화의 기억’이라는 광고 문구로 이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모지코역
모지코역

●항구의 낭만, 모지코 레트로

기타큐슈 모지항에 가면 우스꽝스러운 바나나맨 동상과 함께 누구나 인증사진을 찍는다. 모지항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타이완의 바나나가 수입된 곳이다. 인근 가게에 가면 바나나로 만든 쿠키나 빵, 기념품이 흔하다. 1889년 개항 후 석탄을 수출하는 근대 무역항으로 번성한 모지코에서 당시 금융 기관과 상사들이 서양식 건물을 곳곳에 지었다. 기타큐슈시는 1995년부터 모지항 인근의 이국적인 서양식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관광지구로 변신을 꾀했다. 

모지코 레트로의 대표건물 중 하나인 모지세관
모지코 레트로의 대표건물 중 하나인 모지세관

그렇게 ‘모지코 레트로’가 탄생했다. 모지코역과 옛 모지세관, 옛 오사카상선 같은 건물들은 항구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다. 모두 100년 이상 된 역사적인 건축물이어서 하나하나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고, 레트로한 사진을 남기기에 그만이다. 그래서 기타큐슈 여행을 하고 나면 모지코의 복고적 풍경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나 모지코 레트로엔 한국인이라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슬픔이 서려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일제시대 모지코항은 평상시엔 무역항이었으나 전쟁 땐 출정식을 하는 항구였고, 조선인을 노동자로 데려와 실어 날랐다. 기타큐슈의 야와타 제철소는 실제로 한국인 강제 징용이 집행되었던 곳으로 군수산업, 철도 건설 등에 이들을 이용해 근대화를 이끌었다. 

모지항은 일본 최초로 바나나가 들어온 항구다.
모지항은 일본 최초로 바나나가 들어온 항구다.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자면, 일본에 조선인의 서러움이 배어 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마는…. 그것은 차치하고, 여행지로서의 모지코는 광고 문구처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항구마을이다. 높은 건물이라곤 31층짜리 모지코 레트로 전망대뿐. 여기에 올라 내려다보면 낮은 주택들과 건물들만이 느슨하게 펼쳐져 있다. 밤이면 거리마다 노란 불빛이 켜져 100년 전 과거로 돌아간 듯, 아련한 추억에 잠긴다.

 

●엔화가 싼 김에 
더 아웃렛 기타큐슈

모지코항 부근이 일본의 과거를 보여 주는 지역이라면, JR스페이스역 일대는 기타큐슈의 현재를 보여 준다. 엔화가 역대 최저치인 요즘, 쇼핑만큼 반가운 것이 있을까. 더 아웃렛 기타큐슈(THE OUTLETS KITAKYUSHU)는 작년 4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대형 아웃렛이다. 거대 쇼핑몰인 이온몰 야하타히가시와 붙어 있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170여 개 매장이 포진한 아웃렛에서 알뜰한 쇼핑은 기본이다. 

오픈한지 1년 남짓한 더 아웃렛 기타큐슈는 아직 한산한 편
오픈한지 1년 남짓한 더 아웃렛 기타큐슈는 아직 한산한 편

대표적인 편집숍이자 실용적인 데일리룩 브랜드인 빔스(Beams), 일본만의 콜라보 슈즈가 있는 뉴발란스 외에도 나이키, 아이다스, 몽벨, 갭처럼 익숙한 브랜드가 거대한 매장에 자리하고 있다. 아르마니, 발리, 코치, 띠어리, 콜한 등 눈길이 가는 유럽 및 미국 브랜드도 많고, 골프웨어 강국답게 데상트, 아디다스 골프, 골프 파트너 등 골프 브랜드도 눈에 띈다. 초고가 브랜드보단 대체로 실용적인 중저가 브랜드 위주다. 그래서인지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도 부담이 없다. 쇼핑 신봉자라면 하루도 모자라겠지만, 사고 싶었던 아이템을 추려서 동선을 미리 짜 둘러보면 두세 시간이면 충분하다.

하카타에서 너무 긴 웨이팅에 포기해야했던 기와미야 함바그가 더 아웃렛에 입점했다.
하카타에서 너무 긴 웨이팅에 포기해야했던 기와미야 함바그가 더 아웃렛에 입점했다.

푸드코드인 푸드 포레스트(Food Forest)에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본 음식점이 대거 입점했다는 사실에도 마음이 들떴다. 특히 후쿠오카 하카타에서 한두 시간의 웨이팅이 기본이라 포기해야만 했던 기와미야 함바그도 들어와 있단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평일 점심시간 기준, 5분 정도 대기하고 먹을 수 있었다.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도 무시 못할 장점이다. 기타큐슈공항에서 버스로 40분, JR 하카타역에서 신칸센 또는 전철로 약 30분이면 아웃렛에 도착한다.


●과학이 기반이 된 도시
스페이스 라보


기타큐슈는 메이지 시대부터 산업도시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제조업 분야에 특히 강점을 보였다. 스페이스 라보(LABO)는 더 아웃렛 기타큐슈와 동시에 개관한 기타큐슈시 과학관으로, 도시 발전에 기여한 숨은 ‘과학’을 쉽게 보여 주는 곳이다.

스페이스 LABO엔 생활 속 과학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놓는 전시물이 많다. 일본어를 몰라도 이해하기 쉽다.
스페이스 LABO엔 생활 속 과학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놓는 전시물이 많다. 일본어를 몰라도 이해하기 쉽다.
스페이스 LABO. 우주를 비밀을 알아보자.
스페이스 LABO. 우주를 비밀을 알아보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회오리를 발생시키는 전시관이다. 기타큐슈에서 태어난 후지타 테쓰야는 토네이도 연구의 선구자이자 악천후를 연구한 기상학자다. 자연재해와 기후에 유독 예민한 일본답게 기상학자에 대한 존경이 남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진자현상, 양자역학, 빛과 소리의 움직임 등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과학 현상을 쉬운 예시로 설명해 주거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아 시선을 오래 붙잡는다. 직경 30m의 플라네타리움(돔 과학 영사관)과 밤하늘의 별을 감상하는 스페이스 라운지 등 볼거리가 많다.

 

●말 그대로 생명의 여행 
이노치노타비 박물관

생명의 여행 박물관(이노치노타비 박물관)은 기타큐슈가 운영하는 자연사·역사 박물관이다. 들어서자마자 전시장을 가득 메운 공룡에 혼미할 지경이었다. 길이가 35m에 달하는 쥐라기 후기의 디플로도쿠스와 백악기의 티라노사우루스, 세계에서 가장 큰 익룡인 케찰코아틀루스 등 거대한 생물의 골격이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모습으로 압도한다. 그 밖에 동식물 표본과 실물 화석, 암석과 광물 등 전시품만 4,500점이 넘는다.

길이가 35m에 달하는 공룡 골격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길이가 35m에 달하는 공룡 골격을 실감나게 재현했다
해양생물도 많이 전시돼있다
해양생물도 많이 전시돼있다

●100년 넘은 고쿠라의 부엌
단가시장

흔한 표현이지만 ‘고쿠라의 부엌’이라고 하는 단가시장은 기타큐슈 여행자라면 대부분 찾아오는 관광명소다. 다이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시장으로, 서민의 삶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고 향토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기타큐슈의 중심지, 고쿠라에 자리한 시장엔 식재료를 파는 가게와 음식점 120개가 좌우로 늘어서 있다. 여기서 자주 눈에 띄는 건 기타큐슈의 대표 생선, 고등어다. 누카다키는 영양 만점의 쌀겨된장(누카도코)에 고등어나 정어리 같은 등 푸른 생선을 절여 만든 음식으로 감칠맛이 가득해 밥도둑으로 유명하다. 물론 술안주로도 손색없다. 

단가시장
단가시장
단가시장의 명물 중 하나, 오뎅
단가시장의 명물 중 하나, 오뎅
화재를 겪었던 단가시장. 소실된 부분엔 아름다운 벽화가 채워졌다.
화재를 겪었던 단가시장. 소실된 부분엔 아름다운 벽화가 채워졌다.

걷다가 발길을 멈추게 하는 곳은 바로 ‘단가우동’이라는 간판을 내건 음식점인데, 독특하게도 이 집에서 사람들이 먹는 것은 오뎅이다. 큰 냄비엔 오뎅뿐 아니라 무, 스지(소의 힘줄), 계란, 유부 주머니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다. 일본식 닭튀김인 가라아게와 화과자 파는 집도 유명하다.


●주말이면 칵테일 바가 되는
고쿠라성

단가시장에서 오가이바시 다리를 통과하면 자연스럽게 고쿠라성에 닿는다. 1602년 축성한 고쿠라성은 오사카성의 축소판이라 할 만큼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천수각 내부 전시를 대폭 바꾸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고쿠라성 정원 툇마루에 앉아 고쿠라성을 바라보던 순간이 좋았다
고쿠라성 정원 툇마루에 앉아 고쿠라성을 바라보던 순간이 좋았다

인터랙티브 존에서는 에도 시대의 생활상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토요일엔 꼭대기 층이 ‘천수각 바’로 변신해 칵테일과 니혼슈 등을 판다.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다. 장인이 직접 에도 시대의 면직물인 고쿠라오리를 지어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도 흥미롭다. 고쿠라오리는 입체감이 아름다운 고운 면직물로, 이것으로 만든 열쇠고리나 주머니 등은 기타큐슈 여행 기념품으로 사기에 의미가 있다.

 

●바닷속을 거닐어 시모노세키로 
간몬 해저 터널

간몬 해저 터널은 기타큐슈와 시모노세키 두 도시를 연결하는 인도로 길이가 780m밖에 되지 않아 15분이면 건너갈 수 있다. 길은 바닷속 약 55m 깊이에 있지만 사방이 막혀 있어 깊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인도엔 경계와 지점, 거리 등이 표시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터널 중간, 야마구치현과 후쿠오카현 경계선에서 기념사진 남기기는 필수다.

메카리 전망대에서 본 시모노세키와 칸몬 대교
메카리 전망대에서 본 시모노세키와 칸몬 대교
간몬 해저 터널. 후쿠오카현과 야마구치현의 경계가 바로 이곳.
간몬 해저 터널. 후쿠오카현과 야마구치현의 경계가 바로 이곳.
간몬터널 양쪽에서 인증 스탬프. 여행 기념품이다.
간몬터널 양쪽에서 인증 스탬프. 여행 기념품이다.

●복어의 도시

시모노세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고 또 먹을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복어다. 맨홀 뚜껑이나 우체통, 가드레일과 배에도 복어가 그려져 있다.

시모노세키의 명물은 복어다
시모노세키의 명물은 복어다

맛 좋은 복어는 시모노세키의 대표 음식이지만, 우리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공격하러 가기도 전에 시모노세키에서 일본 병사들이 자꾸 죽어 나갔다. 복어의 독 때문인 것을 알게 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복어 금지령을 내렸는데, 일본에서 무려 300년 넘게 지속되었다. 하지만 다시 복어를 먹게 한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이토 히로부미다. 복어를 못 먹게 한 사람도, 먹게 한 사람도 조선 침략과 밀접하다.

 

●시모노세키의 호젓한 마을
조후 모리 저택

일본 전통 마을이면서도 현지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성하 마을 ‘조후’. 2013년에 일본의 도시 경관 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하는 노란 흙담과 작은 개천을 따라 예쁜 카페와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숨어 있어 산책의 맛을 더한다. 마을 안내 지도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일본 국보 사찰인 고잔지(功山寺)와 에도 시대의 조후 번주인 모리의 저택이 나온다. 조후 모리 저택은 시모노세키의 대표 명소로, 메이지 천황이 머물렀던 방도 볼 수 있다.  

성하 마을 조후. 하천을 따라 걸으며 옛 시모노세키의 정취에 빠졌다
성하 마을 조후. 하천을 따라 걸으며 옛 시모노세키의 정취에 빠졌다
조후 모리저택
조후 모리저택


▶기타큐슈 하늘길이 넓어졌다
진에어는 인천-기타큐슈 노선을 매일 2회 운항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오전 7시15분, 오후 4시30분에 출발하며, 복편은 기타큐슈에서 오전 9시40분, 오후 6시55분에 출발하는 스케줄이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30분 소요되고, 무료 위탁 수하물은 15kg까지다. 

 

글·사진 김진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진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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