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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이 예뻐 보이는 15가지 순간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3.08.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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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덧셈과 뺄셈의 연속이다. 업무, 스트레스, 카드값, 몸무게, 기쁨, 슬픔, 감동, 좌절 등. 반복되는 생활이 조금은 힘에 부칠 때, 문득 괌이 다가왔다. 갖가지 색감을 품은 자연을 한 움큼 들고서, 마치 선물처럼. 괌의 바다와 하늘을 마냥 바라보고, 웃고 떠들었다.

사랑의 절벽에서 마주한 괌 바다
사랑의 절벽에서 마주한 괌 바다

●1회차의 행운

여행 전 못 자는 징크스를 비웃듯이 숙면했고, 공항 정시 도착부터 빠른 출국 심사와 터뷸런스 없는 비행, 순조로운 괌 입국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 1초의 삐걱거림 없이 여행지에 도착했으니 이제 남은 건 날씨 운. 머무는 5일 내내 많은 구름과 비 소식이 있어 출발 전부터 걱정이 상당했다. 다행히 첫날은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흐림이었고, 군데군데 보이는 하늘색에 안도했다. 

푸드 트럭, 기념품 상점, 놀이시설이 모여 있는 차모로 야시장
푸드 트럭, 기념품 상점, 놀이시설이 모여 있는 차모로 야시장

먼저 고백하는데 괌을 전혀 몰랐다. 아는 거라곤 차모로족(괌의 토착민이자 정신·문화의 뿌리)과 하파데이(Hafa Adai, 차모로어로 안녕)뿐. 핑계를 대자면 요즘은 잘 모르는 상태(영상은 절대 금지)에서 목적지를 마주할 때 뭐든지 낯설면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 작업도 잘 풀렸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무지에서 오는 신선함에 중독됐다. 게다가 이번엔 초심자의 행운까지 더해져 괌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했다. 이번에는 강박적으로 써 왔던 지역의 역사나 지리적 특징보다는 진짜 여행자로 보고, 듣고, 느낀 그대로의 괌에 집중하려고 한다.

차모로 야시장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차모로식 바비큐
차모로 야시장에서 꼭 먹어야 할 음식은 차모로식 바비큐

첫 일정은 비교적 가볍게. 저녁 먹고, 매주 수요일에만 열리는 차모로 야시장(Chamorro Village Night Market)에 가면 끝. 그렇지만 괌은 1회차 여행자에게 아량을 베풀었다. 물론 그 기회를 잡은 건 우리였지만. 여행으로 길러진 특유의 감각 덕분이다. 스파이더맨의 ‘피터 찌리릿’과 비슷한 맥락인데,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알아채는 힘이다. 

이파오 해변
이파오 해변

야시장 가는 길에 본 하늘이 심상치 않아 바로 일몰을 볼 수 있는 적합한 장소로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괌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파오 해변(Ypao Beach)에서 마주한 해넘이는 복합적인 색감을 뽐냈고, 사진에 온전히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화려했다.

여행지나 음식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색을 조정하고 때로는 과장되게 표현했는데, 괌은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눈으로 본 그대로를 복원하기 위해 애썼다. 이것마저 100% 온전한 모습이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만큼 당시의 알록달록한 색과 하늘의 질감 등은 다른 차원의 것이었으며, 이 모습을 보고 찍은 것만으로도 이번 괌은 벌써 2/3 이상 성공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쉽사리 가시지 않은 여운 탓에 차에 오르기까지 계속해서 뒤를 돌아봤고 또 돌아봤다. 게다가 1회차의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고, 마지막 날까지 쭉 이어졌다. 괌의 선택을 받은 셈이다.

디저트로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디저트로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추천한다

야시장에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괌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활기가 넘쳤고, 맛있는 냄새도 솔솔 풍겼다. 곳곳에서 춤과 음악으로 흥을 끌어올렸고, 사람 구경, 가게 구경하는 재미에 더위를 잊었다. 대단한 풍채의 카라바오(Carabao, 물소)도 시선을 끌어당겼는데, 우락부락한 검은 물소에 올라탄 조그마한 아이들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또 덥고 습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도 웃음을 아끼지 않는 상인들도 대단하게 보였다. 빼앗고 싶을 정도의 상냥함과 유쾌함에 그저 탄복할 뿐이었다. 

솔레다드 요새
솔레다드 요새

솔레다드 요새 Fort Nuestra Senora de la Soledad

스페인 식민지 시절(1668~1898년) 지어진 요새이자 괌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남부의 명소다. 우마탁 마을과 마젤란 기념비(1521년 3월 괌에 상륙한 마젤란을 기념), 광활한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높은 지대라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으니, 벤치에 앉아 모든 감각을 활용해 남부 괌을 만끽하자. 

에메랄드 밸리
에메랄드 밸리

에메랄드 밸리 Emerald Valley

괌 여행 인증숏 성지. 사진 찍기 좋아한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스폿이다. 거리에 걸터앉아 몽환적인 색감의 바닷물과 함께 찍으면 작품 완성. 횟집에서나 보던 학꽁치를 비롯해 다양한 열대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 보너스다. 

이나라한 자연풀장
이나라한 자연풀장

이나라한 자연풀장 Inarajan Natural Pool

자연이 빚은 천연 수영장. 소풍 겸 이곳을 찾는 현지인이 많으며, 잔잔한 물결과 일정한 수심 덕분에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다이빙대에서 힘껏 뛰어내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덩달아 흥이 오르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암석에 부딪히는 파도를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도 괜찮다.

메리조 부두
메리조 부두

메리조 부두 Merizo Pier

코코스섬으로 향하는 배들이 정박하는 부두이자 다이빙 놀이터다. 카메라를 반기는 아이들과 같이 호흡하며 괌에 스며들었고, 바다에 풍덩 뛰어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괌의 더위를 잊었다. 게다가 여행자에게는 잊지 못할 사진을 남길 수 있는 스폿. 바다 위 다리를 런웨이처럼 멋지게 걸어 보기를.

●찬란하고 눈부신 괌 블루

자칭 ‘바다 수집가’인데, 바다가 목적인 해외여행은 점점 안 가게 된다. 우리 동해와 남해를 최고라 여기므로 밖에 나갈 이유가 없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휴양지의 바다를 봐도 덤덤했고. 하지만 괌은 달랐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파랗고, 가장 이상적인 바다를 괌에서 만났으니까. 여태 33번의 7월은 더운 여름일 뿐이었는데, 34번째 7월은 괌의 바다로 물들었다. 

돌핀 크루즈에서 본 풍경
돌핀 크루즈에서 본 풍경

계기는 돌핀 크루즈. 괌을 여행하는 이들 대다수가 태평양을 뛰노는 돌고래를 보기 위해서 한 번쯤 몸을 싣는 배다. 돌고래에 흥미가 없는 30대 중반 아저씨는 영혼 없이 선착장 가는 버스에 올랐다. 게다가 일상에서 출근하던 시간과 겹쳐 텐션은 푹 가라앉아 있었다.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이어폰 볼륨을 한껏 키워 정신을 깨웠고, 고맙게도 하늘의 파란 기운이 힘을 보탰다. 

관심과는 별개로 잡지 한 페이지를 근사하게 채워야 하니 돌고래가 나오길 바랐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무심한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배 갑판에 서서 바다를 보자마자 전기가 오른 것처럼 온몸에 짜릿함이 몰려왔다. 사람마다 ‘좋다’를 표현하는 방식은 다른데, 내 경우는 뇌를 거쳐 좋다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는 것보다 몸이 반응하는 게 최상급이다. 

바다를 노니는 인어
바다를 노니는 인어

푸른 바다가 아니라 진짜 파란 바다였다. 유독 빛이 좋은 날이라 그랬겠지만 헥스 코드(RGB 방식 색상 코드 표기법) ‘0072ff’처럼 순수하고, 반짝이는 파란색 말이다. 이파오 해변의 일몰과 마찬가지로 이 색상을 고스란히 사진에 표현하는 건 쉽지 않다. 그저 그때 그 바다와 닮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40~50분의 항해가 너무나 짧게 느껴졌고, 속으로 이 크루즈는 온종일 탈 수 있다고 외쳤다. 아이들 생각은 다르겠지만 본래 목적인 돌고래는 새까맣게 잊었다. 아주 살짝 형체만 보여 준 돌고래에 심술이 잔뜩 난 아이들은 뾰로통한 표정으로 오렌지 주스에 꽂힌 빨대만 못살게 굴었다. 혼자 신나서 미안하지만,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괌의 바다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스노클링은 필수다
괌의 바다와 더 가까워지고 싶다면 스노클링은 필수다

돌핀 크루즈 이후에는 자리를 옮겨 피쉬아이(해중전망대), 스노클링을 즐기는 게 보통이다. 피쉬아이는 스노클링을 하지 않더라도 바닷속을 볼 수 있는 특별한 해저 공간이다. 스노클링은 좀 더 특별하고, 매력적이다. 액티비티에 욕심이 없는 나조차 마음이 동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마음껏 탐험하는데, 깊지 않은 곳에서 진행해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모두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Two Lovers Point
오후 2시30분, 아로새기다

무척 더운 날이었다. 그늘에 있어도 수비드로 조리되는 것처럼 천천히 익어 가는 느낌이고, 햇빛을 받으면 높은 온도의 팬 위에서 바싹 튀겨지는 것과 다름없었다. 오전에 궁극의 바다도 봤겠다 나머지 일정은 모두 접고 싶은 마음을 숨기기 어려웠다. 호텔에서 유유히 수영하면서 칵테일을 마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았다. 

사랑의 절벽
사랑의 절벽

결과적으로는 움직이길 잘했다. 괌 북부에도 안 봤으면 섭섭한 것들 천지니까.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북부(사랑의 절벽·탕기슨 해변·버섯바위 등)에 대한 입력값도 0이었다. 북부 첫 목적지인 사랑의 절벽(Two Lovers Point, 스페인어로 Puntan Dos Amantes)에 대한 정보도 가이드가 계속해서 언급하던 연인 동상의 소실(消失) 단 하나. 그렇다 보니 ‘동상만 있는 그저 그런 절벽이구나’라고 속단하며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전망대가 선사하는 풍경은 신세계를 선사했다. 짜릿함이 또 한 번 온몸을 휘감는다. 투몬 해변, 이파오 해변, 도심 전경, 끝이 안 보이는 태평양 등이 파노라마로 눈에 들어온다. 아래를 보면 투명한 파란색과 민트색 바다와 산호초, 고운 모래사장이 기다리고 있다. 몸을 내던지고 싶을 정도의 흡입력을 지닌 아름다움이다. 으레 그렇듯 시간을 기록했다. ‘7월21일 오후 2시30분’ 완벽한 빛을 머금은 괌이 우리에게 최대한의 축복을 내려준 순간이다.

사랑의 절벽
사랑의 절벽

한껏 달아오른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야 사랑의 절벽에 얽힌 전설(상당히 구체적이라 실화라는 의견도 있음)이 눈에 들어왔다. 때는 먼 옛날 스페인 식민지 시절로 올라간다. 명망 높은 스페인 사업가 가문의 장녀와 평범한 차모로 가정의 남자가 사랑에 빠졌지만,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게 된 이야기. 집안과 스페인 군대를 피해 절벽까지 도망쳤으나 결국 발각됐고, 둘은 마지막 키스를 나눈 뒤 절벽에서 뛰어내려 생을 마감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사랑의 절벽이란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많은 연인들이 이곳에서 자물쇠를 걸고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있다. 


●Mushroom Rock
위대한 탐험가인 것처럼

사랑의 절벽까지 봤으니 무엇을 더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보고 듣고 느낀 것만으로도 만족도 100%를 훌쩍 넘겼고, 사진과 이야기도 넘쳐났다. 더군다나 버섯 바위(Mushroom Rock)는 SNS용 사진을 위한 스폿으로 유명하다고 하니 흥미가 더 떨어졌다. 사진 한 장 건지기 위한 목적지를 선호하지 않는 개인적인 여행 취향 때문이다. ‘혹시나’ 병이 도지기 전까지는. 불현듯 ‘멋진 그림을 놓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스쳤고, 괌 방문이 단순한 여행이 아님을 자각하며 길을 나섰다. 

버섯 바위(Mushroom Rock)
버섯 바위(Mushroom Rock)

버섯 바위는 탕기슨 해변(Tanguisson Beach)을 통해 갈 수 있다. 가장 빠른 길도 있으나 사유지라 접근이 여의치 않다. 바다를 넘어가야만 한다. 그런데 오히려 좋다. 위대한 탐험가에 빙의해 바다를 건너 미지의 땅에 닿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준비물은 시원한 물과 여름샌들(또는 아쿠아슈즈), 수영복이다. 바위를 끼고 북쪽으로 걸어가면 되는데, 수심이 얕아서 아이들도 다닐 수 있다. 곳곳에 신비로운 느낌을 풍기는 산호초와 바위도 있다. 드나드는 사람이 투몬 해변만큼 많지 않아 고요한 바다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걸음을 재촉하는 이 없어 수평선을 보며 잠시 멈췄다 간 것도 좋았다. 


5분 정도 걸으니 멀리 힐란 해변(Hilaan Beach)에 있는 버섯 바위의 윤곽이 보이는데 전에 보지 못한 형태의 바위라 시선을 끄는 힘이 있다. 15분이면 자연이 깎은 조각 앞에 설 수 있다. 예술 작품을 보듯 한참을 바라봤다. 반복적으로 봐도 참 신기하기만 하다. 

버섯 바위(Mushroom Rock)
버섯 바위(Mushroom Rock)

모래사장 바로 앞에 있어 기념사진 배경으로 활용하기 좋고, 조금 욕심을 내면 바위 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바다가 유난히 맑아 그 속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다. 한참을 쳐다보면 다양한 생명체가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만들어졌나 궁금했는데 로컬 뉴스인 괌 데일리 포스트(The Guam Daily Post)에서 힌트를 얻었다. 화산 활동으로 괌(남부+북부 2개 화산이 결합한 섬)이 형성됐을 당시, 분출된 용암이 굳고, 충돌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과 같은 모양의 바위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만 년 전 일어난 자연 현상의 산물이자 괌이 건넨 또 다른 선물이다.

 

●바다와 가까워지는 방법들

어딜 가나 있는 바다를 활용해 노는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최소 하룻낮은 온전히 활용해야 한다. 업체를 활용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액티비티를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데, 패러세일링부터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패들보드, 웨이크보드, 스노클링까지 한 번에 만날 수 있다. 패밀리 해변(Family Beach)에서 제트스키와 패들보드, 웨이크보드 등을 즐길 수 있는데, 적당한 수심과 영롱한 색감의 해변이라 누구나 마음껏 뛰놀 수 있다. 이름처럼 친근함이 장점인 해양 공간이다. 속도를 즐기고 싶다면 제트스키와 바나나보트를, 바다와 호흡하며 유유자적 배회하고 싶다면 패들보드가 적합하다. 

 

하이라이트는 패러세일링. 최대 35m 높이까지 올라가 괌의 하늘과 바다를 품을 수 있는 10분간의 비행이다. 부모님과 함께하면 아이도 즐길 수 있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일본인 가족과 함께 바다를 누볐는데, 패러세일링을 앞둔 작은 소녀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또렷이 기억난다. 아이가 체험을 마치자마자 했던 말도 귀에 쏙 박혔다. “메차쿠차 타노시캇타(매우 재밌어)!”

이런 극적인 표현에 남동생도 바로 반응했다. 공중에 몸을 맡기는 것을 망설였는데, 부모님을 졸라 다음 회차를 예약했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패들보드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패들보드

물놀이 후에는 배고픔이 따라오기 마련.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괌 식당으로는 피카스 카페(Pika’s Cafe, 브런치), 에그앤띵스(Eggs’n Things, 브런치), 비치인 쉬림프(Beachin’ Shirimp, 새우 요리), 반타이(Ban Thai, 태국), 프로아(Proa, 바비큐), 론스타 스테이크하우스(Lone Star Steakhouse, 스테이크), 카프리쵸사(Capricciosa, 이탈리아) 등이 있다. 

푸짐한 PIC 선셋 바비큐
푸짐한 PIC 선셋 바비큐

그중에서도 비치인 쉬림프와 PIC 선셋 바비큐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 정도로 진한 인상이 남았다. 비치인 쉬림프는 돌핀 크루즈-사랑의 절벽-버섯 바위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여정의 마침표를 찍어 준 식당이다. 특히, 아보카도와 몬테레이 잭 치즈, 양파, 새우 등의 재료를 롤 형태로 튀겨 낸 캘리포니아 쉬림프 롤과 괌 브루어리의 아일랜드 IPA(라거보다 홉 풍미가 진한 맥주)의 조합이 꽤 만족스러웠다. 음주 후에는 식당의 명물인 ‘비치인 쉬림프’가 제격이다. 10시간 동안 뽑아낸 식당의 비법 육수와 링귀니 피니(일반 링귀니보다 조금 얇은 면), 새우가 들어간 면 요리인데, 새우탕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진한 새우 향과 개운한 육수가 매력적이다. 

비치인쉬림프에서 원픽 ‘캘리포니아 쉬림프 롤’
비치인쉬림프에서 원픽 ‘캘리포니아 쉬림프 롤’
일몰과 함께 즐기는 칵테일 @PIC 리조트
일몰과 함께 즐기는 칵테일 ⓒPIC 리조트

첫날 일몰의 잔상이 여전히 남은 가운데, 이파오 해변 근처를 다시 찾았다. 해 질 녘에 즐길 수 있는 PIC 선셋 바비큐를 위해서다. 처음엔 당황했다. 오후 6시30분쯤(오후 7시 방문 추천) 고기 구울 불을 피우니 상상 이상으로 더웠다. 벌칙이 아닐까 의심할 정도. 주변을 둘러봐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아이들을 위해 고기를 굽고 있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였다. 좋아 보이면서도 슬퍼 보이는 건 착시였을까. 그럼에도 해가 뉘엿뉘엿 지는 괌에서 칵테일과 함께 맛있는 바비큐(LA갈비+삼겹살+타이거 새우+닭고기+옥수수 등)를 즐기니 금세 감흥에 겨웠다. 또 일행들과 ‘이런 게 또 기억에 남는다’라고 우스갯소리를 나눴는데, 지나고 보니 진짜 그렇게 됐다.


●유독 밤이 긴 이유

다채로운 쇼가 매일 저녁을 채워 주고 있어 괌 여행의 열기는 늦은 밤까지 이어진다. 이번에는 딱 신상 프로그램들만 즐겼다. 첫 번째 주인공은 6월30일에 시작한 ‘카레라 쇼(KARERA Show)’. 항해 또는 여정이라는 의미의 카레라는 음악, 춤, 곡예, 미디어아트 등을 총망라한 선물 보따리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카레라 쇼’
종합 엔터테인먼트 ‘카레라 쇼’

괌 버전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시작해 음악과 춤사위로 유쾌함을 더하고, 공중곡예와 파이어 댄스 등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차모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웅장한 무대와 눈길을 사로잡는 화려한 미디어아트까지 합해져 90분 내내 집중하게 한다. 중간중간 감미로운 노래로 쇼의 분위기를 조절하는 연출도 돋보였다. 

괌 필수 볼거리로 유명한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
괌 필수 볼거리로 유명한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

다음 무대는 PIC(Pacific Islands Club) 리조트다. 오랫동안 한국인 가족 여행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온 곳인데, 지난해 7월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였다. 빨간 커튼과 원형극장 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서커스다. 웬만한 괌 현지인들은 다 봤을 정도로 유명하고, 관광객들에게도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슈퍼 아메리칸 서커스(Super American Circus)’가 마지막 저녁을 장식했다. 막연히 아이들을 위한 쇼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관람하니 스포츠 경기만큼 박진감이 넘쳤다. 공중그네 타기, 오토바이 곡예, 저글링, 스카이 휠(Sky Wheel) 등 인간의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출연자들의 움직임은 재미를 넘어 경외심을 갖게 했다. 특히, 안전장치 하나 없이 초대형 바퀴를 넘나드는 스카이 휠과 수십 개의 원형 부메랑을 몇 초 만에 다 받아내는 퍼포먼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집중해서 보느라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까먹었다. 사진은 일부러 자극이 가장 적은 것을 골랐다. 미리 알고 가면 손해니까.


또 공연 중간중간에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상황도 제법 웃기고, 공연 전과 중간 휴식시간에 이뤄지는 페이스 페인팅, 사진 촬영 등이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했다. 이대로 마지막 밤을 끝내기 아쉽다면 괌 젊은이들이 다 모이는 클럽 ZOH로 뛰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2023년 7월21일, 79번째 해방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
2023년 7월21일, 79번째 해방기념일을 축하하는 불꽃놀이

▶About Guam

Liberation Day  
괌의 7월21일은 언제나 특별하다. 가장 큰 국경일인 해방기념일(Liberation Day)로, 1944년 7월21일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했다. 점령 당시 사망한 1,170명과 전쟁으로 고통받은 1만4,721명의 차모로인을 예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동시에 축제의 날인데 차모로 빌리지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고, 불꽃놀이 등의 이벤트도 준비된다. 

Airline  
인천(ICN)·부산(PUS)-괌(GUM) 비행시간은 4시간 15분~4시간 40분. 2023년 8월 기준, 진에어와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이 해당 노선을 운항 중이다. 추천 비행 스케줄은 진에어 LJ641편(인천-괌 09:15-14:45), LJ642편(괌-인천 16:15-19:55) 조합이다.

Weather  
해양성 열대기후로 덥고(낮 기온 30~31도), 습한 편이다. 그렇지만 괜찮다. 물놀이가 가장 재밌게 느껴지는 날씨니까.

Visa  
우리나라와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체결돼 있어 무비자로 45일간 괌에서 체류할 수 있다. 또 온라인으로 ESTA(전자여행허가, 미국 비자면제프로그램)를 신청할 경우 90일간 여행할 수 있다. 

Price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식당(비치인쉬림프, 피카스 카페 등)의 경우, 음식 1개당 15~20달러(약 1만9,500~
2만5,900원) 수준이며 팁은 15% 내외다. 

▷Editor’s Comment 
· 오후 9시 이후에도 즐겁게 돌아다니려면 숙소는 투몬 비치와 T 갤러리아(쇼핑몰)와 가깝게.
· 더 괌 브루어리(The Guam Brewery)의 아일랜드 IPA는 강력 추천.
· 맥주, 과자 등 식료품 구매는 24시간 영업하는 페이레스(Pay-Less Supermarkets)나 K마트 활용하기(관광청피셜 K마트의 맛도리=리틀 시저스 피자). 주류 판매는 오전 2시까지.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괌정부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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