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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사가'의 거의 모든 것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3.10.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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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현 관광연맹의 슬로건인 ‘あそぼうさが(아소보사가)’는 ‘사가야 놀자’라는 의미다
사가현 관광연맹의 슬로건인 ‘あそぼうさが(아소보사가)’는 ‘사가야 놀자’라는 의미다
사가의 상징과도 같은 다케오의 녹나무. 3000년의 세월을 견뎠다
사가의 상징과도 같은 다케오의 녹나무. 3000년의 세월을 견뎠다

●흐린 날이 좋아졌어

4년 만에 하늘길이 열린 사가에 발을 들였다. 뜨겁디 뜨거운 태양의 환대와 함께. 그것도 잠시, 공항을 벗어나 도심에 들어오니 한두 방울 비가 내렸고 이내 폭우가 쏟아진다. 이런 변덕을 봤나. 그나마 다행인 건 첫 목적지는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후루유 온천(古湯温泉) 마을과 료칸 온크리(ONCRI)다.

온천과 함께 이용하면 좋을 야외 족욕탕
온천과 함께 이용하면 좋을 야외 족욕탕

사가현에는 우레시노라는 걸출한 온천 여행지가 있지만, 후루유 온천도 기억해야 한다. 오래된 탕이라는 뜻의 후루유, 이에 걸맞게 역사가 깊다. 약 2,100년 전 진 시황제의 명령을 받아 불로장수의 약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신의 계시로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온천이 파묻혀 잠시 역사가 끊겼지만, 1791년 마을 주민이 다시 온천을 파냈다. 이곳 온천수의 특징은 무색, 무취, 무미, 신체와 비슷한 온도다. 온천수가 34.5~43.6도수준이라 긴 시간 즐겨도 몸에 부담이 없다. 

4명이 자도 부족함 없는 넓은 온크리의 다다미 객실
4명이 자도 부족함 없는 넓은 온크리의 다다미 객실

이 온천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온크리다. 블랙과 브라운 컬러로 모던함을 강조한 요즘 료칸으로, 깔끔한 다다미 객실과 다양한 레스토랑(가이세키·철판·이탈리안·바), 천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실내외 공간, 기프트 숍, 어린이 놀이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하나 부족함 없지만, 실내외 온천과 료칸이 선사하는 풍경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온천의 경우, 미지근함과 뜨거움 사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누루유(ぬる湯, 37~38도)라 장시간 몸을 담가도 괜찮다. 노천탕에서 산골짜기의 상쾌한 바람을 마시고, 냉탕에서는 삼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가 운치를 더했다. 수분을 한껏 머금은 삼나무가 스산한 분위기를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이 모습에 홀려 온천을 떠나질 못했다, 방으로 돌아와서도 달라진 건 없다. 의자에 앉아 삼나무 숲을 한참을 바라봤다. 

조식 뷔페에서도 삼나무 뷰는 빠트릴 수 없다

삼나무의 유혹은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아침 해를 품은 삼나무는 흐린 날의 고상함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아침을 서두른 여행자에게 준 선물 같았는데, 볼 빨간 어린이처럼 수줍은 인상과 화사한 모습 두 가지 느낌이 공존했다. 고요한 식당에 앉아 통창 너머로 펼쳐진 경치를 만끽했고,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프레임으로 사가의 자연을 마주했다. 심심한 입은 달달 쌉싸름한 호지차 푸딩과 고소한 커피가 달래 줬다.

 

●Karatsu
끈끈한 연결고리

이번 여정은 남달랐다. 첫날부터 많은 일정을 소화한 옛 여행들과 달리 후루유 온천에서 여유롭게 심신을 재충전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가현이 추구하는 ‘평화로운 힐링과 맛의 도시’ 콘셉트를 단번에 이해했고, 사가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게 됐다.

가가미야마 전망대에서 본 가라쓰 

사가현 여행의 슬로건 ‘아소보사가(あそぼーさが)’도 흥미롭다. ‘사가야 놀자’ 정도로 해석되는데, 콘텐츠에 대한 사가현의 자신감이 드러난다. 규슈 7개 현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지만, 온천부터 산림, 바다, 신사, 도자기, 올레길, 각종 체험과 볼거리(열기구·차 염색·다도·게이코 공연 등), 맛있는 음식(요부코 오징어·이마리규 등), 사케까지 놀거리가 다채롭다.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 ‘나나쓰가마’
자연이 빚은 예술 작품 ‘나나쓰가마’

두 번째 지역인 가라쓰도 마찬가지. 자연이면 자연, 음식이면 음식, 도자기면 도자기, 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다. 또 항구 도시라 예로부터 한국, 중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다. 그 흔적을 찾는 재미도 있다. 핵심 일정에는 가가미야마 전망대-니지노마쓰바라-가라쓰성-점심 식사(오징어회)-마린 펄 요부코(나나쓰가마 유람선)가 포함된다. 해당 코스는 사가에서 출발해도 되고, 후쿠오카에서 근교 여행으로도 가능하다.

일본 3대 송림 중 한 곳인 ‘니지노마쓰바라’
일본 3대 송림 중 한 곳인 ‘니지노마쓰바라’

시작은 가가미야마 전망대(鏡山展望台, 284m). 가라쓰만과 가라쓰 도심, 송림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뷰 포인트다. 광활한 바다와 함께 긴 소나무 숲이장관이다. 일본 3대 송림 중 한 곳인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무지개 모양의 소나무 숲)’다.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쭉 이어지는 풍경길(약 4.5km)인데, 17세기 초 방풍·방조림으로서 조성했다고. 숲 안에 있는 50년 전통의 가라쓰 버거도 여행의 재미를 올려 주는 아이템이다.

가라쓰성
가라쓰성

조선과 가라쓰의 연결고리는 가라쓰의 랜드마크인 가라쓰성(1608년에 축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에는 번제시대(藩制時代)의 귀중한 자료와 무기, 가라쓰 도기 등이 전시돼 있다. 많은 소장품 중에서 조선-가라쓰 스타일이라고 명시된 도기에 눈길이 갔다. 사진 촬영 금지인 게 아쉬울 정도로 만듦새가 정교했으며, 조선백자의 소박한 미와 일본의 감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 도자기들은 임진왜란(1592년)과 정유재란(1597년)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들의 흔적이다. 전시를 다 보면 왜 임진왜란이 도자기 전쟁이라고 도 불리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Imari & Arita
맥시멀리스트의 마음가짐으로

사가현 도자기를 논할 때 이마리와 아리타는 빠트릴 수 없는 지역이다. 인물로는 아리타 자기(有田焼)의 창조자인 ‘도조(陶祖) 이삼평’이 있다. 그는 정유재란 때 히젠국(지금의 사가현과 나가사키현) 사가번의 번주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군대에 잡혀 일본으로 넘어간 조선인 도공이다. 이삼평은 1616년 아리타 이즈미야마에서 양질의 도석을 발견해 일본 최초의 백자기를 생산했다. 오늘날 이삼평이 일본에서 도조(도자기의 시조)로 받들어지는 이유다.

그렇게 아리타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자기가 구워진 산지가 됐다. 아리타 도자기는 1600년대 초 이마리항에서 출하돼 이마리 도자기라고 불렸으며, 1670년대부터 유럽에 수출돼 궁전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유구한 전통을 바탕으로 아리타는 지금도 일본 도자기의 본진이다. 식기나 미술 공예품을 중심으로 도예 활동도 활발하다. 매년 4월29일부터 5월5일까지 아리타에서 일본 최대 규모의 도자기 축제 ‘아리타 토키이치(有田陶器市)’도 열린다. 여행자는 아리타와 함께 이마리에서도 도자기와 가마를 만날 수 있다.

굴뚝은 가마를 알리는 상징이다
굴뚝은 가마를 알리는 상징이다

도자기 여행을 위한 스폿으로는 ‘비밀의 도자기 마을’이라고 불리는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마을(大川山伊万里秘窯の里)과 아리타 고라쿠가마 등이 손에 꼽힌다.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마을은 17세기부터 일본 황실과 쇼군, 영주들을 위한 최고급 도자기를 만들던 지역이자, 국가 사적지(2003년 지정)다. 가마가 있음을 알리는 굴뚝이 보이면 맞게 찾아온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도자기를 선보이는 가마(23~25곳)는 물론 도자기로 만들어진 다리와 표지판, 담벼락 등도 이곳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여러 가마가 어깨를 맞대고 있어 마을 전체가 갤러리처럼 느껴진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난 도자기를 보면서 심미적 경험을 추구하고, 그중 마음이 가는 건 집으로 데려가면 된다.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도자기를 원한다면 하타만 도엔(畑萬陶苑)을 추천하고, 화사하면서 실용적인 도자기를 찾는다면 타이센(泰仙窯)을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하다. 

비밀의 도자기 마을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 마을’
비밀의 도자기 마을 ‘오카와치야마 이마리 도자기 마을’

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이 마을의 빼어난 풍경이다. 오카와치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싸고 있으며, 유유히 흐르는 계곡과 공원의 나무들이 산수화같은 인상을 준다. 자연과 예술이 만나 이마리 도자기 마을의 오묘한 분위기를 낸다. 맑은 날은 경쾌하겠지만, 이 오묘한 비밀스러움은 약간 흐리거나 해질녘에 더 풍성해진다. 또 사람이 덜 몰리는 평일에 느긋하게 마을을 거닐면 특유의 분위기에 한껏 취하게 된다.

도자기를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트레저 헌팅’
도자기를 마음껏 고를 수 있는 ‘트레저 헌팅’

다음 코스는 아리타의 고라쿠가마(幸楽窯)다. 사실 예술품에 가까운 도자기는 에스프레소 잔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상당하다. 우리 집 식탁에 꼭 올리고 싶어도 선뜻 구매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럴 땐 고라쿠가마의 트레저 헌팅을 활용하자.

프로그램(90분)에 참여하면 합리적인 가격에 상당한 양의 아리타 도자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 5,500엔, 1만1,000엔 두 가지 코스가 있는데, 고를 수 있는 도자기 범위가 다르다. 5,500엔 코스는 실용성 위주라면, 1만1,000엔은 5,500엔 상품은 기본, 디자인이 가미된 도자기들도 집을 수 있다. 온종일 봐도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종류가 많아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목장갑을 끼고, 박스를 옮기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도자기들로 바구니를 채워야 한다.

트레저 헌팅을 계획 중이라면 위탁 수하물 무게와 캐리어 용량도 미리 고려하기를. 처음엔 욕심 없이 딱 필요한 것만 챙기겠다 생각하더라도 막상 시작되면 이것도 저것도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참고로 고라쿠가마는 1865년에 시작된 가마로 꽤 역사가 깊은 곳이다. 해외에서 아리타 도자기 제작법을 익히기 위해 오는 이들도 많고, 해외 도자기 작가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 트레저 헌팅뿐 아니라 고품질의 아리타 도자기도 판매하고 있다.

식당에서도 아리타 도자기는 빠트릴 수 없는 요소다. 갤러리 아리타(ギャラリー有田)를 비롯해 아리타 지역 일부 식당에서는 아리타 도자기 고젠(有田焼五膳, 점심 한정)을 선보이고 있다. 보석함 같은 아리타 도자기 상자에는 5가지 요리법으로 조리된 닭고기 요리가 담겨 있다. 밥과 국, 고마도후(참깨두부)가 더해져 한상차림을 완성한다. 게다가 갤러리 아리타에서는 2,500여 개의 잔을 전시하고 있는데, 이 중 마음에 드는 잔으로 후식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 다른 형태의 트레저 헌팅인 셈이니 원픽을 잘 선택해 보자.

 

●TAKEO
가늠할 수 없는 긴 세월

오래된 나무는 한국 사찰에서도 종종 만난다. 300~500년 수령의 고목으로 사찰과 함께 세월을 견뎌 낸 존재들이다. 그런데 다케오(사가현 서부에 자리한 도시, 온천도 유명)에서 이보다 6배나 긴 시간을 이겨 낸 나무를 봤다. 주인공을 만나기 전에 다케오 신사(武雄神社)와 부부편백나무(縁結びの御神木)가 여행자를 먼저 반긴다. 부부나무는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다. 두 편백나무의 뿌리가 이어져 있고, 나무 중간에는 가지도 연결돼 있다. 희귀한 외관 덕분에 부부의 화합과 남녀의 인연을 포함해 사람과의 인연, 일과의 인연, 돈과의 인연 등 각종 인연에 대한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하다. 

신비로운 다케오 신사의 녹나무. 무려 3,000년의 시간을 견뎠다
신비로운 다케오 신사의 녹나무. 무려 3,000년의 시간을 견뎠다

가볍게 바라는 바를 떠올리고, 다케오 신사로 입장한다. 이곳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3,000년의 신목을 모시는 공간이다. 다만 한국인 여행자에게 신사는 뒷전, 신사 왼편에 있는 숲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몇 보 안 걸었는데 하늘의 기운을 받는 듯한 녹나무(武雄の大楠)가 눈앞에 나타난다. 인간을 압도하는 자태(높이 27m, 뿌리 둘레 26m)라 그 앞에 서니 절로 겸손해진다. 평범한 숲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범한 존재다.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린 채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무슨 소원을 품고 있더라도 들어줄 것 같아 약간의 간절함을 담아 마음속에서 읊었다. 또 3,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나무 앞에 선 무수히 많은 사람과 그들의 사연도 궁금해졌다. 참, 녹나무는 일본에서 파워 스폿 투어(Power Spot Tour)의 목적지로도 유명한데, 좋은 기운(혹은 신의 에너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뜻한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싶은 다케오 시립도서관
매일 출근 도장을 찍고 싶은 다케오 시립도서관

녹나무가 남긴 여운은 다케오 시립도서관(Takeo City Library)에서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이 도서관은 2013년 4월에 오픈한 이후 다케오 신사, 녹나무와 함께 지역의 랜드마크다. 다케오시 인구가 5만명 가량인데, 이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80만명(2015년 기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 때문에 다케오로 이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일단 입장하면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인기의 비결은 도서관과 츠타야(일본 유명 서점 브랜드), 스타벅스가 함께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다. 사진 촬영 가능 장소를 2곳으로 제한해 도서관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츠타야와 스타벅스의 감성은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도서관, 음료를 마시는 카페 분위기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과 잡지, 잡화는 구매할 수 있으며, 바로 옆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만약 다케오에서 일주일을 지낸다면 매일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고 싶을 정도다. 채광이 잘되는 공간에서 책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팬케이크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도서관에서 일기를 쓰며 지나간 오늘을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케오 신사
다케오 신사

자유여행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목적지다. 열차를 이용하면 사가역에서 다케오 온센역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가에서 숙소를 잡았다면 당일치기 일정으로 다케오 신사와 녹나무, 다케오 시립도서관, 케이슈엔(Keishuen, 정원 및 갤러리), 다케오 온천을 구성하면 된다.

 

●Ureshino
초록색 기운과 따스함을 머금고

‘사가현 여행’ 하면 우레시노(嬉野)의 미인온천을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여행 콘텐츠인 만큼 기대가 컸는데, 우레시노는 그 기대에 부응했다. 혼도리(Hon-dori) 거리를 중심으로 우레시노 온천을 경험할 수 있는 료칸과 호텔이 많은데 어디를 가더라도 수준 높은 온천을 만날 수 있다. 이 지역 온천은 나트륨을 많이 포함한 수질인데, 온천에 몸을 담그고 피부를 만지면 매끄럽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잠깐 있었을 뿐인데 고와지는 기분이 든다.

우레시노는 녹차의 초록색 기운을 머금은 지역이다
우레시노는 녹차의 초록색 기운을 머금은 지역이다
우레시노 온천마을의 랜드마크 격인 씨볼트노유
우레시노 온천마을의 랜드마크 격인 씨볼트노유

온천 마을을 여행할 땐 수건 하나 정도는 챙겨서 다녀야 한다. 곳곳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족욕탕이 있으니까. 마을을 둘러보다 잠깐 쉬었다 가기 좋은 쉼터로, 빨간 지붕의 시볼트 아시유(シーボルトあし湯, 규슈 올레 우레시노 코스의 종착점)가 눈에 확 들어온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 잠깐 발을 담그면 딱 좋은데, 무조건 오래 하는 게 능사는 아니고 10~15분 정도가 적당하다. 

온천마을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족욕탕을 만날수 있다
온천마을을 걷다 보면 곳곳에서 족욕탕을 만날수 있다

아침 식사 전후에 짧게 즐기는 도보 코스도 있다. 시오타 강변을 낀 우레시노 온천 공원에서 산책하고, 마을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시볼트노유(シーボルトの湯)에서 목욕하며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시볼트노유의 외관은 성당처럼 보이는데, 사실 대중목욕탕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일상 공간이지만,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여행지다. 단돈 420엔이면 로컬에 스며들 수 있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공원에서 본 양조장. 온천후에 마시는 시원한 사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공원에서 본 양조장. 온천후에 마시는 시원한 사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온천만큼 유명한 게 또 있다. 바로 ‘우레시노 차’. 우레시노는 일본의 주요 차 생산지(12곳) 중 하나로, 1648~1651년 사이에 본격적으로 차를 재배했다. 우레시노 차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가마를 이용해 볶은 녹차(釜炒り製玉緑茶)’와 그윽하게 풍기는 향기가 매력인 ‘쪄서 만든 녹차(蒸製玉緑茶)’ 2가지가 중심축을 이룬다. 또 품질이 워낙 우수해 일찍이 해외로 팔렸는데, 그 중심에 여성 상인 오우라 케(1828~1884년)가 있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차가 일본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하나였다고. 

녹차 관련 디저트는 우레시노의 달콤함을 책임지고있다
녹차 관련 디저트는 우레시노의 달콤함을 책임지고 있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우레시노 차를 자세히 만나고 싶다면 ‘우레시노 차 교류관 차오시루’로 향하면 된다. 우레시노 차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관과 카페, 기념품 상점, 차밭으로 구성돼 있다. 밭에서 우레시노가 머금은 초록색 기운을 느끼고, 카페에서 다양한 종류의 우레시노 차와 디저트(아이스크림 등)을 즐기면서 우레시노 여행을 되돌아보면 된다. 그리고 우레시노에서 놓치면 안 될 맛이 하나 더 있다. 호텔이나 료칸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면 온천수로 끓인 두부도 꼭 밥상에 올리길. 콩의 고소함이 그대로 녹아들어 별다른 양념 없이도 완성된 맛을 느낄 수 있다. 부드러운 식감도 매력적이다.

 

●Kashima
우리가 바라는 대로

우레시노에 왔다면 바로 옆 가시마(鹿島) 지역도 잠시 다녀오는 걸 조심스레 권한다. 한나절이면 가시마의 핵심 콘텐츠인 일본 3대 이나리 신사와 사케 테이스팅을 경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레시노 온천마을에서 버스로 1시간, 자가용으로는 30분이면 유토쿠 이나리 신사(祐徳稲荷神社, 연간 280만명 참배)에 닿을 수 있다.

일본 3대 이나리 신사인 ‘유토쿠 이나리 신사’
일본 3대 이나리 신사인 ‘유토쿠 이나리 신사’

1687년에 창건된 유토쿠 이나리 신사는 교토의 후시미 이나리, 이바라키 가사마 이나리 신사와 함께 3대 이나리 신사로 꼽힌다. 이나리 신사는 쌀, 농업, 여우, 사업 번영 등과 관련된 이나리 신을 모시는 곳이다. 유토쿠 이나리 신사 입구에도 벼를 문 여우 석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그 뒤로 웅장한 주황색 건물과 붉은색 도리이, 울창한 산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정경이다. 작은 연못 위의 붉은 다리를 건너 신사에 들어오면 이와사키 신사, 오카쿠라덴 등의 공간이 먼저 나온다. 여기서 한 번 소원을 품고, 계단을 올라 신사의 중심인 고혼덴(본전)에서 앞날의 안녕을 다시금 바라본다. 신사 밖에는 유토쿠 박물관과 공원이 있는데, 박물관에는 신사의 보물, 가시마 비단, 역대 가시마 번주의 소장품이 전시돼 있으며, 공원은 철쭉 명소로 유명하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어 본다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소원을 빌어 본다

신사 방문 후에는 사케를 마실 타이밍이다. 사가현에도 기념품으로 챙겨야 할 게 잔뜩 있는데, 캐리어 한구석은 지자케(地酒, 로컬 술)의 몫이다. 품질이 좋은 사가현의 쌀을 활용했으니 술의 풍미도 자연스레 훌륭하다. 히젠하마슈쿠(Hizen Hamashuku) 양조장  리를 중심으로 여러 양조장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번에 찾은 양조장은 ‘사치히메(Sachihime)’, 유토쿠 이나리 신사에 술을 올리는 곳이다. 다양한 사케 중에서 준마이 다이긴조 사치히메(純米大吟醸 幸姫)와 토쿠베츠준마이슈 사치히메(特別純米酒 幸姫)가 판매량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도쿠베츠준마이슈 사치히메는 사가현산 야마다니시키(사케 양조에 최적화된 쌀) 100%로 만든 사케다.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데, 가격도 1,550엔(약 1만4,000원, 720ml)밖에 하질 않는다.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한 이들을 위한 무알코올 소프트아이스크림도 있다. 사치히메 사케의 특징이 가미돼 지역의 명물로 꼽히는 맛이다.

 

▶SAGA Tip

규슈사가국제공항

새 단장을 마친 규슈사가국제공항(Kyushu Saga International Airport)이 한국인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사가의 다양한 공예품과 사케, 차, 간식 등을 구매할 수 있는 기념품 상점이 있고, 활주로를 바라보는 휴게 공간과 식당, 카페도 마련했다. 티웨이항공이 단독으로 인천-사가 노선을 운영(10월28일까지 주 3회)하고 있으며, 10월29일부터는 주 4회(월·수·금·일요일)로 증편한다. 또 2박3일 & 3박4일 일정으로 여행하기에 적합한 시간대(인천-사가 13:05-14:30, 사가-인천 15:30-17:00)로 운항한다. 

우레시노 전통예능보존회

우레시노에는 20여 명의 게이코가 남아 있으며, 우레시노 전통예능보존회(嬉野伝統芸能保存会)를 중심으로 문화 계승에 힘쓰고 있다. 여행객은 우레시노 온천마을에 있는 이코이좌(いこい座)에서 공연 관람과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이색적인 음악과 무용 등이 조화를 이룬 게이코 공연, 기모노(또는 유카타)+게이코 화장+사진 촬영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11월에는 25~26일(13:00, 14:30, 2,000엔)에 공연이 진행된다. 

호텔 사쿠라 우레시노

우레시노 온천마을 중심부에 자리한 호텔(ホテル桜 嬉野)이다. 로비와 레스토랑, 온천 등을 새롭게 꾸며 더욱 쾌적한 투숙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다다미와 침대 객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라운지, 제빙기, 자전거 대여, 전자레인지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담그기만 해도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 노천탕(10층)이 일품이다. 선선한 바람과 함께 온천을 즐기면서 시오타(Shiota) 강변, 산세가 어우러진 풍경을 보면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여행이 완성된다.

센트럴 호텔 이마리 

이마리역에서 도보 2~3분이면 닿을 수 있는 숙소가 센트럴 호텔 이마리(セントラルホテル伊万里)다.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접근성, 깔끔한 조식, 편의시설(전자레인지·자전거 대여 등)을 갖춘 호텔이다. 게다가 작년 11월에 온천 시설 센토노유(Sentonoyu)를 오픈해 만족도를 더욱 높였다. 온천에서 판매하는 커스터드 푸딩도 명물이니 놓치지 말자. 또 가까운 거리에 각종 식료품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대형 슈퍼마켓도 있다.

유메타운 사가

쇼핑, 식사, 엔터테인먼트 등 모든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사가시의 대형 쇼핑몰(205개 매장 입점)이다. 프랑프랑, 무지, 유니클로, GU, ABC 마트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브랜드의 매장이 있으며, 식료품을 살 수 있는 마트와 기념품을 살 수 있는 상점도 다수 있다. 또 대형 오락실도 눈길을 사로잡는데, 익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게임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가라쓰 오징어회

사가현은 꼭 경험해야 할 식재료와 음식, 술이 많은 지역이다. 사가규 또는 이마리규(소고기), 사가 쌀로 빚은 청주, 오기 양갱, 다라 지역 해산물, 우레시노 녹차, 가라쓰 오징어 회 등은 필수다. 그중에서도 오징어는 독보적이다. 일본에서도 알아주는 오징어 회인데, 탱글탱글한 식감과 최상의 단맛을 자랑한다. 회를 먹고 즐기는 오징어 튀김과 곁들임으로 나오는 오징어 슈마이(만두)도 만족감을 더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사가현 관광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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