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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에서 가장 예술적인 장소 4

Art Road in Jeju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3.10.31 0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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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에서 가장 예술적인 장소 4곳을 소개한다. 본태박물관, 빛의 벙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김택화 미술관을 다녀왔다.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

1. 본연의 아름다움   
본태박물관

본태박물관은 도미니크 페로, 톰 메인과 더불어 세계 3대 건축가로 꼽히는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노출콘크리트에 빛과 물이라는 근원적 요소를 활용, 건축과 외부환경을 조화롭게 연결한다는 작가 고유의 건축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본태는 ‘본래의 모습’을 뜻한다. 건축가와 박물관의 지향성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일단 끌린다. 

본태박물관 1관
본태박물관 1관
본태박물관 4관
본태박물관 4관

박물관은 크게 3개의 구역에 5개의 전시실로 나뉜다. 1관은 전통공예관이다. 소반과 그릇, 여성 장신구, 침구, 의류, 목공예품 등 옛 생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2관은 현대미술관이다. 살바도르 달리, 줄리안 오피, 로버트 인디아나, 피카소. 이름만 들어도 황홀해지는 거장들의 공간.

본태박물관 조각공원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
본태박물관 조각공원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

3관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녀의 대표작 ‘무한거울방’과 ‘호박’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주어진 관람 시간은 불과 2분. 조금은 아쉽지만, 특별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괜찮다.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란 부제가 정겹고 애틋한 4관은 우리 전통 상례를 만나는 공간이다. 5관은 특별전시관이다.

본태박물관 쿠사마 야요이 기획전
본태박물관 쿠사마 야요이 기획전
본태박물관 3관 쿠사마 야요이 호박
본태박물관 3관 쿠사마 야요이 호박

3관에서 잠시 헤어졌던 쿠사마 야요이를 다시 만날 찬스다. 지난 9월1일부터 그녀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Seeking the Soul’이라는 타이틀로 구성된 이번 기획 전시에서는 설치미술과 판화 등 총 4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3관에 소장 중인 호박(Pumpkin, 2013년)과 같은 크기의 모자이크 타일 호박 작품도 세계 최초로 등장하니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2. 몰입형 미디어아트의 품격   
빛의 벙커 

제주 성산읍 고성리에 있는 빛의 벙커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이곳은 과거 정부의 비밀 벙커로 사용된 곳이다. 프랑스에서 2012년 시작된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기능이 상실된 건물들을 예술공간으로 되살리는 도시재생사업의 효율적인 도구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빛의벙커 세잔느
빛의 벙커, 세잔

몰입형 미디어아트는 넓고 어두운 전시장에 수십 대의 빔프로젝터와 고성능 스피커를 설치, 관객의 시각과 청각을 독점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관객이 주인공이 돼 주도적으로 작품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빛의 벙커, 세잔
빛의 벙커, 세잔
빛의 벙커, 세잔
빛의 벙커, 세잔

빛의 벙커를 거쳐 간 거장들은 실로 다양하다. 클림트, 고흐, 고갱, 모네, 르누아르, 샤갈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벽면과 바닥 그리고 기둥을 타고 흐른다. 그리고 현재 근대 미술의 선구자이자 후기 인상주의 예술가인 폴 세잔과 화가이자 시인, 미술가, 이론가, 추상미술의 창시자였던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세잔, 프로방스의 빛’으로 이름 지어진 미디어아트는 세잔의 초기 습작부터 후기 작품까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빛의 벙커, 바실리 칸딘스키
빛의 벙커, 바실리 칸딘스키

3. 콜렉터의 품격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 시네마 

“때때로 나는 사업을 하는 동안 일을 지속하지 못할 만큼 재정적인 어려움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때때로 나는 죽음에 가까운 공포의 감정에 사로잡혀 옴짝달싹할 수 없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제 예술로 표출되는 아름다운 꿈의 세계로 진입하려고 합니다.” 

세계 100대 콜렉터이자 4.000여 점의 작품을 보유한 아라리오 김창일 회장의 어록이다. 칠성로와 탑동은 제주의 구도심이다. 제주 최초의 백화점과 극장은 물론 양복점, 귀금속점이 늘어서 제주의 명동이라 불릴 만큼 번화했었다. 80년대 브랜드 옷 가게, 고급 제과점과 커피숍,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면서 탑동 호텔가와 동문시장 등과 더불어 중심지로의 특혜를 누렸지만, 신제주의 등장과 함께 침체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2014년 김창일 회장은 2005년에 폐관되어 방치 중이던 탑동시네마 건물을 매입,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를 개관했다.

‘보존과 창조’라는 주제로 설립된 미술관은 극장 특유의 높은 천장과 콘크리트 구조를 고스란히 살려냈다. 영사실과 매점 등 극장의 부속실까지, 미술관의 전시 공간은 실로 다양해졌고 각기 독특함까지 얻었다. 탑동의 빈티지한 공간은 여행객들의 입소문으로 이어져 어느새 구도심의 문화를 주도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게 되었다.

아라리오 뮤지엄 탑동시네마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까지 ‘수보드 굽타(인도)’, ‘장환(중국)’, ‘코헤이 나와(일본)’, ‘앤디 워홀(미국)’, ‘백남준(대한민국)’ 등 세계적인 작가의 현대미술 작품 12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4. 작가의 눈에 비친 옛 제주의 품격   
김택화 미술관 

제주 조천에 있는 김택화 미술관은 2019년 12월에 개관했다. 40여 년의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제주의 풍경을 그렸던 화가 김택화(1940~2006년)의 예술과 삶을 담아낸 공간이다. 제주에서 태어난 작가는 홍익대를 졸업한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제주인 최초로 현대미술을 전공한 인물이자 추상표현주의 그룹 ‘오리진’의 멤버이기도 했던 작가는 결국 제주 풍경에 심취하게 된다. 미술관은 1층에 자료실, 전시실, 아트숍, 2층은 카페와 문화예술교육공간 화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작가의 작업실이 재현돼 있다. 낡은 점퍼가 걸쳐진 의자는 성산일출봉이 그려진 캔버스를 응시하고 있다.

작가의 그림은 캔버스 프레임으로 그 시기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초기 표준 프레임을 사용했던 작가는 90년대 이후 파노라마 타입으로 변화를 도모한다. 해안도로가 생기는 등 제주 풍경이 달라지고 있음을 직감한 후 본래의 풍경을 담기 위해 스케치북을 가로로 잘라 사용한 것이다. 또한, 1,000장이 넘도록 야외스케치를 했던 그였지만, 죽음을 앞둔 말년에는 기억과 상상에 의존했다. 정사각형 프레임에 담긴 초가집과 해안가 풍경은 위에서 내려다본 구도다. 1전시실 한쪽 벽면에 걸린 드로잉은 ‘생의 마지막 6점의 스케치’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2003년 암 판정을 받은 작가가 진통제를 맞고 부분적으로 의식이 소멸한 상태에서 그린 것이다. 심화된 평범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20대 추상으로의 회귀라 전하고 있다.

2전시실의 벽면 가득 걸린 그림 속엔 옛 제주의 풍경이 담겨 있다. 한라산, 산방산, 포구, 돌담 그리고 마을들. 작가의 눈 속에 녹아 있던 그 시절의 풍토와 삶의 모습이라서 더욱 짠하게 느껴진다. 순수한 제주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글·사진 김민수  에디터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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