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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BACK] 여행기자들의 2023년 11월호 뒷이야기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3.11.04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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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
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 

중독

유독 유혹에 취약한 사람들이 있다. 절제력이 약하고 충동적이며 내일이 없이 지금만 보는, 그런 타입. 부정하고 싶지만 내가 그렇다. 감자칩 중독, 게임 중독, 쇼핑 중독(그간 톡백 지면을 빌어 종종 고해성사해 왔던 바다)…. 그중 가장 심각한 중독은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이다. 안 하면 죽을 것 같고, 꾸준히 반복해야 숨통이 트이는. 그런데 이런저런 행정적 일들을 처리하느라 지난 4개월간 출장을 가기 어려웠다. 언젠가 H선배가 ‘여행기자에게 출장은 여행이고 출근이 출장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그 말이 맞다. 떠나지 못하니 감기 든 환자처럼 온몸이 아팠고, 허기 든 사람처럼 유랑이 고팠다. 그러던 와중, 마침내 다음 출장이 결정됐다. 행선지는 타이완. 중독, 그까짓 거 지독하게 한번 겪어 볼란다. 여행 중독인 여행기자에겐 중독이 곧 치료다. <트래비> 12월호는 타이완 특집호다.

곽서희 기자

 

똑똑해지는 기분   

나는 똑똑해지는 기분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어쩌면 재수 없게 들리겠지만 사실 거창하지는 않다. 한마디로 ‘창의성을 일깨워 줄 새로운 자극’이라고 요약할 수 있달까. 영화 <엘리멘탈>을 보면서 사회의 부조리함을 4원소에 녹여 이야기를 만든 상상력에 감탄했고, 독서 모임에서는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엔돌핀이 샘솟았다. 최근에는 기묘한(?) 경험도 했다. 두 달 전부터 인생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기사 아이디어를 짜내다 과부하 오기 직전에 건반을 쳤더니(그래 봤자 도레미파솔이다) 신기할 정도로 머리가 맑아졌다. 일시적이지만 심지어 능률도 올랐다(!). 사람이라는 게 참 자극에 민감한가 싶다. 누가 뭐래도 그중 최고는 여행 아닐까. 눈 돌리는 곳마다 새로운 풍경과 사람과 경험으로 가득하니까. 
이은지 기자

 

오랜만의 설렘

대학생 이후 처음이다, 단체 여행은. 태권도 학원에서 성인부끼리 1박 2일로 가을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냉큼 신청했다. 여행 첫날이 엄마 생신인 것도 까먹은 채…(다행히 두둑한 용돈으로 수습했다)! 꼭 대학생이 된 것처럼 그 주 내내 설레었다. 전날 밤 짐도 싸 두고, 못 일어날까 봐 알람도 여러 개 맞춰 놨다. 성시경, 소녀시대, 빅뱅 등 학창 시절 플레이리스트를 책임져 주던 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철원으로 떠났다. 1시간 30분 남짓한 트레킹도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힘든지 몰랐다. 코스모스, 핑크뮬리 등 가을을 물들이는 꽃을 보며 서로를 찍어 주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20대부터 50대까지 모두 친구가 되는 순간이었다. 모닥불에 구운 고구마, 술에 취한 채로 했던 엉망진창 마피아 게임, 별을 보러 갔던 시간까지. 어른이 된 후 오랜만에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추억이 한 겹 쌓였다.

김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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