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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BACK] 여행기자들의 2023년 12월호 뒷이야기

  • Editor. 곽서희 기자
  • 입력 2023.12.02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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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
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 

내겐 너무 먼 AI

‘나도 AI 크리에이터’라는 주제의 (무려) 4시간짜리 수업을 신청했다. AI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기보다는 일손 좀 덜어 보겠다는 요량으로. 수업 내용에 따르면 챗GPT에게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프롬프트를 최대한 뾰족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관건이었다. 다음 주부터 널널해질 업무 시간을 상상하며 챗GPT와 대화를 시작했다. ‘당신은 여행 전문 기자입니다. 지금부터 스코틀랜드 골프 여행의 매력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스코틀랜드 골프 역사와 가장 아름다운 골프장 5곳, 이용 방법을 포함해 5,000자 이내로 아래의 형태로 작성해 주세요.’ (……) 챗GPT가 내놓은 답변을 받은 이후 어르고 달래고 유도하고 가르치고, 그러다 숨이 막혀 아예 처음부터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를 2시간. ‘하, 그냥 둬. 내가 할게.’ 명령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결국 다음 주도 야근 각이다.

손고은 기자

 

탁상 달력의 효용성   

연말이면 여행사와 호텔, 항공사들이 여행 사진으로 만든 탁상 달력을 보내온다. 1년의 종착역이 머지않았음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스마트폰의 캘린더와 각종 스케줄 관리 앱이 있다고 하지만, 탁상 달력의 아날로그 감성과 효용성을 무시할 수 없다. 출력된 12장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첫 번째고, 동그라미를 그리고 일정을 적는 손맛이 두 번째 즐거움이다. 또 모니터 옆에 두면 한 달 일정이 눈에 들어와 실수할 일도 줄어든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내년 휴가 체크. 어디 보자. 뉴스를 보니 2024년 휴일은 올해보다 2일 많은 119일이고, 3~4일 짧은 연휴가 많단다. 설 연휴가 있는 2월, 벚꽃 피는 3월 말~4월 초, 추석이 있는 9월, 저녁 바람이 선선한 10월이 좋겠다. 당장 내일 일도 모르지만, 달력을 꽉 채운 예상 일정 덕분에 벌써 2024년이 기다려진다.

이성균 기자

 

여행을 왜 하세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종종 듣는다. 여행을 왜 하세요? 글쎄…. 평생 A를 A라 믿고 살아가는 건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일 중 하나다. 근데 여행은, 여행만은, 늘 예외 없이 ‘A=A’라는 인식을 박살 낸다. 대만은 내게 A였다. 대만이 그냥 대만이지 뭐. 덥고 습하며 지파이와 빙수가 맛있는, 그런 나라. 그러나 12월호 특집 취재차 다녀온 대만의 타이동은 A가 아니었다. 바닷가는 선선했고, 호수는 낭만적이었으며, 빙수보단 석가가 (충격적으로) 맛있었다. 나는 A가 B일 수 있어서, 나의 A가 당신의 Q일 수 있어서 좋다. 그것이 A’로 변주될 수 있으며, 동시에 Z로 끝날 수 있어 좋다. 그 사실을 알아 가는 삶이 좋고, 그 삶을 가능케 하는 게 여행이라 좋다. 이게 내가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여행의 이유이자, 2023년에도 <트래비>가 존재할 수 있었던, 가장 다행스런 이유다.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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