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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낭만적인 2박3일

  • Editor. 나보영
  • 입력 2023.12.1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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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역사의 국빈 요리를 맛보고, 시내를 드라이브하며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 
달콤했던 타이베이에서의 2박 3일.

●100명이 넘는 국빈들이 맛봤던 요리

인천에서 두 시간 반을 훌쩍 날아가 타이베이(Taipei)에 도착한 것은 점심 무렵이었다. 먼저 찾아간 곳은 ‘더 그랜드 호텔 타이베이(The Grand Hotel Taipei)’. 붉은 기둥에 금색 기와를 얹은 정통 양식의 이 호텔은 본래 신궁으로 지어졌고, 이후에 국빈 대접이나 연회가 열리는 영빈관으로 쓰이다가 1925년부터 호텔로 개조됐다고 한다.

“100명이 넘는 전 세계 대통령과 유명 인사를 대접했던 연회 요리를 맛볼 겁니다”라는 가이드의 말에 ‘국빈 대접으로 이번 여행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식전 수프에 이어 근사한 새우 요리가 등장했다. 레스토랑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1962년에 장제스 전 총통이 당시의 베트남 대통령에게 대접했던 요리란다. 이후로도 전복, 가리비, 생선찜, 소고기 등이 나올 때마다 매니저는 국빈의 이름과 방문 연도를 알려 주었다. 식사의 끝 무렵에는 셰프가 직접 나와 인사를 하고, 요리 시연도 했다. 이토록 근사한 환대로 시작되는 여행이 또 있을까?

 

●비밀 통로 탐험의 시간

더 그랜드 호텔의 매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부터는 유사시를 대비해 만들었던 100여 년 역사의 비밀 탈출구를 탐험하겠습니다”라는 가이드의 말에 기대가 차올랐다. 한국어가 지원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고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탈출구의 입구는 흥미롭게도 위스키 바와 고량주 저장고로 돼 있었다. 이윽고 콘크리트, 시멘트, 철골로 지어진 회색 통로가 시작됐다. 터널 전체에 폭발 방지와 소음 방지 처리가 돼 있다는 오디오 가이드의 설명이 흘러나왔다. 길을 비추는 조명들도 폭발 방지가 되어 있고, 통로의 끝은 대포가 날아와도 터지지 않는 철강을 심은 벽이라는 말에 곳곳에 시선이 갔다.

이 안전 통로를 빠져나온 뒤에는 수상 비행기를 타고 탈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첩보 영화의 한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이후에는 호텔의 초대 회장인 쿵(Kung) 회장의 고택을 잠시 둘러봤다. 근사하게 꾸며진 거실, 다이닝 룸, 집무실 등은 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치파오 입고 둘러보는 옛 거리

근사한 정찬을 맛본 후에 향한 곳은 중국식과 서양식이 혼재된 19세기의 건축물들이 이어지는 다다오청(Dadaocheng) 거리다. 모든 건물의 1층은 앞쪽에 주랑(줄기둥이 있는 회랑)처럼 테라스가 이어졌다. 비가 잦은 타이베이의 기후에 맞게 지어진 것으로, 언제든 비가 와도 젖는 것을 피할 수 있다고.

다다오청 방문자 센터(Dadaocheng Visitor Center)에서는 무료로 전통 의상인 치파오를 대여해 주고 있었다. 신분증과 보증금을 내고 옷을 빌려 입은 뒤 다다오청 거리를 맘껏 누비다가 돌아오면 된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함께 간 일행들은 저마다 치파오와 가방, 모자를 골랐다. 꽃무늬가 수놓인 분홍색 치파오를 입고 일행들과 거리를 거닐다가, 벽돌로 지어진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진을 찍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 같다며 꺄르르 웃음이 터졌다.

 

●초록의 휴식, 마오콩

다음 날 아침에는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마오콩(Maokong)으로 향했다. 타이베이 시내의 첫 번째 케이블카이자, 전체 길이가 4.03km인 마오콩 케이블카는 산자락을 따라 오르며 총 네 개의 역에 정차한다. 낡고 귀여운 열차는 엄청나게 높지도, 빠르지도 않았지만, 사방으로 온통 초록 숲이 펼쳐지는 게 매력이었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 초록빛에 눈을 맡긴 게 얼마 만일까? 일행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종착역. 역 앞으로는 차밭과 찻집들이 이어졌다. 그중 한 곳인 메이지아 티 가든(Meijia Tea Garden)에 들렀다. 자그마한 차밭과 카페 겸 레스토랑 그리고 차 시음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차의 종류, 재배 및 만드는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후, 다도의 시간을 가졌다. 차를 우려내서 첫 물은 잔을 데운 뒤에 흘려보내고, 두 번째 잔부터 따라서 음미했다. 차마다 달콤쌉쌀하기도 하고, 우아하고 부드럽기도 했다. 차 맛에 빠져 있다 보니 어쩐지 시간이 느긋하게 흐르는 듯했다. 마오콩이 선사하는 초록이 주는 휴식은 그렇게 달콤하게 감돌았다.


●이층버스에서 즐기는 오후의 달콤함

타이베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타이베이 레스토랑 버스(Taipei Restaurant Bus)를 타고 호텔들이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시내를 드라이브하는 시간이었다. 타이베이 레스토랑 버스는 대만 최초의 2층 다이닝 버스로, 5성급 호텔들이 제공하는 정찬이나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파노라마식 투명 지붕과 창밖으로 초고층 빌딩인 타이베이 101을 비롯한 명소들이 스쳐 지나간다. 

버스에 오르자 하늘과 거리가 한눈에 들어왔다. 곧이어 애프터눈 티로 공룡 모양의 브리오슈, 자그마한 카눌레, 다크초콜릿, 계절 과일 등이 연이어 나왔다. 예쁘장한 디저트와 창 너머 풍경을 함께 카메라에 담으니 누가 봐도 부러워질 듯한 컷이 완성됐다. 이렇게 감미로운 오후라니! “애프터눈 티부터 디너까지 코스가 다양하고, 계절마다 음식을 맡는 호텔이 달라집니다”라는 가이드의 말에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타이베이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타이베이 시청과 대만 총통부 등을 둘러봤다. 대만의 역사와 문화를 자세히 알 수 있는 곳들이었다. 특히 총통부는 1919년 완공된 옛 건물과 집무실을 재현해 놓은 모습, 잘 가꾸어진 푸른 정원 등이 기억에 남았다. 빈손으로 돌아오기 아쉬워 디저트 숍 겸 카페인 선메리(Sunmerry)에 들렀다. 타이베이의 명물 파인애플 케이크인 펑리수(Fenglisu)를 한아름 샀다. 타이베이가 건넨 달착지근한 휴식을 오래 간직하려는 마음으로.  

대만 총통부
대만 총통부
선메리(Sunmerry)
선메리(Sunmerry)

글·사진 나보영  에디터 곽서희 기자  취재협조 타이베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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