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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핑동'의 과거와 현재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3.12.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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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최남단의 도시, 핑동은 지나간 세월을 머금고 있다. 단순히 머물러 있는 게 아니다. 과거와 여행자를 잇기 위해 오늘의 숨결을 더한다. 수많은 역사 건축물에 새로운 가치와 예술을 입히는 방식으로. 다른 면에는 낭만이 있다. 바다와 섬을 넘나들며 새로운 모험에 나선다. 대만 유일의 산호초 섬에서 다채로운 생태 환경을 마주하고, 자연과 호흡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담배공장의 화려한 귀환 
핑동1936 문화기지

1936년 설립된 핑동담배공장(Pingtung Tobacco Factory)은 핑동현의 경제를 이끄는 곳이었다. 특히, 1970년대 들어 핑동은 최대 담배 산지로 대만 담배 산업의 황금기를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수입 담배가 본격적으로 대만에 유입되면서 담배 산업이 위축됐고 핑동담배공장 또한 2002년 운영이 중단됐다. 다행인 건 핑동현이 2010년 담배공장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해 담배 생산 관련 시설들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고, 2017년에는 공장 지대 전체를 역사 건축물로 지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및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와 협업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그 결실이 핑동1936 문화기지(Pingtung 1936 Tobacco Cultural Base, PT1936)다. 

핑동역에서 가까운 PT1936은 핑동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기 좋다. 옛 담배공장의 외관과 내부를 그대로 살려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핑동 원주민 박물관(Pingtung Indegenous Peoples Museum)과 하카 박물관(Hakka Museum), 특별전시구역, 기념품 상점 등을 마련했다. 담배 전시관에서는 담배 잎 가공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담배 잎을 타작하고, 건조하던 공간은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그 시대를 상상하게 만든다. 예술적인 감각도 곁들였는데, 가공구역은 EDM과 조명을 활용해 클럽 분위기로 꾸몄다. 

담배공장 관람의 클라이맥스는 재건조 공간(Re-drying Area)이다. 계단 위로 올라가면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공간을 내려다보고, 산 모양의 철제 구조물 앞에 서게 된다.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는 구조물이 핑동 담배 산업의 찬란함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오후의 소풍을 위해서 
핑동현민공원

여행자보단 현지 주민들이 소풍이나 산책으로 많이 찾는 공원이다. 샌드위치와 도시락이 어울리는 여유로운 공간이다. 자연의 싱그러움은 덤. 게다가 핑동현민공원(Pingtung County Park)은 볼거리도 다채롭다. 전망대, 원형극장, 써클 오브 워터(Circle of Water), 세레니티 써클(Serenity Circle) 등 조형물이 공원을 꾸미고 있다.


●과거를 해석하는 방식 
승리성촌 V.I.P Zone

핑동에는 지역의 역사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다. 이야기를 작위적으로 꾸미지 않고, 기존 핑동의 세계관을 활용해 여행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덕분에 여행자는 핑동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지역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핑동을 대표하는 또 다른 명소 ‘승리성촌(勝利星村) V.I.P ZONE’도 그렇다.

이곳은 군인기숙사가 집단으로 형성된 곳이다. 대만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시설도 많다. 게다가 보존 상태가 훌륭해 수십년 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승리성촌의 완공 시기는 일제 강점기(1895~1945년) 직후로 알려져 있다. 대만 군부가 이 지역을 접수해 군인과 이들 가족이 거주하는 마을로 활용했다. 시간이 흘러 지역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고, 핑동담배공장과 마찬가지로 활용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PT1936과 마찬가지로 현 정부가 마을을 정비해 ‘승리성촌 V.I.P Zone’을 조성했다.

승리성촌은 크게 마을 보존 공원(Village Remnant Park), 청궁존(Chenggong Zone), 승리존(Shengli Zone)으로 구성돼 있다. 보존 공원은 마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데 주택의 외관과 내부는 물론 군대 엠블럼, 농구대, 주소 번호판 등도 그대로 볼 수 있다. 공원에 한두 집만 있는 게 아니라서 걷다 보면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다. 게다가 파이고, 부서진 공간은 작가들의 솜씨로 화려하게 메워졌다. 

승리존은 현지인과 여행자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식당과 카페, 상점 등이 옛 가옥을 채우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리고 있다. 일본식 주택도 꽤 많은데, 그중에서 마을 한가운데에 있는 장군의 집(The General’s House)이 눈에 띈다. 승리성촌 한가운데 있고, 빨간 대문이라 바로 눈에 띈다.

 

●핑동을 닮은 곳 
핑동현시립도서관

대만에서 유일하게 숲속에 둥지를 튼 도서관이다. 덕분에 핑동현립도서관은 여행자에게 쉼터가 된다. 엄숙한 도서 공간 외에도 가볍게 쉬다 갈 좌석을 마련해 뒀다. 대만의 더위를 피하면서 동시에 로컬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 

도서관 자체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새하얀 도서관 건물과 검은색의 편의시설 공간이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우뚝 솟은 녹나무와 파란 하늘이 배경이 돼 주고 있다. 핑동의 분위기가 한껏 응축된 곳이라 시간 내서 가 볼 만하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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