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은 겨울도 매력적이다.
온천과 료칸, 따스한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 향한다.
기운을 북돋아 줄 영물까지 더해진 여행지가 있다.
바로 사가현의 소도시 ‘다케오(Takeo)’다.
3000년의 세월을 견딘 녹나무와 영험한 신사가 있는 곳.
근사한 도서관은 덤이다.
오래된 나무는 한국 사찰에서도 종종 만난다. 300~500년 수령의 고목으로 사찰과 함께 세월을 견뎌 낸 존재들이다. 그런데 다케오(사가현 서부에 자리한 도시, 온천도 유명)에서 이보다 6배나 긴 시간을 이겨 낸 나무를 봤다.
주인공을 만나기 전에 다케오 신사(武雄神社)와 부부편백나무(縁結びの御神木)가 여행자를 먼저 반긴다. 부부나무는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다. 두 편백나무의 뿌리가 이어져 있고, 나무 중간 가지도 연결돼 있다. 희귀한 외관 덕분에 부부의 화합과 남녀의 인연을 포함해 사람과의 인연, 일과의 인연, 돈과의 인연 등 각종 인연에 대한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케오 신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3000년의 신목을 모시는 공간이다. 신사 왼편에 있는 숲이 그 무대다. 몇 보 안 걸었는데 하늘의 기운을 받는 듯한 녹나무(武雄の大楠)가 눈앞에 나타난다.
인간을 압도하는 자태(높이 27m, 뿌리 둘레 26m)다. 무슨 소원을 품고 있더라도 들어줄 것 같은 영물이다. 이 녹나무는 일본에서 파워 스폿 투어(Power Spot Tour)의 목적지로도 유명한데, 좋은 기운(혹은 신의 에너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뜻한다.
녹나무가 남긴 여운은 다케오 시립도서관(Takeo City Library)에서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이 도서관은 2013년 4월에 오픈한 이후 다케오 신사, 녹나무와 함께 지역의 랜드마크다. 다케오시 인구가 5만명 가량인데, 이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80만명(2015년 기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 때문에 다케오로 이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일단 입장하면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인기의 비결은 도서관과 츠타야(일본 유명 서점 브랜드), 스타벅스가 함께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다. 사진 촬영 가능 장소를 2곳으로 제한해 도서관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츠타야와 스타벅스의 감성은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도서관, 음료를 마시는 카페 분위기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과 잡지, 잡화는 구매할 수 있으며, 바로 옆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자유여행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목적지다. 열차를 이용하면 사가역에서 다케오 온센역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가에서 숙소를 잡았다면 당일치기 일정으로 다케오 신사와 녹나무, 다케오 시립도서관, 케이슈엔(Keishuen, 정원 및 갤러리), 다케오 온천을 구성하면 된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영상제작 트래비
취재협조 사가현 관광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