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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와 돌로미티가 키운 와인을 찾아서

이탈리아 북단, 알토 아디제 여행

  • Editor. 나보영
  • 입력 2024.01.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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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처럼 긴 이탈리아의 전역에서는 저마다 특색 있는 와인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겨울에 어울리는 와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돌로미티와 알프스가 감싸고 있는 알토 아디제(Alto Adige)다. 이탈리아인들이 겨울에 스키 여행을 가서 와이너리도 둘러보고, 산악 케이블카도 타는 곳이다. 과거에 오스트리아령이었던 역사가 있어서, 언어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와인은 오스트리아를 닮아 개성이 넘친다는 것이 매력! 직접 다녀온 다섯 곳의 와이너리와 케이블카를 소개한다. 

●수백 년 된 저택과 수도원 
엘레나 월시(Elena Walch)

입구의 수 백 년 된 건물과 소나무 숲, 그리고 작은 수도원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186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이곳으로 이주한 이 가문은 5세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이 가문이 이주해 오기 전부터 이 자리에 있었으며, 가장 오래된 건물은 400년을 훌쩍 넘겼다.

작은 수도원이었던 건물부터 지하 카브까지 시간 여행을 하듯 둘러본 후, 궁전 같은 저택의 테이스팅 룸에서 맛보는 와인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을 50:50 정도의 비율로 생산하고 있는데, 화이트는 샤르도네, 레드는 피노 네로(프랑스에서 피노 누아로 불리는 품종)가 특히 인기가 좋다.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예약이 가능해서 방문이 편리하며, 와인들도 국내에도 공식 수입되고 있다. 

 

●천사 미카엘이 새겨진 초대형 오크통
생 미셸 에판(St. Michael Eppan)

1905년 최초로 설립됐으며, 2019년에 중력에 의해 포도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오며 양조되도록 최신 설비를 구축했다. 방문자를 맞이하는 로비 라운지에는 와인 양조의 기초 상식이 안내돼 있고, 이 지역의 토양과 포도나무뿌리가 전시돼 있으며, 와인에서 나는 다양한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아로마 키트도 있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양조과정을 볼 수 있는데, 천사 미카엘이나 오스트리아령이었던 시절의 황제 등이 조각된 초대형 오크통 앞에서는 누구나 감탄하며 기념사진을 찍곤 한다.

와인은 1970~1980년대 무렵에 알토 아디제에서 처음으로 피노 비앙코 품종을 키운 것으로 유명하며, 현재 39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화이트 와인 75%, 레드 와인 25%를 생산한다.  발랄한 피노 비앙코부터, 우아하고 깊이 있는 피노 네로까지 다양한 와인을 경험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예약이 가능하며, 와인 역시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해발 고도 850m에서 나오는 강건한 와인
칸티나 발레 이사르코(Cantina Valle Isarco)

돌로미티와 알프스 사이에 자리한 이사르코 산자락에서 화이트 와인을 주로 만든다. 이곳의 개성은 토양이 철 성분의 화산토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 다양한 성분이 어우려져 있으면서도 쉽게 부서지는 토질 덕분에 포도나무가 쉽게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서 영양분을 골고루 먹고 자란다. 또한 포도밭이 해발고도 850m에 이르는 가파른 산자락에 있어서 기계가 들어올 수 없기에 모든 포도는 사람의 손으로 정성 들여 수확한다. 겨울의 찬 서리에 저항력이 강한 밀러 트루가우, 케르너, 실바너 등의 품종이 주를 이루는데, 신선하고 상큼하면서도 질감이 좋은 와인으로 완성된다.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방문 예약이 가능하며, 와인은 아직 수입되고 있지 않다.

 

●게부르츠트라미너의 상징
칸티나 트라민(Cantina Tramin)

알토 아디제 화이트 와인의 맛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와이너리다.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으로 꼽히는 게부르츠트라미너의 고장인 트라민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고도 250~850m에 자리한 포도밭에서 게부르츠트라미너, 샤르도네, 피노 비앙코 등의 포도를 키운다. 지리적으로도 좋은 요건을 갖추고 있는데, 낮에는 인근의 가르다(Garda) 호수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인 ‘오라(Ora)’가, 밤에는 산자락의 바람이 불어와 포도의 부패를 막아준다.

특히 주목할 와인은 에포칼레(Epokale)이며, 알토 아디제 게부르츠트라미너의 전형을 보여준다. 망고, 패션 푸르트를 비롯한 열대 과일 향과 함께 시나몬과 각종 허브향이 매력적이며, 신선한 산미와 짭조름한 미네랄의 근사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누구나 직접 방문할 수 있으며, 한국에도 와인이 수입되고 있다. 

 

●지하 7층까지 지어진 대규모 와이너리 
칸티나 볼차노(Cantina Bolzono)

해발고도 최소 200m에서 최고 1000m에 달하는 다채로운 고도에서 방대하고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키운다. 와이너리는 지상에서 아래로 지하 7층까지 건설됐는데, 총면적이 무려 17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지상에서 재배된 포도들이 중력을 따라 지하로 층층이 내려가도 설계되어 각층마다 ‘줄기제거 → 파쇄, 압착 → 발효 → 숙성, 검사 → 병입’의 과정을 거친다.

또한 바리크(Barrique)라고 부르는 작은 오크통이 숙성되는 셀러를 제외한 모든 곳은 에어컨 없이 서늘한 온도가 유지되어 와인 생산과 저장에 적합한 환경을 이룬다. 누구나 예약하고 방문할 수 있으며, 와인 숍에서 와인을 살 수 있다. 아직 한국에 수입되지는 않는다. 

▶여행 Tip

알토 아디제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중심도시인 볼차노(Bolzono)로 찾아가야 하며, 와이너리들은 볼차노 외곽의 약 5km~30Km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볼차노에 머무는 동안 볼차노 대성당(Bolzano Cathedral)과 레논(Renon) 케이블카를 놓치지 말자. 특히 레논 케이블 카에 올라 돌로미티 아래로 펼쳐지는 포도밭 장관을 바라보는 것이 묘미다.

 

글·사진 나보영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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