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의 백미, 료칸과 온천이다. 일본의 감성과 문화가 집약된 공간으로,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있다. 규슈 사가현도 예외는 아니다. 130년 전통, 바다와 온천, 도자기, 게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숙소가 있다. 사가현 다라(Tara)와 가라쓰(Karatsu)에서 발견한 두 곳의 료칸이다.
●다라 명물 집합소
카니고텐
사가현 남쪽에 자리한 다라(Tara)는 한국인에게 생소한 여행지다. 달리 말하면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국적인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다라는 다케자키 게 & 굴, 귤, 아리아케해, 료칸 등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가공항에서 렌터카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다라의 명물을 한 공간에서 모두 누릴 수 있는 료칸이 ‘카니고텐(Kanigoten)’이다. 이름에 료칸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카니는 ‘게’, 고텐(御殿)은 ‘어전(임금이 있는 곳)’이다. 게를 높게 받들어 모시는 공간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카니고텐에서는 꼭 다케자키 게가 포함된 식사를 즐겨야 한다. 단맛이 응축된 게를 활용해 구이, 찜, 솥밥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꽤 수준 높은 식사라 다라를 기억하게 하는 매체가 된다. 아침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다라의 특산품인 귤을 막 짜서 내리는 귤 주스를 시작으로 푸짐한 도시락이 투숙객 앞에 놓인다. 고슬고슬한 밥과 게가 들어간 감칠맛 좋은 미소시루(된장국)까지 곁들이면 아침부터 과식하게 된다. 사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마땅한 식당도 없으니, 조식과 석식이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
객실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스타일의 객실이 있는데, 아리아케해가 보이는 프리미엄 객실들을 추천한다. 다다미와 침대가 조화를 이뤄 일본과 서양의 장점을 모두 갖춘 공간이다. 소파나 침대에서 편하게 바다를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또 일찍 일어나면 아리아케해의 일출도 만날 수 있다.
카니고텐 투숙 경험의 하이라이트는 온천이다. 객실에서 아리아케해를 바라보며 노천탕을 즐길 수 있고, 호텔 최상층의 노천탕에서도 바다를 보며 몸을 녹일 수 있다. 또 별도의 시설이 갖춰진 온천에서 망중한을 누릴 수 있다. 목욕 후에는 라운지에서 상큼한 푸딩과 함께 휴식을 취하면 된다. 료칸 객실이 많지 않아 아침 일찍 온천을 즐기면 전세를 낸 것처럼 모든 공간을 독차지할 수 있다.
●머물고 싶은 낙원
요요카쿠
가라쓰는 사가현에 있지만, 오히려 후쿠오카에서 좀 더 접근성이 좋다. 사가에서 출발한다면 렌터카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가라쓰성, 가가미야마 전망대, 가라쓰야끼(도자기),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이어지는 길) 등이 유명하다. 이와 함께 가라쓰의 명품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요요카쿠(Yoyokaku)’ 료칸이다.
요요카쿠는 니지노마쓰바라, 해변과 가까운 조용한 골목에 있는 료칸이다. 외관은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데, 역사는 무려 130년에 달한다. 속으로 들어가면 요요카쿠의 진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인 일본 정원과 목조건물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일본 문화의 정수를 경험하기 충분하다.
료칸과 정원에서 단순히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라쓰에 스며드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객실이 10개도 채 되지 않아 조용하게 쉴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가장 기본 객실도 꽤 넓은 편이다.
여기에 온천수가 있는 대욕장, 정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조식, 객실에서 즐기는 가이세키, 정원 산책 등으로 여행을 채울 수 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공간은 또 있다. 료칸 내에 근사한 가라쓰야끼 갤러리가 있다. 가라쓰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가문이 나카자토(Nakazato)다. 요요카쿠 내에는 나카자토 타카시 도예가와 그의 자녀인 나카자토 타키, 나카자토 하나코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좋은 거 잘 알아보는 한국인들은 이곳을 놓치지 않았다. 이미 많은 여행자가 찾았고, 허영만 만화가처럼 유명인도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용공간에는 허 화백이 주인장 부부에게 선물한 그림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글·사진 이성균 기자 영상 조수빈 감독 취재협조 사가현 관광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