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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본 '가라쓰' & '다라'

  • Editor. 이성균 기자
  • 입력 2024.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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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 온천, 바다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발견한 서로 다른 모습들. 

오우오 신사 해중 도리이
오우오 신사 해중 도리이

KARATSU 唐津

●도시를 채우는 요소들

후쿠오카에서도, 사가에서도 가까운 가라쓰(唐津). 현 내 어느 지역보다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여행지다. 자연, 문화예술, 미식, 역사 등을 아우르는데, 대표적으로 사가현 랜드마크로 손색없는 가가미야마 전망대와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이어지는 니지노마쓰바라(虹の松原), 가라쓰성, 요부코 오징어 등이 있다.

료칸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가라쓰의 '요요카쿠'
료칸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는 가라쓰의 '요요카쿠'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가라쓰에는 2가지 명품도 있다. 료칸 ‘요요카쿠(Yoyokaku)’와 도자기 공방 ‘나카자토 타로에몬(Nakazato Taroemon)’이다. 요요카쿠는 조용한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외관만 보면 적당한 규모의 료칸 같은데, 안으로 들어가 보면 생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130년의 역사는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녔다.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은 일본식 정원, 개인적인 공간을 최대한 보장하는 정교한 공간구성,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는 목조건물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요요카쿠의 품위를 드높이는 핵심 요소들이다. 일본 료칸 문화가 집약된 무대이며, 머무는 것만으로도 가라쓰 여행의 한 단락이 완성된다. 

오래된 료칸의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다
오래된 료칸의 복도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여행이다
요요카쿠의 다다미 객실
요요카쿠의 다다미 객실

객실이 10개도 채 되지 않는 숙소지만, 투숙객이 활용할 수 있는 곳은 다채롭다. 정원과 가라쓰 야끼(도자기) 갤러리, 대욕장, 공용공간 등이 있는데, 도자기 갤러리와 공용공간에 좀 더 눈길이 간다. 갤러리는 지역에서 도자기로 유명한 나카자토(Nakazato) 가문 도예가들의 작품들로 구성돼 있는데, 나카자토 타카시를 중심으로 그의 자녀인 나카자토 타키, 나카자토 하나코의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다.

또 정원을 바라보며 즐기는 조식, 객실에서 즐기는 가이세키, 정원 산책 등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니지노마쓰바라, 마츠우라강, 가라쓰성 등의 여행지와 가까운 것도 장점이다.

요요카쿠의 대욕장
요요카쿠의 대욕장

좋은 건 놓치지 않는 한국인들은 이곳도 가만히 두지 않았다. 이미 많은 여행자가 찾았고, 만화가 허영만, 도올 김용옥 등의 유명인도 머물렀다.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용공간에는 허 화백이 주인장 부부에게 선물한 그림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나카자토 타로에몬의 도자기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나카자토 타로에몬의 도자기

요요카쿠에서 가라쓰 야끼에 입문했다면 나카자토 타로에몬에서는 가라쓰 야끼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다. 가라쓰 야끼는 450년 전 한국 도공들로부터 시작됐으며, 나카자토 가문은 420년 넘게 도자기를 굽고 있다. 지금은 14대가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면서 공방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일단 들어가면 그냥 나오는 게 어려울 정도로 갖고 싶은 도자기들이 많다. 특히, 공방 한편에는 12대와 13대의 작품이 전시돼 있는데,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 도자기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절제된 화려함과 다채로운 색감이 인상적이다. 가문의 작품 외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의 것도 여행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공방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자기를 굽는 가마가 있는데, 현재 사용하지 않는 가마는 28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구 가라쓰 은행은 근대 건축 유산으로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구 가라쓰 은행은 근대 건축 유산으로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구 가라쓰 은행
구 가라쓰 은행

마지막 재미는 일본 근대 서양식 건축 유산인 구 가라쓰 은행이다. 가라쓰역과 도심에서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주변에 상점가와 식당도 많아 편하게 들르면 된다. 붉은 벽돌이 중심이 되는 외관은 상당히 낯익은 모습이다. 도쿄역이나 옛 서울역과 꽤 흡사하다. 사실 가라쓰 은행은 두 역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제자인 다나카 미노루의 작품이다. 다나카 미노루는 가라쓰가 스승의 고향인 점을 고려해 건축 디자인도 스승의 기존 스타일을 적극 반영했다. 건물은 1912년부터 1997년까지 은행으로 활용됐고, 2011년 3월부터 대중에 공개됐다. 내부는 붉은 벽돌과 백색 화강암을 동시에 사용해 유럽과 일본의 분위기를 모두 느낄 수 있으며, 가라쓰 은행의 역사, 지역의 역사 등에 관한 상설전시가 진행 중이다. 


●환경예술의 숲 
環境芸術の森

사쿠레이산 중턱을 배경으로 삼은 가라쓰의 또 다른 비경이다. 환경예술의 숲(環境芸術の森, Kankyo Geijutsu no Mori)은 지역의 사계절을 가장 가깝고, 명확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인간이 손수 가꾼 공간이나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숲은 슬픈 이야기도 품고 있다. 24년 전 아들을 떠내 보낸 쓰루다 마사아키(Masaaki Turuda) 대표가 인생의 무상함을 달래기 위해 숲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자연 본래의 모습을 복원하는 데 힘썼다. 노력의 흔적은 액자 정원을 비롯해 숲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1시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한데, 사실 정처 없이 걷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다. 그만큼 환경예술의 숲이 선사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대단하다.

 

●오우오 신사 해중 도리이
大魚神社の海中鳥居

다라(太良)의 랜드마크. 바다에 잠긴 도리이는 기존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을 가득 안고서. 물론 물이 없는 도리이도 매력적이다.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적어도 두 번 찾아와야 하는 이유다.

오우오 신사 해중 도리이(大魚神社の海中鳥居, Ouo Shrine no Kaichu Torii)의 역사는 전설 같은 이야기와 함께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악한 벼슬아치에 괴롭힘을 당하던 주민들은 아리아케해의 외딴섬 ‘오키시노마’에 그를 던졌다. 만조가 되면 섬은 가라앉기 때문에 벼슬아치는 영락없이 죽을 운명이었다. 하지만 신에게 간절히 올린 기도 덕분일까. 큰 물고기가 나타나 육지로 돌아왔다. 벼슬아치는 신에게 감사한 마음을 오우오 신사와 해중 도리이로 표했다. 


TARA 太良

●다소 낯선 일본

사가현 남쪽의 다라(太良)는 일본 여행을 많이 하는 한국인에게도 생소한 목적지지만 충분히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이다. 게다가 아리아케해(Ariake Sea)와 접해 있어 오션뷰 료칸과 온천 등도 발달해 있다. 사가, 우레시노, 다케오, 이마리 등 사가현의 주요 지역에서 충분히 관광했다면, 다라에서 보내는 시간 대부분은 휴식으로 채워도 된다. 또 다라는 다케자키(Takezaki) 게 & 굴, 귤 등 3개의 식재료로 유명하다. 

다케자키 성터 전망대에서 본 다라
다케자키 성터 전망대에서 본 다라

다라의 명물을 한공간에서 모두 누릴 수 있는 료칸이 있다. 207번 국도 한편에 자리한 ‘카니고텐(Kanigoten)’이다. 이름을 뜯어 보면 료칸의 정체성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카니는 ‘게’, 고텐(御殿)은 ‘어전(임금이 있는 곳)’이다. 게를 높게 받들어 모시는 공간을 뜻한다.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카니고텐의 레스토랑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카니고텐의 레스토랑
다케자키 게가 포함된 식사는 카니고텐에서 꼭 맛보자
다케자키 게가 포함된 식사는 카니고텐에서 꼭 맛보자

이러한 이유로 카니고텐에서는 다케자키 게(블루크랩의 일종)가 포함된 식사를 꼭 즐겨야 한다. 단맛을 품고 있는 게를 활용해 구이, 찜, 솥밥 등의 요리를 선보인다. 다라의 게는 단순히 먹는 음식 재료를 넘어 다라를 기억하는 대표 이미지가 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아침도 허투루 내지 않는다. 다라의 특산품인 귤을 갓 짜서 만든 귤 주스를 시작으로 푸짐한 도시락이 투숙객 앞에 놓인다. 고슬고슬한 밥과 게가 들어간 감칠맛 좋은 미소시루(된장국)까지 곁들이면 아침부터 과식을 피할 수 없다. 사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마땅한 식당도 없어 조식과 석식이 포함된 패키지를 이용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아리아케해가 보이는 카니고텐의 프리미엄 객실
아리아케해가 보이는 카니고텐의 프리미엄 객실

객실도 인상에 강하게 남는다. 다양한 스타일의 방이 있는데, 이왕이면 아리아케해가 보이는 프리미엄 객실에서 머물러야 한다. 일본의 다다미와 서양의 침대가 조화를 이뤘고, 바다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통창도 갖췄다. 일찍 일어나는 여행자에겐 아리아케해 일출이라는 보너스도 따라온다.

카니고텐 최상층에 있는 노천탕
카니고텐 최상층에 있는 노천탕

카니고텐 경험의 하이라이트는 온천의 몫이다. 노천탕을 갖춘 객실에서 우선 몸을 녹이고, 호텔 최상층에 있는 공용 노천탕에서 바다를 품으면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별도의 온천 시설에서 망중한을 누리고, 라운지에 있는 상큼한 푸딩으로 노곤해진 몸을 깨울 수도 있다. 오전과 오후에 남녀가 이용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도 특징이다. 카니고텐의 모든 온천 시설을 느끼라는 료칸의 배려이기도 하다. 게다가 객실이 많지 않아 아침 일찍 혹은 늦은 저녁에 온천에 가면 모든 공간을 독차지할 수 있다. 

물론 여행에서 보는 재미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다라에는 오우오신사 해중 도리이, 다케자키 성터 전망대, 미치노에키 다라(특산품을 판매하는 휴게소). 207번 국도 굴구이 등이 있다. 다케자키 성터 전망대에서 아리아케해와 다라의 한적한 어촌을 한눈에 담고, 굴구이를 맛보면 괜찮은 코스가 된다. 다케자키 성터 전망대는 600년 전 건축된 다케자키 성의 극히 일부(돌담 일부와 물이 없는 해자)만 남아 있으나, 전망대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라의 소박한 모습과 광활한 바다가 대비된 풍경이다.

굴구이 가게는 207번 도로에 드문드문 있는데 히젠야(Hizenya)도 좋은 선택지다. 굴, 소라, 가리비, 새우,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과 함께 우동, 카이센동(해산물덮밥)의 식사 메뉴가 있으며, 바다를 볼 수 있는 루프톱도 갖췄다. 참, 잘 구워진 굴은 우동 토핑으로 꼭 활용해 보길.  

 

글·사진 이성균 기자  취재협조 사가현 관광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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