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지금이 최적기! 하의도 겨울 캠핑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4.01.29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은 섬 여행의 비수기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식당과 민박, 펜션 등도 대부분 문을 닫는다. 연륙된 섬이라면 모를까 하룻밤을 보내고 나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럴 때 답은 캠핑에 있다.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장비와 경험이 있어야겠지만, 나설 용기가 그보다 우선이다. 더플백을 메고 하의도로 떠났다.

●동계 섬 캠핑, 뭐부터 준비할까

90L 더플백과 백패킹에 버금가는 간편한 장비들을 넣어 트렁크에 실었다. 더플백은 주차장에서 야영지까지의 이동에 용이하다. 배낭에 비해 넣고 꺼내기가 편리해 차량을 동반하는 여행에서 즐겨 사용하는 운반 장비다.

텐트는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 외부로부터 바람을 막아 주고 안락한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런데 보온과는 크게 관계가 없다. 텐트 안은 바깥 기온에 비해 겨우 3° 정도 높을 뿐이다. 동계캠핑에서 보온을 책임지는 것은 침낭과 매트리스다. 침낭은 1,000필(fill) 구스다운을 챙겼다. 여기서 필은 복원력을 의미하는 필파워(fill power)와는 다른 개념이다. 침낭에 충전재가 1,000g이 들었다는 뜻이다.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차단한다. 알벨류(R-value, 단열성능)가 높은 에어매트 대신에 폼매트를 쓰기로 했다. 어느 곳에서나 쉽게 펼치고 접을 수 있는 데다 목적지가 남쪽이기 때문이다.

하의도의 해안 절경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김대중모실길 2코스
하의도의 해안 절경들이 줄줄이 나타나는 김대중모실길 2코스

●하의도 돌아보기

하의도는 꽤 자주 다닌 섬 중에 하나지만 정작 본섬을 제대로 여행해 본 것은 오랜만이다. 오히려 그 이후에는 신도, 대야도 등의 부속 섬으로 가기 위해 잠시 머물렀던 기억이 많다. 차량을 가지고 들어온 것도 처음이다. 면사무소가 있는 큰 섬이니만큼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또 이웃 섬 신의도로 넘어가 여정을 이어 갈 계획이다.

신안군 1도 1뮤지엄 프로젝트로 조성된 길가의 천사상 행렬
신안군 1도 1뮤지엄 프로젝트로 조성된 길가의 천사상 행렬

하의도는 유인도 9개, 무인도 47개를 거느린 신안군 하의면의 어미 섬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웅곡항에서 대리마을로 이어지는 도로가 시선을 끈다. 길가에 늘어선 천사상 때문이다. 이 작품들은 로만 가톨릭 예술원의 정회원이자 바티칸 조형미술 고문으로 있는 최바오로 작가의 솜씨다. ‘신안군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하의도에서는 울타리 없는 미술관을 표방했다. 하의도 북쪽에는 김대중대통령생가를 중심으로 소금박물관, 해양테마파크가 들어서 있다. 멀지 않은 곳에 덕봉강당,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이 있어 짧은 동선으로 쉽게 돌아볼 수 있다. 

하의도의 논과 염전은 옛 갯벌이 간척되면서 생겨났다
하의도의 논과 염전은 옛 갯벌이 간척되면서 생겨났다

하의도는 자전거로 여행하기도 좋은 섬이다. 하의 웅곡항을 시작점으로 신의도 동리항에서 마무리되는 신안 섬 자전거길 제8코스는 총연장이 78km나 된다. 바람길을 따라 들판과 염전을 지나고 구불구불 섬 허리를 따라 이어지는 라이딩 코스는 가히 환상적이다.

 

●여전한 섬, 생생한 기억

겨울은 해가 짧다. 시간을 알차게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낭패하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영지로 이동했다. 

모래구미는 하의도에서는 유일하게 해수욕장이란 명칭을 달고 있는 곳이다. 물이 빠져야 백사장이 드러나는 작은 해변은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는 찾는 사람이 드물다. 모래구미는 ‘모래가 있는 만입된 지형’이란 뜻으로 하의도에서는 그만큼 백사장이 귀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안군에는 ‘모래 서 말은 먹어야 시집 간다’는 임자도나 우이도와 같은 섬도 있는데 말이다. 

도로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더플백을 꺼내 해변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주변을 청소한 후 쓰레기를 모아 담았다. 사이트가 깨끗해야 캠핑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텐트를 치고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고 나니 하루해가 수면 위로 찰랑거린다. 

문득, 10년 전 겨울이 떠오른다. 눈 내리는 목포항의 기억이 생생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아내와 난 하의도행 첫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섬 택시를 타고 모래구미까지 이동해서 텐트를 쳤었다. 택시비로 2만원을 냈던가? 그러고 보니 섬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모래구미도 그대로다. 어쩌면 섬보다 사람이 더 빨리 늙어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주 잠깐 우울해졌다. 

세상이 어두워지자 자연이 성큼 다가왔다. 소리만 들어도 바다가 멀어지는지 다가오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집중력이 좋아졌다. 별빛은 날카로웠지만, 날씨는 온화했다. 하긴 겨울이라고 하루하루가 혹독한 것은 아니니까. 

텐트를 밝혀 둔 랜턴 빛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작은 프라이팬에 소고기 몇 점을 굽고 팩에 담아 온 와인을 따랐다. 은근한 취기에 야생의 멋스러움이 후광처럼 돋아나는 느낌이다. 이토록 매력적인 여행이라니.

 

●하의도 알짜배기 여행 스폿 4

누군가의 옆얼굴을 닮은
큰 바위 얼굴

죽도는 하의도 서남 끝점 해안도로가 지나는 앞바다에 솟아 있는 작은 무인도다. 모래구미에서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죽도의 좌측면은 언뜻 봐도 사람의 옆얼굴을 닮았다. 물론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 모습이 절묘하다. 오래전 하의도 사람들은 그 얼굴이 후세에 큰 인물 탄생을 예언한 것이라 믿어 왔고 그 바람은 적중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낳았기 때문이다. 현재 죽도는 대통령 부부를 기리는 섬이 되었다.

민주화를 이룩한 삶의 역사
김대중대통령생가

후광리에 위치한 김대중대통령생가는 종친들에 의해 복원되어 1999년 신안군에 기증된 것으로, 본채와 추모관 등 초가 4채로 구성돼 있다. 추모관은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를 함께 모시고 있으며 본채에는 대통령이 학생 때 사용하던 책상 등의 물건들이 그대로 놓여 있다. 또한, 오래전 선거 벽보와 전시된 사진들을 통해 치열했던 당시의 정치 상황과 역경을 이기고 민주화를 이룩한 고인의 삶과 역사를 조명해 놓았다.

투쟁의 역사를 엿보다
하의 3도 농민운동기념관

2009년 개관한 하의 3도 농민운동기념관엔 투쟁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농민항쟁은 임진왜란 후부터 1994년까지 350년간이나 이어진 불굴의 토지 반환 투쟁이었다. 기념관의 이름 속 ‘하의 3도’란 하의도 그리고 지금은 하나의 섬이 되어 신의면에 통합된 상태도와 하태도를 일컫는다.

김연의 제자 양성소
덕봉강당

조선의 마지막 유학자이자 하의도 대리마을 출신인 김연은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가거도에 들어가 은둔했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던 장소가 덕봉강당이다. 이곳에서 김연은 많은 제자를 길러 냈으며 김대중 대통령 또한 어릴 적 이곳에서 한학을 배웠다고 전해진다. 덕봉강당은 김연의 사후에 제자들에 의해 복원됐다.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저작권자 © 트래비 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최신기사
트래비 레터 요즘 여행을 알아서 쏙쏙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