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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 은하수가 내리는 하루, 러이 끄라통

  • Editor. 이은지
  • 입력 2024.01.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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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별을 보며 소원을 빌듯 
일 년에 단 하루, 흘러가는 별에 마음을 담아.

●행복을 빌어요, 러이 끄라통

소원을 비는 순간은 높은 확률로 극적이다. 특별하거나 간절하거나 빼어나게 아름답거나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들. 예를 들면 온몸을 태우며 빠르게 비행하는 별똥별을 만났을 때,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끝에…. 이러한 시공간적 특수성과는 달리 대부분의 소원은 한결같다. 나와 내 세상을 구성하는 이들의 일확천금, 만수무강, 좋은 인연 등을 예쁜 말로 꾹꾹 눌러 담는다. 이쯤에서 생각한다. 인간의 소망이란 보편적이며 결국 행복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염원은 오늘을 시작으로 내일을 건너 꾸준히 증식하는 인생의 수열을 따라 마음의 크기만큼 범람한다는 것을.

반짝이는 소원이 끊임없이 흘러간다. 러이 끄라통(Loi Krathong)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소원의 시각화’라고나 할까. 태국어로 러이(Loi)는 ‘띄우다’, 끄라통(Krathong)은 ‘연꽃 모양의 작은 배(바구니)’를 뜻한다. 말 그대로 작은 배에 초를 실어 강이나 호수로 띄워 보내며 소원을 비는 축제다.

이왕이면 예쁜 게 좋다. 오늘날 끄라통은 연꽃, 백조, 용 등 다양한 모양에 크기도 천차만별 개성이 넘친다. 바나나 잎으로 만들던 과거 전통방식에서 나아가 창의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이다. 야자나무처럼 각 지역별로 흔한 재료를 이용하거나 물고기가 먹을 수 있는 채소나 빵으로 만들기도 한다.예쁜데 착하기까지 한 셈이다.

잠시 러이 끄라통의 기원을 소개하자면, 물의 신에게 경의를 표하고 물의 풍요로움에 대해 감사를 전하던 전통에서 유래한다는 설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촛불이 꺼지지 않고 멀리 떠내려가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믿기에 사람들은 조심스레 끄라통을 띄우고 멀어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는 한다.

축제 당일이 되면 태국 전역에 소원이 들불처럼 타오른다. 전통공연, 불꽃놀이, 음식축제 등이 한자리에서 펼쳐지니 볼거리도 다채롭다. 특히 수코타이, 치앙마이, 방콕, 딱, 사뭇송크람 지역이 유명하다. 옛 타이 왕국의 수도였던 수코타이에서는 전통적인 방식을 만날 수 있고, 방콕에서는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약 10만여 개의 촛불이 장관을 이룬다. 치앙마이는 좀 더 독특하다. 끄라통을 강에 띄워 보내는 대신 ‘꼼러’라는 풍등을 하늘에 날려 보내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모습은 다르지만 짙은 밤 수많은 소망이 어둠을 밝힌다는 점에서 러이 끄라통은 하나같이 황홀하다.

축제 날짜는 태국력으로 12월 보름, 양력으로는 올해 11월15일경이니 달력에 표시해 두시길. 직항편이 가장 많은 방콕에서 출발할 계획이라면, 잠시 둘러보기 좋은 근교 여행지도 테마별로 가득하다. 

 

●Ayutthaya 
영화로운 시대의 기록, 아유타야

아유타야는 태국 역사의 중요한 축이다. 수코타이 왕국에 이은 타이족의 두 번째 왕조 아유타야 왕국의 거점이기 때문이다. 아유타야 왕국은 1350년 건립된 이후 서쪽으로는 버마(미얀마), 동쪽으로는 캄보디아, 남쪽으로는 말레이반도까지 세를 넓혔다. 몸집을 불린 동시에 태국이 세계 무대로 발을 넓힌 중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포르투갈 상인들과 선교사들이 방문한 이후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인들이 차례로 아유타야를 찾으며 무역을 꽃피웠다.

왓 차이 왓타나람
왓 차이왓타나람(Wat Chaiwatthanaram)

당시 아유타야가 얼마나 번성했는지를 묘사하는 이야기들도 전해진다. 보석으로 장식된 배들이 하천을 유유히 떠다니고, 하류층 백성들도 풍족하게 먹고 양탄자나 쿠션, 은으로 된 향료 단지와 도자기를 갖춰 놓고 살았다고. 큰 번영을 누렸던 아유타야 왕국은 1767년 버마의 침공에 의해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 유산은 남아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1991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왓 차이왓타나람

주요 유적지로는 왓 마하탓(Wat Mahathat), 왓 랏차부라나(Wat Ratchaburana), 왓 차이왓타나람(Wat Chaiwatthanaram) 등이 있는데, 유적지 간의 거리가 참 애매하다. 차로는 지나치게 가깝고 땡볕에 무작정 걷기엔 다소 멀다. 팁을 하나 주자면 당일치기보다는 아유타야에 숙소를 잡고 자전거를 타며 둘러보는 것도 좋다. 최근에는 태국 드라마 <러브 데스티니> 촬영지로 현지인들에게도 인기다. 미래에서 온 여주인공과 아유타야 귀족인 남주인공이 펼치는 타임슬립 로맨스를 다룬 이야기로, 유적지 인근에서 태국 전통의상을 빌려 여주인공처럼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도 있다. 대여 가격은 의상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200바트(약 8,000원) 정도. 물론 대부분 불교사원이기에 짧은 복장, 슬리퍼 차림으로는 입장이 불가하다. 

 

글·사진 이은지  에디터 강화송 기자  취재협조 태국정부관광청, 에어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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