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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 사우나에서 태어나 사우나에서 생을 마감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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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파티는 사우나에서 이루어진다. 사우나 파티의 목적은 말 그대로 휴식과 친교이다. 파티에 성인 남성과 여성이 한데 모였다면 사우나는 어떤 순서로 이루어질까. 가끔 야릇한 상상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가족이 아닌 남녀가 함께 들어가는 것은 핀란드식 방법이 아니다. 남자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며 약간의 맥주를 마시는 동안, 여자들이 먼저 사우나에 들어갈 것이다. 여자들이 사우나를 마치고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을 때면 남자들의 사우나 차례가 돌아온다. 이제는 여자들이 맥주나 와인을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도 품위 있게 진행된다.

하지만 핀란드 사우나가 처음인 외국인이 함께라면 깜짝 놀랄 만한 일들을 겪을 수 있다. 보통 사우나 안에서 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은 몸을 식히기 위해 벌거벗고 있거나 수건 한 장으로 몸을 감싸고 있다. 한데 이렇게 몸을 식히는 장소는 대개 외부로 연결되는 발코니이다. 바로 이 광경이 사우나에 처음 초대된 외국인으로 하여금 비명을 지르게 만드는 것이다. 핀란드식 사우나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벌거벗거나 수건 한 장만 두른 다수의 이성을 우연히 마주친 것이니 그 놀라움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우나에서 땀을 뺀 후에는 먹고 마시는 시간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사우나 파티에서는 각양각색의 샐러드와 고기 그리고 쌀 요리를 대접한다.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핀란드 사우나는 호수가 보이는 창문이 달린 통나무 오두막집 형태이다. 예전에는 나무를 이용한 훈증 사우나였으나 현재는 전기로 데워 사용한다. 만약 겨울철 호숫가에서 사우나를 하게 된다면, 그 형식은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사우나 후 차가운 호수로 뛰어 들어갔다가 다시 사우나로 돌아올 정도로 충분히 자학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은 약 세 번가량 반복된다! 낯선 외국인이겐 자학적이고 기괴하게 보이겠지만, 이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상쾌하다. 그리고 혈액순환과 피부 미용에 경이적으로 좋다는 자작나무 가지로 당신의 어깨와 다리, 허리를 때려 주는 것도 잊지 말아라!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면 음식이 나올 것이다. 여름에는 종종 야외에서 맥주에 담갔다가 구운 소시지가 나오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다.

사우나에 대한 핀란드 사람들의 애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기에 이들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의의 표시가 바로 자신들과 함께하는 사우나 초대이다. 호수로 뛰어들었다 나오고, 피부에 약초 반죽을 문지르고, 자작나무 가지로 때리는 일 등 모두가 당신의 혈액순환과 피부에 유익하고 상쾌한 일이다. 이것을 고문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핀란드인은 이 모든 시간을 정말로 즐긴다!

침묵하고 또 침묵하라

만일 핀란드 사람이 ‘어떻게 지내세요?’라고 묻는다면 이는 의례적인 인사가 아니다. 그는 정말로 당신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외국인들이 당황하곤 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 구체적인 자신의 근황과, 주변 사람의 걱정거리까지 상세하게 대답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사람들은 당신 개개인에게 관심이 있지 무의미한 잡담에는 전혀 흥미가 없다. 스스로 영하 20도만큼 썰렁하다고 이야기하듯, 이들은 말을 시작하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간다. 핀란드 사람들은 달변으로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면 성실함을 잃는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당신은 마음을 먼저 읽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차분하고 침착한 핀란드 사람들도 바뀔 때가 있다. 술을 마시며 파티를 벌일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추운 북해 나라의 사람답게 핀란드 사람들 역시 술을 즐겨 마신다. 평소에는 와인이나 맥주 같은 약한 술을 마시지만, 특정한 휴일이나 기념일이면 이들은 마음먹고 독주를 즐긴다. 일단 술에 노출된 핀란드 사람은 그전의 그들과 확실히 다르다. 게다가 이들이 이렇게 취하면서 놀기 위해 모여 있는 경우 놀라울 정도로 시끄럽고 수다스럽다. 

겨울이 찾아오면 대부분의 핀란드 사람들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평소보다 더 조용해진다. 이 시기 이들은 침묵하고 금욕하는 수도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 이들은 열광하기 시작한다. 한 핀란드인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핀란드 사람들은 겨울이면 그들의 인생을 붙들고 멈추었다가, 여름이 오면 인생을 드러내 놓고 만끽하는 것 같다. 다시 강조하는데 침묵이 미덕인 이곳에서 수다는 당황스럽고 수상한 행동으로 여겨진다. 덧붙여 악수는 언제나 환영받지만 포옹이나 키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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