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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거든, 욕지도로

  • Editor. 김민수
  • 입력 2024.03.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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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앞바다에는 국가 대표급 섬들이 즐비하다. 비진도, 매물도, 소매물도, 연화도, 한산도 등으로 꾸려진 스쿼드는 가히 압도적이다. 이토록 빼어난 섬 중에도 자타공인 세존이 있다. 바로 욕지도다.

두 스님의 불통으로 얻어진 이름

연화대사와 그의 시중을 들던 동자승이 연화도의 동쪽 봉우리에 올랐다. 동자승은 바다 위에 펼쳐진 섬 중 한 곳을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도(島)는 무슨 도(島)입니까?”하고 물었다. 도(道)에 대해 묻는 줄로 착각한 대사는 ‘욕지도관세존도(欲知道觀世尊道)’라 대답했다. 도를 알고자 한다면 석가세존을 본받으라는 의미다. 그런데 동자승은 ‘욕지도관세존도(欲知島觀世尊島)’, 즉 ‘욕지도가 세존도를 바라본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욕지도란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두 스님 간의 불통에서 유래된 셈이다.

욕지항은 각종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는 욕지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욕지항은 각종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는 욕지도 여행의 시작점이다

●여행의 시작점, 욕지항

욕지도는 유인도 9곳 무인도 40여 곳으로 이뤄진 욕지면의 어미 섬이다. ‘욕지도관광세존(欲知島觀光世尊)’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통영시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이 찾아드는 섬이기도 하다. 통영항과 통영시 산양읍의 삼덕항, 중화항에서 욕지도까지 여객선이 다닌다. 소요 시간과 승선비를 고려하면 산양읍이 유리하지만, 차량을 동반하지 않은 홀가분한 여행이라면 오히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쉬운 통영항이 좋다.

1990년대까지 욕지항은 경남에서 부산항 다음으로 번성한 항구였다
1990년대까지 욕지항은 경남에서 부산항 다음으로 번성한 항구였다

욕지항은 욕지도 여행의 시작점이자 가장 오래 머물게 되는 곳이다. 각 선사의 터미널과 식당 그리고 숙박 편의시설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젊은 여행객들은 욕지항을 베이스캠프로 정하고 순환 버스를 이용해 섬을 탐방한다. 자부마을과 모밀잣밤나무 군락지, 이중섭 길이 욕지항 부근에 있는 것도 도보 여행자의 동선을 즐겁게 해 준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여행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여행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군침 꿀꺽, 고등어 회와 고구마라떼

욕지도는 고등어 양식의 중심지다. 따라서 욕지항의 식당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신선한 고등어회를 먹을 수 있다. 제주도에서 유통되는 횟감의 물량도 대부분 욕지도에서 공급된다. 1920년대 이후부터 70년대까지 이미 욕지도에선 대대적인 고등어잡이가 이어졌다. 냉동시설이 없던 당시에는 집집마다 고등어를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던 저장고인 ‘간독’을 두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염장 고등어를 통영, 마산, 사천, 영덕 그리고 안동으로 보냈다.

고등어 회는 기름지고 살이 오르는 가을에서 겨울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고등어 회는 기름지고 살이 오르는 가을에서 겨울까지가 가장 맛이 좋다

하지만 이후 남획의 결과로 어족이 고갈되었고 한동안 욕지도에서는 고등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다시 고등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가두리 양식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욕지도는 국내 최대의 고등어 생산지로의 명성을 되찾았다.

할머니 10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카페
할머니 10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카페

욕지도의 또 다른 특산물은 고구마다(현지에서는 ‘고메’로 불린다). 욕지도의 황토밭은 고구마 농사에 매우 적합하다. 식감이 밤처럼 단단한 욕지도 고구마는 유난히 달고 맛있다. 욕지항 부근에는 고구마를 재료로 하는 막걸리와 케이크도 판매한다. 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욕지도 할매 바리스타 카페’에서도 고구마라떼는 인기 메뉴다.

‘근대 어촌의 발상지’란 수식어 이면에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좌부랑개
‘근대 어촌의 발상지’란 수식어 이면에 수탈의 역사가 남아 있는 좌부랑개

●욕지도의 역사가 전해지는 마을

조선시대에 욕지도는 섬 전체가 사슴목장으로 이용되었다. 일반인이 정착하기 시작한 건 19세기 말 무렵이다. 일제강점기에 욕지항은 어촌 근대화를 이룬 대표적 항구였다. 일제는 수산물 수탈을 위해 일본인들의 이주를 장려했으며 그 결과, 무려 2,000명에 달하는 일본인 어부들과 상인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이 들어와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좌부랑개 마을은 그렇게 생겨났다. 이후 욕지항에는 수많은 어선이 몰려들었고 뱃사람들로 인해 술집, 여관, 식당 등은 불야성을 이뤘다. 현재도 목욕탕과 당구장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조성되어 당시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좌부랑개 마을은 2024년 섬 발전 특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좌부랑개 마을은 2024년 섬 발전 특성화 사업에 선정됐다

최근 좌부랑개는 마을 활성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관 2024년 ‘섬 발전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근대 어촌의 발상지인 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살려 관광을 활성화하고 골목 내 유휴상가 수선, 특산품 특화 사업 개발, 소득 증대를 꾀한다는 내용이다.

 

●두 다리로 누리는 육지도의 특권

욕지도의 가장 큰 관광 인프라는 뭐니 뭐니 해도 해안 풍경이다. 머나먼 남쪽 바다로부터 불어온 드센 바람과 거친 파도는 절경의 해식애를 곳곳에 만들어 놓았다. 파란 바다 위에 우뚝 솟은 벼랑과 바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3 욕지도 남쪽 해안의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펠리칸 바위
욕지도 남쪽 해안의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펠리칸 바위

2019년 개통된 욕지도 모노레일은 승강장에서 천왕산 대기봉(355m)까지 2.1km의 거리를 운행하며 여행객들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2021년 탈선사고 이후 운행이 중지된 상태다. 해발 392m 대기봉 전망대에서는 옥동, 망대봉, 일출봉 등 동항의 봉우리와 해안 굴곡이 발아래 펼쳐지며 바다 너머 연화도와 우도의 모습까지 또렷하게 조망된다. 이토록 황홀한 뷰를 만끽할 수 있는 특권은 두 다리에 의지해 걷고 땀을 흘린 트레커들의 몫이다. 

비렁길 산책로를 따라가면 3개의 출렁다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비렁길 산책로를 따라가면 3개의 출렁다리를 모두 만날 수 있다

욕지도는 순환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24km 길이에 8자형 순환도로만 꼼꼼히 따라가도 대부분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섬 내에는 캠핑장도 4곳이나 된다. 간편한 백패킹 모드도 좋지만, 차량에 장비를 싣고 입도하면 오토캠핑에 알찬 여행까지 더불어 즐길 수 있다.

 

●콕콕 집어 보는 욕지도 관광 스폿 4

노적마을과 동섬을 잇는
욕지도 출렁다리

욕지도에는 3개의 출렁다리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노적마을과 동섬을 잇는 출렁다리다. 동섬은 ‘펠리칸 바위’로도 불리는데 새천년 공원에서 바라보면 바다를 향해 부리를 내민 모습이 펠리칸과 매우 닮았다. 

욕지도 대표 비경
삼여도

욕지 일주 도로상에 있는 새천년기념공원 앞 바닷가에 떠 있는 세 개의 바위를 삼여도라 부른다. 삼여도는 욕지도의 대표적 비경으로 꼽히는데 삼여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그림 같은 풍광
이중섭전망대

6·25 전쟁 때 통영에 거처하던 이중섭은 욕지도에 우연히 들어왔다가 풍경에 매료되어 좌부랑개에 머물게 되었다. 이중섭전망대는 그가 욕지항의 아름다운 풍광을 화폭에 담아내던 곳이라 전해진다.

어부림 역할을 맡은
메밀잣밤나무군락지

자부마을 뒤편에는 작은 동산이 있다. 동산에는 100여 그루의 모밀잣밤나무가 자생하는데 산자락을 타고 내려와 바다 위로 가지와 잎을 늘어뜨리고 있다. 어부림의 역할을 하는 이 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곽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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