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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한시간, 이탈리아의 작은 프랑스 '토리노'

  • Editor. 김예름
  • 입력 2024.03.18 06:15
  • 수정 2024.03.18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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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함과 자유로움이 공존하는 도시

밀라노에서 기차로 한 시간 거리인 토리노는 이탈리아 북부 특유의 부드러움와 절제미가 인상적인 도시이다. 마치 유럽 도시들의 장점만을 골라 만들어진 곳 같은 착각이 드는 토리노는 밀라노 여행 중 꼭 하루 이상의 시간을 내어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영어로는 투린(Turin), 이탈리아어로는 토리노(Torino)인 이 도시는 이탈리아의  서북쪽에 위치하며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16세기 프랑스 사보이 가문의 지배를 받아 도시에는 프랑스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는데, 이탈리아 도시임에도 프랑스 특유의 우아함이 짙게 베어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인 토리노의 비토리아 베네토 (Piazza Vittoria Veneto)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인 토리노의 비토리아 베네토 (Piazza Vittoria Veneto)

●토리노의 광장

토리노의 관광은 첸트로 스토리코(Centro Storico : 역사지구) 의 광장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탈리아의 도시답게 다양한 광장들이 도시 곳곳에 있지만 여느 도시와 다르게 프랑스 문화의 영향을 받은 웅장한 규모의 대광장들이 많다는 것이다.  

노천카페와 길거리 음악가들로 항상 활기가 넘치는 카리냐노 광장 (Piazza Carignano)
노천카페와 길거리 음악가들로 항상 활기가 넘치는 카리냐노 광장 (Piazza Carignano)

포(Po) 강을 옆에 끼고 있는 유럽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알려진 비토리아 베네토 광장을 시작으로 포 거리(Via Po)를 따라 걸으면 만나게 되는 카리냐노 광장, 그리고 역사 카페들이 모여있는 도시의 중심부 산 카를로 광장까지. 이 거대한 광장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토리노가 어떤 도시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시립도서관, 반려견의 산책 공간 등이 모여 있어 토리노 로컬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유명한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Piazza Carlo Alberto)
시립도서관, 반려견의 산책 공간 등이 모여 있어 토리노 로컬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유명한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Piazza Carlo Alberto)

프랑스 풍의 광장들을 둘러본 후엔 포 강의 반대편인 아기자기한 동네를 산책해 보길 추천한다. 포 강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이자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을 가로지르는 강이다. 이탈리아 중부에 아르노 강이 있다면 북부에는 포 강이 있다.  강을 따라 만들어진 다리들과 건축물들은 이탈리아 도시 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포 강을 가로지르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1세 다리(Ponte Vittorio Emanuele 1)
포 강을 가로지르는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1세 다리(Ponte Vittorio Emanuele 1)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1세 다리를 건너면 ‘위대한 어머니’라는 뜻의 그란 마드레(Gran Madre) 동네가 나온다. 작은 프랑스로 알려진 이 동네는 포 강을 건너기 전의 역사지구와 다른 분위기를 가진다. 역사지구가 거대한 성당과 광장들로 대다수 관광객의 취향을 만족시킨다면, 그란 마드레는 조용하고 취향을 가진 관광객을 만족시킨다. 작은 카페, 수공예 가구점, 디자이너 샵 등 철학이 깃든 소규모의 공간들이 모여 있는 동네이다. 

포 강을 건너 그란 마드레 동네가 시작되는 곳, 그란 마드레 성당 (Chiesa della Gran Madre di Dio)
포 강을 건너 그란 마드레 동네가 시작되는 곳, 그란 마드레 성당 (Chiesa della Gran Madre di Dio)

●스페셜티 커피의 탄생지

커피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토리노의 위상은 가히 대단하다.  세계적인  브랜드 라바짜(Lavazza)가  토리노에서 탄생했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자부심은 물론, 비체린, 마로키노 등 이탈리아의 고유한 스페셜티 커피가 탄생한 곳 역시 토리노이다. 약 300 년 전 카페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토리노의 역사 카페들은 꼭 경험해 봐야 하는 도시의 유산이다. 

라바짜의 도시, 토리노
라바짜의 도시, 토리노

●토리노의 역사 카페

이탈리아의 전통 커피 에스프레소도 물론이지만, 그보다 토리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토리노 전통 커피가 있다. 에스프레소, 초콜릿, 그리고 크림으로 만든 비체린(Bicerin)이다. 이 커피는 1763년 토리노의 카페 알 비체린(Al Bicerin)에서 탄생하였는데, 이 카페는 지금까지도 똑같은 모습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토리노의 전통 커피, 비체린
토리노의 전통 커피, 비체린
토리노 전통 커피인 비체린이 탄생한 알 비체린. 토리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다. (Caffè Al Bicerin : Piazza della Consolata 5)
토리노 전통 커피인 비체린이 탄생한 알 비체린. 토리노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이다. (Caffè Al Bicerin : Piazza della Consolata 5)

토리노의 역사 카페 중 빠질 수 없는 곳인  바라띠 앤 밀라노를 소개한다(Baratti & Milano). 창업자인 두 사람의 성을 따서 만든 이 카페는 오픈한 1873년의 내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 역사를 즐기고 싶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토리노 역사 카페 중 가장 인기가 있다. 

바라띠 앤 밀라노 외부 모습 Caffè Baratti & Milano : Piazza Castello 27
바라띠 앤 밀라노 외부 모습 Caffè Baratti & Milano : Piazza Castello 27
카페가 오픈한 1800년대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바라띠 앤 밀라노 Baratti & Milano
카페가 오픈한 1800년대 내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바라띠 앤 밀라노 Baratti & Milano

바라띠 앤 밀라노와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카페인 물라사노(Mulassano) 토리노 로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역사 카페이다. 작은 원형 테이블이 딱 네 개만 있는 아주 작은 카페이지만 오래전부터 토리노의 작가, 예술가, 정치인들이 모이는 유명 카페였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로컬들은 바에 모여 커피를 후딱 마시고 사라진다. 이 카페의 인기를 증명하듯 바에 모인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토리노 카페 문화의 묘미이다. 

물라사노의 내부. 카페에 들어서면 처음 오픈한 1872년의 커피 문화를 즐기는 것 같다 Caffè Mulassano : Piazza Castello 15
물라사노의 내부. 카페에 들어서면 처음 오픈한 1872년의 커피 문화를 즐기는 것 같다 Caffè Mulassano : Piazza Castello 15
물라사노에서는 와인 혹은 칵테일과 함께 꼭 트라메찌노를 맛봐야 한다
물라사노에서는 와인 혹은 칵테일과 함께 꼭 트라메찌노를 맛봐야 한다

물라사노가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트라메찌노(Tramezzino)라고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샌드위치가 탄생한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세계의 간식인 샌드위치의 탄생지가 바로 이 곳이다. 물라사노는  커피는 물론,  트라메찌노를 맛보러 적어도 두 번은 경험해야 한다. 


●버무스의 탄생지 & 아페리티보 즐기기

토리노에 머물다보면 매일 저녁 반복되는 한 가지 트렌드를 발견하게 된다. 정말 많은 토리노 사람들이 아페리티보(aperitivo)를 즐긴다는 것이다. 저녁 식사 전에 와인 혹은 칵테일과 함께 간단한 음식을 즐기는 아페리티보는 이탈리아 전역의 문화지만  토리노에서만큼은 이 라이프스타일이  훨씬 강렬하고 활기차다. 그 이유는 바로, 마티니(Martini)와 다양한 칵테일의 주원료인 버무스(Vermouth)와 가 토리노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버무스로 만든 칵테일을 마시며 아페리티보를 즐기는 것이 바로 토리노에서 오후를 보내는 방법이다. 

토리노에서 꼭 경험해야하는 아페리티보
토리노에서 꼭 경험해야하는 아페리티보

토리노에서 아페리티보를 즐기기 가장 좋은 곳은 관광지에서 살짝 벗어난 ‘사각형’이라는 뜻의 꽈드리라테로(Quadrilatero) 동네이다. 구석구석 작은 거리마다 노천 카페와 바들이 즐비해 있고 그 곳에서 자유분방하게 늦은 오후를 보내는 토리노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토리노에 머물게 된다면 하루의 마무리는 꼭 아페리티보로 하길 추천한다. 

토리노에서 즐기는 아페리티보
토리노에서 즐기는 아페리티보
아페리티보 장소로 가장 있는 꽈드리라테로 동네의 모습
아페리티보 장소로 가장 있는 꽈드리라테로 동네의 모습

글·사진 김예름 트래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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