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과 먹으로 그어 낸 동양화처럼 느껴지는 한성필 작가의 신작. 그러나 이 모든 풍경은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자연재해 후 회복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한성필
작가노트
2023년 여름은 지구가 견뎌 낸 가장 뜨거운 계절이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가뭄은 세계 곳곳의 숲을 불태웠고, 주황빛 연무가 하늘을 뒤덮었습니다.
2014년 7월15일,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 가문비나무 숲에 떨어진 번개는 300년의 세월 동안 자생해 온 숲 8만6,000헥타르를 모조리 불태웠습니다. 2015년 7월9일, 캐나다 앨버타주 재스퍼 국립공원의 메디슨 레이크에서 발생한 산불은 5,000헥타르에 달하는 지역을 태웠습니다. 2017년 8월30일, 캐나다 남부 앨버타의 워터턴 레이크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약 2만 헥타르의 숲을 불태웠습니다. 2022년 9월1일, 캐나다 재스퍼 국립공원의 체타몬 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약 8,000헥타르의 숲을 태웠습니다. 불이 휩쓴 땅에서 나무가 성장해 작은 군락을 이루기까지는 최대 4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됩니다. 숲과 자연은 시간이 만듭니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찾아왔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캐나다 산불 피해 지역들을 차례로 방문하며, 불이 태운 숲의 겨울을 담았습니다. 그토록 거대했던 숲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연의 시간으로 산을 치유하는 동안, 그곳에는 고요함과 정적만이 감돕니다. <Frozen Fire> 프로젝트의 작품은 붓과 먹으로 그어 낸 동양화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풍경은 수천 그루의 나무가 회복하는 과정의 현실입니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사진 한성필 에디터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