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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 초현대식 바벨탑 사이로 낙타를 타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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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이란 없다.” 이곳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석유의 힘이 이토록 위대했던가를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세계 마천루의 역사를 갈아 치우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최고의 휴양지이며 국제 유류 교역의 중심지이다. 두바이라는 도시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한국의 중동지역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에미리트인들은 한때 베두인(Beduin)이나 베두(Bedu)로 불리는 유목민이었다. 가족 단위로 끝없이 유랑을 하면서 양, 염소, 낙타 등을 돌보거나 다른 부족을 침략하거나 신선한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는 것이 일상이었다. 이 베두인들은 적게는 몇 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기까지 규모가 다양했는데 다른 부족의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주 결속력을 다지곤 했다. 현재 대부분의 에미리트인은 석유를 기반으로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베두인 왕족이 축적한 부는 꽤 막강해서 에미리트를 뒤흔들 만한 파워까지 지니고 있다. 

대부분의 에미리트인들은 현대화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 특히 부를 많이 축적할수록 그 호화로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집은 정원을 중앙에 두고 빙 둘러서 짓는다. 모든 방들이 중앙의 안뜰을 향해 창을 내고 있으며, 바깥쪽은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출입문이 닫혀 있는 경우에는 마치 ‘도저히 뚫을 수 없는 사막의 요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처럼 높은 외부 벽면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뜨거운 사막기후로부터 초목들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부유한 에미리트인은 수십 대의 자동차에 롤렉스 시계 그리고 거의 한 대대 급 정도의 하인들을 거느리고 다닌다. 집도 왕궁처럼 호화롭고, 시리아 등 다른 아랍국가나 알아인 등지에 휴양 리조트도 갖고 있다. 부유한 에미리트인들은 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행위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을 한다. 일례로 에미리트 남자들은 휴대폰을 여러 대씩 들고 다니기도 하는데,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사용할 일은 전혀 없겠지만, 아무튼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휴대폰을 장만하곤 한다. 젊은이들은 평소 쇼핑을 하거나 대학을 다니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데, 자동차를 시원하게 유지시키기 위해서 2시간의 강의 내내 에어컨을 켜두곤 한다. 

가끔 에미리트인들이 속물적이고 제멋대로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있는데, 이런 부정적인 반응은 그들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육체노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에미리트인들도 자기 손으로 궂은일을 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한다. 그들은 집과 관련된 잡일을 직접 하는 것은 품위가 없는 행동이라고 여기며, 그런 일을 취미삼아 하는 외국인들을 괴짜라고 생각한다.

낯선 이방인들의 나라

아랍에미리트는 확실히 국제적인 색채가 강한 나라이다. 전체 인구는 약 3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80퍼센트가 비(非)에미리트계이며, 외국인의 대부분은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등지의 노동력이 인구의 50퍼센트를 차지하며 기타 비에미리트계 아랍인들은 23퍼센트 정도에 이른다. 

이곳에는 국적이나 직업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분류되는데,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부류는 화이트컬러 직업을 가진 부류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다. 교육을 통해 그룹 내에서 개인적인 지위를 향상시킬 수는 있어도 상위의 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에미리트계와 비에미리트계의 아랍인 사이에도 차별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다른 아랍인들은 에미리트인들이 누리는 풍요를 부러워한다. 반대로 물질적인 풍족함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에미리트인들은 자신들보다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아랍인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은 대부분 무슬림이며, 일부는 기독교인이다. 남자들은 대개 서구식 옷차림을 하고 있어서 겉모습만으로는 그들의 종교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여성들도 서구식 스타일의 옷을 주로 입는데, 스커트의 길이도 길고 목선도 답답할 정도로 올라와 있어 꽤나 보수적으로 보인다. 무슬림일 경우에는 서구식 옷차림에 베일이나 두건을 덮어쓴다. 에미리트에서는 무슬림 여성이라면 국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베일을 써야 한다.

* 큐리어스 시리즈는 도서출판 휘슬러에서 출간한 '큐리어스 시리즈'에서 발췌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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