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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숨결, 고령 & 경주 "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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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래비


고령
죽음을 넘어 영원한 대가야

 

 

ⓒ 트래비

 

지난해 여름 고령 주산(主山)의 능선을 따라 사발을 얹어 놓은 것 같은 고령 고분군을 동행했던 한 미국인은 그 길에서 옛 사람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며 가슴 벅차했었다. 대가야나 순장(殉葬)에 대해 알 턱이 없는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엄숙한 마음으로 산을 내려가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인상 깊은 풍경만을 기억하느라 주산의 고분군(사적 제79호)을 올라가는 일이 다소 극기훈련스러웠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나 보다. 흐르는 것이 비인지 땀인지 모르는 채로 헉헉거리며 주산의 능선에 올라서니 지름이 40m가 넘는 대형 고분들이 줄지어 서 있는 장관에 숨이 재차 가빠졌다.


그 등산로의 마지막에는 콘크리트 무덤이 하나 있다. 국내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무덤인 지산리 44호분을 그대로 복원한 대가야왕릉전시관이다. 이곳에 함께 순장되었던 사람들이 자그마치 36명. 부부, 부녀, 고위 관리 등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왕의 저승길에 동행했다. 토기, 장식품, 금관(국보 제148호) 등 다양한 껴묻거리도 발굴되었다.


현세의 삶이 사후에도 계속된다고 믿었다는 가야의 사람들에게는 ‘순장’이 지금처럼 충격적인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명을 거역하고 도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처벌이 가해졌다는 것을 보면 목전에 닥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세기를 넘어 영속적인 것 같다.


지난해 4월에는 대가야왕궁전시관 지척에 대가야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구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대가야 고분 답사 외에도 고령에서 빼놓지 말고 봐야 하는 중요한 유적은 양전동 암각화(보물 제605호)다. 고령은 전국에서 암각화가 가장 많이 발견된 곳으로 그중에서도 양전동 암각화는 청동기시대 사람들이 새겨 놓은 기하학적인 문양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태양을 상징하는 동심원 암각화와 사람을 상징하는 가면형 암각화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대가야 문화유적을 답사하려면 양전동 암각화-벽화고분(대가야조선소지)-우륵기념탑-대가야왕릉전시관-지산동고분군-개실마을(점필재 김종직선생 집성촌, 중식 가능)-대가야문화학교-백산초등학교(도자기 체험·가야금 체험) 순으로 코스를 짜는 것이 좋다.

 

대가야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9시-저녁 6시(11월-2월 오후 5시까지)/ 관람료: 성인 2,000원, 학생 1만5,000원


대가야 문화 체험하기

 

고령에서는 가장 익숙한 우리의 전통악기인 가야금과 일본 토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가야토기, 그리고 고인쇄술을 체험할 수 있다. 


대가야시대의 성열현 출신인 우륵이 만들었다는 가야금은 어머니 연주단의 손끝에서 고운 선율로 승화되고 있었다. 가장 익숙한 한국의 전통악기면서도 실제로 접해 볼 기회가 많지 않기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코스로 인기가 높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배우기가 쉽다는 것이다. 우륵박물관은 아직 공사 중이지만 우륵기념탑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가야문화체험학습장으로 사용되는 백산초등학교에서는 가야금 배우기와 토기 제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트래비

 

주소:  고령군 쌍림면 백산리 163  / 054-955-0074


월막초교를 개조한 대가야문화학교에서는 인쇄와 한지를 접목하여 판각, 고인쇄, 한지공예, 현대 목판화, 고령토로 만드는 도예, 황토염색, 다도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고려 대장경의 제작과정 및 이윤경로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선조들의 인쇄기술을 경험하기에 적합한 곳이다. 단체일 경우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민박이나 맞춤 식사도 알선해 준다.

 

주소:  고령군 쌍림면 월막리 305/ 054-954-0080

 

 

경주
에밀레 종소리 퍼지는 국립신라박물관

 

ⓒ 트래비

 

경주 수학여행을 반대한다! 그 누구보다 경주 관광을 홍보하고 싶을 담당 공무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제값을 하는 ‘후진’ 여관과 식당을 엄선한 초저가 수학여행만으로는 천년의 고도를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경주의 진면목을 보지도 않고 누구나 ‘한번 가봤는데 머’ 하고 주저앉는 것이 안타까워 한 말이다.


그의 걱정은 옳기도 그르기도 하다. 한번 가봤다는 이유로 경주 방문을 오랫동안 미뤄 온 것은 사실이지만 주마간산의 와중에도 경주의 아름다움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보문호수에 피어오르는 새벽안개를 폐부까지 들여 마시니 이 촉촉하고 고상한 도시에 남겨두었던 어린 날의 빛나는 추억이 스스로 반추를 시작했다. 


천마총 전시관은 가야의 금동 예술품과 비교해 보느라 그 재미가 더욱 쏠쏠했다. 이 무덤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지증왕의 허리띠 앞에서 그의 큰 체구에 얽힌 비화들을 들으며 역사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구나 새삼 실감했다. 우중(雨中)의 안압지는 아름다운 야경을 뽐내고 있었다. 사람들의 감탄사가 쏟아졌고 시간에 쫓기면서도 사진촬영의 열기는 멈출 줄 몰랐다. 안압지는 원래 신라시대 궁궐의 일부였던 임해전의 연못(674년 조성)이었지만 이후 폐허가 되면서 오리와 기러기만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보고 조선시대에 안압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못 안에서 700여 점의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그 실물은 다음날 오전에 방문한 국립경주박물관의 안압지관에서 볼 수 있었다. 발굴 당시 떨어뜨려 안타깝게 두 동강이 났다는 8~9세기의 나무배, ‘ΟΟ재상 부인에게 뽀뽀하기’ 등 짓궂은 벌칙이 써 있는 주사위 등에서 신라시대 왕족과 귀족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에밀레종으로 잘 알려진 성덕대왕 신종은 때마침 탁본을 뜨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한 비천상 위로 젖은 한지를 덮고 그 위에 천을 덧대어 두드리기 시작하자 성덕대왕 신종은 기분 좋은 안마를 받는 것처럼 낮게 웅얼거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몰라서 관심을 두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문화유산해설사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에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수능시험일을 마지막으로 폐기처분됐던 교과서 역사의 파편들이 불과 두어 시간 만에 새롭게 짜맞춰졌다. 신라인의 미소라고 불리는 얼굴무늬수막새의 기분 좋은 표정과 신라 금관의 화려함, 어린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세상이 그곳에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 관람시간: 오전 9시-저녁 6시(목·금·토는 9:00까지 야간개장, 월요일 휴관)/ 관람료: 학생 무료,  24세 이하 200원, 25세 이상 400원

 


경주 여행을 돕는 신라의 후예들

 

‘신라사람들’은 경주 문화재 여행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 여행사다. 오로지 경주와 신라만을 외곬으로 파 온 전문가들이 풀어내는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현장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별도의 문화유산 해설(반나절 10만원, 하루 15만원)을 신청하려면 큰 맘을 먹어야 하지만 문화재 강사가 동행하는 테마투어 버스 여행에 참가하면 홀로 여행보다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화·목·토에 진행되는 ‘경주의 세계문화유산을 찾아서’ 테마버스는 활쏘기 체험이 포함되어 있고, 수·금·일의 ‘신라인의 예술과 경주 남산’ 테마투어에는 탁본체험이 포함되어 있다.


참가비는 강사료, 체험비, 입장료, 점심, 교통비를 포함해 성인 1인당 3만1,000원, 어린이 2만8,000원이다. 오전 9시에 출발해 오후 4시30분에 마치는 일정이며 최소 출발인원을 6인, 이틀 전까지 예약을 마쳐야 한다.

 

문의 : 054-748-7707/ www.isill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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