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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북도호쿠 3현 명산 트레킹 - 여름 속 겨울 산행 “그 산에 올라 일본을 만나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09.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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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비

아오모리 현

인천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반 남짓 떨어진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에 위치한 아오모리(靑森) 현. 환태평양조산대(環太平洋造山帶)의 일부로 활발한 화산활동과 격렬한 지각운동으로 수려한 산과 계곡이 산재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가리비, 오징어, 해삼 등 해산물도 풍부하다. 해안평야와 구릉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어 왔던 곳이다. 


ⓒ트래비

1. 죠가쿠라 대교에서 본 핫코다 산 골짜기
2. 오이라세 계류
3. 분화구가 있는 이도다케


‘사과’ 하면 아오모리!
 

공항에서 오이라세 계류(入溪流)로 가는 길 옆에 핀 사과꽃이 화사하다. 기름진 땅과 맑은 물, 일교차가 큰 기후는 이곳을 사과의 명산지로 만들어 놓았다. 사과 하면 아오모리가 떠오를 만큼 사과로 유명한 이곳은 일본 사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버스로 두 시간 정도 달리니 깊은 원시림 속에 시원하게 흘러가는 오이라세 계류가 보인다. 계류를 따라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금방이라도 숲의 요정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길이 14km나 뻗어 있다. 이 계류는 해발 400m 산중에 위치한 전형적인 칼데라 호수, 도와다(十和田)호수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이다.

신비로운 고층습원과 핫코다

핫코다(八甲田) 산 중턱 너도밤나무 숲 속에 자리잡은 죠가쿠라 호텔에서 맞는 아침은 더없이 상쾌하다. 인근의 핫코다 로프웨이를 이용하여 단숨에 산정에 닿는다. 위로 올라갈수록 계절은 뒤로 흘러 겨울이다. 여기서 내려다보는 조망이 장쾌하다. 아래로 연둣빛 너도밤나무 숲이 펼쳐지고 그 뒤로 만을 낀 아오모리시가 보인다. 

핫코다 산은 아오모리 현의 중앙부에 늘어선 휴화산 군(群)의 총칭으로 해발 1,584.6m의 오다케가 제일 높다. 이도다케(1,550m)는 분화구로 화산 활동의 흔적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곳이다. 곳곳에 늪과 고층습지가 있으며 원생림과 고산식물이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다. 오늘 트레킹은 타모야치다케 아래쪽 타모야치 습원을 지나 아카쿠라다케(1,548m)와 이도다케를 타고 오다케 대피소로 이어지는 스카유(酸ヶ湯)온천 방향으로 내려오는 일정이다. 트레킹 예상 시간은 4시간 정도. 

산악 가이드 히라이켄지(平井憲治)씨의 트레킹 코스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발걸음을 옮긴다. 바로 넓은 설원이 펼쳐지고 지난 겨울 거친 눈보라와 매서운 추위를 견뎌 온 삼나무가 드문드문 서 있다. 10분쯤 걸어가자 다모야치 고층습원이 보인다. 

“이곳은 고층습원 보호지대라 눈이 덮여 있을 때만 지날 수 있어요. 눈이 다 녹으면 저 위로 돌아서 가야 합니다.” 히라이켄지씨의 말이다. 

해발 1,324m 타모야치다케에서 스며든 물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나 습원을 이루고 있다. 잔설이 녹은 아래쪽을 살펴보니 연둣빛 생명이 꿈틀대고 있고 그 아래쪽으로 주변보다 높게 렌즈 모양으로 볼록하게 돋아 오른 고층습원이 몇 개 자리잡고 있다. 이런 곳의 토양은 일반적으로 영양분이 빈약하고 분해되지 않은 유기질에 의한 부식으로 산성화되어 있다. 이런 입지 조건 때문에 물이끼류가 생육하여,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물이끼의 이탄(泥炭)이 볼록하게 돋아 오른 것이다.

고산식물대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돌매화

해발 1,548m의 아카쿠라다케로 오르는 길. 주변은 작은 관목숲이다. 옆으로 좀솔송나무며 산벗나무, 만병초나무가 낮은 키로 자라고 있다. 아카쿠라다케 정상에서 뒤돌아보니 로프웨이 역이 조그맣게 보인다. 여기서부터 분화구가 있는 이도다케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오래 전 격렬한 화산활동의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서쪽과 남쪽은 비교적 완만한데 동쪽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1년의 절반 이상을 빙설에 덮여 매서운 추위와 강풍 속에서도 꿋꿋하게 생명을 지켜 온 바람꽃, 시로미, 돌매화가 앙증맞은 얼굴을 내민다. 반갑다.

분화구를 따라 오다케 대피소로 내려오는 길 중간에서 다리쉼을 한다. 눈앞으로 핫코다 산 일대에서 제일 높은 오다케와 코다케(1,478m) 그리고 다카다오다케(1,552m)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핫코다(八甲田)는 하늘에서 보면 제일 높은 봉우리인 오다케를 비롯 여덟 개의 봉우리가 마치 거북이 등딱지 같이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이야 103번 국도(핫코다-도와다 골드라인)가 산중턱을 가로지르고 핫코다 로프웨이가 설치되어 누구나 즐거운 산행이 가능하지만 과거에는 사람의 접근이 쉽지 않았던 곳이었다. 

삼나무 수빙(樹氷)처럼 숨져간 병사들

백여 년 전인 1902년 한국과 만주를 넘어 러시아까지 진출하려는 계획을 세운 일본 군부는 러시아와 기후와 지형이 가장 비슷한 이곳을 보병들의 동계 훈련장으로 이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혹한과 매서운 눈보라로 200여 명의 동사자가 발생했다고. 아마도 눈 싸인 삼나무 수빙(樹氷)처럼 선 자세로 숨져 갔을 것이다. 그 영혼들을 생각하며 하산 길을 서두른다.

6월 중순이면 꽃밭을 이룬다는 카미케나시타이 습지를 지나자 설원 속에 너도밤나무숲이 펼쳐진다. 그런데 중간중간 거대한 너도밤나무 허리에 붉은 리본이 묶여 있다. “저 리본은 겨울 산악 스키어들이 매어 놓은 것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이다. 어림잡아 5m가 더 되어 보인다. 겨울엔 5m 이상의 눈이 쌓인다는 말이다. 봄 숲, 설원을 걷는 트레킹은 상쾌하다. 잔설에 닿는 발길은 겨울 산행의 묘미를 느끼게 하고, 가슴과 머리에 살랑이는 봄 기운은 더없이 행복하다. 스카유 온천에서 소바로 늦은 점심을 하며 행복한 산행을 마무리한다. 

*교통     인천에서 아오모리까지는 화, 수, 금, 일요일 주 4회 대한항공 비행기가 운항된다. JR전철 아오모리 역에서 자동차로 약 60~90분 소요. 웰컴카드 이용시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숙박     핫코다 산 103번 국도변에 위치한 죠가쿠라 호텔(017-738-0658)은 너도밤나무 숲 속에 자리잡고 있는데 산악 투어 루트의 출발지이자 종착지이다. 대부분의 투숙객은 산악 스키나 트레킹을 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봄에 신록의 너도밤나무 숲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 또한 환상적이다. 

*온천     핫코다 산행 후 하산 길 종점에 자리한 스카유 온천. 1954년에 국민보양온천 제1호로 지정된 온천으로, 노송나무로 만든 ‘센닌부로(千人風呂)’가 특징이다.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쓰릴 정도로 산성이 강하다. 묽고 탁하며 흰색을 띠는 온천수는 보양 온천으로 큰 효과가 있다.

*상품     아오모리 핫코다 산 자유 트레킹 3일, 핫코다 산과 이와키 산 트레킹 3일 상품을 한진광광에서 판매하고 있다. 5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매주 수, 금, 일요일 출발한다. 02-726-5781~4 

*기타     키타토호구 웰컴카드를 이용하면 할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 카드는 아오모리 현, 이와테 현, 아키타 현의 숙박시설과 관광시설 등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유효기간은 1년이다. 

www.northern-tohoku.gr.jp/welcome

이와테 현


ⓒ트래비

1. 이와테산 등산로 입구
2. 아케하시라 용암류
3. 이와테산 국제교류촌

스키장이 들어선 앗피고원(安比高原)에 있는 앗피고원 리조트에서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돌아오는 길. 하늘이 심상치 않다. 내내 맑았던 하늘에 잿빛 구름이 몰려든다. 게다가 간간히 빗방울마저 내리는 게 아닌가. 세차게 불어 대는 바람소리에 아침 일찍 눈을 뜬다. 반사적으로 하늘을 보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비가 와도 즐거운 이와테 산 트레킹

앗피 리조트는 겨울이면 스키어들로 붐비는 곳이다. ‘앗피’란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 족의 언어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땅’이란 뜻이다.

일본에서 홋카이도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가진 이와테(岩手) 현. 현 서쪽의 경계부는 화산대를 수반하는 오우(奧羽) 산맥이 남북으로 달려 하치만타이 산과 이와테 산을 비롯, 수려한 명산을 만들어 놓았다. 현의 상징과도 같은 이와테 산은 현의 남쪽에서 보면 후지산과 모양새가 비슷해 ‘남부가타후지’로 불린다. 겨울에는 설국(雪國)을 연상하리만치 많은 눈이 내린다. 현의 동쪽은 태평양에 면하고 있으며 해안선의 북쪽은 단애(斷崖)와 해안 단구가 발달하였다. 남쪽은 만이 많은 리아스식 해안으로 남북으로도 다양한 경관의 변화를 볼 수 있다. 긴 해안선을 따라 천혜의 항구가 자리잡고 있으며 해산물이 풍부하다.

신비로운 야케하시리 용암류

트레킹은 이와테 산의 야케하시리(燒走り) 용암류(鎔巖流)가 펼쳐져 있는 국제 교류촌 등산로에서 시작한다. 오늘 산행을 안내해 줄 산악 가이드, 오다시마 다카시(小田島隆)씨와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다. “길이 좁고 험하기 때문에 보폭을 좁게 하시고 일렬로 즐겁게 걸으시면 됩니다.” 다카시씨의 말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모두들 단단히 준비를 하고 용암류 지대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걷는다. 검은색 화산재가 깔린 길. 발에 닿는 촉감이 좋다. 주변엔 아름드리 소나무와 울창한 너도밤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비에 젖은 신록은 더없이 싱그럽다. 

이 산은 일본의 유명한 산악 문학가 후카다큐야(深田久彌)가 선정한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다. 1959년부터 1963년까지 높이 1,500m 이상 되는 산을 중심으로 품격, 역사, 개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30여 분 올라 다리쉼을 한다. 모두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비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1시간쯤 오르자 등산로는 채 녹지 않는 잔설로 뒤덮여 있다. 비에 젖은 잔설 위로 걷는 촉감이 좋다. 적당하게 녹은 잔설지대라 굳이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아도 미끌어지는 일은 없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제2 분화구

2시간의 산행 끝에 제2 분화구에 도착한다. 숲 속 등산로를 벗어나 제2 분화구 옆에 선다. 매섭게 몰아치는 비바람에 잠시도 서 있기가 어렵다. 산 정상을 바라보니 자욱한 안개로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1732년 분출되어 형성된 용암류가 펼쳐진 이곳도 안개와 비바람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비바람이 덜한 숲 속 등산로로 돌아와 긴급회의. 모두들 정상까지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결정은 산악 가이드의 몫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아름다운 고산식물들의 꽃밭이 펼쳐집니다.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루죠. 정상 분화구 옆 길은 폭 2m 정도의 좁은 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바람이 워낙 강해 밧줄을 잡고 이동하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 갈 우려가 있습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내려오는 길, 미안했던지 중간중간에 다카시씨가 이와테 산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1년에 등산객이 약 12만명 정도 옵니다. 7월에 제일 붐비죠. 산의 7부 능선에 펼쳐지는 꽃밭은 장관이랍니다.” 이와테 산 곳곳에는 아직도 화산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가이드가 전한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는 화산활동이 시작돼 입산이 전면 금지되기도 했죠.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다시 입산이 허용되었어요. 지금도 일부 구간은 통제를 한답니다.” 

짧은 우중 산행이였지만, 봄비 속 숲길을 걷는 기분은 더없이 좋았다. 아쉬운 산행을 끝내고 이와테 산 국제교류촌에 자리잡은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산행의 피로를 푼다.

*항공     이와테 현 모리오카시까지 직항편은 아직 없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센다이 또는 아키타 공항을 이용한다. 대한항공에서 인천~아키타간 직항편은 주 3회,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센다이를 매일 운항한다. 약 2시간10분 소요. 

*음식     함경도 함흥 출신 한국인이 개발하여 인기를 끌고 있는 모리오카 냉면이 유명하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절묘하게 섞은 듯 새콤, 매콤,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얼음처럼 찬 소고기 육수를 쓰며 깍두기, 고기, 계란, 무우, 오이 등을 고명으로 쓴다. 한국의 쫄면과 비슷하게 쫄깃하다. 또 ‘귀여운 그릇에 담긴 소바’라는 뜻의 완코 소바도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종업원이 한입에 쏙 들어갈 분량의 소바를 작은 그릇에 계속 담아 준다. 이 지역에서는 매년 완코 소바 많이 먹기 대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200그릇 이상은 먹어야 우승권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숙박     앗피 그랜드타워, 그랜드아넥스, 그랜드빌라 등 3개 동에 약 830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는 앗피고원 리조트는 각 동마다 온천이 있으며, 질 좋은 온천수를 이용한 스파도 인기다. 푸드 코트, 대형 슈퍼마켓 리조트 내에 있어 이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가족 단위로 이용하면 좋다. 0197-65-0011

아키타 현

아침 일찍 숲 속에 자리잡은 포레스타 초카이 호텔을 나선다. 숙소 뒤로 펼쳐진 초카이 산은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산행을 위해 해발 1,150m 지점에 자리잡은 호코다테로 길을 나선다. 버스는 구절양장 산길을 달린다. 1시간20여 분 달리니 자욱한 안개 속 호코다테 등산로 입구다.


ⓒ트래비

1. 초카이 산 호코다테 등산로 입구
2. 초카이 산 폭포
3. 안개에 쌓인 초카이산
4. 초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초카이 산

서해에 비치는 신비한 초카이 산 그림자 

아침 일찍 숲 속에 자리잡은 포레스타 초카이 호텔을 나선다. 숙소 뒤로 펼쳐진 초카이 산은 짙은 안개에 싸여 있다. 산행을 위해 해발 1,150m 지점에 자리잡은 호코다테로 길을 나선다. 버스는 구절양장 산길을 달린다. 1시간20여 분 달리니 자욱한 안개 속 호코다테 등산로 입구다.

오늘 산행을 안내해 줄 산악 가이드 다카무라씨와 인사를 하고 가볍게 몸을 푼다. 서울은 초여름이지만 이곳의 아침 기온은 12℃. 바람마저 간간히 불어 체감온도는 휠씬 더 낮다. 오늘 산행은 든든하다. 전문 산악 가이드 다카무라씨가 앞에 서고 어제 이와테 산행을 안내한 오다시마 다카시씨가 맨 뒤에 섰다. 아키타 현에서 나온 밝고 쾌활한 성격의 구도 도시카즈씨까지 가운데 서니 더없이 든든하다.

일본 혼슈 북서부에 자리잡은 아키타(秋田) 현. 동부에는 초카이(鳥海) 화산대를 수반하는 오우 산맥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고 서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다. 초카이 산은 일본 서해안에서 정상까지의 거리가 15km밖에 안 되는 국정공원(國定公園)으로 지정된 산이다. 산의 서쪽 바다에는 쓰시마 난류가 흐르고 있어 동서편의 식생이 다르다.

운해 속으로 떨어지는 신비로운 폭포

오전 9시. 조심스럽게 안개 속을 헤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바로 앞에 잔설지대가 나타난다. “눈이 녹고 있으나 길이 미끄러우니 아이젠이 있는 사람들은 착용하세요.” 가이드 다카무라씨의 말이다. 좀 불편하긴 해도 아이젠을 착용한 발걸음은 든든하다. “쓰걱, 쓰걱” 눈 위를 걷는 느낌이 시원하다. 잔설지대를 지나니 돌로 잘 다듬어 놓은 등산로가 나타난다. 산 아래쪽 등산로에는 보라색, 노란색으로 꽃을 피운 제비꽃이 지천이다. 등산로 양편으로 붉디 붉은 산철쭉과 화사한 새색시 같은 산벗꽃이 피어 있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 오른쪽은 완만한 능선이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천길 낭떠러지다. 전망대에서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인다. 골짜기를 가득 메운 구름은 쉴 새 없이 휘돌아 움직인다. 구름이 걷히면 천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폭포가 그 위용을 드러내지만 잠깐 사이에 솟구쳐 오르는 구름 속에 묻혀 버린다. 산 사면을 따라 흐르는 구름이 신비스럽다. 

초입의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고 설원을 지나 1시간10여 분쯤 오르니 해발 1,340m의 6합목(合目) 지점인 사이노카와라다. 골짜기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고 습지가 펼쳐져 있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안개 속에 펼져진 습지. 7월이면 온통 꽃밭이 펼쳐진단다. 그 멋진 풍경을 상상하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을 오른다.

안개 속 설원을 걸어가는 즐거운 트레킹

ⓒ트래비/아키타현의 대표음식,기리탄포 전골

오전 11시45분. 오늘의 목적지인 해발 1,700m 7합목에 자리잡은 오하마에 도착한다. 조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커다란 종과 신사가 보인다. 신사를 겸한 대피소는 유로로 이용할 수 있다. 주인 없는 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이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한다. 산행 후 먹는 점심 맛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오른편 아래로 초카이 호수가 있다지만 자욱한 안개에 가려 그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 

“이 초카이 산의 매력은 7월에 온 산을 뒤덮는 야생화입니다. 7월이면 고산식물들이 화려한 꽃밭을 이루는데 장관입니다. 이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듭니다. 또 하나 서해에 비치는 산 그림자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아침에 동쪽에서 해가 뜨면 산 그림자가 이곳에서 15km 떨어진 서해 바다에 그림자를 드리우죠.” 산악 가이드 다카무라씨의 말이다.

“이 초카이 산 자락이 서해까지 펼쳐져 있는데, 여기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계류와 바닷물이 만나는 기사카타마치 해안에서 나는 돌굴 맛이 일품이죠. 양식 굴과 비교해서 서너 배나 크고 맛도 뛰어납니다.” 아키타 현에서 나온 구도 도시카즈씨의 자랑이다.

붉디붉은 산철쭉과 화사한 산벗꽃이 반겨 주는 여름 속 겨울 산행. 그 일정 내내 행복했다.  

*항공      아키타까지는 월, 목, 토요일 주 3회 대한항공이 운항한다. 2시간10분 소요.

*숙박     초카이 산이 한눈에 보이는 숲 속에 포레스타 초카이호텔이 자리잡고 있다. 
0184-58-2888/ http://www.chokai.ne.jp/foresta

*음식     갓 지은 햅쌀밥을 아키타 삼나무 꼬치에 뭉쳐 숯불에 구운 다음, 각종 야채와 버섯을 넣고 전골냄비에 끓여 내는 기리탄포 전골이 아키타 현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 지역의 토종닭인 하나이지도리를 넣고 끓여 감칠맛이 더한다. 

*축제     간토 축제가 유명하다. 대나무 장대에 46개의 등을 매달고 피리와 큰 북 반주에 맞추어 손, 어깨, 이마, 머리 등으로 들어올리는 묘기를 뿜내는 축제다. 매년 8월3일에서 6일까지 열린다.

* 상품  아키타 쵸카이산 트레킹 3일 상품을 한진관광에서 판매하고 있다. 7월1일부터 10월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출발한다. 02-726-5781~4      


* 취재협조 : 일본 북도호쿠 3현 홋카이도 서울 사무소 02-771-6191-2/www.beautifuljapan.o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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