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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현 * 에히메현 ① 히로시마현 - 평화와 사랑의 기억으로 남는다

  • Editor. 트래비
  • 입력 2006.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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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廣島)를 향해 떠나면서 머릿속을 온통 채우던 도시의 이미지는 전쟁과 원폭이었다. 그리고 그 고정 이미지에서 파생된 숱한 슬로건과 캠페인 또한 그 당시 심정 어지러운 정치적 관계까지 들추어 올리면서 마음을 뒤숭숭하게 했다. 아무리 피해 가고 싶어도 피해 갈 수 없는 것이 있듯이 히로시마는 그 역사적인 의미로 인해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지닌 도시가 되었다. 

히로시마는 일본 주고쿠(中國)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강과 그 강을 넘나드는 다리들로 인해 풍광이 아름답고 깨끗한 물의 도시이다. 여섯 개의 하천이 도시 전체를 흐르고 있고, 그 강의 흐름처럼 완만하게 평화의 이미지가 온 도시를 휘돌아 감싸고 있다. 너무도 그악스러운 체험을 지나왔기에 그 땅에 흐르는 평화가 더욱 더 절실하게 빛나는지도 모른다.
삼각주 지형에 지반이 약해 지하철을 건설할 수 없었던 이유로 노면 전차가 발달했다. 히로시마 하면 노면 전차의 박물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히로시마의 거리를 달리는 노면 전차의 종류는 100여 년 전 구형의 전차부터 최신식 수입 전차까지 다양하다. 그 밖에도 히로시마는 일본 전역에 자리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13곳 중 2곳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볼거리 또한 풍부한 고장이다.

평화가 너무도 간절한 이유 - 평화기념공원*원폭 돔


ⓒ트래비

히로시마 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평화기념공원은 1949년 히로시마가 평화기념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탄생하였다. 공원 초입에 평화기념자료관과 국제회의장이 있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널찍한 공원을 걸어 들어가면 위령탑과 평화의 횃불 그리고 각종 기념 조형물들이 자리해, 조용히 방문객을 맞이한다. 

또한 공원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1996년 원폭으로 희생된 위령들의 진혼과 핵무기 폐기, 항구적인 세계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원폭 돔이 자리해 있다. 앙상하게 철골을 드러내고 서 있는 당시 물산장려관이었던 건물은 철거와 보존을 두고 논란을 거듭한 끝에 평화의 필요성을 시각적으로 호소하는 이 도시의 상징물이 되었다.
공원 내의 각종 위령비들 속에서 우리의 시각을 끄는 것은 단연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이다. 1970년에 제작된 이 위령비는 전쟁 당시 히로시마에 거주했던 약 2만에 가까운 한국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현재 공원 내 혼가와 다리 건너편에 자리하고 있다. 

공원 초입에 자리한 자료관을 들어서면 1945년 8월6일 8시15분, 피폭 순간에 멈춰선 시계를 배경으로 당시 피폭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 주는 각종 사진 자료와 재연물들이 전시돼 있어 말을 잊게 만든다. 시민이 그린 원폭 그림, 평화와 폭력에 관한 미술 작품 등과 유품 등도 있어 평화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위령탑 앞에서 참배하고 있는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을 지나 기념공원을 나오면 아직도 조마조마하게 세상의 평화를 위협하는 코앞의 현안들이 불쑥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그 모든 무거운 이슈들을 잊고 이 도시의 활기에 합류하고 싶다면 공원에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번화가 혼도오리(本通) 거리를 향해 바쁘게 발걸음을 옮겨 보자. 다양한 노면 전차가 거리를 오가고 사람들로 복잡한 거리는 도심의 분주함과 흥분을 그대로 전해 준다. 

히로시마시 중심 약 2km에 걸쳐 늘어서 있는 상점가 거리인 혼도오리는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 미용실과 서점 등이 자리하고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든다. 이 거리의 상점들은 연중 할인행사와 이벤트로 이목을 끌며 관광객과 시민들로 붐빈다. 학생에서 깔끔한 오피스 걸들, 눈에 확 들어오는 히로시마 멋쟁이들이 이 거리를 활보하며 쇼핑과 만남을 즐긴다.    

☆ 평화기념공원 

*찾아가는 길 JR히로시마 역에서 약 20분 거리     
*개관 시간 3월~11월 8:30~18:00(8월은 19:00 폐관)     
*휴관일 연말연시(12월29일~1월1일)     
*관람료 어른(대학생 이상) 개인은 50엔, 단체(30인 이상)는 40엔/ 초·중·고교생 개인은 30엔, 단체(20인 이상)는 무료

첫사랑이 생각난다면 - 슈케이엔  

ⓒ트래비

슈케이엔(縮景園) 하고 말을 꺼내면 히로시마 사람들은 대부분 ‘아~ 첫사랑?’ 이런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히로시마의 선남선녀들이 그곳 슈케이엔에서 첫사랑의 만남, 첫 데이트를 즐겼기 때문이다. 그 어설프고 설레이던 순간을 떠올리며 ‘그 사람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잠시 아련한 옛 추억에 젖어든다고.

중국 항저우의 서호를 본따 만들었다는 슈케이엔은 약 4만 평 규모의 땅에 조성된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정원이지만 또한 군사적으로는 성의 역할도 해냈던 중요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히로시마의 한 지방 관리가 1620년경 별장의 정원으로 지은 것으로 이 정원 안에 수많은 경승지를 표현해 만들어 놓았다고. 연못이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대략 8,000여 평,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가 대략 1km 정도. 연못 위로 14개의 작은 다리들이 놓여 있어 유유자적한 산책을 가능하게 해준다. 여유롭게 전체를 산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한 시간. 중앙에 판 연못에는 잉어와 거북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닐고 연못 안에는 크고 작은 섬이 다채롭게 자리하고 있다. 연못 주위를 따라 차 마시는 공간 등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어 재미를 준다. 더불어 매화, 벚꽃, 붓꽃 등 사계절 피는 꽃들로 인해 사시사철 아름답다.

나오는 길, 그림 같은 정원을 배경으로 전통혼례의식 차림의 웨딩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을 만난다. 그들도 그곳에서 첫 데이트를 즐겼을까? 이제 무르익은 사랑의 결과물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슈케이엔의 은밀한 아름다움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찾아가는 길     JR히로시마 역에서 도보로 약 15분 거리
*개원 시간     4월~9월 9:00~18:00(10월~3월 9:00~17:00)
*휴원일     12월29~1월3일
*관람료     어른 개인은 250엔, 단체(20인 이상)는 200엔/ 대학생·고등학생 개인은 180엔, 단체(20인 이상)는 140엔/ 중학생·초등학생 개인은 120엔, 단체(20인 이상)는 100엔   

그 대담한 경이로움 - 이쓰쿠시마 수상 신사 


ⓒ트래비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니 일본의 3대 절경이라는 미야지마(宮島)다. 그곳에 물 위의 신사(神社)로 유명한 이쓰쿠시마(嚴島) 수상 신사가 자리하고 있다. 

페리 터미널을 나서는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건 미야지마 곳곳에 자신들의 터전을 마련하고 살아온 야생 사슴들이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들고 있는 종이를 호시탐탐 노리기 때문에 큰 돈이라도 들고 있다가 빼앗기면 큰 낭패를 보게 된다. 섬 전체에 약 300마리의 사슴들이 살고 있는데 인위적으로 발톱과 뿔 등을 관리해 주고 있다.
초코 볼로 격상된 사슴들의 배설물을 피해 걸어 들어가는 미야지마는 ‘신들이 사는 땅’이라 하여 그 땅 자체로 신앙의 대상이었다. 하여 사슴들 또한 ‘신의 사도’라 대접을 받았으며 그 옛날에는 신성한 땅에 감히 곡괭이도 댈 수 없었다고. 현재 상하수도를 정비하여 오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모든 전선을 지하로 매설하여 미관에도 신경을 쓰면서 그 땅의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신전이 세워진 것은 593년, 최종적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168년경이다. 헤이안 시대의 건축 양식을 따라 만들어진 신전과 복도 등은 그 가치로 인해 국보로 지정되었고, 미야지마의 지역적 특성과 더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국보인 신사는 본전을 중심으로 21채가 배치되어 있는데 각각 본전을 에워싸고 있다. 그 길이는 모두 합해 300m에 이른다. 신사 주변에는 일본 전통 양식과 당나라 양식을 혼합해 건축한 높이 27m의 미완성 5층 탑, 센쇼카쿠 등이 있다. 

미야지마의 상징이 되고 있는 16m 높이의 주황색 오오도리는 섬을 들어서 신사로 향하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신사의 문인 대형 목조 오오도리가 만조 때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 건축적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그와 더불어 신사의 본전 또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신사의 본전은 ‘필승’ 신을 모시고 있는데 불전으로 주로 5엔을 바친다. 5엔의 일본 발음이 ‘고엔’으로 ‘인연’과 동음이어서 그렇다고. 

여신을 모시는 신사라서 그리도 섬세한가, 신사의 회랑을 메우고 있는 판자들도 세심한 계획 아래 그 간격과 틈새를 조절하고 있다. 또한 신사와 오오도리에 칠한 주황색 주칠(朱漆)은 목조 건축물의 쇠락도 막지만 한편으로는 액막이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신사를 지나 자리하고 있는 마치야도리, 타키노코지 옛 거리들은 격조 높은 땅의 품위를 함께 나누기라도 한 듯, 예스럽고 묵직하다. 오모테산도 쇼핑 거리에 들어서 있는 기념품점을 힐끗거리며 이 고장의 특산품이라는 나무 주걱을 만지작거려 본다. 

만조시 찰랑거리는 바닷물 위에 꿈처럼 떠 있을 신사와 오오도리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아쉬움은 필설로 다하기 어렵다. 미야지마 섬을 샅샅이 걸어서 돌아보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 히로시마의 대표 먹거리들



히로시마의 최고 먹거리를 꼽으라면 단연 히로시마 굴이다. 에도시대부터 전해 오는 대표 특산품으로 풍부한 향과 맛으로 인기가 높다. 튀김, 탕 등 다채롭게 굴 요리를 즐기고 있으며 그 밖에도 정어리, 볼락, 가자미 등의 생선도 세토 내해에 인접한 히로시마의 대표 먹거리들로 꼽힌다. 

굴 이외에도 송이버섯, 히로시마 청주 그리고 오코노미야끼가 인기이다. 건물 한 동이 모두 오코노미야끼를 팔 정도로 인기라고. 그중에서도 김치가 들어간 ‘원폭 오코노미야끼’가 인기 만점이다. 또한 히로시마의 대표 수종인 단풍의 잎사귀를 본따 만든 모미지만쥬는 그 달콤하고 단백한 맛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히로시마 특산품으로 여행 후에는 한 상자씩 사 들고 돌아가는 히로시마 대표 먹거리이다. 

ⓒ트래비
히로시마 유리마을 Glass Wonderland


유리마을은 1984년 글래스비즈 메이커인 도호주식회사가 제계 제일의 글래스 원더랜드를 목표로 오픈한 곳으로 크게 4개의 존으로 나뉘어 있다. 박물관존에는 도호기념관을 비롯해 비즈박물관, 유리박물관 등이 있어 세계 각국의 비즈 작품과 진귀한 고대 유리 제품 및 생활 유리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가게존에는 각종 액세서리를 전시하고 있는 액세서리관과 세계 각국의 유리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는 세계의 유리관이 있으며 공방존에서는 유리와 관련된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저존은 식사와 차를 즐기거나 야외에서 동화의 세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개관 시간 9:00~17:00
*휴관일 12월28~31일    
*입장료  무료(단 박물관존은 어른 1,000엔, 고교생 700엔, 초·중학생 500엔)

우리 조상의 발자취를 따라 - 쇼토엔-조선통신사 자료관 

ⓒ트래비

히로시마현 쿠레(吳)시 시모카마가리 섬에 자리잡고 있는 쇼토엔(松濤園)의 조선통신사 자료관은 2007년 조선통신사 4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우리에게는 더욱 의미 있는 장소이다. 

조선조, 일본과의 교린관계가 성립되자, 조선 국왕은 막부장군에게 통신사라는 이름으로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애초에는 왜구 금지, 포로의 귀환과 일본 국정 탐색이 주 목적이었다가 그 후 막부 장군의 취임 축하 등, 친선 교류가 그 파견 목적이 되었다. 

조선 조정에서는 매번 300~500명에 이르는 사절단을 구성하였는데 그 여정은 한양을 출발, 부산에서 시모노세키를 거쳐 여정 중에 있는 각 번(藩)의 향응을 받으며 오사카까지 갔다가 그곳에서 육로로 교토까지 가는 6개월에서 1년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긴 여정이었다. 일본 조정의 접대 또한 융숭하고 화려해, 재정 압박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통신사 일행이 일본에 들어오면서 보여 준 문화는 선진적이고 고급스러워 선망과 관심의 대상이었다. 일행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그림 및 여러 자료로 기록, 보관되었는데, 쿠레시 시모카마가리 섬의 조선통신사 자료관에는 조선통신사 관련 각종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통신사가 타고 왔던 선박 모형과 복색, 그들이 대접받았던 다양한 음식 상과 현장 스케치를 담은 그림 자료들, 행렬을 재연해 놓은 여러 종류의 인형 모형까지, 당시 풍속도를 한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다.

이곳 시모카마가리 섬은 조선통신사의 12번 여정 중 11번이나 기착한 기항지로, 기록에 의하면 통신사 일행은 이곳에서 받은 요리와 접대가 최고였다는 말을 남겼다고.

비단 꼬리의 아름다움 -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의  킨타이교

ⓒ트래비 
히로시마현 미야지마에서 약 3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그곳에는 일본의 3대 명물 다리 중 하나인 일본 대표 목조다리 ‘킨타이교(錦帶橋)’가 있다.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어 지은 다리로 수준 높은 목조 기술을 보여 주는 일본의 대표 문화재이다. 

여유롭고 푸근하게 니시키가와(錦川) 강 위에 걸려 있는 다리는 예스럽고 부드럽다. 길이 193.3m, 폭 5m, 높이 6.6m의 5개 아치형 구조. 아래로 흐르는 얌전한 강물이 무섭게 불어나 그 다리를 파괴하곤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풍경이다. 몇 차례의 복원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둥근 아치를 몇 번이나 넘나드는 희한한 나무 다리를 슬금슬금 건너면 조용히 펼쳐지는 옛 마을이 나타난다. 다리가 걸린 강물을 사이에 두고 한쪽으로는 사무라이 마을이, 한쪽으로 상인 마을이 자리했었다고 한다. 사무라이 마을에는 18세기 무사의 주택인 메카다 구택과 깃카와 사료관, 300년 전부터 이와쿠니에서 서식했다는 국가 천연기념물 백사 관람소 등이 있다. 

마을 초입에 자리잡고 있는 ‘100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콘 하나를 입에 물고 천천히 마을 길을 걸어 보자. 입도 행복하고 마음도 여유로운 오랜만의 산책길이 될 것이다. 추천 아이스크림은 거봉믹스와 블루베리. 가격은 240엔에서 400엔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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